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라는 걸출한 히어로가 등장해서 마음이 좋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거침없는 맹활약에 기분도 우쭐하구요. 하지만 많은 분들의 우려처럼 "박주영" 이라는 엄청난 폭풍우속에 다른 선수들이 소외될지도 걱정이고 대표팀 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경계와 분쟁이 생길지도 염려되는게 사실입니다.
저는 2002년까지 트윈스의 매니아였습니다. 의아하실지 몰라도 LG그룹에서 운영하는 LG트윈스의 열렬하고도 자부심강한 야구의 리그팬이었지요. 2002년 월드컵의 감동과 함께 저는 잠실홈경기 전경기를 복기하며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었고 플레이오프 및 한국시리즈의 원정길에빠짐없이 나섰습니다. 당시 저는 부산에서 학업중이었는대 그 왕복 비행기값을 떠올리면 식은땀이 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야구를 보지 못합니다. 아니 가슴에서 완전 삭제했습니다. 안양의 팬들이라면 저를 이해하시겠습니까..
현재 야구판의 몰락은 자승자박이자 스스로 팬들을 저버렸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2002년 그해 겨울. 내 인생의 영웅 감독 김성근을 LG그룹은 학벌과 인맥으로써 일방적으로 경질하였고 당시 감독경질에 반대하고 나선 김재현, 이상훈, 유지현의 옷을 결과적으로 강제로 벗기고 말았지요. 그때 잠실구장에서 엘지카드를 자르고 버스를 대절하여 시위하며, 비시즌기간이었기에 LG세이커스 농구단의 경기에 플랭카드를 걸고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던 동지들 .. (너무나 가슴이 뜨거웠던.. 시위를 위하여 1000만원을 모금했던 트윈스 매니아들.. ) 비록 구단으로부터지켜드릴 수 없었지만 육순의 노감독의 환갑잔치를 마련하여 함께 울었던 그들이 그립기도 합니다.. 한때 단일 구단의 사이트로써 LG트윈스의 홈페이지의 리뷰/프리뷰로써 간단하게 조회수 3000을 넘기던 그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 저는 트윈스를 버렸습니다. 트윈스를 버리니 스포츠신문 가판대의 근처에도 가기싫고 정말 2년남짓 외우고 복기하던 데이터를 하나 하나 지우는 기분이란 .. 안양의 님들도 저와 같겠지요? 내 팀이라는거 종목을 망라해서 이런 아픔을 주기도 하네요.
제가 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동지들의 대부분이 이제 축구를 즐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수원으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다 팔려갔습니다. 하하)
네이버나 다음의 댓글을 보니 이동국. 안정환 선수에 대한 비방글이 많더군요. 더군다나 박주영선수에 비유당하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톱 스트라이커라는 자리는 역시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사커월드의 계시판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이런 뉘앙스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팬이라는 것. 역시나 세월을 함께 먹고 추억을 공유하다보니 세대간의 선호도는 다를 수가 있겠지요. 이를테면 박주영을 보고 자란 세대는 안정환의 K리그 폭주를 폄하하기 쉬울테고 이동국의 안타까운 혹사와 그 불굴의 의지를 인정할 기반이 약할겝니다.
비록 죄송스럽게도 야구팬이었지만 부산에 거주했기에 안정환의 로얄즈와 아이콘즈를 넘나드는 센세이션을 두눈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터져나가는 구덕구장.. 볼만잡으면 떠나갈듯 질러대는 함성들.. 당시 로열즈는 마니치 뚜레 안정환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개인기의 향연.. 별다른 전술의 조합이 필요없이도 보여지는 환상적인 쇼에
야구팬의 가슴도 설레였답니다. 특히 안정환이라는 선수. 동갑내기의 친근함을 좀 더 더해서 내 마음속의 환타지로써 쾅 도장찍어 버렸습니다.
이동국의 포항은 어떻습니까? 역시나 묵직한 슛팅을 구석구석 정확하게 날려대는 미소년의 맹활약은 연일 대서특필 되었고 지금의 박주영과 절대 비교될만큼의 활약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안정환의 팬으로써 지금의 박주영을 보며 그때의 안정환을 느껴봅니다. 정확한 슛팅. 안정된 드리블. 무엇보다 주변의 엄청난 동료를 모두 자기의 조연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라운드의 카리스마. 모두가 닮았습니다. 단지 박주영은 당시의 안정환보다 더 어리나 섬세한 면이 돗보이고 안정환은 박주영의 골행진을 넘은 우리에게 새로운 충격을 많이도 주었더랬지요. 전 그때 안느턴(?)이라 명명된 턴 동작에 이은 접기와 빨려갈듯한 드리블을 처음보았드랬습니다. (요새 박지성 선수가 종종 보여주더라구요)
우리는 팬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환타지를 맘 속에 정하고 사랑하며 아낍니다. 그것이 박주영이던 안정환이던 이동국이던 박지성이던간에 우리는 그 환타지를 사랑하는 만큼 존중받을 권리 또한 지닙니다. 환타지스타를 레전드로 성장시키는것도 스타만의 몫이 아니라 팬들의 몫도 분명히 작용합니다. 존중하고 상생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축구란 것은 11명이 하는 것이니까요.
막글이 길어지네요.
결론적으로 본프레레의 Neo 3 - 4 - 3에 대하여 써보렵니다. (내공부족은 아실테고.)
우즈벡전과 쿠웨이트의 최종예선의 좌우 윙포워드는 박주영과 차두리 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박주영이라는 선수과 좌측 측면에서 뛰면서 대한민국의 3톱 공격이 다른 방면으로 흘렀다는 점인대요. 전통적인 2002 스타일의 대한민국 윙포워드라면 윙에서의 크로스를 타겟으로 플레이 했다는 것인대, 이것을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부숴주더군요.
감독의 의도적인 전략일겝니다. 설기현 선수의 부재도 있었지만 박주영이라는 "중앙중심적" 인 플레이어에 맞게 3톱을 맞춰갔습니다.(청대에도 좌측 포워드로 뛰더군요.)
과거라면 이동국의 타겟팅이나 안정환의 순간침투에 촛점을 맞추었겠으나 박주영이라는 왼쪽 윙포워드는 철저하게 센터로 드리블링 혹은 2:1 패스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3톱의 꼭지점은 마크맨을 달고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박주영에게 그런 중앙의 찬스가 어김없이 터지더군요. 센터포워드의 입장에서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박주영이라는 선수의 중앙침투에 어쩔수없이 협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날카로운 클로스를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박주영의 가운대 중심적 플레이는 매우 효율적이었고 이동국과 안정환의 2선으로 회피플레이도 좋았습니다.
월드컵 4강을 만들었던 빠르고 힘좋은 윙포워드들. 설기현, 정경호, 차두리, 이천수의 돌파형 플레이도 버릴 수가 없지요. 따라서 박주영이라는 중앙중심적 플레이어를 얻으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또 다른 전술적 변형을 가능케하는 일명 박주영 시프트를 얻었다고 봅니다. 정신없는 좌우 돌파와 능력있는 원톱의 한방 외에도 좋은 옵션이 될 것같아서 기쁩니다.
누가 어떻게 기용되던 목표를 위해 누군가는 음지에 있어야겠지요. 그것이 경쟁의 미학이자 아픔아니겠습니까?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너무도 훌륭하게 자신을 컨트럴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세대를 아울러 박수받는 친구가 되길 도와주자구요.
>>저랑 생각이 비슷한 글이고 멋진글이기에 퍼옵니다~ 멋지군요~ 박주영시프트~
>>분명 중동원정때 박주영선수는 이제까지의 한국 윙포의 형태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지요...
>>박주영 윙포론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동원정시 적절한 중앙공격수와 포지션체인지로 좋은 찬스를 보였었죠..
첫댓글 정말 좋은 글이네요~ 김성근 감독 얘기도 좋고...
글 쓰신 분에게서 축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
예. 좋은글입니다. 박주영 윙포워드 보다 그가 제일 실력을 발휘할수 있는 포지션이 결국 그가 국대에서 위치할 포지션이라 여깁니다. 윙포워드는 박주영이 아니더라도 윙포로서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있으니까..그렇다면 쉐도우나 톱 공격수 자리겠죠.
휴 겨우 다읽었네 매우공감 ..^^ㅋ
옵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지만 결론은 역시 어떤 포메이션을 쓰던간에 박주영이 중심이 되야한다는 것이졍~~ 현재 최고의 공격수중심으로 공격이 이루어져야하는건 당연한 것...
로또의제왕//그런 글이 아닌데요? ;; 너무 한쪽팬입장에서 생각해서 쓴글이 아닌데요..;;
결론부분은 그냥 내 생각이에용~~
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