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고인돌
- 학명란
침묵하고 있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던 때부터
내 사랑은 천천히 켜를 이루며 당신께로 향했습니다
침묵하고 있다고 기다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 지구의 가운데 어디쯤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마그마처럼
뜨겁게 용솟음치는 언어들은 당신께로 조용히 흘러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고 돌이 되었습니다
침묵하고 있다고 당신을 잊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새벽안개가 허리를 휘감고, 푸른 하늘빛이 정수리로부터
고요히 스며드는 시간이면 나는
쿵 쿵,
마른 심장을 두드리며 당신 그림자를 맴돌고 있습니다
-시집『문득』(포엠포엠.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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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한 성씨를 만났습니다 십장생이 일가를 이룬 집안이라니....
몇 만년 전의 고인돌이 이야기하는 역사처럼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고인돌의 침묵과 기다림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란 걸 드러내보이려고
시를 빚어내는 솜씨가 아주 정갈하네요
우리가 아는 고인돌은 고대(석기시대)의 지배자들 무덤이었습니다만
크고 작은 고인돌이 수백기나 널려 있는 화순에 가면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하더군요^*^
무슨 지배자가 그렇게 많았을까? 혹은 그토록 긴 역사를 가진 부락이 있었을까? 하고요
문득. 심장이 쿵, 쿵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고인돌이 내뿜는 뜨거운 언어들과 마주선 시인의 감성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