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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살까? " 하고 물으니
" 그만 사아 " 하며 말을 길게뺀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영서의 볼을 꼬집어 주었다
" 치 "
하더니 볼이 빨개 진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팔 가득 영서의 어깨를 담았다.
영서가 걸쳐진 내손을 만지작 거린다
영서의 얼굴을 끌어 당겨 짧은 키스를 했다.
영서가 그 어느날 처럼, 날 감아 온다.
영서를 침대에 눕히며 끊임없이 키스를 했다.
울먹임이 가득한 키스,
너무나 갈망했던, 너와의 재회
너의 이마에, 우리의 만남을 축복하며 입맞춤을 하고
너의 콧날에, 우리의 추억을 기억하며 입맞춤을 하고
너의 입술에, 우리의 영원을 기약 하며 입맞춤을 했다.
너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고,
너의 하얀 목덜미에 숨결을 내 뱉으며,
널 사랑한다고,
널 사랑해왔다고,
너에 귓가에 , 끝도 없이 , 얘기해 주었다.
" 나도 곧 저런 모습이 되겠지? "
내가 있었던 그자리에,
영서의 옆에,
누군가 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영서의 머리결을 정돈해준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가, 초라한 모습으로 넘어지고 만다.
영서는 흘깃 시선을 주더니, 남자의 팔짱을 끼고 사라져 버린다.
안돼..
이렇게..
이렇게...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뜬곳은, 너무도 익숙한 내 침대였다.
멍하니 앉아 있자니, 알람이 울려댄다.
대체 알람이 왜 맞춰져 있는 거지?
" 너도 아침형 인간이 돼봐, 하루가 바뀐다니까 "
아아-
영서가 그날 맞춰 놓았었지.
그동안 한번도 눈뜨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마치 알람을 기다린 마냥, 눈이 떠진건 왜일까
핸드폰을 들어 알람을 끄고 시계를 확인하니 9시다.
기지개를 키며 거실에 나가, 커피를 올린후, 씻으러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머리를 털면서 나오니, 집안에 커피 향이가득 넘쳐 기분이 아주 좋다.
영서가 보고싶다.
평소 같았으면 억눌렀을 심장의 소리를 오늘은 들어주고 싶다.
그냥 오늘은.
커피를 한잔 따라놓고, 핸드폰을 가져와, 통화키를 눌렀다
" 수현 수현 우와 일어 난거야? "
" 어, 그러네, 어디야? "
" 나 Jin네 집이지이 "
" 너 학원 안가? "
" 오늘 일요일이잖아 수현 바보 "
일요일이라..
그런가.. 그러면..
일요일이라면..
" 윤서야 "
" 웅웅 ? "
" 영서네 집 어딘지 알아? "
" 언니 집? "
" 어 "
" 잠깐마안 "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내 모습에서 조급함이 흘러 나온다.
손톱을 물어 뜯으려다, 아차 싶어 다시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왔다.
" 어디다 주소를 적어놨는데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어 히잉 "
" 한번도 안가봤어? "
" 아니 가보긴 했지. 그..그.. 막 언덕길 이야 . 산 같은데로 올라가야 있어. 아 ! 동 무슨 빌라 였는데 "
" 동익 빌라? 혹시 복층이야? "
" 복층이 뭐야 수현? "
" 그니까. 2층 집이냐구 "
" 응응 집안에 계단이 있어. 1층인데도 집안에 계단이 있었어 신기햇어 "
" 알았어 끊어 "
아직도.. 거기에?
" 너 지금 나 안잡으면, 다신 날 찾지 못하게 될꺼야 "
혼자 테이블에 남겨 둔채, 일어나 버린 내 비겁한 뒷통수에 대고 영서가 잔인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 무슨 소리야? "
" 네가 알고 있는 내 모든 흔적을 다 없애 버릴꺼야. 집도 이사 하고 직장도 지방으로 잡을꺼야. 무슨 말인지 알아? 이제 정말 끝이라구 !! "
" 그러든지 "
그렇게 내 뱉고는 자리를 떠났지.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는, 너를 떠났지.
당연히. 당연히 이사 갔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널 그렇게 독하게 버린 내게, 벌을 주기 위해서라도 ,
나중에라도 널 찾아 헤맬 내게,
네가 없는 고통, 허탈함 뿐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한채, 차키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 동익 빌라 동익 빌라 "
시동을 걸면서 하염 없이 중얼 거린다.
내 기억이 맞다면, 11동 103호다.
아니 분명하다.
우리가 같이 지새웠던
수많은 날들이 녹아 있는 그곳.
어머니가 시골에 내려가서 집이 너무 크다며, 같이 살자고 했던 네게
기숙사가 편하다며 거절했던 내 속마음을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넌 다 알고 있었잖아 영서야..
" 누구세요 "
익숙한 너의 목소리,
익숙한, 너의 집 현관문 앞.
우리가 함께 달았던, 문 장식까지도.
" 나야 "
" 어? "
놀란 목소리로 문을 여는 영서에게 환하게 웃으며 보온 병을 건넸다
" 이게뭐야? "
" 커피, 너랑 같이마시고 싶어서 담아왔어 "
" .... "
" 들어오라고안해? "
" 아 "
" 혹시 남자 친구랑 같이 있어? 그럼 이앞 카페로 나갈래? "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 괜찮아 들어와 " 하고는 문을 열어준다.
따뜻한 냄새,
목조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아늑함과, 네 향기
영서가 예쁜 찻잔을 내와 보온병에 있는 커피를 따른다.
우리집에서 났던 커피 냄새가.
영서가 살고 있는 이곳에,
가득히 퍼져 나간다.
" 무슨 일이야? 이 아침부터 "
" 보고 싶어서 "
영서가 잠깐 행동을 멈추더니, 곧 자리에 앉는다.
" 왜 이래? "
" 알아 "
" 뭘 아는데 ? "
" 너 결혼할 사람 있는거. 평범한 행복 원하는거 "
" 무슨
" 근데 그냥. 오늘은 보고싶어서 왔어. 너랑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왔어 "
" ..... "
" 싫으면, 싫었으면. 오늘만 이럴게. 오늘만 그냥
이번엔 영서가 내 말을 가로 막는다.
" 스물 셋으로 돌아가고 싶어? "
" 뭐? "
" 넌 지금도, 충분히 시계를 돌릴수 있어. 다만 아직도 용기가 없을 뿐이야 "
" 아냐 난. 난 네 행복을 지켜주고
" 네 행복이겠지. 안주 하고 싶은거잖아. 두려운거잖아. 한발자국만 내 딛었으면. 훨씬 빨리 만날수도 있었겠지. 난 아직도 여기에. 이자리에 있었는데. 날 한번도 찾아 오지 않았잖아. 당연히 이사했겠지. 당연히 널 떠났겠지. 그렇게 널 위로 해가면서 말야. 그거 알아? 난 아직 핸드폰 번호도 바꾸지 않았어. 아니 바꾸지 못했 다는게 옳은 표현이겠지만. "
" 왜 대체 왜.."
" .....이번에도. 내가 먼저 얘기 해야해? "
그대로 다가가 앉아 있는 영서를 껴 안았다.
한 없이 만지고 싶었던 네 머리를 쓰다 듬으며
" 아니야 아니야 아무얘기도 하지마 " 수도 없이 되뇌이며
울음을 터트리는 널 다독이며
다시는. 다시는 널 울리지 않겠다고.
모두다 갚겠다고.
그렇게 그렇게 하염 없이 ,
널 내품에,
나 또한 네 품에 가둔채
떨어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전에,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면,
감정 까지도 스물셋의 그것으로 돌아가 버린것일까
" 윤서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할까? "
싱글 벙글 웃으면서 말하니 영서가 예쁘게 흘겨 보며, 전화기를 건낸다.
" 수현 수현 , 언니네 집 잘 갔어? 언니한테 전화 했는데 동익 빌라 맞데 "
" 고새 전화햇냐. Jin좀 바꿔봐 "
" 왜왜 나한테 전화했는데 왜 Jin을 바꾸래 "
" 하하하 오늘 저녁에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올래? Jin 한테 물어봐바 "
" 괜찮아 괜찮아 내가 가자고 하면 대. 근데 갑자기 왜? "
" 그냥 다 같이 모여서 밥 먹고 싶어서, 술도 한잔 하고 "
영서를 바라보니, 씨익 웃는게 너무 예뻐 다가가 뽀뽀를 해줬다
영서가 깜짝 놀라며 날 때리는 시늉을 한다
" 알았어 이따 봐 "
" 잠깐 잠깐 Jin좀 바꿔봐 진짜 할말 있어 "
부시럭 거리는소리가 들리더니, 낮은 목소리가 들려 온다
" 네 전화 바꿨어요 "
" 저녁 먹으러 와라 "
" 네? 네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
" 고맙다 "
" 네? "
" 그냥 그런줄 알아 끊는다. "
귀찮은 일은, 조금 뒤에 처리해도 돼
일단은 네가 내 옆 에 있다는게 중요한걸.
이렇게 네 귀도 만질수 있고,
네 허리도 감쌀수 있고,
" 간지러어 "
영서가 몸을 베베 꼬며 휙 안겨온다
널 안을때의 이 행복감과 벅찬 느낌을 지금까지 모르고 어떻게 살았을까?
영서야..
사랑한다
" 우리 사귀기로햇다 "
" 네? "
" 뭐? "
거실에 고기판을 벌여 놓고, 소주로 건배 제의를 하다가
영서와 눈을 마주치며 얘기를 꺼내니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온다.
" 축하 드립니다 "
Jin이 먼저 잔을 부딪쳐 온다.
" 고마워 " 웃으면서 소주를 넘겼다.
영서가 잘 구워진 고기를 쏙 입으로 넣어준다
" 아..언니가 그래서 "
윤서가 머라 얘기를 꺼내자 영서가 화들짝 놀래며 쉿- 제스쳐를 취한다
뭐지?
" 뭔데? "
" 아무것도 아냐, 콜라좀 마실래? "
아무것도 아니긴, 얼굴이 벌게 졌구만.
" 얘기해봐 윤서야, 괜찮아 너희 언니는 내가 잡고 있을게 "
영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얘기를 하자 윤서가 신나하며 입을 연다
" 울 언니 갑자기 남자 친구랑 헤어졌거든. 언제 였더라 음.. 맞다 그때 수현 이랑 같이 만난 다음날 "
" 뭐? "
그 다음날?
그때. 집에 찾아 왔을때는 분명..
분명 있다고..
영서를 휙 바라보니, 얼굴이 빨개 진채 고개를 숙이고있다
" 뭐야? 왜? "
" 왜냐니. 당연한거 아냐? 네가 나타 났잖아 "
" 뭐? "
" 치 몰라 "
하더니 혼자 소주잔을 들이킨다
" 어어? 천천히 마셔 "
언능 고기를 호호 불어서 입에 넣어주니 헤벌쭉 웃는게 이건 스물 여덟이 아니라, 열셋 정도 되보인다.
아우..예뻐라..
" 쳇 "
먼가 싶어 앞을보니 윤서가 Jin을 째려보고 있다
Jin이 어쩔줄 몰라하며 고기줘? 목말라? 하며 비유를 맞춰보지만, 윤서의 눈이 쉬이 제자리로 돌아갈것 같진 않다.
저런 눈치 없는 녀석,
기다린다더니,
여즉 기다리고 있냐..
" Jin아 "
" 네? "
" 똑똑 거렸으면 안으로 들어가야지 "
" 네?? "
" 됐어 임마 "
영서의 웃음소리가 거실 가득 울려퍼진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아 만난걸까.
어디서 부터 우연 이었을까?
어디서 부터 인연 이었을까?
너와 나는,
만날수 밖에 없었던 거야.
이렇게 돌아서라도,
지구 끝에서라도.
만날 사람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라도
꼭 만나지는 거니까.
빨개진 영서의 볼을 톡톡 건드리자 영서가 또 배시시 웃는다
" 자고가 "
자고가 영서야
평생, 평생을 내 옆에서 자고 가렴.
그동안 못다한 사랑,
감춰 왔던 마음,
모두 줄려면, 시간이 모자라니까.
평생 내 옆에서 자고가..
- The end -
후와.. 다 썼어요 !!
마음에.. 드실런지..^-^
두번째 완결 작이네요 내생애..
괜히 뿌듯. 그리고 서운.. 시원 섭섭.. 이랄까요..
그동안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
아하하 ;; 잠수 타고 있는 전 괜히 뜨끔 하군요 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 ^-^
꺄아~너무 재밌게 읽었어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