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진갈비가 내린다.
휘우듬한 길을 돌아서니
다복솔밭이 나오고
조금 높은 곳엔 대성암(大聖庵)이 보인다.
웬지 암자는 산자락에 있는 것 보다
조금 위태한 절벽이나 바위틈에 있는 것이
더 암자다워 보인다.
<형 미칠 아우 없고
아비 미칠 아들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바위틈 암자에서 수행하는
사미승의 쇳송소리가
더 멀리멀리 울려 퍼질 것 같다.
진갈비(진눈깨비) 내리는 날
암자의 사미승은 무슨 기도를 할까?
아마도
불행불 승행승 인행인 (佛行佛 僧行僧 人行人)의
기도보다
붓다와 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은
그런 관계가 되어 달라고 기도하지 않을까?
구도자의 기도는 중생의 기도와는 다르다.
난 지금 내 앞의 산길이 빙판길임에도
도담스러운 손녀는
미끄러운 눈길에서 조심하기를 !
자랑스러운 아들은
안전 운전하며 귀가하기를 !
내 속 마음으로 빌며 나를 잠시 잊어 버린다.
모든 새끼는
아비로 부터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붓다는 붓다 다워야 하고(佛行佛),
스님은 스님처럼 행동하여야 하고(僧行僧),
사람은 사람답게 자신의 격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人行人),
형은 형답게 (兄行兄). 아비는 아비답게 (父行父)행동하여야 한다.
진갈비 내리는 눈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함은
자아 생존의 기본 본능이다.
넘어지면 나만 힘들고 혼자 외로워져야 하니까.
스스로 외롭다고 느껴지면
그것은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그럴땐
행복을 명사로 사용하면 외로워지고
행복을
형용사나 부사로 사용하면 행복해 진다.
유언(遺言)의 유자(遺字)는
마지막이 아닌 "끼치다"란 의미이다.
그러므로 유언은 마지막 말이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말이란 뜻이다.
명심(銘心)하면 명심 덕(德)이 있다고 했다.
아우들과 자식들은
형과 아비의 말을 명심하면
메리 크리스마스에
미리 복(福)을 받을 수 있다. <풍경.344)
첫댓글 "유언은 마지막 말이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말이란 뜻이다." 라는 좋은 귀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