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50분 정도 밖에 안 걸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어지러운 것이 영 맥을 못 쓰겠다.
천천히 2시간 걷자고 나갔기에 이 시점에서 턴 해도 돌아가는데 50분이다.
오죽 힘 빠졌으면 택시비가 있나? 주머니를 만지작거렸을까.....
와중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오뎅 김이 모락나는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떡볶이도 팔기에 얼씨구나 하고 사 먹었다. "얼마죠?" 물으니 1인분에 3천 원이란다.
3천 원??
...............
포장마차에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빽빽이 둘러싸여 조잘조잘 거리며 사 먹고 있으면 그 사이에 끼어들어 군것질하기엔
이젠 쑥스러워 피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떡볶이에 대한 애정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식을 줄을 모른다.
한국인이면 대부분이 좋아하는 분식이기에 내가 떡볶이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후에 떡볶이에 대한 나의 지나친 애정 도수를 알게 되면 다들 경악한다.
요즘은 일주일에 2번 정도 먹는 꼴이지만 한창 좋아할 땐 하루 세 끼와 담날 한 끼까지도 떡볶이만 먹은 적이 있다.
오래전 학생 때 일이다.
낮잠을 솔찬히 자고 있는데 친구가 찾아와 괴롭힌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뭘 사야겠는데 명동에 있는 백화점을 가자는 거다. 양식을 사 주겠다며 억지로 나를 끌고 나왔다.
이 당시만 해도 칼질은 몇 년 전에 비해 상당히 저렴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고의 외식 코스였다.
백화점 도착..
예상가보다 비싸서 지출을 오버 하고 나니 나머지 물건을 사기엔 돈이 좀 모자란 듯해 보인다.
"이런... 양식 먹고나면 OO는 돈이 좀 모자라서 오늘 못 사겠네" 나 들으라는 듯이 의도적으로 연발하고 있다.
"너 여기까지 날 끌고 와서 칼질 안 하려고 지금 수 쓰고 있지? 사랑하는 칭구야, 그러다 죽는 수가 있다."
"어..어.. 그게 아냐.. 너 여기 어디 잘 아는데 있냐?"
"일단 몰려있는 곳으로 가보자. 배고파 죽겄다."
그러다 신세계 백화점 옆 골목의 나란히 3~4개 서 있는 포장마차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고추장 색깔도 이쁜 떡볶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 저거 쌀떡볶일쎄' 당시만 해도 대부분 밀가루 떡볶이가 대부분이었다.
먹지 않고 빠진 맵시만 봐도 쌀인지 밀가루인지 난 바로 구별한다. (요즘은 구별이 힘들지만...)
왜냐면 난 떡볶이에 관한 한 미식가이자 철학가이기 때문이다.
"야.. 우리 그냥 떡볶이나 먹자."
친구는 그 제의가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대답없이 나를 바로 밀고 들어갔다.
오뎅과 떡볶이 4인분..
떡볶이 1인분에 겨우 달랑 떡 알 8개 정도니 한창때 둘이서 4인분도 부족하다.
그래서 특이하게 삶은 골뱅이를 팔기에 그것도 먹었다. 맛은 다 괜찮았다.
"얼맙니까?" 지갑을 꺼내면서 친구가 물으니 '2만 6천 원'이란다.
'에엥?' 나도 놀라고 친구도 크게 놀랐다. "1인분에 도대체 얼맙니까?"
<떡볶이 1인분 3천 원 x 4, 삶은 골뱅이 한 접시 1만 원, 오뎅 4천 원>
방방곡곡 떡볶이를 먹고 다녔어도 포장마차에서 당시 1인분에 천원 넘기는 델 못 봤었다.
그것도 달랑 떡 8개 얹어 1인분 팔면서, 떡 하나에 4백 원이란 소리다. 대중적인 담배가 당시 5백 원하던 시절이다.
우린 떡볶이 1인분 1천 원 x 4, 오뎅 2천 원, 골뱅이 3~4천 원 정도 해서 끽해야 만원 생각했었다.
아까 떡볶이 먹으면서 듣자허니..
옆 좌석 20대 초로 보이는 남녀 두 쌍은 방금 미팅을 하고 자리를 옮겼는지, 서로 깍듯이 존댓말 쓰고 있었다.
여자들은 유행을 쫓는 스타일이었고 남자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조금은 남루해 보이는 자취생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모습.
남자들은 군것질 와중에도 잠시라도 여학생들이 지루해 할까 봐 유행에 뒤떨어지는 촌스런 애교와 재롱까지 보이면서
나름대로 만남을 지속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던데.....
우리보다 이것저것 곱빼기로 먹고 있었다. 그것도 골뱅이껍질을 수북이 쌓아놓아 가며.......
당신들도 우리처럼 골뱅이 한 접시가 끽해야 삶은 홍합 가격밖에 더 하겠느냐? 하고 시켰겠지.
또 질보다 양을 앞세워 싼 포장마차로 왔겠지...
음식값을 들은 여자들은 쑤군쑤군, 남자들은 웃음은 가시고 얼굴에 곤혹함과 낭패함이 자자하다.
"에잉.. 이 집 다시오나 봐라." 친구가 돈을 휙 내놓고 나갔다.
양식 대신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고, 친구가 못 산 물건도 사게 해주려 했는데 오히려 바가지 씌웠다.
후에 단골 떡볶이집에 물어보니 떡을 대주는 업자가 그쪽에도 떡을 대주기에 그쪽 얘기를 들어 본 적 있는데
그쪽 지역이 모두 비싼 건 아니고 그 골목 20m 정도, 3~4집만 특이하게 비싸단다.
포장마차가 금지된 자리에서 무리하게 장사해서 적발시마다 벌금도 내야하고 돈을 뜯어가는 부류들도 다양해서..
단골 장사는 관심없고 오늘 내일이라도 당장 장사 접을 각오로 하고 있기에 일단 바가지부터 씌운단다.
15년 전에 부대찌게와 갈비탕이 5천 원이었는데, 얼마 전 물가 파동 전까지도 5천 원이었다.
꾸준히 가격이 상승한 타업종에 비해 대중 음식은 상대적으로 별로 오르지 않았다.
떡볶이도 1인분 3천 원 시대는 그날 이후 오랜 세월 지난 얼마 전까지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만났다. 그것도 서울 번화가가 아닌 동네 어수룩한 포장마차에서...
텍사스 소고기 먹고 패기 만땅인 MB와 양촌리 이장 팀워크가 이뤄내고야 말았다. 대~한~민국!! ㅉㅉ~ㅉ! ㅉㅉ!
더 이상 1백 원 이라도 담뱃값 올리면 억울해서라도 끊는다고 벼르고 있는데 떡볶이도 추가해야 하나?
박리다매를 노리는지 그 속사정은 몰라도 옛 가격 고수해가며 유지하는 가게들이
돈 1, 2천 원을 떠나 시장국밥 집처럼 따스한 정까지 느껴지는 요즘이다.
첫댓글 떡볶이 1인분3,000원 비싼 건데요. 여기 학교 앞 분식집은 1,500인데 1,000원어치 달라고 해도 주고 김말이나 오징어튀김 가위로 잘라서 같이 버무려서 2,000원이면 나는 먹고도 남던데...ㅎㅎ 예전에는 포장마차가 서민들의 휴식처였지만 지금의 포장마차는 웬만한 술집보다 비싸다는. 근데 귤님..이쁜 아가씨인줄 알았더니 남자분인가요? 담배 얘기가 하 자연스레 나오길래 참 쿨한 여성이구나 했더니 문체가 아무래도...ㅎㅎㅎ..허긴 남녀를 따져서 무엇하리오마는 궁금하고 놀라워서.
아.. 저번에도 어떤분이 물어보시던데, 걷기카페에서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듯 해서 굳이 답변 안 했습니다만... 자꾸 오해하시는 분이 계셔서 말씀드리는데요. A컵이 필요한 뚱땡남자 맞습니다.
ㅋㅋ 전 아직도 귤님 여자인거 같은뎅.. 넘 둔감한건지..귤님이 여성스러우신건지..귤님 성 정체성이 의심스러버여..ㅋㅋㅋ
글 읽어보니 수노기님 말씀이 맞는것 같네요,,,,ㅎㅎ 귤님은 통인동시장의 떡볶이를 드셔본적 있나요? 3대를 이어온 떡볶이집,,,저희어머니가 그 집에서 떡볶이를 드셨고,,제가 먹었고,,제 조카까징,,,,,그나저나 떡볶이사랑 정말 대단하십니다,,,다음에 떡볶이번개 함 할까요? ㅎㅎㅎ 각자 만들 수 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거요,,귤님도 부루스타가 아닌 버너세대신가봐요^^ 그런데 떡볶이는 드셨나요? 사당동에 무진장 맛있고 유명한 떡볶이집 있다는데,,그곳에 번개를 내려볼까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네. 버너세대는 맞아요. 어릴때 송지호 해수욕장에서 옆 민박집에 놀러온 대학생 형들의 버너 터지는 사고를 직접 목격한 후론 버너는 안 만지지만요. 사당동 어딜 말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위 글에 단골떡볶이집에서 물어봤다고 했는데... 그 집이 사당동 포장마차입니다. 이젠 안 간지 오래되지만요. 4~5년 전 한번 우연히 들러봤는데 맛이 변했더군요.
앗...맞아요,,포장마차^^ 그새 맛이 좀 변했던가요? ㅎㅎ
우리동네에선 이미 3천원 내고 먹었는데....맛은 있는데 저도 좀 비싸다 싶어서 배달시켜요. ㅎㅎㅎ
참 나...그 옛날에 3000원은 너무 심했다그건그렇고 너무 먹고 싶어요떡뽁이랑 순대...
유혹을 못참고 떡뽁이랑튀김이랑 먹어버렸어여. 최후의 만찬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