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윤이손
#BL물입니다.
#소개 :
불륜이라 불리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어지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씁니다!
제 1 부
이상한 관계
#1
추적추적
아침 까지만 해도 보슬비였던 빗방울이 어느새 작달비가 되어 힘차게 내리고 있었다.
빗물이 어찌나 굵은지 자동차 지붕을 금방이라도 뚫어버릴 듯 내리 찍는 소리가
누군가의 아우성처럼 들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바람과 함께 우산 밑으로 스며드는 빗물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제마다 서둘러 걷고 있었다. 시가지의 네온사인들이 흐릿하게 빗물을 비추었고,
검은 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은 이른 오후를 늦은 밤처럼 보이게 까지 만들었다.
으슥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의 을씨년스런 풍경이었다.
빗물을 한가득 머금은 횡단보도 위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패인
웅덩이를 피하며 황급히 길을 건넜고, 나는 좌석에 앉아 가엾은 우산들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휴. -_-
똥차 똥차 하면서 불평불만 해도 이럴땐 참 좋다.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비 막아주는건 똑같으니깐.ㅋㅋㅋ
_“그래서 저는 비가 오는 날이 좋아요. 하지만 오늘은 비가 정말 많이 오는 날이에요.
여름도 다 지나갔는데 늦장마는 언제 멎을지 모르겠습니다.
비를 아무리 좋아해도 너무 많이 오는건 싫겠죠?
아, 제가 좋아하는 이태준이 이번에 왕자의 연가라는 사극에 캐스팅 됬다네요.
잊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볼 예정이에요. 라고 경기도 이천에 사시는 안은정씨가 노래 신청하셨습니다.
박혜경의 Rain 띄워드립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진행자의 사연소개를 들으며 나는 피식 웃었다.
왕자의연가. 내가 1년을 넘게 고심하고 고심하며 인터넷에 연재했던 소설이
이제는 라디오에 까지 나오는 구나 싶은 생각에 괜히 흐뭇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촬영이 시작될 드라마를 생각하며 우수에 젖어 있는데
기다리던 신호가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내 차 뒤에 기다리던 자동차들이 퉁명스럽게 클락션을 울려댔다.
하여간 승질머리들 하고는.
내 직감이 맞다면, 분명 내 애마님보다 더 연세를 드신 똥차님임에 틀림없었다.ㅋㅋ
악셀을 밟으며 네비게이션에 캔즈엔터테이먼트 라는 드라마 제작사를 검색했다.
강남구 역삼동.
누가 큰 회사 아니랄까바, 디게 비싼동네에 사네-_-
(강남 사람들은 껌값이랄지 몰라도ㅜㅜ 역삼동 1평은 내가 몇년을 모아도 못모을 돈이다.)
제작사로 가는 도중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주가 누나 기일인데 집에 들를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이제 겨우 시작될 일이 바쁠 것 같아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면서도 시간이란 것이 사람을 이토록 메마르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1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도 애처롭던 누나가 아니었던가.
나는 백미러에 투영되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슬프게 웃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벌써 10년전 일이야’ 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런 핑계 하나로, 난 그렇게 또 다시 누나에게 등을 돌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벌써 10년이다.
시간이란게 원래 그렇다.
뜨거웠던 사랑도 순식간에 식혀버릴 수 있는게 바로 시간이 아닌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런데, 하물며 떠난 사람한테는 더 하겠지.
나는 창문을 열고 한숨을 내뱉았다.
그리고 다시 신호를 기다리며 눈을 꿈벅거렸다.
빗줄기가 더 거세게 내리는지 앞이 조금씩 흐릿해져갔다.
나는 그렇게 습기 가득한 바깥을 향해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누나 미안."
*
“자 그럼 여기 싸인 하시고, 김작가님이랑 좋은 작품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작사 대표는 의외로 친절했다.
이런 비싼 동네에 이렇게 큰 건물을 짓고, 여러 드라마를 제작했으면
돈도 벌을만큼 벌었을텐데, 나름대로 매너도 있었고 나긋나긋 웃으며 친절한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덥썩 잡으며 살짝 가식적인 웃음을 머금었다.
악수를 하면서 그는 내게 나를 반드시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주겠다는 농담까지도 던졌다.
장난 섞인 어조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나는 바로 김지현 작가를 만나기 위해
다시 나의 똥차에 올랐다.
ㅠㅠ
비싼 레스토랑에서 보자는것 같은데, 거기 주차장에 세워놨다가 내 애마님,
고급차님들 사이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김작가님도 대표님 만큼이나 꽤 교양있고 살가운 분이셨다.
뭐..
살갑다기 보다는, 어른한테 쓰긴 죄송한 표현인지라...
(ㅠㅠ왈가닥 같았다고 해야하나)
"어머, 글쎄 캐스팅을 이태준으로 한다는거야!!! 그래서 당장 오케이 했지.
내가 이런 선전성 높은 작품, 원래 취급 안하거든? ㅋㅋ
그래도 캐스팅이 빵빵하니까 드라마 대박은 보장 받은거지."
"아...^^;;"
"자, 얼른 먹어. 식겠다. 그나저나 이태준이랑 작업하면 굉장히 승질난다는데."
"왜요?"
작가님은 파스타를 입에 한가득 물고는 이윽고 우걱우걱 씹어대기 시작하셨다.
생긴건 되게 여성CEO같이 생기셨는데, 드시는거 보니 우리엄마랑 다를게 없구나 ㅋㅋ
"내가 영화감독들이랑 또 친하잖니. 촬영할때 그렇게 지랄맞대.
작가들한테 대본 수정하라 못한다 이러면서 되게 까다롭게 군다더라고.
너 최근에 관객 1000만 넘었다고 떠들어댔던 그거 알지? 제목이 머였더라?
이태준 나온거 말이야."
"6.25요?"
"어그래 그거. 그거 찍을때도 작가 하나랑 싸워가지고 틀어졌었잖아."
"어떻게요?"
"뭘 어떻게야. 촬영날에 무단으로 안나왔다잖아 영화 안찍는다면서."
"-_-진짜요?"
"그래. 차라리 계약 위반한거 세배로 물지 그 작가랑은 못하겠다 그래가지고
어쩔 수 없이 작가 바꾸고 ㅡㅡ"
=_=
역시 광고나 영화나 프로 같은 방송에서 나오는 모습이 다가 아니구나.
그래도 6.25 대박났잖아.
아..정말 그 영화에서 대박 멋있게 나왔었는데 이태준 ㅜㅜ
"걔 그리고 얼마나 문란한지 아니? 방송에 안나와서 그렇지 걔랑 역였던
여배우들이 어디 한둘이여야지. 한정윤 말이야. 최근에 걔랑 어쩌구 저쩌구
소문났잖아."
김작가님...
그렇게 이태준이 싫으시면서 왜 이 작품을 맡으셨나요 ㅜㅜ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잘나가는거에요?"
"아 참, 너 걔 실물을 못봤겠구나. 방송에서 나오는것도 진짜 잘생겼지만
실물로 보면 더 해 얘. ㅋㅋㅋㅋ 여배우들도 걔 보고 코피터지는 그런 얼굴에
몸 좋아 키커 거기에 집안 재력도 장난아니라는데.
거기다 걔가 영화, 드라마 나온거 족족 다 뜨잖아? 그러니 감독들이 서로 가져다
쓸려고 지랄 들이지."
나는 신경질적으로 스테이크를 썰었다.
아니, 하나님은 계시긴 한건가?
왜 그런 싸가지한테는 그런 외모와 재력을 주시고,
나 같이 선량한 양에게는 이런 외모와 재력을 주신걸까 ㅜㅜ
이 세상의 불평등이 없어질 때까지 평등 운동이나 할까-_-
아니면 북한가서 살아버려?ㅜㅜ
차라리 똑같이 못살면 열등감이라도 없지.
"그리고 여배우들 소문엔 걔가 밤일을 그렇게 잘한다며. 오호호호호"
헉 체통도 없으셔라;;
저건 이태준을 싫어 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거야
폐경도 오신거 같으신데 주책맞으시네 ㅋㅋㅋㅋ
점심을 먹으면서는 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성격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커피를 마시면서는 앞으로 내가 해야 될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되었다.
1. 시나리오 작성에 보조를 한다.
2.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촬영장에 함께 가서 배우들의 연기를 잡아준다
달랑 두개인 것 같아 별로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촬영장 따라다니는게 장난 아니라고 했다.
촬영 스케줄대로 내 일상 생활을 맞춰야 하고, 스케줄이 없는 날은 작가님과 대본을 써야 하고...
어찌되었건 앞으로 방송작가로 일 하려면 촬영장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촬영장은 꼬박 꼬박 나가서 많은 것을 배우라고 하셨다.ㅜㅜ
머 우리의 회동(?)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제작발표회를 고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제작발표회는 다음주 금요일이 되었다.
그날이 내게 공교로운 이유는, 그날이 누나의 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치만 그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주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제작사에서 협찬받은 드라마 의상과 장비등등을 점검하는데에 참석 하느랴,
여러 스텝분들과 인사도 갖고 회식도 하고...
그렇게 바쁜 일주일이 지나갔고 이제 내일이면 제작발표회를 갖게된다.
저녁때라 일찍 잘 필요는 없었지만, 그 동안 드라마 준비로 피곤했던 나는
쏟아지는 잠을 못이기고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막 잠이 들려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엄마?"
_"내일...못 오지?"
"내일?"
_"니 누나..."
"아 맞다 엄마. 내일 나 드라마 제작 발표회야. 못갈거같아."
_"그래. 잘 해. 집에서 엄마가 열심히 챙겨볼게."
"엄마 우는거 아니지?"
_"엄마가 울긴 왜 울어. 얼릉 자라. 피곤하겠다."
뚜...
엄마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핸드폰을 내리며, 나는 찬물을 한바가지 얻어 맞은듯한 느낌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그렇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상하게도, 최근 몇년간 잊고 지냈던 그때의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 새록새록 솟아 오르고 있었다.
누나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늘에서 정말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걸까?
*
"윤세현"
잠이 들었나?
나는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뭐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선 나는
익숙한 얼굴과 마주 할 수 있었다.
"누나?"
"하지마."
"..."
누나는 내 침대 맡에 앉아 울먹이며 말했다.
"누나..."
너무도 놀란 내가 누나를 잡으려 들었지만, 누나는 내 손길을 피해 일어섰다.
"하지마. 응? 하지마 세현아."
"무슨소리야!!!"
"하지 말라고!!!! 아...아흑..."
누난 배를 어루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누나!!!"
내가 일어서자, 누나는 재빠르게 창문으로 뛰어가더니
그대로 창문 밖을 향해 몸을 던졌다.
*
"으악!!!"
꿈이었구나.
나는 바람이 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것을 확인 하고 나서야 안심한 듯
얼굴에 흠뻑 젖은 땀을 훔쳤다.
그런데 지금이 몇신데 이렇게 어둡지? 새벽인가?
하고 시계를 본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후 4시.
제작발표회 두시간 전이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지금까지 잔건지 나도 참 대단하군.
ㅠㅠ
스스로 자책하며 침대에서 뛰어 내려온 나는 허겁지겁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여기서 서초까지 가려면 적어도 한시간 전에는 출발을 해야한다.
게다가 스텝들 중에는 내가 가장 막내급인데 적어도 20분전에는 도착해 있어야
미운털이 안박히지.
무슨 옷을 입을까 고심하다가 정장을 빼입고 다행히 한시간 전에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발표회 장소로 향하는 도중, 반포대교를 넘어 김작가님께 전화를 걸었다.
_"어~ 쭉~ 직진하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 해가지고 오다보면 있거든?"
"아, 보여요!"
조금은 중후해 보이지만 여려 조명들이 고고한 미를 뽐내는 팔레스 호텔에는
벌써부터 많은 기자들과 구경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뭐 내가 늦었으니 벌써부턴 아니지만^^;;;)
차를 세우고 허겁지겁 연회장으로 들어가니 이미 모든 스텝분들이 다 와 계셨다.
흑흑 ㅜ.ㅜ
죄송해요.
그나마 내가 좀 친한 사람은 김작가님 하나였기에 ㅜㅜ
연회장에 들어와 작가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저기 가운데 앞쪽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김작가님이 보였다.
왜 부담스럽게 저 자리야...
=_=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그쪽으로 가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위 아래로 훑더니
다른 기자들을 향해 무슨 정보라도 알리듯 소리쳤다.
"원작 작가님이시다!"
-_-;
대체 내 얼굴은 어떻게 알았지?
하여간 우리나라 기자들.. FBI보다 더 대단해.
취재진들은 순식간에 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으악...
저 카메라로 날 찍어서 인터넷에 어떤 모습을 유포시키려고 저렇게 달려들어!!!
김작가님쪽으로 그냥 뛰어갈까?
터져오는 카메라 셔터 앞에서 부들부들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다행히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태준씨 오셨습니다!"
그 소리에.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_-모든 취재진은 내게로 뛰어오다가 방향을 틀어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지 기분이 나쁜거라고 해야 하는건지.
그나저나 이태준 실물이 대체 얼마나 괜찮길래 김작가님이 그렇게 칭찬을 하는거지?
궁금한 마음에 나도 입구쪽을 응시했다.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쌓여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뭐 일단 기자들 틈새로 후광이
새어나오고 있음은 틀림 없었다.
무어라 인터뷰를 하던 이태준은 기자들을 뚫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위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작가님 말대로였다.
와...
정말 지금껏 살면서 실제로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이다.
꽃미남이라기 보다는 남성성이 강하게 풍기는 잘생긴 얼굴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정말 잘생겼다.
사람한테 어쩜 저런 후광이...
이태준은 넋을 놓은 나를 한번 흘깃 하더니 자신의 자리를 찾았는지
그곳으로 가 앉아버렸다.
잠시 멈춰서 있던 나도 카메라가 나한테 집중될새라 황급히 내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김작가님의 핀잔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이태준과의 첫 대면은
나에게 오묘한 감정을 주었다.
이태준의 외모에 반해서이기도 했지만, 새어나오는 그 후광속에 감춰진
이상한 느낌같은 것이 내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곧 발표회가 시작됨을 사회자가 알렸고 이상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_=
공연이 끝나자 영상으로 그간 드라마 제작을 위한 준비, 그리고 촬영 세트장,
이것저것이 화면으로 나오면서 사회자가 그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배우 및 제작진 소개로 이어졌다.
"자,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남녀 주인공분들을 소개해 볼까요?
먼저 오늘의 꽃이죠? 여자 주인공 역을 맡으신 우리 손정아씨를 소개합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셔터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뒤에서 터지는 플래시가 손정아의 투명한 피부에 투시되는듯 했다.
"네 안녕하세요 손정아입니다.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은 궁녀의 숨겨진 딸로 태어나
죽음의 운명과 싸우는 '새원' 이라는 역할을 맡았구요."
손정아의 소개가 끝나자 곧 이태준의 소개가 이어졌다.
"두말 하면 잔소립니다. 이 시대 최고의 탑스타를 소개하겠습니다.
이분 덕에 드라마 호화캐스팅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졌는데요.
자, 우리 이태준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태준이 웃음띈 얼굴로 무대 위에 올랐다.
아까보다 더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것같았다.
"안녕하세요. 이태준입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후궁의 몸에서 태어나 핍박을 받으면서도
끝내 왕위에 오르게 되는 남자 주인공 '열'이라는 캐릭터를 맡게되었습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옆에서는 작가님이 거의 침을 흘리다시피 하며 -_-;... 이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소개가 끝이나자, 이제 감독과 작가등 주요 스텝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모든 배우들이 서 있는 무대에 박강호 총 감독님의 이름이 불렸다.
감독님이 올라가 인사를 한 뒤, 직접 김지현작가님과 나를 소개했다.
"자, 제 소개는 여기까지 하구요. 이 작품을 이끌어주실 분을 소개 하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너무도 많은 드라마가 떠오를겁니다. 우리 김지현 작가님과,
이 작품의 원작 작가이신 윤세현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에 대고 뭐라고 짓거렸는지 모르겠다 ㅜㅜ
다음으로 김작가님의 인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달구어진 붉은 얼굴로
몇발자국을 물러섰다.
"아-_-"
그런데 ㅜㅜ 너무 물러났나보다.
뒤에 서 있던 배우의 발을 밟아 버린 것이었다.
"죄송해요!"
헉...
너무 당황햇던 나머지 내 목소리가 좀 컸었나보다.
김작가님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ㅜㅜ으악 죄송해요.
이런자리는 처음이라서...
"아 씨발 미첬나."
나는 나즈막히 들려오는 작은 욕설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다가 나를 흘깃 야려보는 그 남배우를 보고 나는 또 한번 비명을 지를 번 했다.
참 재수가 없게도 이태준의 발을 밟아 버린 것이다.
놈은 다시 앞을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또 다시 중얼거렸다.
"조심 좀 해라."
-_-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어이가 없어서 즉시 맞받아 쳤다.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그러자 이태준은 어이가 없었는지 다시 나를 바라보며 기가찬 듯 피식거렸다.
나도 살짝 기분이 상해서 이태준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앞에서 아직도 자기 소개를 하고 계신 -_-..김작가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괜한 후회가 밀려왔다.
저번에 김작가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라서 ㅜㅜ
그래서 이태준하고는 왠만하면 트러블 생기지 말자고 다짐까지 했는데
이거 첫 단추부터 잘못끼웠으니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했다.
나는 불안해서 살짝 고개를 돌려 이태준을 바라봤다.
놈은 나를 내리 깔아보더니 이내 시선을 틀었다.
난 돌아서며 깊은 한숨을 뿜었다.
자존심이랍시고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도 자존심이 있는 한 인간인데 ㅜㅜ
찾아가서 아깐 죄송했다고 싹싹 빌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렇게 제작발표회가 끝이나고, 밤 아홉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기자들을 돌려보낸 감독님이 스텝들과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자, 우리 왕자의연가가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가 났답니다.
그게 다 원작의 후광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아, 여러분 앞에서
다시 한 번 소개 해드려야겠네. 윤세현 작가님?"
ㅠㅠ
그런거 안하셔도 되요...
이미 저번주에 다 했잖아요. 라는 눈빛을 쏘아 보냈으나-_-
"에이~ 빨리 올라오세요! 배우분들은 모르시는 분들이 태반이니까.
같이 일할 사인데 그래도 얼굴은 알고 지내야지."
ㅠㅠ결국 무대에 오른 나는 또 다시 배우들에게 인사를 해야했다.
대다수가 환호성으로 날 맞아주었으나,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태준만은
=_=나를 정말 띠껍게 야리고 있었다.
"자아~ 이태준이는 표정좀 피고. ㅋㅋ"
"-_-네"
감독님 말에 나도 이태준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이태준은 나를 무슨 벌레 바라보듯 보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저걸 그냥!!!-_-
어색하게 배우분들과 스텝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자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진짜 다들 박수치는데 유독 이태준만 눈에 띄는건 -_-;;; ...흠.
감독님은 ㅜㅜ 드라마의 대박을 위하여 오늘 회식자리를 마련했다고 하셨다.
집에 가려던 나는 결국 회식자리에 끌려오고야 말았다.-0-
고깃집을 통째로 빌려서 이고기 저고기 먹으며 술을 먹은지 한시간 째...
나는 난생 연예인들을 이렇게 많이 본게 처음이라 고기보다는 눈을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연예인 이라고 ㅜㅜ중년 배우까지 싹 다 잘생겼다.
회식 분위기는 정말 도떼기 시장이었는데, 아까 까지만 해도 있었던 남녀주연배우는
어딘가 사라지고 없어따.
스케줄이 바빠서 먼저 갔나?
그때, 고기를 먹던 사람들 앞에, 술에 취한 감독님이
노래를 한곡 하겠다며 앞으로 뛰쳐나오셨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자 기가 살으셨는지 못하시는 노래를 기를쓰고 불러대신다.
"자아~ 이번엔 우리 글을 써주실 김지현 작가님의 실력을 들어봐야겠죠!!"
"와아!!!"
-0-
김작가님은 아니라고 손을 휘저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ㅋㅋㅋ
아니 이러다가 나도 시키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_-
나는 화장실에 갔다온다는 핑계로 일어섰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반갑다며 따라준 술을 마신터러 머리가 좀 어질했다.
(배우 송병식 아저씨가 술 따라줬다^^)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며 핸드폰을 열었는데 베터리가 다 닳아버려서
베터리를 가질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픈 주차장에 차들이 여럿 세워져 있었는데도 나는 그 중에서 내 애마를
ㅋㅋㅋ단숨에 찾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차문을 열고 베터리를 갈아끼우고 있는데,
내 차 옆에 세워진 이름모를 고급차량에 이태준과 손정아가 타고 있는게 보였다.
아니, 쟤들은 회식 중간에 왜 저기 타있지?
의아해하며 베터리를 갈아 끼우고 나오는데, 난데없이 옆에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정아가 내렸다.
-쾅!
문닫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차 옆으로 몸을 숨겼다.
-_-
왜 숨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뭔가 숨어야 할것 같아서-_-
"야 손정아!!!"
곧 이태준이 차에서 내려 그 마초틱한 목소리로 손정아를 불렀다.
"왜?"
손정아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맞받아 쳤다.
"처음부터 나랑 찍는거 다 알았으면서 뭘 이제와서 안해?"
"넌 나랑 드라마를 찍고 싶니?"
"니가 문제지 난 문제 없어."
비아냥 거리는 듯한 이태준의 말투는 내가 듣기에도 정말 재수가 없었다ㅡㅡ
"야!!!"
"선수끼리 왜그래? 너도 나 만나면서 그냥 즐긴거 아니었어?"
"너..."
"아아ㅋㅋ... 넌 사랑이라 그랬나? 근데, 난 그딴거 몰라.
나 그런 새낀거 알고 만난거면서 이제와서 왜 자꾸 찌질하게 구는건데"
손정아가 돌아섰다.
열에 복받쳤는지 떨리는 눈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는것 같았다.
손정아의 발걸음이 떨어지는 순간, 뒤에서 이태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내가 몸을 낮추고 있었으므로 ㅠㅠ 손정아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음)
"못하겠음 빠져. 여배우 하나 바꾼다고 드라마 안 망해."
결국 손정아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쟤네 무슨 사이였어?
-_-
아 정말 연예계는 거미줄같다.
겉으로는 정말 깨끗한 그런 이미진데 뒤에서는 일반 애들보다 더하구나-0-
그나저나 이태준 정말 나쁘다 ㅜㅜ
손정아가 나가고 나서 이태준의 차 쪽에서 담배연기가 올라왔다.
ㅠㅠ 아 다리아퍼.
쟤는 여기서 언제 나가려나.
그렇게 쪼그려서 한 5분간을 더 앉아 있는데 이태준이 드디어
내 차 앞을 지나가는게 보였다.
휴.
조용히 한숨을 쉬며 안도하려던 찰라, 나는 순식간에 얼음얼듯 얼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버린 것이다.
당황해서 핸드폰 소리를 재빨리 끄고나서 고개를 들었는데,
내 앞에는 이태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야, 너 나와"
ㅜㅜ
아 첫날부터 왜 이렇게 꼬이냐...
첫댓글 흥미진진한 방송계 쪽이라니 ㅋㅋ 빨리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