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 후기- 의례나 의식의 필요성을 안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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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애쓰는 모습(사진 위)과 내가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아래). 분명 나는 산만을 찍었는데 그 안에 모델이 담겨 이를 본 가족들의 의심을 샀다.
어릴 적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면 제사보다는 잿밥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어른들께서 근엄하게 예를 올리는 것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든 이제 아버지를 비롯 어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은 조상들의 안위를 진지하게 여쭈었으며 조상의 영혼을 진심으로 위로했었다. 우리가 이제 추모기도나 차례를 지낼 때 아이들의 산만함에 아랑곳 않고 진지함을 갖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의례나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한 형식에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14일 경산회 시산제 행사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친구들간의 유대와 건강을 기원했다. 먼저 세상 떠난 친구들 영혼들을 위해 진정으로 예를 올렸다. 지나치는 등산객이 보면 어수선한 행사였겠지만 이러한 예를 올리면서 다시금 동창들을 생각하고 차분히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향로봉 밑 평탄한 자리를 정해 돼지머리 대신 돼지저금통을, 향대신 담뱃불을 피어올린 제사였지만 상차림은 푸짐했다. 각자 싸갖고 온 음식이 한가득 찼다. 진섭이 선물받은 쿠바 럼주도 한몫 했다. 그러나 잿밥보다는 시산제의 의미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시산제 후 과도하게 음복했으나 완벽한 산행을 했다. 향로봉을 오른편으로 끼고 족두리봉을 거쳐 불광역으로 하산하는 근 다섯시간의 산행이었다.
힘에 부쳤다. 기영이 연신 카메라에 친구들 사진을 담는 가운데 나는 대화를 나눌 기력과 여유 없이 줄기차게 산길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을 같이 한 나도 그 많은 장면들을 이제야 카페를 통해 보며 새삼 산행의 과정을 읽게 된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만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이다. 기영의 사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만 시산제 추억으로 갖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부리나케 하산하다가 문득 산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족두리봉을 바라보며 산 전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그리고 내 가족 카톡방에 올려 시산제에 왔음을 알렸다.
분명 산 전경 만을 찍었는데 사진 안에는 외국인 모델이 담겨있었다. 나는 산만을 담고 싶었고 산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내 가족들은 산은 보이지 않고 모델만 눈에 띈 것이다.
시산제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제사를 올릴 때도 각자 자기가 기원하던 내용이 달랐음을 느끼게 된다. 등산 중에 보았던 것 역시 각자 보고 싶은 것, 보이는 것에 따라 달랐으리라. 산행 중 온갖 상념도 제각각이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신념과 생활환경에 따른 사고와 생각이 고착되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서로 다름이 있으며 그것을 이해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안다면 다름은 아름다울 수 있다. 시산제는 그런 다름의 아름다움을 확인시켜 주었다.
* 시산제 참여한 모든 친구들에 감사하고 시산제 행사를 위해 찬조해준 동창회와 거금을 지원해 차기 산행에서의 뒷풀이도 마음 편하게 해준 서남원, 박홍재에게 감사. 토요일의 과음으로 일요일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수리산 벤치에서 한숨자고 산본으로 내려와 찜질방서도 몸을 풀었으나 온종일 헤매다가 월요일 새벽에야 정신이 들어 산행후기를 올린다.
첫댓글 회장님~~ 수고 많으셨소~~ 음복이 좀 과하셨네~~
못가서 아쉽구먼. 참석자 면면도 그렇고, 젯상 차림도 그렇고 알찬 시산제였던 것 같네. 산행코스, 산행시간도 적절했던 같고...좀 벅찼나? 그래도 신나게 어울리는 것 보면 여전히 찬란한 청춘이야. 멋있다^^
나두참석못해미안하구만 회갑여행이쪼ㅡ끔길어 참석못했습니다 4월엔기필코 참석을기대합니다
어디로 다녀오셨나? 공개아셔야 다른 친구들 참조하지.
모두들 수고 많으셨네.
올해도 다같이 즐거운 안전 산행기원합니다~
모두들 수고가 많았지만 특히 태호와 찬엽이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았다.
내가 보기엔 관희, 병진, 그리고 자네도. 누군가는 또 다른 친구가 보였겠지. 서로서로 그렇게 봐야지.
동영상 찍듯이 힘들고 지칠줄도 모르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무지막지하게 작품만들며 샷타눌러대느라 고생많이 하셨읍니다~~조찍사!! ㅎㅎㅎ
고생은 뭐~.... 태호.. 너야말로 정말 고생 많았다. 공포의 경사 바위도 성큼성큼 잘도 극복하면서 내려오더군....
한줌 흙이 이루어져 산이 됐겠지..경건히 오르겠노라 산신령에게 신고들 했으니 올 한 해도 안전 산행 되겠지 함께 못 해 미안해
댓글 늦었네..... 올해 경산회 잎날에 축복이 늘 함께하기 바라네^^
기영이 애써준 덕에 멋진 사진 많이 남겼네..... 복많이 받을 꺼여.... 고맙네^^
진섭이와 함께 산행했던 북한산길이 벌써부터 아련해 지네... 진섭아~ 만나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