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청와대 출신 핵심 인사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칼끝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에서 멈출 것이라던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8월 23일 백운규
30일 대검과 대전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5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이들은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을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김수현은 청와대 탈원전 정책을 주도하던 에너지전환TF 팀장으로 일했다.
검찰 "탈원전 정책 청와대가 관련 부처에 지시"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월전 설계 수명연장 금지, 신규 원전 백지화 등 산업부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팀장으로 기후환경비서관과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TF를 만들었다. 에너지전환TF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야당·언론 비판에 대응하고 산업부 등 관련 부처의 전략 수립과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문미옥은 2018년 4월 청와대 내부 보고시스템에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정비를 연장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문재인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는 댓글을 직접 달았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공무원들이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대전지검 형사4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월성원전 관련 수사 대상자 20여 명 중 백운규와 채희봉,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산업부 공무원 등 7명을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 백운규 등 4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산업부 공무원 3명은 8일 대전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월성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법조계 "김수현·백운규 거쳐 장하성 실장까지"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백운규와 김수현을 넘어 윗선을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월성원전 조기 폐쇄가 진행된 만큼 백운규 등의 ‘무리수’에 정권 핵심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백운규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8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페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관계 공무원이 들어가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7월 새 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사건 보강 수사에 나섰다. 8월에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 수색했고, 9월에는 백운규를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월성 원전 조기폐쇄를 주도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 정책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정책실은 정부 내 경제·산업부처를 담당했고, 정책실장은 장하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