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예고된 합병 계획 장기화 전망 카카오T 대항 규모의 경제 구축엔 물음표 아이엠·타다 영업손실 확대…리스크로 작용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올 상반기로 예고됐던 아이엠(i.M)택시와 타다의 합병 계획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규모의 경제로 독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택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여겨졌던 양사의 합병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르면 상반기 합병이 예고됐던 것과는 달리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모빌리티와 타다의 합병법인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션프론트파트너스의 펀드 결성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는 송상현 전 다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신생 PEF 운용사로 펀드레이징에 성공한다면 진모빌리티가 첫 투자처가 된다. 현재 오션프론트파트너스는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위한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모빌리티와 타다의 합병법인이 결성되면 펀드를 통해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출자자(LP) 모집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상반기 합병은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이엠 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의 합병 논의가 부각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비바리퍼블리카가 타다를 인수한 지 1년여만에 이뤄지는 딜이 되는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자사의 금융서비스 토스와의 시너지보다 아이엠 택시와의 서비스 차별화에 중점을 두겠단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엠 택시와 타다 합병은 몸집을 키워 카카오모빌리티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단 설명이다. 현재 국내 택시 시장에는 우티, 타다, 아이엠, 마카롱 등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서비스 이용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합병 이후에도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할 만큼 몸집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 1월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169만2312명으로 시장점유율 94.8%로 나타났다. 우티(44만7844명), 아이엠 택시(9만8260명), 타다(9만3385명)이 뒤를 이었다. 아이엠 택시와 타다의 MAU를 합해도 19만1645명으로 카카오택시 MAU가 대략 61배에 달한다. 점유율 95%에 달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대항하려면 크기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진모빌리티와 타다의 합병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공유 킥보드 플랫폼 더스윙과 우티를 서비스하는 티맵모빌리티 등도 타다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모빌리티와 타다의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관심을 갖는 기업의 인수나 투자 등 접근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모빌리티는 2021년 138억36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6억3019억원의 손실을 냈다. 브이씨엔씨 또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브이씨엔씨의 당기순손실은 약 74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27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진모빌리티나 타다가 몇십억씩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초기에 관심을 가졌던 관련 기업들도 실질적인 이익을 더 따지게 되는 것 같다”며 “합병을 한다고 해도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경쟁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