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사리알
아랫배에 끙 힘을 주고 밀어낸 열매들이 온 천지를 잘 익은 된장냄새 황금빛으로 물들여 준다 동제가 있을 때면 한 상 걸게 차려놓고 밥을 먹던 은행나무 고목
사리알이 별것이간디, 언젠가 수덕사 성보박물관에서 본 滿空 스님 바리때도 저 은행나무 재목이었다 포개진 그릇마다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나 들어와 있을 법한 만공이 가득 차 있었다
스님도 한 그루 은행나무로 살다 간 것이 아닐까 아픈 몸속에 들어와 입적한 목숨들을 품고 잘 익은 똥내음, 사리알 맺는 일에 한평생을 보내고 간 것이 아닐까
은행나무 더부룩한 아랫배가 다 개운하다는 듯 가볍게 몸을 흔든다 앗따 뭘 퍼먹었길래 이렇게 독한고, 똥 푸러 온 인부처럼 코를 쥐고 마을 사람들이 푸지게 퍼질러놓은 알들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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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자유게시판)
Ginko tree(copy)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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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06 11:3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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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니 글에쓰신 은행나무가 꼭 맞데요.. 이곳에서 제친구가 은행 주서가지고 집에서 까는데 냄새 때문에 다시는 은행 주서가지고 오고싶은 생각 없다고 해요.. 그 덕분에 저는 많은 은행을 얻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