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교
김미령
개가 다리 위를 가고 있었다. 끊어진 목줄을 끌며 지나는 동안 낙
엽이 쓸려가며 길을 내었다.
지나는 개는 지나게 하고 눕는 개는 눕게
경계하는 개는 경계하도록
그냥 둬야지.
그러는 동안 숲은 한쪽 구석에서부터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개가 지난 뒤 공중에 손 내밀었는데 돌이켜보니 무엇에게 내밀었는
지 모른다.
그러다 진짜 돌아서서 내게 달려오면 어쩌나
그러나 그것이 개가 아니면 어쩌나 조금 무서웠는지 모른다.
한동안 개를 잊고 지냈다.
슬픔은 슬픔의 몫을 하고 여름은 여름의 몫을
주머니 속 조약돌은 머지않아 가라앉을 강 밑바닥의 공포를 감당하
고 있었는데
각자의 시간을 벼리는 동안에도 시절은 순하게 흐르고 있었다.
어느 날 CCTV에서 본 개는 무척 여위었고 바닥에 누운 아이는 사
지를 뻗은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개가 달아나는 동안 가로등 아래의 나는 꼼짝하지 않았고
거기서부터는 무엇이 개의 일인지 나의 일인지 알지 못한다.
얼마 후 그 다리 아래를 내려가 보았다.
다리 밑 어둠을 한참 들여다본 일은
아무에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김미령 시인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파도의 새로운 양상』,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