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내향성
이용임
구름의 내부는 가는 혈관과 뼈로 이루어져 부레 없이도 하늘을 날지
망가진 침실을 감춘 달콤한 지붕 위에 머물러 잠들지 못하는 심장을 근심하지
구름의 내부는 빛나는 빛방울과 천둥으로 이루어져 그을린 폐허에 비를 내리지
커다란 눈물이 태어나지 수많은 표정이 익사한
손바닥 발바닥까지 끈적한 마음을 일별하고
구름은 너무 높이 날아 숨이 닿지 않아도
구름의 내부는 거울과 유리조각으로 이루어져 지나는 모든 기후를 비추지
해 질 녘의 구름은 감정적인 구름
모든 소원을 들어주어서 구름은 가볍고
바람에 흩어진다 아무리 손을 밀어 넣어도 만져지지 않는
구름의 내부는 부러진 말의 파편으로 가득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태어나
가끔은 몸을 구부려 아무도 듣지 못하는 노래를 불러
새들이 통과하는 연약한 몸 함부로 맺은 약속들이 여기저기 새겨진 몸
휘발되지 않는 구름
나무 위 지붕 위 언덕 자그락거리는 물 위 어디라도 나는 구름을 생각한다
—계간 《청색종이》 2022년 가을호 -------------------- 이용임 / 경남 마산 출생.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주의보』 『시는 휴일도 없이』. 산문집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