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진달래에게 바치는 기도
조영래
연분홍 진달래는 아기 기생
샛 붉은 동백꽃은 농익은 기생
우아한 한복을 차려입은 아기어멈 자목련
오월에 필 빠알간 장미는 테레제 여황제
물안개 산모랭이로
들어가는 끝나는 길
비탈 입새에 진달래 몇 그루
바람의 눈에 선한 분 화장 얼굴이 고으다
화전花煎을 예찬하는 도시살이 벗들의
입방아에 유혹을 받아
아픈 다리로 예까지 온 것은
네 화관을 따다
화전을 만들기 위함인데
물론 만날 약속을 하진 않았지만
너의 혼!
그 예쁜 입술을
무참히 내 손으로 ……,
저지르는 무범죄 심리로
완력을 사용해 무의식적일지라도
당하는 피해자는 무참할 것이고
전부를 잃는 것이다
물그릇에 담가 놓고 시들지 않는
한낮이 지나 아무도 없는 집에
생생하기를 실험해 보고 싶은 학대에
얼마간 그 잔인함에 소름이 돋아날 법도 하다
왜냐하면, 연분홍 꽃잎이 시들어
무게에 겨워 유체 이탈하여 자연스럽게
낙화하는 하늘거림은 자유 비상이요
폭력은 3차원 공간을 뚫어내는
자연의 이치라는 법을 어기게 되기 때문이다
삶을 마감하는 검무 퇴퇴하나
화신의 주검은
석유시추와 반대방향으로
추락하는 곡선은
중력의 뉴톤 공식에도 없었고
현대 어떤 수학공식이나 컴퓨터 그래픽도
완벽 할 수 없으나
심미적 존재의 마지막 장엄을 드러낸다
덩달아 회선(回旋)의 미학은
시각적 희화를 즐기고 싶기에
춤사위에 맞춰 북치고
피리 부는 사(死)의 찬미는
영고 무천 동맹 잔치마당
전래해 오든 제전의 백미이다
떠나는 이나 돌아가시는 이나 모두에게
전래의식을 목도(目睹)하는
개별의 자각을 도적질하는 것이 틀림없다
풍류객의 뇌세포에도 시나위에도 없었고
글쟁이 환쟁이들조차 기름에 구워
향기마저 살라져 버리면 이를 어쩌란 말이냐?
그러면 너의 주검은 생을 찬미하며
꿀꺽 삼키는 혓바닥과
목구멍의 탐학에
놀아난 꼴이라고 비아냥거릴 시
역겨워 떠나는 임을* 여의어도
부활절에 다시 그리움 시작되고
오는 동절이 끝나기를 기다림
고귀한 아픔의 시절을 잃어버릴 뿐이다
봄마다 만개하는 네가
연한 마음 빛을 내는 까닭에
손발과 위속과 작은창자 큰창자를
말끔히 씻고 비워 공복으로
죄의 사(赦)함을 청하는
손바닥 글掌文이라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2023.04.04.
* 소월의 진달래꽃의 이미지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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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진달래에게 바치는 기도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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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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