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발소를 찾아서 / 김태길 서울대 철학과교수
퇴폐 이발소가 어떤곳인지 체험을 통하여 알게된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퇴폐 이발소"에 관한 기사를 읽은적은 있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그 실태
를 확인할 호기심 또는 탐구심은 없었다.집 근처에 있는 보통이발소만이
전부였다
지난 겨울 연구소 근처의 이발소를 찾은적이 있다 수위에게 물었더니
가까운 근처의 이발소를 일러주었다 초라한 간판이 붙은 집을 찾아서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까지도 보통이발소이겠거니 생각하였다
조명이 좀 어둡기는 했지만 의자가 두 개밖에 없는 변두리 이발소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발사의 가위질이 끝나고 면도사가 면도질을 한 다음 눈가리개 를 할 때
까지는 보통이발소 그대로였다. 그러나 양말을 벗기고 발을 씻어 주었을
때부터 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마의 순서로 옮겨가게 되는 모양
인데 눈가리개를 통해서도 전등불이 꺼져있음을 알수가 있었다.
발을 씻어 준 것과 전등불 끈 것만으로 퇴폐 이발소라고 단정하기는 어려
웠음으로 궁금한 점이 많았다
여기가 바로 퇴폐 이발소냐고 솔직하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면도사는
면도사대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여 궁굼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
이었다 그래서 결국 서로 탐색전을 편 꼴이 되었으니 면도사는 주무르는
행동을 통하여 나의 반응을 탐색하였고 나는 이것 저것 물어봄으로서 이발소
의 실태를 탐색하는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고객이 왕이니 영의정도 제가 싫으면 그만이지 하는 말은 멀쩡한 거짓말이다
보통 면도사가 하는 동작과 다를 것이 없는 동작으로 나의 동체[胴體]의 맥락을
누르고 있던 아가씨가 갑자기 "누르기" 기술로 공격을 가해 온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공격이어서 마치 마술에 걸린 희생자처럼 저항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절에간 색시 꼴이 되고 말았다.
공격이래야 별로 대스러운것은 아니었다. 유도의 "누르기"외 비슷한 동작으로
누르되 상반신뿐만 아니라 하반신까지도 누르는데 특색이 있었다면 있었다
또 한가지 특색은 누르는 사람의 숨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다는 점인데 이것은
분명 연극으로 하는 조작임에 틀림이 없었다
고통스러울 것이 없었음으로 빠져나오려고 버둥댈 필요도 없었고 맞장구로
적극적 호응을 보이고 싶기에는 너무나 장삿속 심사가 들여다보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나의 태도가 싱거웠단지 잠시 후 여자는 누르기를
풀어 주었다 [생략]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역임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역임
1988년 6. 김태길 산문집 중에서
2009년 5월 27일 90세 타계
첫댓글 솔직히 남자들도 그리 쉽게 못들어 갑니다
머리속에서 들어가 말어 한참 망설이지요 ㅎ
대한민국 사내라면 꼭 가바야할곳인데 ㅎㅎ
작가의 수필중 먼저 골라봤습니다 윤리 도덕학자가 퇴폐이발소
경험담을 공개?한것이 재미있지않습니까. 아마도 호기심 탐구심
또는 글 소재거리를 찾기위해서 일부러 作爲的? 변형을 했을 수도.....??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밖에 없습니다 남녀 雌雄이 수놓는
교향악이랄까......고맙습니다
@공감 그럼요 글을 쓸려면 체험을 해바야 알죠
글뿐만 아니겟지만요
남의 애기나 말만듣고는 모르잔아요^^
@청아한솔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집을 그릴때 지붕부터 그리지만
집을 짓는 목수는 주춧돌 부터 그린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참이다
길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묻는것은 愚問이다
우리가 길속에 살고 있는것이다
道란 이상적 어떤 세계가 아니라
시장바닥 움직이는 삶속에 있다. 메모해 두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