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쯔, 우세쯔가(좌회전, 우회전) 되지 않는 나날의 연속.
한국어 내비게이션이 된다는 말은 한국어 음성이 나온다는 말이고, 작동은 일본어로.
사전에 충분히 교육이 있다는 말은 대충 십분간 주의사항만 말해주고 나머지는 프린터한 종이 몇 장.
일부러 보험에 들지 않았다....무슨 배짱인가. 이게 더욱 불안한 마음을 부추켰다.
오키나와는 제주도 보다 약간 작은데, 남북으로 길게 고구마 처럼 늘어져 중앙에 고속도로가
있다는 걸 도착한 첫날 알았다. 열쇠를 받아 쥐니 살이 좀 떨린다. 좌우가 헷깔린다.
죄우 신호를 준다고 왼손으로 툭 치면 윈도우 버퍼가 맹렬히 돌아간다. 오른쪽으로 해야 한다.
가까운 이온 몰에 슬금슬금 기어가서 후진을 해보니 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허리가 우측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물학적 사실도 알았다.
하긴 왼쪽으로만 허리를 돌려 몇십년간 주차 했어니.
후진에 따른 좌절감.
용케 고속도로에 올라 톨게이트를 지났더니 차단막이 열리지 않는다. 영문을 모르겠다.
눈치보고 약간 후진 했더니 사무실에서 사람이 뛰쳐 나와 소리 친다. 다행히 내 차량에
여기 외국인이 타고 있으니 잘해 주시오 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티켓과 돈을 주었더니
길 옆에 잠시 세워라고 하여 기다렸더니 잔돈과 함께 온다. ETC ETC ETC 사인을 가리키며
저쪽으로는 안된다고 한다. 난생 처음, 그게 하이 패쓰 비슷한 것이란 걸 알았다.
등 뒤로 진땀이 흐른다.....
암시적으로, 최면적으로 차는 왼쪽으로만 왼쪽으로만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자기도 모르게 우측편에 다소곤히 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에서 달려오는 차의 끔찍함.
4일간 운전을 하여도, 역주행 한다는 공포감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무심결에, 우측으로 차를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25년 운전 습관이 하루 밤이나 며칠 사이에 전환 될 까닭이 없는 것이다.
깜박이 넣는다는 게 윈도우 브러쉬만 작동 시킨다...
맵코드란 걸 처음 알았다. 렌트카 회사에서 한국인이 다닐 만한 장소의 백 여개 맵코드를
주길래. 전화 번호를 넣어도 된다. 하지만 유명한 곳, 호텔이나 식당이 아니라면 안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면 주소로 입력해야 하는데 이게 난감했다. 한자로 쓰여진 주소를 읽어 오십음표에
따라 인풋해야 하는데, 정확한 히라카나의 철자를 외국인이 알리가 있나......
그때마다, 주차장에서 일본인에게 다가가서 '스이마센, 몬다이가 아룬데스께또,,,,죄송하지만
문제가 좀 있어, 어쩌구 저쩌구. 주소도 정히 안 먹히는 경우 전화를 해 달라고 하여 상호간
통화 한 후에, 주소 재입력 쇼. 꽤나 일본인을 괴롭혔다.
덕분에 영어가 좀처럼 되지 않는 일본인에게 일본어로만 말했는데도 뜻이 다 통하는 기적으로
인해 부쩍 자신감이 늘었다.
4일을 부지런히 쏘다녔는데 연료비가 삼만원이 채 나오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렌트카 하면 2만원도 채 나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의 모닝급 가솔린 차로 다녔는데
기름값이 싼 탓인지, 본래 일본 차들이 정말 연비가 좋은지 모르지만
생각 이상으로 렌터카와 기름값이 저렴하였다.
다만, 한국인이 오키나와에서 얼마큼 사고를 내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외국인이 하도 많이 렌터카 빌리니
시민들도 아는 것일까. 간혹 앞차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걸 보고 저 차에 한국인이 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붙어 있으니 부딪칠 것 같아 좌로 붙이다가 다시 우로 붙이고
비틀거리며 운전을 하는 경우는 외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