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엔 저주 與엔 축복’ 秋 과거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문재인 정부 시절 ‘추·윤 갈등’ 속 장관직 사퇴 과정에 당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親文) 진영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와 검찰 개혁에 미온적이었다는 취지다. 야권에서는 “추미애식 좌충우돌 정치가 돌아왔다”며 “총선을 8개월 앞두고 피아 구분 없는 난사전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사진=연합뉴스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저에게 ‘사직’의 의미는 촛불 국민에 대한 사명을 다하지 않고 약속과 대의를 저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직’을 거부했고 사직서를 쓸 수가 없었다”고 썼다.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는데, 같은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이 새벽에 이루어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다”며 “오후에 제가 들고 간 징계결의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 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할 이야기도 많이 있다”면서도 “말을 보태 진흙탕 싸움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끼리 ‘진실 게임’을 벌이는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맥락으로 보인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라디오에서 “그 과정을 잘 아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 활동이 거의 없었던 추 전 장관이 ‘문재인 청와대 공격’으로 복귀하자 야권은 바짝 긴장했다. 친문 진영의 중진 의원은 “야권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갖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 편을 드는 것으로 정치를 재개한 모양새”라며 “초강성 지지층에 올라타 다음 총선 혹은 지도부에서 자기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앞서 인터뷰에서 총선 등 역할론에 대해 “야당이 너무 얌전하다”며 ”민주 시민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이 5선을 한 ‘서울 광진을 복귀설’ 등이 나온다. 이 지역 현역인 고민정 의원은 “누가 오시든 자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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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컴백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예상치 않게 민주당과 야권에 충격타를 준 ‘추미애발(發) 자살골’ 과거사가 다시 거론되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법무장관 시절 윤석열 총장과의 갈등으로 오히려 그를 ‘대선 주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고, 당대표 시절에는 인터넷 댓글 수사 요청으로 ‘드루킹 특검’을 잉태시켜 김경수라는 당의 자산을 망가뜨렸다”며 “추 전 장관이 손을 대면 어디로 튈지 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여당 대표와 국무위원을 지내며 위상이 높아졌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추 전 장관은 지난 대선부터 슬슬 친문에서 친명으로 환승하는 움직임이었는데, 이제 입장이 분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남자는 조국, 여자는 추미애 이 두 분이 다음 총선에서 중도층을 민주당에서 이탈시킬 강력한 비밀 병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때 유행했던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다시 나올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