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예약, 마스크처럼 ‘요일제’ 검토
19일 557만명 접종예약 계획
기존 방식 유지땐 또 대란 우려
정부, 연령 세분화해 인원 분산…사이트 사전접속도 차단할 방침
의료진, 폭염에도 멈출수 없는 ‘코로나 전쟁’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아이스팩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를 기록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150명으로 서울에서만 414명이 나왔다. 뉴시스
557만4000명.
50대 일반 국민 중에서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해야 할 인원이다. 정부의 예고 없는 ‘선착순 마감’ 탓에 예약하지 못한 55∼59세 167만4000명과 19일 예약 시작을 앞둔 50∼54세 390만 명이다. 지금 같은 예약 시스템이라면 이들은 또다시 ‘예약 전쟁’을 벌여야 한다.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되고 수십만 명이 접속을 기다리는 혼란이 또 우려된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예약 대란이 재발하면 접종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14일 55∼59세의 예약을 재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당초 19일로 발표한 추가 예약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계획보다 늦은 8월 7일 이후에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50∼54세 예약 때부터는 ‘백신 예약 요일제’ 등 예약 인원을 분산시킬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마스크 대란’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예컨대 54세는 월요일, 55세는 화요일 등 요일별로 예약 가능 날짜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의 서버 용량은 충분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하며 문제가 발생했다”며 “요일제 등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대란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 예약 사이트 사전 접속도 차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백신 대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선착순 예약은 불가피해 보인다. 50대가 접종할 모더나 백신은 13일 현재 정부 계약물량(총 4000만 회분)의 2.2%(86만 회분)만 들어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7월에 들어올 모더나 백신 물량은 전체 50대 접종 대상자의 절반에 못 미친다. 7, 8월 도입이 예정된 물량을 모두 합쳐야 50대 전체의 1차 접종이 가능하고, 9월까지 가야 2차 접종을 끝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계약상 50대의 모더나 접종에 문제가 없지만 매주 확인할 수 있는 실제 도입 물량이 유동적인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47명이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1500명을 넘어 최다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이미 최다인 613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모더나 확보 물량 ‘깜깜’… 50대, 또 ‘백신청약’ 전쟁 우려
모더나 4000만회분 계약됐지만… 도입량 매주 정해져 변동성 커
550만명 ‘접종 예약 경쟁’ 벌여야
접종 지연땐 20~40대도 차질
“선착순 예약이라고 미리 안내라도 받았으면 이렇게 밤새 마음 졸이면서 사이트를 들락날락하지 않았을 것 아니겠어요.”
서울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8)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55∼59세면 누구나 모더나 백신 예약이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모더나 백신 확보물량(185만 회분)이 동이 나자 12일 예약을 전격 중단시켰다. ‘선착순 예약’이란 사실은 사전 안내되지 않았다. 김 씨는 “4차 유행으로 장사가 거의 포기 수준인데, 위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 백신 접종까지 불안해져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 5월 화이자 1차 접종 중단과 판박이
코로나19 3분기(7∼9월) 첫 대규모 일반인 접종은 시작부터 꼬였다. 예약 중단 사태로 55∼59세 약 167만 명이 접종 일정을 잡지 못했다. 19일부터 예약 예정인 50∼54세(약 390만 명)도 혼란에 빠졌다. 아파트 청약을 방불케 하는 ‘백신 예약 전쟁’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50대 접종이 지연되면 8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20∼40대의 접종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다. 4차 대유행 여파로 백신 접종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국민들의 ‘희망고문’이 더 가중되는 형국이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월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중단됐다. 당초 예약 받은 접종 대상자에 비해 화이자 백신 공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각 위탁의료기관(동네 병의원)들은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취소를 통보해야 했다. 6월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공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여겨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졌다. 60세 이상 상당수가 예정보다 한 달 늦은 7월에 백신을 뒤늦게 맞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 일부의 접종도 7월 이후 화이자로 바뀌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뒤 인원은 보충됐지만, 정작 보건행정 전문성은 부족하다. 국민 소통 측면에서 한계가 보인다”고 말했다.
○ 백신 도입 변동성 커…연쇄 접종 차질 가능성
‘백신 수송’ 조심조심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수송팀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옮기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백신 접종자는 3만1182명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국내의 인구 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30.4%, 접종 완료 비율은 11.6%다. 뉴시스
12일 예약 중단의 가장 큰 원인은 모더나 백신 물량 부족이다. 모더나 백신은 4000만 회분이 계약돼 있지만, 현재 2.2%(86만 회분)만 국내에 도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한 뒤 “이르면 2분기(4∼6월) 모더나 4000만 회분 도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
앞으로의 도입도 불확실성이 크다. 도입량이 주간 단위로 정해지는 탓이다. 이번 예약 중단도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 탓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7월 모더나 도입 상황의 변동성이 있어 이번 예약 중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모더나 백신 7월 도입 예정량으론 50대(약 742만 명)의 절반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8월 도입계획량이 예정대로 들어와야 50대 1차 접종분을 맞출 수 있고, 9월 예정 물량까지 합쳐야 2차 접종을 끝낼 수 있다. 8월로 예상되는 모더나 백신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생산 일정이 늦춰질 경우 공급 안정성은 더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14일 ‘50대 백신 예약 중단’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접종 불신을 차단하기 위해 55∼59세 예약은 이르면 14일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 추가 예약자는 모더나 백신이 충분히 확보되는 8월 중순경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예약 대상자를 세분해 예약을 받는 방법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예약요일제’다. 또 직장인 등의 예약 편의를 위해 근무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간대로 시작 시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유근형 기자, 이지운 기자, 김소영 기자
국내 델타변이, 2주새 7배 넘게 급증
[코로나 4차 유행] 최근 1주 확진자의 23%서 검출
위중증으로 악화될 위험 높아
최근 2주 만에 국내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의 검출률이 7배 이상으로 늘었다. 델타 변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50명이다. 7일(1212명) 이후로 확진자 수가 1100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의 확산이 빠르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3일까지 학생과 학부모 등 총 69명이 집단 감염됐는데, 이 중 45명이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방대본이 최근 1주간(4∼1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1071명을 뽑아 분석해 보니 250명(23.3%)에게서 델타 변이가 검출됐다. 검출률이 1주 전(9.9%)의 2.4배, 2주 전(3.3%)의 7.1배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의 최근 1주일 델타 변이 검출률은 26.5%였다.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는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았다. 방대본에 따르면 10일까지 델타 변이로 분류된 790명 중 32명(4.1%)이 위중증 환자였다. 전체 확진자의 위중증 비율(1.3%)은 물론 영국발 ‘알파 변이’ 감염자의 위중증 비율(2.2%)보다 높았다. 위중증은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로 폐에 직접 산소를 집어넣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를 뜻한다. 위중증 환자 병상은 1218개인데, 12일 오후 5시 기준으로 756개가 비어 있다. 아직은 충분하지만 델타 변이가 지배종(전체 확진의 과반)이 되어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 병상 여유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방대본은 델타 변이 분석 속도를 높이기 위해 15일부터 2주간 수도권 보건환경연구원에서 PCR 검사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이러면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5∼7일에서 1, 2일로 단축된다.
조건희 기자, 김소영 기자
與도 “국민에 잘못된 시그널 줘 4차 유행”
[코로나 4차 유행]국회 상임위 여야, 방역당국 질타
정은경 “방역 완화 메시지 탓” 시인
여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원인을 놓고 “국민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줬기 때문”이라며 방역당국을 질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 백신 수급 불안 현상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대처를 집중 추궁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잘못의) 시작은 백신 구매 골든타임을 놓쳐 수급 부족을 겪은 것이고 끝판왕은 방역 완화 발표였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조명희 의원은 “정부는 델타 변이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며 외식과 여행을 권장하고 돈 뿌리기에 치중하며 국민들의 심리 방역까지 허물어 버렸다”며 “이런 의사결정은 도대체 누가 한 것인지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무증상 환자 폭증을 예견했으면서 방역 완화 메시지를 내 지금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거리 두기 완화 개편 메시지가 (4차 대유행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면서 “아직 4차 대유행의 피크가 어딘지 알기는 어렵지만, 발생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며 정점 이후 감소세 등을 고려해 방역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