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왕정 초기 시대의 예언과 하나님의 영
초기 이스라엘에 관한 문헌을 보면 하나님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을 내리곤 하셨다. 이런 현상은 주로 사사시대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소위 대사사)과 왕정 초기 시대의 황홀경예언과 관련하여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논문의 성격상 황홀경예언의 경우만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왕정 초기 시대의 본문에서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이 하나님의 영에 의해 황홀경의 상태(ecstatic state)에 몰입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사무엘상 10장에 잘 나타나 있다:
그 후에 네가(사울) 하나님의 산에 이르리니 그곳에는 블레셋 사람의 영문이 있느니라
네가 그리로 가서 그 성읍으로 들어갈 때에 선지자의 무리( , 헤벨 느비임)가
산당에서부터 비파와 소고와 저와 수금을 앞세우고 예언하며( , 미트나베임)
내려오는 것을 만날 것이요(5절).
네게는 야웨의 루아흐( , 루아흐 야웨)가 크게 임하리니 너도 그들과 함께
예언을 하고( , 웨히트나비타) 변하여 새 사람이 되리라(6절).
………
그들이 산에 이를 때에 선지자의 무리( - , 헤벨-느바임)가 그를 영접하고
하나님의 루아흐( , 루아흐 엘로힘)가 사울에게 크게 임하므로 그가 그들 중에 서 예언을 하니( , 와이트나베)(10절).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울과 사울이 만난 선지자 무리의 예언 현상을 묘사하고 있는 동사이다. 우리 개역성경에서는 '예언하다'로 번역되어 있다. 그런데 이 히브리어 동사가 여기에서는 세 번 모두 나바( )의 히트파엘형(Hitpael, 강제재귀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동사의 히트파엘형은 주로 "미친 것 같이 행동하다(rasen)"라는 뜻이며, 후대의 본문에서는 간간히 "예언자로서 말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여기에서는 전자의 의미로 이는 황홀상태에서 행동하며 외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임하자 일시적으로 황홀상태, 즉 황홀예언 상태에 빠진 것이다(참조. 삼상 19:23-24). 민 24:2과 삼하 23:2을 제외하고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하는 이런 종류의 황홀경예언에는 일반적으로 말씀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그들의 특징은 외치는 말보다는 움직이는 행동에 있다. 이러한 행동은 하나님의 능력에 사로잡힌 상태임을 보여주는 표적(Sign)이었다. 그러므로 이 당시의 하나님의 영의 활동은 계시(revelation)를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권능을 증명(demonstration)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왕정초기시대의(황홀)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힘을 통해 이스라엘과 그들의 적들에 대한 야웨 하나님의 권능을 드러내 주는 도구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