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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미결사건
난 정신의학/정신건강 관련 종사자고, 힘든 여시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도해볼 수 있는 안정화 기법 + 몇 가지 전략 공유해...
혹시 이런 글 불편하거나 문제 되면 꼭 말해줘ㅠㅠ 바로 삭제할게!
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은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여시들이 읽어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쩌리는 한번도 글을 써본 적도 없거니와, 대형 겟판에 글쓰는 건 떨려서... 혹시 필요한 경우/대신 쩌리 가져가줄 수 있는 여시가 있으려나 싶어 스크랩을 열어두었어.
그리고 좀 더 정보를 추가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했고, 공익과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인데 편한 반말로 쓰자니 별 것도 아닌데 내 의도와는 달리 너무 가르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존댓말로 표현을 바꿔보았어. 혹시 불편하거나 문제되면 꼭 말해줘 바로 삭제할게!
잠까지 설치며 사건과 관련된 소식을 찾아보는 일을 그만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사고 소식을 계속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새벽에는 잠을 설쳤고, 오늘 하루 종일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잠깐 집중하더라도 어딘가 멍한 기분이었어요
머리도 너무 아프고, 명치도 쿡쿡 쑤시는게 누가봐도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증상이었고
이쯤 되면 뉴스와 멀어져야 함을 아는데 제가 제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 이거 진짜 위험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여시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1. 간접 외상(Indirect Traumatization)
심리학에서는 꼭 직접 겪은 일만을 ‘외상(trauma)’라 간주하지 않습니다.
외상은 우리가 직접 겪지 않더라도, ‘전해 듣거나’, ‘목격 했거나’, ‘사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음을 인지’했더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외상에 노출된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일 때(내가 정서적으로 이입할 수 있거나 공감하기 쉬운 대상일 수록) 이러한 간접 외상의 강도와 영향력은 더욱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고, 어쩌면 무감각하고 무기력할지도 모릅니다. 두통이 느껴지고, 속이 좋지 않고, 구역질이 날 수도 있어요. 때로는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건 전형적인 PTSD의 증상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이 제게 더 고통스러운 건
(1)나도 오가던 익숙한 장소에서, (2)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3)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결코 피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상황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을 목격하는 ‘객관적인’ 일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인' 반향을 일으킵니다.
외상 사건은 바로 이 외상의 '객관적인 측면’과 '주관적인 측면' 모두를 포괄합니다.
따라서 같은 사건을 마주하고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고 이 다른 반응 모두가 외상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고통스럽고 힘든 여시들 또한 자신에게 일어난 ‘주관적인’ 반향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이 나에게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슬프고, 가슴아프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요. 아마 여시들마다 조금씩 주관적인 이유와 의미가 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뭐라 형용할 수 없는데 마음이 불안하거나 신체 어딘가의 불편이 느껴지는 경우
내가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 자기검열하며 경계하기보다, 내가 지금 신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불편하고, 괴로우며, 어려울 수 있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이 ~하기 때문에 내가 더 공감했구나. 그래서 더 고통스럽구나. 그게 불안하고 힘들었구나."
하지만 스스로를 알아차리고 이해해주어도... 외상의 영향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상 반응을 어떻게 살펴야 할까요. 스스로를 어떻게 돌봐줘야 할까요.
2. 중지하기
외상 반응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 동안 아래와 같은 질문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막을 수 있었던 일이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닐까? 누가 잘못한 거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지?”
이는 내가 겪은/목격한 사건 그리고 나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나를 압도할 것만 같은 거대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증명을 통해 안전감을 얻으려는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이런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뉴스나 SNS 등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는 외상을 다루는데 도움이 될 수도,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상 사건은 사람에게 강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건 공포가 될 수도, 분노, 무기력, 놀람 등 사람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이 강렬한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그 사건에 지나치게 ‘몰입’ 하거나, 그 사건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회피’하게 됩니다.
앞서 얘기한 뉴스나 SNS에 집중하는 건 몰입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몰입은 외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음으로써 사회적 지지를 얻게 할 수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통제감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불안과 분노, 무기력과 우울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지’가 필요합니다.
회피의 경우도 적절한 수준의 주의분산은 도움이 되지만,
폭음, 폭식, 자해충동 등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이 또한 ‘중지'가 필요합니다.
중지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안정화입니다.
사건에 집중되어 있던 내 주의의 초점을 신체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안정화에는 심호흡, 복식호흡, 나비포옹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선은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소개하는 안정화기법 페이지의 링크를 공유합니다.
https://nct.go.kr/distMental/crisis/crisis01_4_1.do
안정화 기법의 포인트는 오로지 내 신체 감각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손발이 어디가 어떻게 저릿한지, 숨을 내쉴 때 명치가 아픈지 아닌지 등등.
자연스럽게 내 신체 감각에 집중함으로서 사건에 대한 감정적 영향과 거리를 두는 작업입니다.
다만 이러한 안정화 기법이 낯설어 집중이 어려운 경우, 핸드폰을 잠시 내려두고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적절한 수준의 주의 전환과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평소 여시들이 편안하다고 느꼈던, 신체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많은 루틴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중지하기를 시도해도 그 순간만이고, 다시 우울해지고 불안해진다면?
외상으로 인해 초래된 공포, 무기력, 분노 등의 감정이 지속적인 불안으로 연결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외상의 중요한 특징은 외상은 침습적이라는 점입니다. 원치 않아도 자꾸만 떠오른다는 이야기인데요.
따라서 중지하기는 한번에 끝나는 일시적인 작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우리가 시도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분명히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지속적으로 불안과 무기력을 느끼는 여시들이라면 아래와 같은 사항을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1)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감정과 상태가 결코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것. 이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것.
(2)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감정과 상태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가라앉고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것
(3)때로는 이러한 감정과 상태에 대해 믿을만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4)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느껴질 땐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 받을 수 있다는 것
더불어 외상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인/지인 등을 돕고자 하는 여시라면,
(1)그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
(2)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그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과 상태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거나 그 사람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할 것
(3)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하도록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 것
등이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여시들은 제가 앞서 링크로 걸어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게시글이나 자료들을 한번 읽어보면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4. 그리고 이건 제가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자꾸만 관련 소식을 찾아보고 싶어질 때, SNS 등으로 접한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서 괴로울 때 저는 대안으로 외상과 그 대처방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들을 읽으며 제 상태에 대한 이해를 얻으며 진정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건 사람마다 그 효과가 다를 수 있으니, 모쪼록 맞는 여시들이 있기를 바라며 관련된 칼럼/읽을거리의 링크를 함께 덧붙여둡니다.
- 어떤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는가: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716
- 그 이름을 부를 때, PTSD를 극복하는 방법: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832
-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5826
- [세월호 참사 : 심리치료②] 대리외상은 밤의 보름달처럼(대리외상과 이차적 외상스트레스): http://www.ondolnews.com/news/article.html?no=412
고마워…. 정확히 내 상황 적어놓은 거 같아…
이따 병원가는데 나도 그래..상담할때 말해야겠다 고마워ㅠㅠ
정말 고마워!!
고마워
진자너무너무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이틀동안 속 메스껍고 두통이 너무 심한데 너무 도움되는글이다..
고마워 ㅠㅠㅠㅠ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 나 사건 일어나기 30분 전에 있었는데 죄책감때문에 계속 기사 찾아보고 있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