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
* 72세 친구, 완주 축하!! 배석규 씨의 해설과 영화, 음악
1. 2시간 35초 - 마라톤 세계신기록 Kelvin Kiptum(케냐) * 시카고 마라톤(2023.10.8.)
2. 마라톤 전투 (The Battle of Marathon) : Tyler Cunningham
3. 영화 ‘말아톤’ : 음악 : 김준성 말아톤 리믹스 조승우/JFF
4. 마라톤 : Day6
1. 오래, 길게 달리기가 마라톤입니다. 42.195 Km, 우리나라 거리로 105리를 달려야 끝나는 운동입니다. 달리기 종목 가운데 가장 깁니다. 극한적인 상황을 끈기와 지구력, 정신력으로 견뎌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으뜸 스포츠로 꼽힙니다.
긴 레이스 동안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이어집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복과 희열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습니다. 결승점을 통과할 때는 성취감이 최고에 이릅니다. 아마 그것이 힘든 달리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 우승이 아니라 완주를 목표로 뛰는 운동이 바로 마라톤입니다. 그래서 흔히 마라톤은 사람의 삶과 비유되기도 합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남겨진 가장 유명한 金言입니다.
가을은 마라톤 마니아들이 설레는 계절입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몸이 근질거리는 때입니다. 국내 마라톤 마니아는 20만 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아마 이 가을에 한 번 정도는 42.195 Km 완주에 도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뛰면 한동안 쉬어야 합니다. 한 계절에 여러 번 도전은 무리입니다.
이틀 전 미국 시카고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친구가 시카고 마라톤에서 완주했다는 소식과 함께 완주 메달을 목에 건 사진을 카톡에 올렸습니다. 대학 친구이자 언론계 동료이기도 한 이 친구는 소식도 없이 시카고로 훌쩍 떠나가 긴 레이스를 완주했습니다. 동아일보 신동아 부장을 지낸 김일동, 그 친구에게 우선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4만 7천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몇 명이 완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흔두 살의 나이에 33,379번을 달고 풀코스를 5시간에 완주했습니다. 기록에 상관없이 만 일흔두 살을 넘어 완주한 사람은 아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이미 60대 때 보스턴과 베를린 마라톤에서 완주했던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의 도전과 성취가 무척 대단하고 찬사 받을 만큼 돋보입니다.
이번 시카고 마라톤대회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은 2시간 1분벽이 깨지면서 세계신기록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풀코스에 세 번째로 도전한 케냐의 캘빈 키프텀이 2시간 35초로 들어오면서 2시간 1분 벽을 인류 최초로 깨뜨렸습니다.
이제 2시간 벽이 무너지는 상황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기록은 이봉주의 2시간 7분대에서 뒷걸음치고 있지만 케냐의 선수들이 2003년부터 2시간 3분대에서 번갈아 신기록을 세우며 기록을 앞당겨 왔습니다.
23살 Calvin Kiptum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sIoHbNL-o20?si=dziR_exTP092C0DX
2. 마라톤(Marathon)은 그리스의 마라토나스(Μαραθ?να?)의 영어식 발음입니다. 그 평원은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이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친 유명한 전쟁터였습니다. 마라톤의 유래는 이 전쟁의 전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전설은 이렇습니다.
페르시아군을 물리쳤다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라는 연락병이 아테네까지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아테네에 도착한 그는 승전보를 전하고 그대로 쓰러져 숨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페이디피데스가 달린 42.195km가 마라톤의 거리가 됐다는 전설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전설에 불과합니다.
우선 페이디피데스라는 연락병은 스파르타에 긴급 구원을 요청하기 위해 보내진 병사의 이름입니다, 그는 241.4 Km 떨어진 스파르타로 이틀 동안 달려가 원병을 요청했지만 스파르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라톤 전투의 승전보를 전한 병사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멀쩡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거리도 실제 측정해 보니 42.195 Km가 아니라 36.75 Km였습니다.
마라톤의 전설은 근대올림픽의 아버지로 불리는 쿠베르탱 남작의 지인 가운데 문헌학자 미셀 브레알(Michel Breal)이 각색해 낸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인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든 겁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선의의 가짜뉴스인 셈입니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입니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육지를 통한 그리스 공격을 타진해 보기 위해 기원전 514년 스키타이 원정에 나섰다가 최초 유목민족의 초토화 퇴각 전술에 말려 악몽을 꾼 듯 패배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중에 바다를 통한 그리스원정에 나섭니다. 기원전 490년 2만 5천 병력을 동원한 페르시아 대군은 그러나 마라톤 평원 전투에서 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아테나군에게 패배합니다. 아테나군의 전사자는 192명, 페르시아군의 전사자는 6,400명이었습니다.
그 승전보를 전하는 이야기가 마라톤의 전설이 됐지만 이 전투를 자세히 기록한 헤로도토스의 ‘역사’ 어디에도 연락병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 게임에서 마라톤 종목이 제외된 이유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 이야기는 꾸며냈지만 소수의 병력으로도 전술만 뛰어나면 대군에게 이길 수 있다는 사례가 된 마라톤 전투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림과 음악으로 만나보는 ‘마라톤 전투’, ‘The Battle of Marathon’입니다. 음악은 유투버 Tyler Cunnningham이 작곡했습니다.
https://youtu.be/LXArzijUyRs?si=FsT6RZk0ZUYAKhYA
3. 근대올림픽 초기에는 마라톤의 거리가 42 Km 전후에서 들쭉날쭉했습니다. 그런데 그 거리가 42.195Km로 굳어진 것은 1908년에 열린 4회 런던 올림픽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런던 올림픽 당시 원저성에서 올림픽 스타디움까지는 26마일, 41.843 Km였습니다. 그런데 로열박스에서 왕족들이 결승점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영국 측의 요구에 따라 거리가 385야드(352m)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합친 거리 42.195Km가 공식적인 마라톤의 거리가 됐습니다.
‘나는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마라톤 이야기에서 2005년 영화 ‘말아톤’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5살 지능을 가진 자폐증의 스무 살 청년이 만들어 낸 감동적인 마라톤 풀코스 도전 이야기입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마라톤 풀코스 42.195 Km를 2시간 57분 07초에 완주한 19살 배형진 군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뛰는 것을 ‘Sub 3(서브 쓰리)’라고 합니다. 바로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욱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신파가 없는 데도 조승우와 김미숙의 연기로만 진한 감동을 전달받는데 모자람이 없습니다.
조승우의 ‘가장 행복한 달리기’를 만나봅니다. 초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비가 오면 더 신나게 달립니다. 풀코스를 완주한 그가 한 말은 ‘엄마 이제 집에 가요’였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김준성 음악감독이 맡았습니다.
잔잔하고 감동적인 음악으로 그는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얼룩말을 좋아하고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초원이의 행복한 달리기를 만나봅니다. ‘달려라 초원’입니다.
https://youtu.be/sGFMfYZVn6o?si=2Ay6BeB3JNPRFidH
이 영화에서 인상에 남을 명대사는 모두 초원이를 연기한 조승우의 목소리로 나왔습니다.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엄마, 이제 집에 가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오늘은 초원이 42195 달리는 날’ 등 입니다.
이 대화를 포함한 리믹스 영상을 JFF 유투버가 제작했습니다. 15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JFF는 그동안 영화 ‘신의 한수’, ‘나 홀로 집에’ 등 여러 영화와 뉴스 등으로 리믹스 영상을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유투버입니다.
‘Just For Fun’의 약자가 JFF인 모양입니다. 이름 그대로 재미있는 ‘말아톤’의 리믹스 영상입니다.
https://youtu.be/S7kGlJy5mgc?si=tg5kdBGSC2CUXlu3
4. 젊은 아이돌 보이 그룹 Day 6의 ‘마라톤’ 노래를 들어봅니다. 노래를 부른 젊은 친구들이 작사 작곡한 록 장르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마라톤에 빗대어 젊은 세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들잖아. 이제 걸어도 괜찮아 잠깐 쉬어도 좋아 쉬엄쉬엄도 좋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 지금 너의 곁엔 내가 있어 함께 걸어가는 내가 있어 It’s okay to be slow’ 젊은이들의 위로와 희망의 노래 ‘마라톤’입니다.
https://youtu.be/pXw76zRAp2M?si=o5ve7mXyTlvc0QdW
젊은 시절엔 뜀박질 꽤 나 했나 봅니다.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6위로 입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착순이 잦은 힘든 군대 훈련에서 달리기를 잘하면 꽤 도움이 됩니다. 원주 제1 하사관학교6개월 교육 때 무수히 달렸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 달려보면 숨이 차서 금방 주저앉게 됩니다. 그래서 달리기보다 산길을 걷는 산행 쪽으로 돌아선 지 한참 됐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면 젊은 사람도 한 번에 4Kg 전후로 살이 빠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운동입니다. 그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풀코스를 완주한 친구가 대단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거리를 줄여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는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 어떨지 물어봅니다. 어쨌든 대단할 성과를 만들었으니 돌아오면 핑계 삼아 축하 모임을 한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