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바탕 먹고 떠난
식탁 위에는 찢긴 햄버거 봉지와
우그러진 콜라 페트병과
입 닦고 던져놓은 종이 냅킨들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를 모르고
가까이 혹은 조금 멀리 있다
아이들아, 별자리 성성하고
꿈자리 숭숭한 이 세상에서
우리도 그렇게 있다
하지만 우리를 받아들인 세상에서
언젠가 소리 없이 치워질 줄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 이성복 '식탁' 전문
간혹 함부로 놓여 있는 듯해도 세상의 모든 자들은 고유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학교, 회사, 집을 오가며 위치와 표정을 바꾸지만 결국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타인과 함께 걸어가는 존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 자리에서 내 그림자는 사라지고, 존재는 고갈된다. 부재가 예비된 모든 자들을 위한 노래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소리 없이 치워질' 테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이란 것을 시인은 이야기한다. 무대에는 언제나 앞면과 뒷면이 있다. 뒷면을 아는 사람들만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