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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제1차 인간의 형제애 국제모임 “혼자가 아닙니다”(#NotAlone) 개최... 평화와 형제애를 포용하는 세상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Fratelli tutti」에서 영감을 받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제1차 인간의 형제애 국제모임 ‘혼자가 아닙니다’(Not Alone)에서 3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보다 정의롭고 형제애 넘치는 세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선의의 모든 이에게 동참을 촉구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는 형제애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온 단체와 가수 및 예술가들이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행사에 함께했다. 또 전 세계를 대표해 여덟 개 도시가 온라인으로 동참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기도와 애정을 보냈다.
Michele Raviart / 번역 박수현
형제애는 모든 이를 포용한다. 6월 10일 오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첫 번째 국제모임이 열렸다. 이날 세계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We are the world”라는 곡조에 맞춰 함께 모인 젊은이들은 모든 이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교황청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0년 회칙 그리고 인간은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기에 신앙을 가진 모든 이 가운데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교황의 헌신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주제는 “혼자가 아닙니다”(Not Alone)이다.
평화와 정의에 대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호소
이라크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018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 창시자 겸 방글라데시 벵골 경제학자·사회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이번 행사를 위해 로마를 찾은 30여 명의 다른 수상자들을 대표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서명한 선언문을 낭독하며 성 베드로 광장에서 다음과 같이 전 세계에 호소했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 정의, 평등이 모든 인류의 길잡이입니다. 더 이상 공포, 성폭력, 가정폭력은 안 됩니다! 더 이상 무력충돌은 안 됩니다. 핵무기와 지뢰도 이제 더 이상 안 됩니다. 강제이주, 인종청소, 독재, 부패, 노예제도도 더 이상 안 됩니다. 이제는 기술의 남용과 인공지능의 조작적인 사용을 멈추고 기술발전을 우선하여 형제애로 세상을 기름지게 합시다.”
모든 남자는 형제, 모든 여자는 자매입니다
선의의 모든 이에게 보내는 이 초대는 “이 꿈을 받아들이고 나날이 이를 실천해 모든 정부 지도자를 비롯해 모든 차원에서 크든 작든 시민적 책임을 지는 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이 호소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바티칸 시국 교황 총대리 겸 성 베드로 대성전 대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탈장 수술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교황을 대신해 연설문을 대독한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들은 “언제나 모든 남자는 나의 형제, 모든 여자는 나의 자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구의 정원에서 조화를 다시 발견합시다
이들은 “지구라는 정원에서” “형제자매로 함께 살길 원한다”고 단언했다. 왜냐하면 “형제애의 정원은 모든 이의 삶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때 “잃어버린 조화”는 실로 “존엄성이 존중을 받고 더 이상의 눈물이 없으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고 교육이 보장되며, 건강을 돌보고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자연이 회복되고 정의가 존중되며, 공동체가 외로움과 두려움을 포용할 때 다시 번영”한다.
개인에서 시작해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형제애
이런 의미에서 형제애는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것이다. 그것은 연민, 나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절제, 책임감으로 자양분을 공급받는 마음의 힘이다. 가정, 학교, 직장, 기관 등 일상생활의 관계에서 매일 작은 씨앗을 심어 “영적” 형제애를 함양하고, 이것이 모든 이의 동등한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형제애”로 이어져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평화를 이루고자 ‘환경 형제애’를 도모하려 한다”며 “세상의 운명, 피조물 돌봄, 자연의 조화, 지속가능한 생활방식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정의로운 생태적 전환, 모든 이를 위한 식량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상호 존중과 모든 이의 복지를 배려하는 데 뿌리를 둔 조화로운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다.
파롤린 추기경 “우리 모두는 형제애의 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 모두는 이 같은 도전이 일상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하며, 모든 이가 이러한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말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의와 헌신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걸을 수 있는 주된 길, 곧 교회가 항상 세상에 제시해 왔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회칙 「Fratelli tutti」에서 매우 정확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취하신 형제애의 길이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인간의 형제애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든 것이 진정으로 평화와 연대의 새롭고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보여준 이 몸짓은 정확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감베티 추기경 “우리를 하나로 묶는 초월적 근원에서 하나가 됩시다”
교황의 쾌유를 위해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초대한 감베티 추기경은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에 보편적 형제애라는 지평을 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제애는 인류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류애는 지식과 친숙함의 자연스러운 유대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형제애는 “다양성은 있지만 틀리지 않다는 인식”과 “우리를 하나로 묶는 초월적 근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 베드로 광장과 연결된 전 세계 여덟 개 도시의 광장
전 세계도 평화를 이루는 데 동참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여덟 개 도시의 광장이 성 베드로 광장과 연계해 온라인으로 교황에게 인사를 전하며 하나가 됐다. 형제애가 사라진 콩고공화국 브라자빌에서는 환영의 춤과 노래로 장벽을 넘어서는 다리를 놓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에서는 젊은이들이 인간 사슬 모양으로 춤을 췄다. 페루 리마에서는 소농들의 증언이 나왔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교황을 향한 진심 어린 인사가 이어졌다. 아울러 종교 간 대화의 상징인 예루살렘, 일본 나가사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그리고 지중해에서 이주민을 구조하는 이오니아해 구조선이 정박해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트라파니 항구 등도 동참했다.
지중해 탈출
이오니아해 구조선에서 세네갈인 이브라힘 군의 증언이 나왔다. 그는 16세의 나이에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사하라 사막을 건넜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고 여성들이 강간당하는 리비아 강제수용소에서 6개월을 보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구조선의 도움 덕분에 그는 교황이 명명한 ‘십자가 없는 공동묘지’인 지중해에서 매년 목숨을 잃는 2000명 중 한 명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유엔난민기구 그란디 고등판무관 “우리는 형제애의 평등을 요구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필리포 그란디 고등판무관은 “형제애는 구조, 환대, 포용과 같은 구체적인 몸짓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국경없는의사회’와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 등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많은 기관이 형제애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란디 고등판무관은 “이탈리아에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을 환대하며 형제애의 눈부신 모범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늘날 아무도 말하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을 피해 피란길에 오르는 50만 명의 수단인들도 있다”며 “우리는 형제애의 평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참여 아티스트들
이탈리아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 카를로 콘티의 진행으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메조 소프라노 칼리 파올리, 첼리스트 슈테판 하우저, 이탈리아 발레 무용수 로베르토 볼레, 안토니아노 디 볼로냐의 소규모 합창단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또한 미국 가수 아미 스튜어트, 이탈리아 가수 겸 작곡가 시몬 크리스티치, 미스터 레인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가수 마티아 발라르디, 이탈리아 싱어송라이터 파올로 발레시, 스웨덴 헤비메탈 밴드 아마란스, 이탈리아 가수 알 바노도 함께했다. 이들은 형제애 넘치는 세상을 위해 이날 행사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