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가톨릭 교회 사제들과 함께한 갤러거 대주교
바티칸
갤러거 대주교, 교황청-몽골 수교 30주년 맞아 몽골 방문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6월 4일부터 8일까지 몽골을 방문하고 몽골 정부 당국 및 현지 가톨릭 공동체를 만났다.
Vatican News / 번역 박수현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교황청-몽골 수교 30주년을 맞아 6월 4일부터 8일까지 몽골을 방문했다. 6월 4일 이른 아침 교황청 국무원 외무부 소속 미슬라브 호지치 몬시뇰과 함께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부얀트-우카 국제공항에 도착한 갤러거 대주교는 공항에서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과 몽골 교황대사관 겸임국인 주한 교황대사관 1등 서기관 페르난도 두아르치 바로스 헤이스 몬시뇰을 비롯해 아마르투브신 곰보수렌 몽골 외교부 차관, 다바수렌 게렐마 주 교황청 몽골 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인 이날 저녁, 갤러거 대주교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선교사들의 확고한 신앙 증거와 그 광활한 몽골 땅에서 복음화 사업에 아낌없이 헌신한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희망의 등대 겸 선의 모범으로 빛을 발할 것을 촉구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비록 몽골 가톨릭 공동체의 숫자는 적어도 작은 겨자씨가 자라나 거목이 되어 모든 이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가장 위대한 업적도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이는 일들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사 후에는 몽골에 파견된 선교사 공동체와 친교 모임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선교사들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희망을 나눴다.
6월 5일에는 바트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부 장관이 주재하는 몽골 대표단과의 만남이 열렸다. 만남은 몽골 외교부 장관의 초청 업무 오찬으로 마무리됐다. 이튿날에는 몽골 대통령궁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교황청과 몽골은 양자 회담을 통해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인연, 지난 30년간 이뤄진 몽골의 경제 및 민주주의 성장, 1992년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양국 관계의 발전, 문화 및 사회 분야의 협력과 미래 전망 등을 논의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톨릭 교회가 몽골 사회에 이바지한 바를 조명하고, 몽골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선교사들의 생활 및 봉사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몽골 대통령과 몽골 교회 당국의 초청으로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몽골 사도 순방에 대한 양측의 만족과 기대를 공유했다. 이날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교황청 대표단은 칭기즈 칸 박물관을 관람했으며, 갤러거 대주교는 방명록에 서명했다. 새롭게 단장한 칭기즈 칸 박물관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장소는 아르훈 칸이 니콜라오 4세 교황에게 보낸 서한, 가잔 칸이 보니파시오 8세 교황에게 보낸 서한, 인노첸시오 4세 교황이 구유크 칸에게 보낸 서한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었다.
같은 날 저녁,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로라 보타 몽골 주재 이탈리아 특임대사 겸 전권대사가 이탈리아 국경일을 기념하고 갤러거 대주교를 환영하는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곰보수렌 외교부 차관, 외교단 대표, 시민사회 단체 및 종교 지도자, 몽골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공동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만남의 문화’를 중심으로 연설했다. 그는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만남이야말로 모든 인류를 위한 평화, 정의, 존엄의 세상을 목표로 삼아 분쟁, 기후변화, 빈곤,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도전에 맞서 장벽을 극복하고 이해를 증진하며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힘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6월 7일 교황청 대표단은 몽골 전문연구기관 ‘안톤 모스타르트 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과학 도서관을 갖추고 있으며 몽골어, 문화, 역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갤러거 대주교는 연설을 통해 몽골 내 그리스도교와 문화의 관계를 중점으로 설명하고, 현지 문화에 복음을 접목하고 이러한 문화를 교회 생활에 통합하는 토착화 과정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 민족과 문화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언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인류학 연구에 이바지하고 서로 다른 사회 간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가톨릭 선교사들이 사전과 언어학 관련 서적을 마련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끝으로 몽골 문화에 대한 교회의 헌신을 상징하고 이해와 교양을 증진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몽골-프랑스어 사전 출판을 앞두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
문화 행사를 마친 갤러거 대주교는 수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공동묘지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초대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와 갤러거 대주교 방문 며칠 전 심장마비로 선종한 한국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사제이자 마렌고 추기경의 첫 협력자였던 김성현 스테파노 신부가 잠들어 있다. 바람이 살랑이는 산속 묘지에서 선종한 형제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같은 날 오후 갤러거 대주교는 전통극장에서 열린 문화공연에 참석해 울란바토르지목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6월 8일, 교황청 대표단은 방문 일정을 끝내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당초 2022년 12월로 예정됐다가 연기된 이번 교황청-몽골 수교 30주년 기념 방문은 교황청과 몽골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교황청 대표단은 가톨릭 교회가 특별히 교육, 의료, 자선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이바지할 것이라며, 민간기관의 구체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갤러거 대주교의 울란바토르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몽골 사도 순방을 위한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경관과 몽골인들의 놀라운 회복력으로 알려진 몽골 땅에 교황이 첫발을 내딛음으로써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할 뿐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삶과 종교 간 대화 증진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