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많은 이번 봄입니다. 그나마 누런 황사를 걷어주는 봄비라도 있어 답답함을 잠시 걷어보기도 합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가 처음 산 스케치북에 의기양양하게 크레파스를 들고 앉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막막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장 잘 쓴 시는 자신을 고백하는 것이다”라고 하지만 막상 고백할 자신이 그렇게 초라할 수 가 없습니다. 세상이야기도 하고 싶고 속내를 살며시 보이기도 하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감춰진 어설픔에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얗던 도화지에 그렸다 지웠다 하다가 더러워져 울먹이지만, 나중에 그런 흔적이 더 솔직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겠지요. 다 채우지 못하는 도화지처럼 저희도 천천히 완성되어가는 미완의 장으로 시작합니다. 어눌하게 천천히 걷는 소걸음이 가장 멀리 가는 걸음이라 믿고 그렇게 첫발을 디디며, 채우다 못 채운 아쉬움의 마음을 ‘텅 빈 충만’의 자위로 외람된 시작을 알려봅니다. 가려고 하는 이 길에 선배 동형의 안타까운 시선과 격려의 미소를 기대하며 용기를 내 봅니다. 초대일시: 2004년 5월 3일(월) 오후 5시~7시 기 간: 2004년 5월 3일(월)~9(일) 장 소: 진흥아트홀 www.jharthall.org tel (02)2230-5170 후 원: 진흥문화(주) 진흥아트홀
첫댓글 하얀생각하기... 그림이 어떨까?? 많이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