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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운학재 → 762.3봉 → 구학산 → 833.4봉 → 마당재 → 주론산 → 팔왕재 → 748.2봉 → 박달재(→ 시랑산 → 박달재)'의 16km 구간을 6시간 20분 동안 달릴 예정이나, 상황에 따라 시랑산 왕복은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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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학산[九鶴山]
높이: 983m
위치: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충북 제천시 백운면
구학산은 옛날 이산에서 살던 아홉 마리의 학이 사방으로 날아가 아홉 군데, 신림 방면의 황학동, 상학동, 선학동과 봉양 방면의 구학리, 학산리, 그리고 충북 영동의 황학동, 백운면의 방학리, 운학리, 송학면의 송학산에 각각 한 마리씩 날아가 지명이 생겨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학산 정상은 남쪽과 서쪽이 급경사 바위 지대로 그 하단부와 중단부는 울창한 수림지대로 가려져 있다. 그러나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만은 마치 사람이 물속에서 머리만 내민 듯한 수림지대 위로 돌출되어있어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산행 기점은 박달재 아랫마을 평동에서 북쪽 꽃댕이 마을 쪽으로 3km쯤 가는 방학리이다. 방학교를 건너 계속 오솔길로 들어서 큰골을 건너는 용담교를 지나면 사슴목장. 여기서 울창한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오른쪽으로 굽어 돌면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협곡이 나타난다.
협곡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운학리 구례골로 넘어가는 능선 안부. 동남쪽 능선길을 따라 고도를 서서히 높이며 30분가량 걸으면 능선상에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계속 동남방으로 달리며 바위로 이뤄진 정상이다.
구학산은 방학동 버스 종점에서 구학 초등학교를 지나 남쪽 계곡을 따라 큰 골로 들어간다. 큰골 입구 좌측에는 열녀 "정선 전씨지비" 라는 비각이 세워져 있다. 큰 골 마을에서 식수를 준비하여야 하고 계류를 건너 정상까지 오르는 능선은 겨울철 적설량이 많을 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는 바위가 몇 개 있고 특이한 표지는 없으나 백운산, 치악산, 감악산 등을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길이 있는데 동쪽 능선길을 따라 773봉으로 가다가 고개에서 서쪽 골짜기를 내려가면 다시 큰 골 마을에 닿게 된다.
박달재 휴게소에서는 언제나 "울고 넘는 박달재"만을 연속적으로 녹음 방송하고 있어 이색적이며, 이곳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노랫말의 첫말에 나오는 천등산은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 등과 함께 바로 인근에 있다. - 한국의 산하
주론산
높이: 902m
위치: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주론산은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치악산 남단에 자리한 남대봉에서 서남쪽 백운산으로 이어져 내리던 능선이 백운산 정상을 2㎞ 남겨 둔 981봉에 이르면 남쪽으로 새 가지를 쳐 구학산을 솟구친 후 남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4㎞ 더 내려와 주론산을 빚어 놓았다.
주론산의 들목인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한국 천주교회사의 유서 깊은 배론성지가 있다. 산행 기점은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배론성지와 백운면 평동리의 박달재자연휴양림이다. - 한국의 산하
시랑산[侍郞山]
높이: 691m
위치: 충북 제천시 백운면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는데 본래 박달재는 이곳 시랑산에 있는 것이고, 천등산(806m)에 있는 고개는 박달재에서 약 9km쯤 서쪽에 있는 다리재이다.
산행 시작은 박달재 휴게소가 있는 고개마루턱이다. 이 고개가 해발 453m이므로 240m 남짓만 올라가면 되므로 산행의 부담이 적다
박달재
옛날 영남 땅에 사는 박달 도령과 아랫마을에 사는 처녀 금봉이의 애달픈 사연이 얽혀 있어 붙여졌다는 박달재는 1216년 고려의 김휘려 장군이 거란의 대군을 여기서 물리친 바 있고, 1268년 고려의 별초군이 또한 몽골의 군사를 막아낸 바 있다. - 한국의 산하
6월 8일 목요일은 한 안내산악회 오지팀이 계획한 강원 원주 구학산, 충북 제천 주론산, 시랑산 연계 산행에 동행한다. 구간 중 특별히 끌리는 산이 있다기보다는 주론산과 시랑산 사이 고개인 박달재 방문이 목표다.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가요로 유명한 박달재는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이라는 가사로 시작해, 당연히 천등산의 한 고개라 생각해, 2022년 2월 오지 전문 산악회가 계획한 충북 충주의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연계 산행을 신청하고 다녀왔다[산행기]. 그런데 코스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요에서 언급한 박달재는 천등산이 아니라, '시랑산'의 고개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산행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 예정대로 천·인·지의 20.45km를 7시간 44분 동안 달렸다. 그런데, 왜 '시랑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가 아니라 '천등산'으로 했을까? 작사가의 무지?
이번 산행을 계획한 오지팀은 운학재에서 시작해 구학산과 주론산을 거쳐 박달재로 하산하는 10km 코스에 5시간의 소요 시간을 책정하고, 이후 1시간 20분의 자유시간 및 식사 시간을 할당했다. 그리고 각자의 능력에 맞춰 능력이 되는 산꾼만 시랑산을 다녀오는 거다. 물론, 마감 시간 내 도착하지 못하면 버리고 간다는 얘기다. 어쨌든 총 6시간 20분이 주어졌고, 그 시간 내에 시랑산도 왕복하면 된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니, 15.78km 거리에 5시간 20분이 걸렸다고 하니, 거리는 생각보다 짧고, 책정한 소요 시간도 충분하다. 이 산행을 신청할 당시에는 1시 20분의 식사 시간이 별도로 책정된 걸 모르고 하산주에 정신이 팔려, 박달재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이후 계획을 다시 검토하던 중 별도로 할당된 시간이 있는 걸 확인하고, 시랑산도 다녀오기로 했다.
체육대회 하는 날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에 따르면, 산행 당일 박달재 주변 기온은 26~27도 사이로 높고, 바람은 3m/s, 구름이 약간 낀 날씨다. 그런데 다른 기관의 기상 정보는 산행 마감 직후 전국적인 소나기다. 경험상 최근 비는 예보보다 빨라지는 추세니, 최악을 고려해 준비한다. 그리고 김밥 때문에 양재가 아닌 사당으로 간다. 1시간 20분의 자유 및 식사 시간이 책정된 걸 보면, 박달재에 하산주할 식당이 있다는 얘기다. 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박달재 순두부'가 식당이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고, 그 주변의 다른 건물도 식당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시랑산을 다녀와도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물론 그 산꾼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나, 30분 정도의 여유 시간 확보는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울고 넘는 박달재’ 들으며,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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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8분 구산역발 신내역행 열차를 타기 위해, 5시 50분에 준비한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삼각지역에서 사당행 열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6시 45분에 사당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바로 통합판매대다. 의도한 건 아니나, 정확한 칸에 탔다. 차에서 내려 통합판매대로 가, 김밥 한 줄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며 보니, 등산객만 떡과 김밥을 사는 게 아닌지 잔돈 돌려주는 시스템이 완벽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김밥을 사서 힙색에 넣고, 지난번 시행착오 덕에 급할 게 없어, 유유자적 1번 출구로 나가며 공영주차장 방향을 보니, 철조망 너머로,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가 보인다. 왜 지난번에는 못 봤을까? 급할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진리를, 급할수록 망각하는 게 문제다!
6시 54분경 앞서가는 등산객을 따라, 사각지대를 돌아서자, 1번 출구에서 봤던 버스 3대가 주차해 있다. 여기서 7시에 출발하는 장안산, 함백산, 구학산행 버스다. 버스에 타 자리를 잡고 앉아, 승객이 다 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7시 1분이 되자 탈 예정이었던 승객 중 한 명이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발해,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운학재를 향해 출발한다. 이게 정상이나,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등산객이 꽤 있어, 같은 산행에 거의 1.5~1.8배에 달하는 비용에도 중소 안내산악회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북 전용이 아닌 패드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조금만 집중해도 눈이 아파, 보던 걸 멈추고 눈을 감고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깨어보니, 원주를 지나고 있다. 벌써? 그리고 조금 지나자, 휴게소로 들어간다. 치악 휴게소다. 제천, 단양, 충주 지역 산행 때 늘 들리는 곳이라, 익숙하다. 그래도 급하지 않은 볼일을 보고, 그사이 변한 게 있나, 휴게소 주변을 둘러봤다. 당연히 변한 건 없다. 다만, 평일 임에도 근처 산으로 가는 전세 버스가 다섯 대나 된다. 그중 두 대는 사당 공영주차장에서 같이 출발한 거고, 무건리 이끼폭포로 향하는 버스는 과거 종주 산행 때 많이 이용했던 안내산악회다. 코로나 때부터 까만 소 인증지만 찾아다니는 산행 위주라, 2022년 소백산 종주 산행 때 이용한 게 마지막이다. 나머지 두 대는 폐쇄 산악회가 전세 낸 거로 보인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보며, 코스 설명과 주의사항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이미 산악회 게시판에 공지한 내용이라 새로울 건 없으나, 박달재에 식당이 있기는 하나, 영업 중인지는 확인을 못 했다고 사과한다. 비록 평일이나, 박달재 정도의 유명세면 문을 열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이어, 조망이 없고, 생각보다 기복이 심한 코스라고 쉽지 않은 산이라고 했다. 끝으로, 시랑산 왕복은 산행이 끝난 후 다시 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생각보다 힘들고,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박달재 도착 후 남은 시간이 2시간 이상 되는 산꾼만 다녀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대장은 시랑산에는 안 간다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들머리인 운학재다. 애초 9시 10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서울을 빠져나오느라 지체하는 바람에 9시 24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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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14분 늦게 도착했으니, 마감 시각은 10분 늦어진, 15시 40분으로 산행에 주어진 총시간은 6시간 16분이다. 일단 이번 산행 목표는 시랑산 왕복 포함 산행기에서 본 앞선 산꾼과 같은 5시간 20분으로 잡았다. 고로 식당이 영업 중이라면 1시간 조금 안 되는 하산주를 위한 여유가 있다. 산행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버스에서 내려,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운학재의 고도를 확인했다. 531m, 고개 정상의 이정표는 530m로 둘의 오차는 1m에 불과하다. 생각보다 핸드폰의 GPS가 정확하다. 그런데, 산행 중에는 적게는 20m, 많게는 40m씩 차이가 나는 건 왤까? 어쨌든, 산행 전 운학재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이 강원도 원주와 충청북도 제천의 경계다.
시랑산을 왕복해야 하는데, 이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미 출발한 선두를 따라 들머리로 가니, 등산 지도가 있어, 가야 할 코스를 다시 한번 복기하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구학산까지 3km가 쉽지 않다고 했는데, 시작부터 급경사로, 10분가량 오르자, 숨이 턱에 찬다.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앞서가는 산꾼의 등만 바라보고 따라가, 10시 10분경 무명의 봉우리에 도착해, 잠깐 멈춰 가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울창한 숲속이라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숨을 고른 후 다시 출발해, 암릉이 나타나면 우회하는 등산로로 가면 가뜩이나 조망도 없는데, 그나마 산행 재미가 없을 거 같아, 등산로를 버리고, 암릉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계속 가자, 등산 앱이 구학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했다. 그때가 정확히 10시 30분이다.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는데, 아무리 가도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50m라며? 그렇게 8분 정도 가자, 암벽 사이로 밧줄이 설치된 게 보인다. 산세로 봐서 저 위가 정상이다. 해서 낙엽 쌓인 좁은 등산로를 올라가다, 아무 생각 없이 디딘 돌이 굴러내려 간다. 깜짝 놀라, 아래를 보고 돌이라고 외쳤으나, 한발 늦어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의 발에 맞았다. 다행히 뼈에 맞지는 않았으나, 꽤 고통스러워 보인다. 다행히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올라오라고 부탁한 다음, 계속 올라,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 지 10분이 지난, 10시 40분에 구학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바닥에 깔고 가는 선두가 막 떠나 아무도 없었다. 해서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석 반대쪽으로 전망대가 있는 거 같아 그리고 가 아쉬우나마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낙석을 맞은 일행을 포함 서너 명이 올라왔다. 먼저 그 일행이 이상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서로의 인증을 찍어 준, 다음 목표인 주론산을 향해 출발했다. 정상석 부근의 이정표에 의하면, 구론산까지 4.2km다. 정상에서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내려온 곳이 얽히고설킨 바윗덩어리다. 구학산 정상 암봉이다.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구론산에 오르기 위해 고개로 하산하는데.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자, 임도가 고개를 가로질러 능선 왼쪽으로 가고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능선으로 올라서서, 그 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가고 있는데, 핸드폰이 알람을 울려 뭔지 궁금해, 꺼내 확인하니 등산 앱의 기능 중 하나인 만보기가 만 보를 넘었다고 알려주는 거다. 역시 난 기동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미 늘 차고 다니는 스마트 워치가 만 보가 넘었다는 걸 알려줬다. 밀려오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따라가는데, 저 앞에 이정표가 있다. 갈림길? 가까이 다가가니, 갈림길은 아니고, 주론산과 구학산의 거리를 알려준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구학산 3.8km, 구론산 0.4km다. 고로 구론산 정상이 멀지 않아, 깜짝 놀랐다. 구학산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400m만 더 가면 구론산이다.
이정표를 지나, 6분가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올라가자, 등산 앱이 주론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늘 그렇듯이 그 시점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위로 올랐다. 그런데 등산 앱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50m에 불과한데, 소요 시간은 2분 25초가 걸린 11시 41분에 도착했다. 그나마 구학산 정상의 10분에 비하면 양호하다. 정상에서 등록한 GPS를 기준으로 반경 50m를 계산해 알려주는 시스템일 확률이 높다. 다만, 등산 앱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가 고지를 등록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등록한 회원이 불성실?! 어쨌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어, 정상석과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길까 하다가, 인기척이 들려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서로의 인증을 찍었다. 구학산에서도 인증을 찍어준 산꾼으로 이후 시랑산까지 상부상조했다.
정상석 직전의 이정표에 의하면 박달재까지 남은 거리는 4.2km다. 현재 시각 11시 44분으로 점심시간이다. 박달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또 이정표가 있는데, '리조트 가는 길 1.33km'다. 리조트? 이번 산행에선 처음 보는 정보다. 해서 혹시 다른 길이 있나 주위를 찾아봤으나, 없다. 그저 일행 중 한 명이 그늘진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걸 발견했을 뿐이다. 해서 리조트 방향으로 하산하면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먹었다. 그런데, 그 등산로가 보폭이 애매한 목재 계단이라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왜 굳이 여기다 목재를 박아 계단을 만들었을까? 속으로 투덜거리며 가자, 저 아래 갈림길 이정표 앞에서 선두가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방향을 지시하는 이정표를 바닥에 깔고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갈림길로 내려가 이정표를 살펴봤다. 직진은 정상에서 본 '리조트'고, 좌회전은 '파랑재'다! 고로 박달재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이정표 앞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눈에 선하다. 그나마 다행은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파랑재에 관해 언급했었다. 그게 기억에 남은 건 원래 '팔왕재'였다는 언급 때문이다. 그들도 그 얘기를 하며, 파랑재 쪽으로 이정표를 놓았을 거다.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11분가량 가자, 다시 리조트 갈림길이다. 이번에는 리조트와 ‘전망대’다. 그리고 선두가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가 그 뒤를 따라갔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온다. 그럼, 리조트 방향이라, 다시 갈림길로 올라와 핸드폰의 등산 앱 지도를 확인하며 리조트 방향으로 10여 미터를 가다가 멈췄다. 아니다! 뒤를 돌아보니, 따라올 거 같았던 선두와 막 도착한 일행도 열심히 핸드폰을 보더니, 다시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똥개 훈련이다! 그런데 이정표 아래에 있는 지도에 의하면 여기가 '팔왕재', 즉 파랑재다. 그럼 1.5km를 11분만에 도착한 건데?!
역시 목재 계단의 등산로로 내려가자, 있어야 할 전망대는 안 보이고 임도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임도 가장자리에 선 이정표가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올라가는 방향이 '박달재'라고 알려주고 있는 거다. 남은 거리는 2.2km! 오른쪽은 휴양림, 왼쪽은 베른 성지다. 그런데, 이정표 옆 안내문을 보니, 위의 이정표가 있던 리조트 갈림길이 아니라, 여기가 파랑재다. 그럼 그렇지! 파랑재를 떠나, 박달재로 향하는 길목의 돌탑을 증축하려고 시도하다가 첨탑이라 증축이 불가능해 기록만 남기고 길을 재촉하자, 저 앞으로 정자가 보인다. 리조트 갈림길, 이정표가 가리킨 '전망대'다. 그 정자에는 앞선 산꾼이 쉬고 있거나, 미세먼지로 희미한 경치를 보며, 사진 찍고 있다.
옆에서 같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자 앞에 놓인 입간판을 발견했다. 웬만한 전망대에는 다 있는 주변 조망 사진이라 생각했는데, '박달재 자연휴양림 안내도'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와, 우리끼리 저건 소백산이고 저건 시랑산이고, 서로가 아는 걸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아래로 보이는 게 박달재니, 그 뒤의 산이 왕복해야 할 시랑산이다. 처음 박달재와 이어진 봉우리를 보고 시랑산이라 여겨 저기를 왕복하는데, 2시간? 엄살이 심하구먼, 그래도 혹시 변수가 있을 수 있어 바로 박달재로 내려갔다. 전망대 옆 이정표에 의하면 박달재까지 1.4km, 현재 시각 12시 36분, 목표한 1시까지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급경사라, 땅에 목재를 박아 만든 계단으로 빠르게 하산해, 12시 52분에 박달재 0.2km 이정표에 도착하니, 사유지 보호를 위해 설치한 거로 보이는 철책이 이어져 있고, 그 중간에 문이 있다. 그 문에 달린 안내문에는 '박달재 0.3km'다. 뭐 100m 차이야, 그런데, 그 문과 등산로 주변이 다 산딸기라, 그 맛을 보며 가자, 등산 앱이 박달재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뭐 이런 거까지. 어쨌든 동영상을 찍으며, 목재 계단으로 내려가,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또 등산 앱이 알람을 울려 확인하니, '애국지사 이용태·이용준 선생 형제 동상 및 추모비 방문' 인증이다. 그 시각이 12시 57분으로 목표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나무 그늘에 서 있는 버스를 향해 가며, 재빨리 주변 건물의 상태를 스캔했다. 순두부 식당은 꼭 닫힌 문에 내부 공사 중이니, 모텔 식당으로 오라는 안내문이 달려있다. 일단 식당은 공사 중이고, 모텔은 당연히 영업 중이라 결론짓고,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시랑산으로 향했다.
바닥에 이정표를 깔던 선두 셋이 대장이 알려준 대로, 식당과 모텔 사이로 시랑산을 향해 가는 걸 멀리서 보며, 그 방향으로 가자,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대야에 받고 있다. 그걸 받아 마실까 하다, 아무래도 꺼림칙해 포기하고, 2.3km 거리의 시랑산으로 향하기 전 입구에 있는 등산 지도를 봤다. 등고선이 없는 건지, 오래돼서 지원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일직선으로 죽 올라가면 시랑산이다. 고로 전망대에서 본 게 맞다. 해서 '별거 아니네'하며 등산로를 따라, 300m가량 위로 가니, 단군 비석 갈림길이다. 응? 비석을 왕복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거리가 없어 망설여져 주변을 둘러봤다. 산세로 보면 단군 비석에서 시랑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어야 한다. 감각을 믿고 좌회전해 비석으로 향했다.
갈림길에서 비석까지는 2분 거리로 정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나 있고, 비석은 능선 위에 있다. 비석에 도착해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비석 뒤가 전망대라, 그 위로 올라갔다. 정자 전망대와 그 아래에 있는 박달재, 그리고 빨간 버스가 보일 뿐이다. 정말 조망은 기대할 게 없는 산이다. 그거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능선 위로 길이 있는지 확인했다. 예상대로 등산로가 있다. 해서 능선을 따라 위로 가 주 능선에 도착해 보니, 길이 좌·우로 있다. 등산 앱의 지도로 봐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먼저, 일직선으로 죽 이어진 등산로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당황했다. 해서 산세를 다시 살펴, 우회전했다. 오늘은 감이 좋아, 그 길로 100여 미터를 가자, 정규 등산로와 만났다.
그리고 막 능선에 올라선, 전망대까지 같이 왔던 산꾼이 나를 보더니, ‘왜 거기서 오냐?’고 물어, 단군 비석에서 오는 길이라고 답하고, ‘왜 올라왔냐?’고 되물었다. 전망대까지 오면서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시랑산에 갈 거냐?’고 물어, 시간이 남아돌아 올라갈 거라 하자, 자기는 힘들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시랑산은 절대 안 가겠다!’라고 해서 물은 거다. 할 일이 없어 배낭을 벗어 두고 물통 하나만 들고 왔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다시 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능선을 따라가자, 등산로가 좌회전한다. 그리고 시랑산까지 1.4km 남았다. 아래에서 본 지도와 안 맞는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본 것과도. 물론 앞선 산꾼의 산행기와 인솔 대장이 철탑 두 개를 지나야 한다는 언급했는데, 아직 하나도 못 만났다. 좌회전하자, 하산길이다. 뭐 그러려니, 하고, 내려가며 보니 바로 앞에 봉우리다. 그리고 철탑도 있다. ‘저거다!’ 속으로 외치고 신이 나서 갔다.
정상에 도착했으나, 아니다! 두 개의 철탑을 지나야 한다. 하나를 지났을 뿐이다. 다시 하산행 갈림길 고개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시랑산까지 남은 거리는 0.8km로, 박달재에서 1.5km 왔을 뿐이다. ‘2.3km가 왜 이렇게 뭐냐?’고 투덜거리며,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35분에 두 번째 철탑에 도착했고, 1시 48분에 인솔 대장이 시랑산에서 돌아올 때, 바위너설을 우회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있는데, 절대 그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던 그 바위너설에 도착했다. 그리고, 1시 54분에 등산 앱이 시랑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2분 후인 1시 56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상부상조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산꾼이 기다리고 있어, 역시,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니, 또 다른 산꾼이 도착해 그의 인증을 찍어주고, 혹시 박달재 식당이 영업하는지 물어봤다. 직접 보지는 않았으나, 시랑산 들머리에서 등목하던 등산객의 '식당이 문을 안 열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서둘러 내려가야 할 이유가 없어졌으나, 산행기에서 본 5시간 20분 만에 운학재를 출발해, 구학산, 주론산을 거쳐, 시랑산 왕복 후 박달재 도착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어,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간식을 먹겠다는 둘을 남겨두고 정상을 떠났다. 갈림길로 내려가는 중에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이런 때를 위해 아껴뒀던 오이를 꺼내 먹으며 가, 2시 5분에 바위너설을 통과하고 보니, 산딸기밭이라, 그걸 따먹었다. 그렇게 계속 박달재를 향하는데, 올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처 입은 소나무가 곳곳에 보인다. 일제 강점기, 송진 채취를 위해 고의로 상처를 입힌 소나무다. 2시 28분 묘지 갈림길을 지나, 2시 31분에 단군 비석 갈림길에 도착했다. 박달재까지 남은 거리는 0.6km. 9시 25분경 산행을 시작했으니, 5시간 20분 안에 완주하려면, 박달재에 14시 45분 안에 도착하면 된다. 말인즉 600m를 14분 만에 내려가면 되니, 목표 달성이나 다름없다.
5시간 20분 이내에 완주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고, 박달재 주차장에 일찍 도착해 봐야, 할 일도 없어, 올라오며 봤던 '박달재 옛길'은 어떤지 그 길로 가보기로 했다. 마지막 오이 조각을 먹으며, 박달재로 향해, 2시 37분에 박달재 300m 거리의 단군 비석 갈림길을 통과하고, 2시 39분에 저 아래로 박달재 주차장이 보이는 '박달재 옛길'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옛길로 들어서자, 능선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능선에 올라서자, 생각지도 못한 전망대다. 거의 장군의 지휘소인 장대 수준이다. 여기서 김취려 장군이 몽골군을 물리쳐서 장대 형상으로 전망대를 만들었나? 뭐든, 조망이 어떤가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으니, 박달과 금붕의 동상만 보일 뿐이다.
조망에 실망하며 전망대를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왼쪽에 옹달샘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다. 당연히 옹달샘을 찾아, 미로 같은 길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며 가, 2시 45분에 도착했다. 웅덩이는 누군가 손을 대 더러워, 깨진 플라스틱 바가지로 흐르는 옹달샘 받아, 맛을 보고, 조각 공원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다가, ‘김취려 장군 전적비’와 장대처럼 보이는 전망대를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박달과 금봉의 동상도. 당연히 그 유명한 '울고 넘는 박달재'의 시비도. 그런데, 그 옆에 가사를 쓴 반야월의 친일 행적을 기록한 안내문도 같이 있다. 끝으로 마스코트로 만든 박달과 금붕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종료했다. 그때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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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 옛길로 내려가, 옹달샘의 물맛을 보고, 이것저것 구경 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해, 혹시나 해서 공사 중이라 이전한 식당이 문을 열었는지 확인했다. 시랑산에서 만난 일행이 얘기한 대로, 문을 열지 않았다. 현재 시각 2시 51분, 버스 출발 3시 40분까지 할 일이 없다.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으니, 씻을 곳도 없다. 물론 시랑산 들머리 입구의 수도가 있기는 하나, 거기서 벗어부치고 씻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출발이 아직 많이 남아, 버스는 시동도 켜지 않았다. 해서 시랑산에 오르지 않은 등산객은 뭘 하나, 살펴보니, 대여섯은 버스가 만든 그늘에 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였고, 나머지는 나무 그늘에 쉬고 있다.
나도 박달재 표지석 옆의 너럭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이물질을 제거했다. 그리고 멍청히 버스만 바라보고 있는데, 대장이 후미와 함께 막 도착해, 인원 파악에 들어갔다. 후미와 같이 도착했으니, 시랑산 왕복에 도전한 산꾼만 다 돌아왔으면, 서울에서 출발한 모든 승객이 박달재에 있다. 그리고 식당이 문을 안 열었으니, 굳이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이유도 없어, 서울로 일찍 출발하기 위해 점검한 거다. 그런데, 조각 공원 카페, 그리고 으슥한 그늘에 짱박힌 승객 덕분에 몇 사람이 부족했으나, 3시 10분경 버스가 시동을 걸자, 다들 비슷한 생각이라, 하나둘 버스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해 3시 15분에 박달재를 떠나, 서울로 향했다. 예정 출발 시각인 3시 40분보다 25분이 빠르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대장이 식당을 확인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대신 식사할 수 있게 휴게소에서 30분간 쉬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하산주를 할 수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30분 쉰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는데, 차가 꾸불꾸불 구도로로 박달재를 내려와 국도로 들어서는 교차로 주변 여기저기 식당이 있다. 해서 큰 소리로 '저기서 식사합시다!'를 외치고 싶은데, 다들 조용히 자는 분위기라, 침묵했다. 이후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여주 휴게소라, 식혜나 마실까 하고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가, 혹시 뭐 당기는 게 있나, 메뉴를 확인했다. 전혀라, 편의점 방향으로 가다가 우연히,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일행을 보자, 갑자기 매운 게 먹고 싶어 떡볶이를 주문했다.
그렇게 매운 떡볶이를 먹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비가 내린다. 산신의 도움으로 산에서 비를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30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서울로 향한 버스는 죽전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다음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정차했다. 양재와 사당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으나, 양재가 사당보다 조금 빠르다는 판단이 들어 양재에 내린 시각이 5시 20분이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6시경 집에 도착할 수 있다. 해서 서둘러 집으로 향했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기대보다 30분 늦은 6시 30분경 도착해, 씻은 후 하산주를 마시는 거로, 구학산, 주론산, 시랑산, 박달재 연계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운학재 → 762.3봉 → 구학산 → 833.4봉 → 마당재 → 주론산 → 팔왕재 → 748.2봉 → 박달재 → 시랑산 → 박달재'의 16km 구간을 5시간 31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31분, 휴식 없음!
코스 내내 울창한 숲에, 전망대라고 할 만한 게 없어 조망을 기대하고 오를 산은 아니다. 와중에 짙은 미세먼지로 그나마 조금 있는 조망조차도 제대로 안 보이는 산행이었다.
계획 단계에서 시랑산 왕복은 겁먹고 주저했으나, 막상 달리자,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많은 건 아니었다.
산꾼이 아니라면 권할 만한 산은 아니나, 산꾼이라면, 시랑산 왕복 포함, 한 번 정도 달려볼 만한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