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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캐스트 안동대학교 박물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2&contents_id=1278
숱한 박물관 중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곳이 대학 박물관이다. 일단 ‘대학’ ‘박물관’이란 이름에서 풍기는 학술적이고 교육적인, 뭔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인터넷에 상세 정보가 무수히 떠도는 여타 박물관들과 달리 소장품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대체로 규모가 작다는 점도 한몫 한다. 그러나 들어가 살펴보면 말 그대로 보석같은 유물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가득 품은 대학 박물관도 있다. ‘사랑과 영혼’ 이야기의 진수를 만나러,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대학교 박물관으로 간다. “사랑, 사랑 해도 이렇게 애절하고 감동적인 얘긴 드물 겁니다.” 안동대 박물관 조규복 학예연구사는 “이 사랑 얘기가 깃든 유물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안동대 박물관을 찾은 보람을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널리 알려진 대로, 10년 전 한 무덤에서 발굴돼 큰 감동을 주었던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 이야기다. 420년 동안 무덤 속에 들어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빛을 보게 된 이 편지는, 가볍고 얕은 사랑이 일상화한 우리 시대에, 잔잔하면서도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친다. 무덤의 주인공은 고성 이씨(固城 李氏) 이응태(李應台1556~1586). 아이를 뱃속에 둔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 부모형제를 두고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이 안동대 박물관 3층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내용을 알고 가도 직접 만나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워늬 아바님께 샹백--병슐 뉴월 초하룬날 지비셔’(원이 아버님께 올림--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라는 제목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편의상 아래 아는 ㅏ로 표기해 옮겼음).
“자내 샹해 날다려 닐오대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쟈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 긔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난고.”(당신 늘 나에게 이르되, 둘이서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자식은 누구한테 기대어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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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태 무덤에서 나온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
가로 58㎝, 세로 34㎝의 한지에 붓으로 빼곡히 써내려간 한글 편지엔, 서럽고 쓸쓸하고 황망하고 안타까운 한 아내의 심정이 강물처럼 굽이친다. 함께 누워 속삭이던 일에서부터 뱃속 아이를 생각하며 느끼는 서러운 심정, 꿈속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애절한 간청까지 절절하게 녹아 흐른다. “함께 누워서 당신에게 물었죠. 여보, 남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은가 하여 물었죠. 당신은 그러한 일을 생각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 |
가득 쓰고도 모자라 위 여백까지 빽빽이…남편 호칭은 ‘자내’
한지 오른쪽 끝에서부터 써내려간 편지는, 왼쪽 끝까지 가득 채우고 모자라 위 여백으로 이어진다. 그러고도 모자라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다시 글 첫머리 쪽 여백에 거꾸로 씌어 있다. 뭉클해져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조규복 학예연구사가 냉정하게 설명했다. “여백을 활용해 쓰는 이런 편지 양식은 당시로선 일반적인 것이죠. 첫째 종이가 귀하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둘째 쓴 이의 마음, 즉 할 말이 이토록 많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백까지 활용해 글을 꽉 채웠으면서도, 읽는 이에게 풍성한 느낌을 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읽히도록 한 방식이기도 하지요.”
더 감동적인 건 함께 출토된 미투리다. 미투리란 삼껍질 등을 꼬아 삼은 신발이다. 여기서 나온 미투리는 삼과 머리카락을 함께 꼬아 삼은 것이다. 이 머리카락은 원이 엄마의 것으로 추정된다. 미투리는 한지에 싸여 있었는데, 한지엔 한글 편지가 적혀 있으나 훼손돼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 등 일부 글귀만 확인된다. 조 학예사는 “남편이 병석에 누운 뒤 쾌유를 빌면서 삼기 시작한 미투리”라며 “끝내 세상을 뜨자 함께 무덤에 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덤에선 아들 원이가 입던 옷(저고리)과 원이 엄마의 치마도 나왔다. 형(이몽태)이 동생에게 쓴 한시 ‘울면서 아우를 보낸다’와 형이 쓰던 부채에 적은 ‘만시(輓時)’도 있었고, 이응태가 부친과 주고받은 편지도 여러 통 발견됐다. 발굴된 의복은 40여벌에 이른다. 부친과 나눈 편지엔 전염병 관련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당시 전염병을 앓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친과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건 이응태가 처가살이를 하고 있었다는 걸 뜻한다고 조 학예사는 말했다. “당시(임진왜란 전)엔 결혼하면 시댁살이와 함께 처가에 가서 사는 것도 일반적이었습니다. 남녀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걸 뜻하죠. 임란 전엔 재산 분할도 아들딸 차별이 없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편지에도 드러나 있어요.” 원이 엄마의 편지에 나오는 남편에 대한 호칭이 ‘자내’다. 지금은 아랫사람에게 쓰는 호칭(자네)으로 바뀌었지만, 임진왜란 전까지는 상대를 높이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대우해 부르는 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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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이 엄마는 남편의 무덤에 아들 원이가 입던 옷도 함께 넣었다.
- 2 미투리는 삼과 머리카락을 함께 꼬아 삼은 신발이다.
- 3 이응태의 무덤에선 형 몽태가 사용하던 부채와 아우에게 보내는 한시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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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배려
원이 엄마의 편지 원문 해석
원이 아버지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며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유명한 한글 편지인 원이 엄마 편지의 주인공인 원이 아버지 남편 이응태는 전염병으로 서른 한 살 즘에 죽었다고 해..
슬하에 어린 아들 원이가 있었고 원이 엄마가 둘 째를 가진 상태..ㅠㅠ
사진을 보다시피 저 미투리(삼 모시 등으로 만든 신)가 그냥 삼으로만 이루어진게 아니라 머리카락도 있음
원이 엄마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같이 엮은거라고 해
종이 한 장을 빼곡히 쓰고도 칸이 모자라 위에 또 빼곡히 글자를 적었다
죽을만큼 절절하고 애달팠을 원이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하다
받는이가 읽지 못할 편지를 쓰면서 제 꿈에 찾아와주길 바라는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편지 내용에서 구구절절 그리움이 묻어나온다
첫댓글 이거 주제로 한 소설도 있었는데..... 아련하고 슬펐어 ㅜㅜ
222 나 고2때 작가 아저씨 울학교 와서 특강? 같은것도 했었는데 ㅋㅋ 제목이 기억안나네 아...
ㅜㅜㅜㅜ나이런거보면 인남 붕도서신생각남ㅜㅜㅜ 다들 그 시대의사연이있겠지
이거 발굴 당시에 KBS 역사스페셜인가에도 나왔었지.
5.18 같은 민주화 항쟁 다룬 다큐 보고는 숱하게 울었었지만,
역사 다큐보고 운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절절한 한글편지도 그렇고, 머리로 삼은 저 미투리 때문에 진짜 가슴 먹먹해ㅠㅠ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능소화 진짜 아련아련 ㅜㅜㅜㅜㅜㅜㅜ
속상하다진짜 이시대때는 눈맞아서 결혼하는사람도 있겠지마는 다들 집안끼리 혼사를 맺잖아 그래서 정말로 사랑하는사람만난게 천운같을텐데 원이엄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얼마나 처절한맘으루 살았을꼬
아...ㅠㅠㅠㅠㅠㅠㅠㅠ마음아프다ㅠㅜㅠㅠㅠㅠ
이걸 토대로 쓰여진 소설도 있어!
능소화-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재밌게 읽었는데~
!!!!언니 나두 그거 읽었는데ㅠㅠ슬포
능소화 진짜 슬프고 재밋는데ㅜㅜㅠㅠ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도나도!! 이씨들 진짜 주변에 보면 고성이가 흔하지 않은데 반가워 ㅠㅠㅠㅠ
저 시대도 사람 사는건 똑같았구나 슬프고 감동적이다
이거 볼 때마다 진짜 세수해야 할 정도로 울어...
이 책 읽었어 뭔가 아련해......
ㅠㅠㅠ 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