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태종십사소 (諫太宗十思疏)
중국 사람들은 역대의 나라 중 당나라를 제일 좋아합니다. 당나라 때 태평성대가 많았고 문화적으로도 가장 화려한 업적을 남겼으니까요.
당나라 중에서도 가장 찬란한 번영을 이룬 왕이 당태종입니다. 그의 치세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하니까요. 그가 위대한 통치를 한 뒤편에는, 황제의 서슬 퍼런 위엄 앞에서도 서늘한 직언을 멈추지 않았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징(魏徵)이지요.
그가 당 태종에게 올린 「간태종십사소(諫太宗十思疏)」는 단순히 신하가 임금에게 올린 보고서가 아니라, 권력의 정점에서 스스로 경계하려 했던 인간의 고뇌와 이를 일깨우는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고 합니다. 당태종 이세민은 천하를 얻었으니, 마음이 교만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위징이라는 신하가 있었죠. 위징은 곡학아세의 길을 거부하고, 군주의 마음속에 돋아나는 안일함이라는 잡초를 뽑아내기 위해 붓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간태종십사소」, 즉 '열 가지 생각해야 할 바를 올리는 글'입니다.
위징은 글의 서두에서 장엄한 비유로 포문을 엽니다. "나무를 잘 자라게 하려면 반드시 그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하고, 물을 멀리 흐르게 하려면 반드시 그 근원을 깊게 하여야 합니다."
그는 태종에게 말합니다. 제국의 영화는 화려한 꽃잎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라는 비옥한 토양에 내린 통치자의 겸손과 절제라는 뿌리에 달려 있다고 말이죠. 덕(德)을 쌓지 않고 나라가 평안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썩은 나무에 조각하고 마른 도랑에서 물이 솟구치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준엄한 경고였습니다.
위징이 제시한 열 가지 생각(十思)의 핵심은 결국 초심과 경계로 귀결됩니다. 무언가 얻었을 때는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검소함을 생각하고(思謙冲而自牧), 강해졌을 때는 만족할 줄 알며 교만을 멀리하라(思知足而自戒)고 조언합니다.
권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인간은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위징은 태종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황제의 자리를 누리는 자리가 아닌 두려워하는 자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훗날 위징이 세상을 떠났을 때, 태종은 통곡하며 말했습니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알 수 있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나는 거울 하나를 잃고 말았다."
「간태종십사소」는 차가운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가장 뜨거운 진심이 담긴 절제의 미학입니다. 위징의 붓끝에서 시작된 그 준엄한 울림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 안일함의 파도를 잠재우는 고요한 경종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위대한 태종에게도 뼈아픈 실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고구려 원정입니다. 645년, 그는 직접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으나 안시성에서 양만춘의 결사 항전에 막혀 퇴각했습니다. 이 실패는 그가 죽기 직전 "고구려 원정을 다시는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위징이 있었으면 나의 말고삐를 잡았을 것을…." 역사 속에서 위대한 군주는 강력한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그 권력을 통제할 줄 아는 군주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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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꽤 오래 전에 서울대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청량리 역 임시 매대에서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샀습니다. 성경책만큼 두꺼운데, 쉬엄 쉬엄, 띄엄 띄엄 읽긴 했습니다. 이과 기질이어서인지 史書는 쉬이 읽어지지가 않습니다.
위징의 十思가 무엇인지 찾아보아야겠습니다만, 핵심이 初心, 警戒라 하니 이 두 가지만 염두에 두더라도 조금은 사람답게 살겠지요. |
첫댓글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겸손할 것을 생각함(知滿則溢 切思謙牧)만족할 줄 알아서 넘치지 않음을 생각함(懼滿則思江海下百川)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함(樂盤遊則思三思而行 / 居安思危)지나침을 경계하고 스스로 아낄 것을 생각함(念高危則思謙沖)기쁘다고 함부로 상을 주지 않음을 생각함(懼滿盈則思百穀)노여움으로 형벌을 남용하지 않음을 생각함(樂洞燭則思知止)물건을 아끼고 백성을 괴롭히지 않을 것을 생각함(所思)나쁜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을 생각함(所思)처음의 뜻을 끝까지 지킬 것을 생각함(克終)지혜가 있어도 겸손하게 낮출 것을 생각함(所思)
죄송합니다.
그렇잖아도 인터넷 뒤쳐 갈무리하려던 참이었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