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계좌추적으로 범죄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검찰의 뒤늦은 계좌 추적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법조계에서도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검찰이 돌연 이재명의 계좌 추적을 하는 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측근인 정진상(54·구속)과 김용(56·구속기소)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으로 돈이 넘어간 흔적과 진술을 확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제된 해석이다.
이재명 계좌추적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커지는 건 지난달 24일 계좌추적 착수 사실이 보도된 이래 11일째 수사팀(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의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이 함부로 계좌추적 영장 발부 안해”
이재명에 대한 계좌추적의 의미에 대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다.
▶어딘가에서 대장동 개발비리와 관련있는 돈이 오간 흔적을 찾았거나
▶대장동 개발비리와 관련없는 별건의 혐의를 포착했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뾰족한 혐의를 찾지는 못했지만 수사가 이 대표 턱밑까지 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시도일 수도 있다.
검사들은 구체적 혐의도 인지하지 못한 채 거대 야당 대표의 계좌를 압수수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뚜렷한 혐의도 없이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현직 검사는 “계좌추적은 혐의를 확인하는 초보적인 과정이긴 하지만 요즘 법원이 요건을 까다롭게 해석해 기각되는 경우가 적잖다”며 “아니면 말고식의 계좌추적은 어려워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간지대에 있는 단서가 영장발부 기초된 듯
검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재명 계좌추적의 근거는 ‘대장동과 딱 연결짓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아예 아무 관련 없는 건 아닌 혐의’에 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 직접 대가성이 있는 금전은 아니라도 거기서 출발한 모종의 금전이 이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했거나 그렇게 의심할만한 객관적 정황을 포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최근 이재명 처 김혜경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 제보한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도 법인카드 유용 등을 따져보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이 직원이 김혜경 최측근인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씨 이재명 집에서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나오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목격 시점 등이 중요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이재명의 처 김혜경이 올해 8월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종합해보자면 검찰은 이재명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돈이 섞여들어가는 지점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사상황을 아는 검찰 측 인사는 “이재명 입출금 내역을 따져보면서 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에선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도 이번 계좌추적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측 역시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이 목격했다는 1억원대 현금에 대해 “2020·2021년 재산신고를 해 공직자 재산신고서에 명시돼 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정공법대로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다”며 “구속수감된 이재명 최측근들도 시간이 지나면 진술을 할 동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