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세요
장내 미생물 중 ‘뚱보균’ 많으면, 같은 양 먹어도 체중 쉽게 늘어
유익균-유해균 균형 잘 맞춰야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유산균… 장 건강 지키고 체지방만 감소
근육 손실 없는 다이어트 도와
게티이미지
젊었을 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사람이라도 피해 가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나잇살’이다. 중년에 접어들면 쉽게 지방이 축적돼 뱃살뿐 아니라 여기저기 군살이 붙는다. 젊을 때보다 더 먹는 것도 아닌데 살은 계속 찐다. 이는 바로 기초대사량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 똑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지방이 쉽게 축적되고 근육량이 줄어든다. 나잇살은 심하면 갱년기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같은 질환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중장년층은 10, 20대 시절 다이어트와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
내장지방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
나잇살의 가장 큰 원인은 호르몬이다. 흔히 나잇살은 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찌는 살이라고 부른다. 갱년기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체지방이 증가하고 특히 복부지방이 늘어난다. 남성 또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근육량이 줄면서 신진대사량이 떨어지고 체지방이 증가한다.
특히 여성은 출산 및 폐경 이후에 나잇살이 잘 붙는다. 임신 중에는 태아 보호를 위해 복부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는데 이때 쌓인 지방 중 1∼4kg은 아기를 낳은 뒤에도 배출되지 않고 남는다. 이 때문에 출산 후 여성은 복부지방이 늘어지고 근육은 팽창한다. 이렇게 처진 피부와 근육에 중년 이후 뱃살이 붙으면 나잇살이 심하게 나타난다.
폐경기가 되면 체내 여성호르몬 감소와 함께 나잇살이 본격적으로 붙는다. 갱년기(폐경이행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kg 정도 체중이 는다. 갱년기는 보통 4∼7년 지속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나잇살이 3∼6kg 정도 찌는 것이다.
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쌓인 지방은 주로 내장에 집중된다. 흔히 40대 이후의 나잇살은 ‘마른 비만’의 형태로 나타난다. 겉보기엔 날씬하지만 배만 나오고 체지방률이 25%가 넘는 상태를 마른 비만이라고 부른다. 내장지방은 체내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성인병,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장내 ‘퍼미큐테스’ 비율 확인해야
나잇살이 찌기 시작한다면 이미 기초대사량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태라 20대 때와 똑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찐다. 나잇살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과식하지 않고 지방과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여 전체적으로 하루 섭취 열량을 줄이는 ‘절식’이 필수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이 바람직하다. 흰 밀가루를 통곡 밀로 바꾸고 하얀 쌀밥을 잡곡밥으로 대체하면 섬유질 섭취량이 늘어나 신진대사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장내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는 이유는 장내 세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만인 사람일수록 장내 세균 속 ‘퍼미큐테스(뚱보균)’의 비율이 높다. 반대로 날씬한 사람들의 장에는 ‘박테로이데테스’, 일명 ‘날씬균’이 많다는 게 학계의 이론이다.
2019년 분자과학국제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비만환자의 퍼미큐테스 비율은 72.97%, 박테로이데테스 비율은 22.50%인 반면 정상인의 퍼미큐테스는 56.95%, 박테로이데테스 36.2% 비율로 나타났다.
퍼미큐테스는 장내 유해균 중 하나로 몸속 당분 발효를 촉진해 지방을 과하게 만들고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준다. 반대로 ‘박테로이데테스’, 이른바 ‘날씬균’은 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서 살이 잘 찌지 않도록 돕고, 지방 분해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한다.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체내 지방연소 및 체중 감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퍼미큐테스와 달리 혈당 감소 호르몬을 활성화해 체내 혈당도 떨어뜨린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상 체중의 쥐에게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각각 이식했다. 그 결과 뚱뚱한 사람의 균총을 이식한 쥐는 비만이 된 반면 마른 사람의 균총을 이식한 쥐는 체중이 줄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과 체중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체지방 감소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개발
적게 먹어도 살찌는 사람,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 사람은 장내세균총 관리를 통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장내 유익균의 수를 늘리고 유해균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게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 증가와 유해균 감소를 도와 장내 균총을 정상으로 맞춰준다.
최근에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을 가진 프로바이오틱스도 개발됐다. 바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HY7601+KY1032’이다.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HY7601),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KY1032) 2종 균주의 복합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장 건강’과 ‘체지방 감소’라는 다중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정착해 지방세포의 합성을 억제하고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켜 체지방을 줄이는 원리다.
과체중인 한국인 남녀 12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하루 100억 CFU의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을 섭취하게 한 뒤 다이어트와 관련한 6가지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체지방률, 체중, 복부지방면적, 피하지방면적, BMI(체질량지수), 체지방량의 유의적 감소를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제지방량’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제지방량은 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양으로 근육, 무기질, 수분 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체지방량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근육이나 수분의 감소 없이 오로지 체지방만 빠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근육 손실이 없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의미한다.
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