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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흐릿한 날 쓸데없는 이야기나 해볼까요?
정치 이야기는 매번 재미있고 할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죠.
특히 여기 회원들은 대부분 더민주 지지자들이니 국힘 지지자들 이야기를 한번 해볼게요.
거두 절미하고 바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저는 TK(대구경북)지역에서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나왔습니다.
졸업후 취업은 서울에서 했지만 어쩌다보니 서울에서 일하는 대구출신 아내를 만나고 말았네요.
(정수리에서 나는 고향의 흙냄새에 끌렸달까..)
그러다보니 본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처가 식구들까지 모두 TK 사람들이 되었어요.
(매형과 동서들은 어째서..)
물론 찐친들도 전부 TK입니다. 학교를 전부 그곳에서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특이한 점은 저희 부부 외에는 누구도 TK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순혈주의??)
아무튼 지금도 다들 저만 빼고 대구와 그 인근 도시에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저는 원치않게 다양한 입장을 가진 국민의 힘(으로 이어져온 보수세력) 지지자들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거기서 흔치 않은 '국힘 헤이터' 다 보니 그들과 숱하게 논쟁도 해봤고 몇몇은 전향?도 시켜봤죠.
키보드싸움이 아니라 실전 현피 말입니다.
('이 새끼 서울가더니 빨갱이 다됐네' 라는 말도 들어봤..)
그 경험을 살려 제가 구분한 국힘 지지자는 네가지 유형입니다.
첫번째 유형.
민주당 집권으로 실제적으로 피해를 본 경우입니다. 피해는 한 가정 전체가 보기 때문에 자식대까지 영향을 미치죠.
피해의 종류는 다양해요.
세금(부동산, 상속, 기업), 공정 이슈(페미, 정규직 전환), 정책(대기업, 에너지, 산업재해, 방역, 반일)등등.
의외로 민주당 정책들이 만들어낸 피해?는 생각보다 크고 광범위합니다.
여기서 자신이 입은 피해가 불가피한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 정부 때문에 직접적인 손해를 봤다는 게 중요한 거죠.
대표적으로 저희 처가가 그래요. 지금도 장인 어른은 노무현 정권때 세금 수억 맞은 이야기를 선거 때마다 하십니다.
대구 지역에서 부동산 임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시거든요.
아내 말로는 예전엔 새누리당 찍고 인증샷을 보내면 금일봉까지 보내주셨대요.
저의 대학교 동기, 선후배들도 이런 케이스가 많았죠.
4년제 지방사립대라 보니 대부분 중산층 이상은 되었거든요.(나만 빼고 부자ㅇ..)
TK지역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유형이 가장 많을 겁니다.
문정부 내내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그리고 가장 '샤이'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후보! 적어도 내게 피해는 주지않을 후보! 에게 투표하는 것.
국민인 내가 있어야 국가도 있는 거니 틀린 말은 아니겠죠.
두번째 유형.
경상도는 무조건이지! 우리가 누구 때문에 먹고 살았는데!
네, 지역주의와 과거의 향수 때문에 지지하는 경우입니다.
주로 TK지역 어르신들이 이 유형에 속하죠.(생각해보니 전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어르신들도..)
농사를 지으시는 저희 부모님도 국힘의 정책 방향과는 하등 관련이 없지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아버지는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 덕분에 처음으로 끼니를 굶지 않게 되었다고 늘 말씀하세요.)
거기다 '전라도는 90프로 민주당 찍는다매?' 하는 지역 대결까지 추가되면 더욱 불타오르겠죠.
여기서 재미있는건 이 유형의 지지자들은 자신의 이득보다 나라 걱정을 우선시 한다는 겁니다.
내게 줄 연금 좀 줄여도 되고 지원금 따위 안줘도 되니까 우야든동! 나라가 잘되야 한다.
얼마전에 아버지와 기본 소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건 빨갱이 정책이고 그러면 아무도 일을 안할 것이라고 주장하셨어요.
아버지는 전형적인 산업화 세대이고 으샤으샤 해서 각자 열심히 한만큼 먹고 사는게 최선이라 믿고 계시거든요.
저도 20대 혈기 왕성할 때는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로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40대가 된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각자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미래가 다르니까요.
(오히려 '주구장창 한쪽만 찍어 대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봐라. 둘다 망하지 않았느냐' 라고 설득하니
요샌 갑자기 민주당을 찍으시는..)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도 이런 유형의 지지자들이 많아서 국힘이 버티는 거다' 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입니다.
나라 팔아먹어도 찍어준다는 죽도시장 할매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거든요.(찡긋)
세번째 유형.
이건 유권자 비율 대비로는 많지 않지만 TK에선 적지 않을 거에요. 바로 국힘과 관련된 사람들이죠.
각종 '의원'이나 '단체장'같은 자리가 대부분 국힘으로 채워져 있다보니
그 가족들과 일가 친척들, 그리고 기타 이해 당사자들이 꽤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시의원 딸이나 모 국회의원의 조카와 같은 학과를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그 선배가 군도 면제받고 띵가띵가 놀다가 청와대 별정직으로 들어가는 거보고 오! 했었습니다.
다 '능력과 사정'이 있었겠죠.)
네번째 유형.
이건 많은 국힘 지지자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지지이유 같기도 한데요.
네, 대깨문이 싫어서 국힘을 지지한다! 는 분들입니다.
이게 요즘 가장 핫하면서 알쏭달쏭한 유형이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의외로 자주 만나는 분들이고 특히 온라인에서 많이 봅니다.(AKA 중도..)
(대깨문이 싫어서 민주당을 싫어한다! 와는 결이 또 다를까요?)
저는 그래서 카페 같은데서 이런 종류의 글들을 보다가 과거의 기시감이 떠올랐습니다.
사회 초년생때는 종종 대구에 내려가서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셨었는데
술이 오르니 당연히 정치 이야기로 흘러갔겠죠. 아마 그때가 박과 문이 대선에서 격돌하던 시절이었을 거에요.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문재인이 낫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다들 제 또래들이다 보니 대구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동의를 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친구가 자기는 박근혜 찍을 거래요. 그냥 자기가 보기엔 박근혜가 더 잘할 것 같답니다.
그래서 제가
'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로 시작해서 당시 알고 있던 박근혜의 비리와 무능에 관해 줄줄이 읊었죠.
그때 그친구가 딱 그러더군요.
아니 내가 내 생각대로 찍겠다는데 왜 자꾸 가르치려 드냐고요.
니가 나보다 알면 뭘 얼마나 더 아냐고요.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렇게 선민 의식이 있으니까 찍고 싶어도 마음이 안생긴다고요.
음.. 딱히 대꾸할 말이 없더라구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에요.
'이러이러하니까 이사람을 찍는 게 맞다' 라는 말을 안하기 시작한 게.
그 이후론 정치이야기를 안하거나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 하고만 의견을 나누게 되었죠.
(그래서 이 카페에서 노닥거리나?)
아무튼 이런 마인드 컨트롤 덕분에 저는 여전히 TK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장인 어른에게도 사랑받는 사위가 되었구요.
지금부터는 위에서 설명드린 국힘 지지자들이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보다시피 네가지 지지 유형중에 '우리 후보가 훌륭하고 뛰어나서 지지한다'는 없어요. 있어도 아주 소수에 불과하죠.
그러다보니 저는 아직 그들 후보의 장점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어요.
얼굴이 대통령 상이다. 온갖 사건 다루는 검찰총장이 모르는 게 있겠나? 하는 억지 말고는요.
심지어 여러 우파 카페를 가봐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윤석열 캠프에서 뛰는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거에요.
이명박은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려 놓기 위해,
박근혜는 부모 잃고 살아온 세월이 불쌍해서,
윤석열은 그래도 '찢'이 되는 건 막아야 되니까..
라는 요상한 이유들로 다들 사짜 스멜을 맡으면서도 찍었고 또 찍을 예정이죠.
왜 요상하다고 했냐면 보통 정상적인 선거는 후보의 이러한 장점 때문에 찍는다가 일반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지점이 안타까워요.
보수우파의 최대 선이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이요.
내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지지해야 되는 정당의 인물이 이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요.
21세기 들어 배출해낸 대통령이 모두 구속되었는데 또 20세기형 인물이 대선후보로 나왔다는 점이요.
이와 달리 소위 진보 진영에서는 인물이 계속해서 나와요.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이낙연, 노회찬, 박원순, 안희정, 김경수, 김두관, 추미애, 조국, 박주민 등
뇌물, 성추문, 선거법 위반 등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어이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는 인물도 많지만
중요한 건 네임밸류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쉬지않고 화수분처럼 등장한다는 거에요.(마치 2010년대의 골스처럼..훗)
심지어 국힘의 후보인 윤석열과 국당 안철수도 시작은 이쪽이었죠.
그에 반해 범보수진영에서는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매력적인 인물이 안나타나요.
늙은 꼰대거나, 젊은 꼰대거나, 사회적 인식과 동떨어졌거나, 그냥 돈만 밝히거나, 검사거나(어?).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윤석열, 유승민, 원희룡, 이준석, 권성동, 장재원, 나경원, 김기현, 김성태, 김웅, 이정현, 김진태, 조원진 뭐 이런 정치인들.
스타 지자체장 하나 없고 그나마 말이 통한다 싶은 인물은 이미 박근혜 탄핵 때 다 배신자로 찍혀 쓸려나갔죠.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정치 세력을 원합니다.
기득권, 기득권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어느 정도 가진 게 많은 국민들의 나라가 되었거든요.(빈곤층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내새끼한테 내가 번돈 온전하게 물려주고 싶고,
내가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갔으면 다른 놈들도 어렵게 들어와야 하고,
지금 잘되는 일은 미래에도 큰 규제없이 잘되었으면 하죠.
그런데 이런 정책을 펼쳐야될 보수 정당에 저런 매력없는 자들만 한가득 있으니 대놓고 지지할수가 없습니다.
나서는 인물들마다 확신이 안서니 진골 대선 후보가 안나오고요.
그래서 결국 정권 교체 열망이 이렇게 높은데도 문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인물을 데려와 대선 후보에 앉히고 맙니다.
단지 문통을 가장 잘 뚜까 팰것 같다는 이유만으로요.
이게 제가 본 이번 선거에요.
저는 이 상황이 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정치라는 게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함께 잘나가야 나라가 부강해지는 거잖아요.
물론 자신은 욕망이 없으면서도 지지층의 욕망은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은 구하기가 힘들긴 합니다.
그래서 저 레몬이 시큼할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맛을 봐야하는 우리 보수 지지층이
저는 참 안타깝습니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저엉오..
'우리 후보가 훌륭하고 뛰어나서 지지한다'는 없어요.
이 말에 굉장히 공감하네요
뭔가 설득시켜려고 해도
내가 찍는다는데 왜!! 이런식이고ㅎㅎ
안타깝지만 점점 나아지겠죠. ㅎ
와 글 정말 잘쓰시네요. 친구들과 다툴때 술기운에 한시간 읊는 내용을 딱 정리해주셨어요♡♡ 가넷 짱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준석이 그나마 보수 중 정상인가 생각했는데 당대표되고 밑천이 드러나버렸죠
한창 이기고 싶을 나이잖아요^^
글 쑥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