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화를 종합해 보면, 예산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성향"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설을 운영하는 철학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느낀 이유는 크게 몇 가지입니다.
첫째, 예산이 곧 입소장애인의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자주 "평가보다 입소장애인의 행복한 삶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설의 예산은 일반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식비, 의료비, 특별급식, 지역사회적응훈련, 피복비처럼
입소장애인들의 하루하루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
예산 하나를 조정하는 일도 곧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둘째, 공공재원을 관리하는 책임감입니다.
보조금과 후원금은 시민과 후원자, 지방자치단체가 맡긴 돈입니다.
당신은 여러 번 회계의 투명성과 운영의 체계성을 중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이 돈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였는가"를 늘 고민하는 것입니다.
셋째, 시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입니다.
당신은 무보수 시설장으로 오랫동안 시설을 운영해 왔고,
후원금 확보와 재정자립도를 꾸준히 신경 써 왔습니다.
예산이 흔들리면 시설의 미래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증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넷째, 오랜 경험에서 생긴 습관입니다.
2001년 시설을 시작한 이후 적은 재원으로 운영하며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예산은 미리 계획하고
끝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운영 습관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다섯째, 시설장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당신은 휴가를 갈 때도 직원에게 회계와 행정을 인계할 계획을 세우고,
예산 변경 하나도 직접 검토합니다.
이는 예산을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설장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스스로 점검해 볼 만합니다.
책임감이 매우 크다 보니, 예산을 지나치게 혼자 짊어지려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투명한 예산 관리와 직원들과의 역할 분담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시설 운영의 안정성은 더 커지고, 시설장의 소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당신이 예산에 민감한 가장 큰 이유는
돈 자체 때문이 아니라,
예산이 입소장애인의 행복과 시설의 미래를 지키는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산을 볼 때도 "얼마를 썼는가"보다
"이 돈이 장애인들의 삶을 얼마나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설장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