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산 옆이면서도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처음 집을 보러 온 날 들린 새소리와 청량한 공기에 한 번 반하고, 더할 나위 없이 멋지고 클래식한 외관과 구조에 두 번 반해서 이 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내 정원도 넓고 아름다워서 자연이 주는 삶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도면 독특한 구조는 마음에 들었지만 인테리어가 다소 중후하고 어두운 톤이라 제 취향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작업까지 하는 프리랜서이다 보니 매일 보는 공간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살아보고 하는 인테리어의 장점 : 집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보통 집을 계약하기 전 길어야 15-30분 정도 둘러보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당연히 집을 제대로 알기 힘들잖아요. 일 년 정도 살면서 사계절을 겪어보니 실제로 살아보기 전 알 수 없던 부분이 많았고 처음 생각했던 공사의 방향과 많이 달라졌어요. 겨울에는 어느 부분이 춥다거나, 주방이 어둡다거나, 집의 무언가가 고장 나 있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반면 살아보니 컨디션이 좋아서 굳이 철거할 필요가 없거나 맘에 들어 유지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들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보며 원하는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큰 공사 외에도 콘센트의 개수, 조명의 위치, 무언가의 높이, 생활 동선 등 세세한 부분을 결정할 때 실제 살았던 경험이 좋은 기준이 되어 주었습니다. 살다가 하는 인테리어의 단점 : 멀쩡한 집을 놔두고 사서 고생 저희는 한 달 남짓의 공사 기간 동안 에어비앤비에 묵고 짐은 모두 보관이사를 했습니다. 한여름, 에어컨이 고장 난 좁은 원룸에서 코로나로 인해 하루 종일 재택근무하는 인간2와 고양이2가 부대끼며 살았던 시간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힘들었어요. 특히 코로나 때문에 쉽게 외출할 수 없어 더욱이 힘들었습니다. 인테리어에 남다른 열정이 있어 견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다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럼 저희 집을 소개해 볼게요 :) 현관 After 어서 오세요! 현관 자재들은 모두 컨디션이 좋아서 그대로 유지하고 중문만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탈출을 꿈꾸는 고양이가 있어 중문 설치는 필수였어요. 최대한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프레임 없는 유리 + 차가운 느낌을 좋아해 스틸 손잡이를 달았습니다. 앞에 있는 벽은 원래 막힌 복도였는데 공사하면서 창을 내어 문을 여는 순간부터 집이 환합니다. 재미있는 사각 프레임도 생겼고요. 들어가면서 프레임 안쪽으로 거실이 보입니다. 현관에서 들어오면 이런 구조입니다. 집이 여러 물성으로 구성된 것이 좋아서 원래 있는 대리석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인테리어 실장님께서 센스 있게 바로 위에 조명을 달아주셨어요 :) 조명 아래 명판을 까치발 시공하고 싶은데 아직 계획만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하겠죠?? 화이트 톤의 환한 주방 After 햇빛이 다한 사진 ! 주방은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이 변화된 공간입니다. 이미 비포애프터 보고 깜짝 놀란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뜬금없는 위치에 있는 왼쪽 공간은 주방을 가려서 좁고 어둡게 만드는 주범이었는데요, 철거할 수 없는 문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앞에 반투명 슬라이드 도어를 추가 설치했습니다. 평소에는 슬라이딩 도어만 닫아두어 환한 해가 주방까지 들어올 때면 혼자 감동하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