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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가는 길
(1)
“어서 오세요.”
“…….”
“어디로?”
“정선, 사북.”
“허허, 요즘 같은 불경기에 큰손님이 탑승했군. 안전띠는 매세요.”
“…….”
“단속이 부쩍 심해져서…….”
“노상강도들이 쫙 깔렸다, 이 말씀이군. 할 수 없지.”
“몸이 자유롭지가 않군요.”
“예, 빠져나간 부분들이 많아서…….”
“노상강도? 빠져나간?”
“…….”
“흐흐, 유머 감각이 제법이군요. 눈도 안 오는 쾌청한 겨울날 선글라스를 끼신 것하며. 정말 유머러스하군요. 하하하.”
“유머라기보다는 세티어죠.”
“세티어?”
“풍자 말씀이오.”
“아, 풍자…….”
“자, 그럼 출발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갑시다.”
“무슨 급하신 일이라도?”
“평택에서 사북까지, 왜 택시를 탔겠소.”
“알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는 마시오.”
“생명은 하나뿐이군요.”
“우린 가끔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까먹고 산단 말씀이야.”
“그렇지요.”
“…….”
(2)
“안성, 죽산으로 해서, 중부 고속도로를 탈까요?
“최단 거리가 되겠죠.”
“헌데, 사북엔 왜 가십니까?”
“원수를 갚으러.”
“원수?”
“마지막 대결입죠.”
“무슨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그 이상일 겁니다.”
“저런, 목소리가 꽤나 자조적이군요.”
“당한 게 너무 많아서요?”
“적이 많은 모양이군요.”
“그래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이 사람이 아니란 말씀이군요.”
“기계들이지요.”
“아, 그렇군요.”
“눈치가 무척 빠르시군요.”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순 없죠.”
“기계는 냉정하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
“알면서 왜?”
“일종의 오기랄까, 그런 거죠.”
“아, 네, 저도 알고 있죠.”
“알고 있다…….”
(3)
“제가 한 말씀 드릴까요?”
“…….”
“한 십 년은 됐을까? 경마장에 한 노파 청소부가 있었죠.”
“예…….”
“어느 날, 노파는 청소를 하다……”
“마권을 주었다는 말이군요.”
“끊지 말고 잘 들어봐요.”
“저런 목소리에 날이 서네. 형씨는 무척 다혈질인 것 같군.”
“그 마권이 10억 짜리가 됐죠.”
“만화 같군요.”
“세상엔 그런 일도 많아요.”
“그래서?”
“아들과 둘이, 그야말로, 뭐가 째지게 가난하게 살던 노파 네는 갑자기 갑부가 된 거지요. 하기야 요즘엔 아파트 한 채에 그 이상 하는 것도 있지만. 학력이나 연줄이 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던 아들이…”
“사업 자금이라도 달라고 졸랐겠군.”
“…….”
“말을 중도에서 가로챘다고, 그렇게 노려볼 것 까진 없잖소.”
“내가 잠시 흥분했었던 모양이에요, 손님한테 결례를 했군요.”
“괜찮소. 계속 해봐요.”
“편의점을 하나 내 달라고 했죠. 밤을 새워 열심히 일해서 며느리도 들이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자고요.”
“노파가 거부를 했다는…….”
“얼결에 행운을 주운 노파는, 이 세상에 할 일은 경마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무지몽매한 노파였죠. 그렇게 행운을 주었으면 한울님의 뜻을 알고, 얼마간 불우 이웃에 보태고, 아들의 생각에 힘을 실어 줬어야 할 텐데…….”
“다시 마권을 계속 사다가, 끝내는…….”
“어이 그렇게도 잘 아세요.”
“내가 지금 어디에 가고 있는 사람이오?”
“예…… 그렇군요. 그런데…… 다시 묻지만…… 왜 그런 곳에 가세요?”
“노름이란 그런 게 아니오. 당신의 어머니도 그렇고.”
“아무튼 아들까지 등을 돌리고,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노파는, 청소 같은 것을 할 마음이 전혀 없었죠. 어떻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억 재산가였던 사람이 청소를 하겠어요. 노파는 경마장 출입구 앞에 양재기를 놓고 구걸을 했죠.”
“그것으로 다시 마권을 샀고.”
“그러다…….”
“예……?”
“돌아가셨죠.”
“저런, 울고 있군요.”
“…….”
(4)
“손님, 이젠 차가 고속도로로 접어드는군요.”
“제 속력을 다 낼 수 있겠군.”
“하늘이 조금씩 납빛으로 변해요. 오늘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었지요.”
“눈이 오면 큰일인데…….”
“그래요. 강원도 길은 정말 골치죠. 오죽하면 보험회사에서 강원도 차의 보험을 꺼리거나, 보험료를 더 비싸게 책정했겠어요.”
“언젠가 대관령을 넘어갈 때였죠. 눈이 질금거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온 산하를 하얗게 덮는 거였죠. 길이 막혀 차들이 움직이질 못했죠. 전나무나 소나무가 적설을 이기지 못하여 쫙쫙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데, 얼마나 장엄하던지. 얼마 후, 제설차가 동원되어 겨우 숨통을 뚫었죠.”
“실망스러웠겠네요.”
“예?”
“저도 그런 기억이 있어요. 잠시나마 그런 비현실적인 공간에 내팽개쳐져서, 이 숨 막히는 현실을 잊어 보고 싶었던…….”
“좀 시적이군요.”
“시를 공부한 적이 있어요.”
“학창시절?”
“전 학력이 짧아요. 중학교밖에 다니질 못했죠.”
“그럼, 어머니가 마권에 팔려 집에서 빈둥거릴 때?”
“눈치 한 번 번개군요.”
“요즘, 그 정도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형씨 표정이나, 어투, 또는 울먹이는 것들에서 모두 드러내고 말았는데.”
“흐흐. 그렇군요.”
“담배 태워도 되겠소?”
“좋을 대로 해요.”
“유리창을 내리겠습니다.”
“그래야지요.”
“바람이 차군요.”
“조금 올려요.”
“그러지요.”
“참, 지하에 계시는 어머니는 얼마나 추우실까. 돈에 얼마나 설움을 당했으면 그랬을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어도 되는데…… 빌어먹을…….”
“옛말 그른 것 하나도 없지요.”
“뭘, 말씀이오?”
“살아 계실 때 잘해야지,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해도…….”
“그래요. 모두 지난 일이죠.”
“나목들이 삭풍에 징징 우는군요.”
“단련시키는 거지요.”
“예?”
“폭풍은 대기를 정화하고, 해일은 바다 속을 청소하고, 폭우는 대지를 깨끗이 하는 거래요. 그러면서 약한 생물체는 도태시키고, 강한 생명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려는 자연의 질서 운동이라는 거죠.”
“꼭이 나를 빗대어 하는 말 같아서, 기분이 영…….”
“아, 아닙니다요. 형씨…….”
“됐어요.”
“사실 모든 사라져 가는 자연물은 아름답지요.”
“그래요. 낙조가…… 단풍이…… 그리고, 백조는 죽을 때 가장 아름답게 울고 죽는다 했지요…… 인간도 그럴까…… 아니,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저런 담배가 손가락 안으로 타들고 있군요. 재떨이를 없앴으니, 그냥 차창 밖에 버려요. 그리고 유리창을 올리시고.”
“그래야겠군요.”
“참, 지하에 계시는 어머니는 얼마나 추우실까…….”
“젠장, 그만 합시다.”
“형씨는 나보다 못할 짓을 더 많이 한 모양이군요.”
“입 좀 닥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저런 목소리에 날이 섰네요. 아, 알았어요. 나 원 참…….”
“…….”
(5)
“손님, 벌써 원주군요.”
“제천, 영월로 빠져야지요.”
“그 길밖에 더 있나요.”
“손님은 얼마나 됐어요.”
“뭘 말씀이오?”
“나이, 그 검정색 선글라스 때문에…….”
“아마 그쪽 정도는 됐을 거요.”
“전 오십인데.”
“저런, 이런 우연도 있나.”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랬죠.”
“살림살이가 간단했던, 저 공자 시대의 이야기죠.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모르겠소. 그리고 세상이 하도 어지럽게 돌아가, 세 살 때나 지금이나, 도대체 사는 게 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요. 내가 지금 비싼 택시비를 지불하며 이렇게 서둘러 사북에 가는 이유도 모르겠고.”
“참, 손님, 성함이 어떻게?”
“어차피 사북에 도착하면 해어질 것, 딱히 그런 것을 알아서 무얼 하게요. 그냥 편한 대로, 손 형이라고 부르오.”
“난, 차 가요.”
“난 손님이니까 손 형, 거기는 차를 운전하니까 차 형, 이것도 우연이네요. 그런데 차 형은, 참 열심히 산 분 같은데…….”
“우여곡절이 많았죠. 어머니 때문에, 가슴에서 불길이 불쑥불쑥 치밀어, 술로 많은 세월을 탕진했죠.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마음잡고, 막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지금은 개인택시를 몰며 다소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편이지요. 아이들도 잘 커 줬고…….”
“행복한 분이네요.”
“듣고 싶군요.”
“한참 일할 시간에 사북 같은 곳을 가는 이유를? 날 힐난하는 거요?”
“아니오. 이 직업은 자의든 타의든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어 있어요. 택시 운전 십 오 년이면 사회 곳곳 꿰차지 않는 자리가 없지요.”
“아하, 차 형의 지식 창고에 뭔가 보태어 달라는 말씀이구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 번은 가보고 싶었어요.”
“왜요?”
“글쎄요. 요즘 살 만하게 되니까, 어머니만 생각하면,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려요. 노름도 유전되는 것인가, 으허허.”
“그런 데, 기웃거리는 것은 안 좋아요. 나처럼 패가망신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벌레 같은 인생이 되기 십상이니까.”
“패가망신? 벌레 같은 인생?”
“어디서부터 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후우…….”
“한숨은 그만 쉬어요. 차가 지하로 굴러 떨어지겠소.”
“우후후…….”
“손 형, 울고 있군요.”
“…….”
(6)
“우리 부친은 한의원이었는데…….”
“예, 손 형.”
“전국에서 관절염 환자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요. 젊은 사람들에게도 어쩌다 있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관절염을 앓죠. 여자들은 특히 더하죠. 그 아픔, 당해 본 사람은 알죠. 시도 때도 없이 날카로운 송곳으로 쑤시는 느낌, 부친은 거기에 착안한 것 같아요. 돈이 될 것 같다는. 고심참담한 연구 끝에 특효약을 만들었죠. 닭과 지네를 주성분으로 한 환약이었어요.”
“돈을 많이 벌었겠군요.”
“목적이 거기에만 있었으니까요.”
“예?”
“무슨 마약 같았어요. 아니, 어쩌면, 그런 성분을 넣었을 지도 몰라요. 좀 어수룩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환자들은 줄을 서 그 약을 타다가 복용하면 한 달은 아무 통증을 못 느꼈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면 통증이 더하는 거예요. 환자들은 예약을 해야 부친을 접할 수 있었죠. 은행과 금고에 돈은 쌓여만 갔고요.”
“저와 달리 유복하게 자랐군요.”
“무슨 말씀을…….”
“아니란 말씀예요?”
“난, 찢어진 검정 고무신을 신고 초등학교에 다녔죠.”
“이해가 안 되는군요.”
“부친은 돈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했거든요.”
“욕심이 욕심을 불렀군요.
“칠팔십 년대가 지나면서 그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새기를 쳐 엄청나게 불었어요. 차 형, 알지요?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다마다요.”
“부친은 배가 불러지자, 한의원을 남에게 임대하고, 부동산 관리나 하며 유유자적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짠돌이 근성은 바뀌지 않았어요. 나 역시 차 형처럼 사업체를 하나 내 달라고 졸랐죠. 삼류 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어디 들어갈 데가 있어야지요. 부친은 강경하게 말렸어요.”
“이야기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 틀은 어딘지 나와 비슷하군요.”
“그렇군요. 차 형. 정말 우연이네요.”
“우연들이 모이면 필연도 되겠지요.”
“그럴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평택, 지역사회 아닙니까. 내 속사정을 아는 선배, 동창, 후배들이 서서히 접근하더군요. 여러 가지 감언이설로 말이에요. 내 부친에게도…….”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씀이군요.”
“무엇보다 부친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정치였죠. 돈이 많으면 뭔가 하나 더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부친은 국회의원에 몇 번 출마했죠. 난 선거 사무장이었어요. 그때부터 돈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었지요.”
“이해가 가는군요.”
“돈을 처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회의원 출마자의 외아들, 그런 자리가 아니겠어요. 선배, 동창, 후배들은 날 유흥가와 노름판에 끌어들이기 시작했죠.”
“용의주도한 계략이었군요.”
“초창기의 이야기지요. 그들은 룸살롱 같은 데 가서 술을 사고 계집을 붙여 주며 극진히 대접했어요. 고스톱과 포커판도 자주 열었죠. 그들은 처음엔 따게 해주더니 왕창 왕창 긁어가는 거예요. 노련한 노름꾼은 처음 상대편에게 한번쯤은 미끼를 던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카지노, 경마, 주식, 복권 같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난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됐어요. 갖은 폭력과 협박…… 맞기도 많이 했죠. 소위 ‘하우스 방’이라는 모텔 노름방에 갇혀 있으면서 물고문도 많이 당했고요. 갈비뼈가 나가 한 달 가까이 입원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군요.”
“그래요. 돈이 없을 때, 인간은 보다 더 인간적이 되지요. 차 형의 말대로 부친께서 한울님의 뜻을 알고 불우 이웃에 보태고, 나한테 사업 자금이라도 얼마간 줬더라면…… 흐흐흐…… 모두, 지난 일지지요…….”
“부친은 어떻게 됐나요?”
“출마 세 번째였어요. 부친은 단 3표 차로 떨어지고, 선거 무효 소송을 내 재 검표를 했는데, 오히려 2표가 줄었지요. 내 노름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도 확인됐고요. 선배들은 국회의원이 꿈인 부친에게 아들을 납치, 또는 고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으니…… 게다가 근소한 표 차로 낙선…… 부자(父子)의 어리석은 짓으로 찬물에 뭐 줄듯이 팍 줄어버린 재산…….”
“홱 돌아 버릴 일이었겠네요…… 그래서요?”
“뇌졸중. 그 뒤를, 동일한 병으로 어머니도 따랐고요.”
“저런…….”
“추운 겨울 날, 지하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추우실까…….”
“…….”
(7)
“손 형, 벌써 제천으로 접어드는군요.”
“그렇군요.”
“손 형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날 것 같지 않소만…….”
“그래요.”
“시간은 많이 남았잖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먹고 살 게 있다고 했죠. 남은 부동산을 처분하면 몇 십억은 좋이 되었죠. 하지만, 난 노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지요. 노름꾼들이 날 불러내지 않으면, 내가 찾았죠.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이미 난치병이 되어 있었군요.”
“가만히 누워 있으면 천장이 모두 화투장이나 카드로 보이는 거 있죠. 거기에 더해, 경마장, 투계, 소싸움, 주식, 로또복권, 심지어 해외 카지노까지, 사행성이 있는 것이라면 손을 안대는…….”
“거기에 뿌린 돈만 하여도, 허허…….”
“집사람이 말리기 시작했죠. 아내는 초등학교 교장의 딸입지요. 가정교육의 덕택이랄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타입, 왜 알죠?”
“제 집사람하고 같군요.”
“또 하나의 우연이 추가되는군요.”
“흐흐, 그렇군요.”
“그런 여자가 독하게 마음먹으면 더 무서워요.”
“잘 알고 있지요.”
“아내는 내가 가는 노름판마다 좇아와서 난장판을 만들기 일쑤였죠. 대부분 ‘주먹’들이 끼어 있는 판인데 말이오. ‘주먹’들은 거칠고 상스런 말을 내뱉으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는데, 아내는 하얗게 웃으며 품속에서 칼을 꺼내고,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네가 죽을래, 아니면 내가 죽을까…….”
“눈에 잡힐 듯해요.”
“이젠 아무도 날 불러내지 않았죠. 난 잠시 태도를 바꿔야 했지요.”
“어떻게?”
“평택 시내에 입시 학원을 크게 내었죠. 강사들도 많이 뽑고요. 학원생 수가 늘어가는 것을 보아 천천히 채용해도 되는 것을……. 나는 도의원에도 출마했어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초석이라는 토를 달아서 말이오. 하여, 아버지의 한을 갚아드리겠다고요. 내가 왜 그런 일을 벌였을 것 같아요?”
“아내를 안심시키고, 돈을 빼내, 노름을 더 하기 위해서…….”
“과연 족집게시군요. 노름에서 빠진 돈을 그쪽에서 없어진 것처럼 하기 위해서였죠. 그게 오래 가겠어요. 불과 3년 만에 재산은 거의 거덜 나고 말았죠. 아내는 곧 눈치를 채었죠. 어느 날이었어요. 마지막 돈을 다 털리고 집에 가보니까, 아내는 눈을 까뒤집고 누워 있는 거예요.”
“약을 먹은 모양이군요.”
“빌어먹을 년, 그리 죽을 게 뭐람…….”
“저런, 또 울고 있군요.”
“…….”
(8)
“아이들은?”
“딸, 아들, 둘이 있지요. 우리 같은 집안의 자식들은 대개 두 부류로 성장하게 되어 있지요. 하나는 문제아, 다른 쪽은 애어른. 어느 편일 것 같소?”
“손 형의 자신 있는 어투로 봐서, 아마도 후자에 속할 것 같소만.”
“중학교 때부터 죽, 장학생들이었죠. 나의 방탕한 생활로 집안이 거덜 나자, 녀석들은 신문 등을 돌리며, 생활비를 마련했고요. 대학도 학비와 기숙사비가 면제된 곳을 다녀요. 어디 하면, 대개가 아는 그런 대학입죠. 아르바이트로 자신들의 필요한 돈은 스스로 만들어 쓰지요. 가끔 나한테, 용돈도 준답니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면이 많군요.”
“허허, 녀석들 차암…….”
“아이들이 참 일찍부터 어른이 됐군요.”
“다 잘난, 아비 덕이지요. 흐흐…….”
“지난 일 아닙니까. 자조는 그만하세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죠.”
“…….”
“마지막 남은 돈, 주식과 로또복권으로 다 털리고, 마지막으로 한몫 잡자고, 딸애가 자신의 장래를 위해 든 적금 천만 원을 거의 빼앗다 시피 하여, 마침 고한에 처음 개장하는 스몰 카지노로 갔죠.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동전 한 닢 안 남은 거예요. 어디 가서, 시궁창에 콱, 머리를 쑤셔 박아 죽고 싶더라고요.”
“이해가 가는군요.”
“차마 집에도 못 가고, 거기서 유령이 되어 헤맸죠.”
“유령?”
“아직도 많이 있습죠. 모습들도 그래요. 얼굴엔 핏기라곤 하나도 없고, 비쩍 마른 몸피에, 초점 없는 몽롱한 눈으로 맥이 빠져 헤매는 군상들…….”
“어떻게 연명을 하죠?”
“기계가 잘 되는 것이 따로 있죠.”
“당첨금이 많이 걸린 것이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래요. 블랙잭 같은 곳도 자리가 부족하고요. 순서대로 카지노장에 들어갈 수가 있으므로, 새벽부터 앞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남보다 일찍 입장을 하지요. 좋은 기계나 블랙잭 자리에 어제 남긴 천 원짜리 몇 장을 움켜쥐고 지켜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오만 원이나 십만 원을 받고, 그 자리를 팔지요.”
“일단은 노동하는 것보다 낫겠군요.”
“아무튼, 잠은 카지노 빈 공간 구석에서 자고, 햄버그 등으로 대충 요기를 하며, 자리 판돈을 몇 천 원만 남기고, 다시 기계나 블랙잭에 박지요. 그렇게 계속 몇 달만 계속하면, 정말 유령처럼 변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우리 어머니와, 어쩌면 그렇게도…… 누가 노동의 소중함을 모르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유령들로 만들었는지…… 참, 나 원…….”
“지금 내 모습도 그렇잖소?”
“글쎄요. 그 선글라스 때문에, 확실한 것은…….”
“선글라스를 벗으면 아마 놀랄 거요.”
“허허, 그럼 쓰고 있어요.”
“그래야지요.”
“주식은 어땠어요?”
“우리 같은 일반인이야, 털리고 처박고 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지요. 그러다 얼마 못 견뎌요. 왜 그런 줄 아쇼?”
“왜죠?”
“우리들은 패를 보고 돌리는 노름판에 잘못 끼어든 어설픈 노름꾼과 같죠. 노련한 노름꾼은 상대편에게 한번쯤은 따게 해준다고 했죠. 일반인들이 대부분 처음 주식에 뛰어드는 때가, 주가가 천장을 향해 내달리는, 소위 대세상승기죠.”
“그건 그래요.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요. 티브이 드라마에까지 주식 이야기가 연일 나오니까요. 마치 주식을 안 하면, 꼭 바보 같이 보이게 말예요.”
“그때부터 얼마간 올리다…….”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말씀이죠.”
“정신없이 팍팍 내리죠. 하한가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게…….”
“그 노련한 노름꾼은 도대체 누군가요?”
“아마 첫 번째는, 정치자금 담당관이나 그들과 관련 있는 큰손들이겠죠. 다음이 외국인과 기관, 기관에서도 투신사, 증권사, 은행, 이런 순서로 패를 보고 돌리는 거지요. 그들의 농간으로 주식은 달아올랐다 식었다, 하는 거죠. 나머지는 모두 그들을 위해 같다 붙인 이유에 불과하지요. 그러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 즉 개미들의 등골을 빼내어, 그들을 먹여 살리고 살찌우는 것이지요.”
“결국 거기서도…….”
“다 털렸죠. 적어도 김영삼 정권 때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정부의 실세와 협잡, 조작…….”
“그 많던 주식과 관련된 무슨 무슨 게이트…….”
“예, 맞아요. 더구나 예수금으로 주식을 세 배까지 살 수 있어, 며칠만 하한가 맞으면 집을 팔거나 빚을 내어 메워야 하고, 우리들 소액 주주를 배제시킨 채 저희들 마음대로 감자와 증자를 하고, 하루아침에 주식을 휴지로 만들고, 그 변화와 재주가 홍길동처럼 무쌍해, 우리 일반인은 오래 못 견디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빚쟁이에 쫓기고, 패가망신하고, 자살하여 개미들이 떠나면 한 5년 뒤쯤에 다시 그런 놀음이 시작되죠. 개미들의 악순환이요. 난 다행히 미수는 안 쐈기 때문에, 돈을 더 박지는 않았어요. 주식에서 남은 푼돈을 모두 꺼내어 로또복권을 샀죠. 모두, 꽝이었어요. 그때도, 또, 죽고 싶더라고요.”
“제 주위에도 많아요. 자책은 그만 하세요. 그래도 이 세상은 살 만하잖아요.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도 있겠지요.”
“저 차가운 지하에 계시는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무…….”
“이제는 소리 내어 울기까지 하시는군요.”
“…….”
“차를 그만, 평택으로 돌릴까요?”
“아니오. 속력을 더 내줘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나요!”
“저런, 이젠, 목소리에 오기 같은 게 묻어나네요.”
“…….”
(9)
“차 형 뱃속에서, 요상한 소리가 들리는군요.”
“사실 점심도 굶었어요. 오늘은 거, 뭐든 가, 누구의 소설 재목처럼, 운수 좋은 날인 모양이오. 새벽부터 빈차로 다니지를 못했죠. 난 물고기 잡는 꿈을 꾸면 다음 날, 묘하게 재수가 좋아요. 황금빛 월척 붕어였죠.”
“물빛은 어땠어요?”
“맑은 물에 여러 마리가 노니는 거예요. 옷을 입은 채 텀벙거리며 손으로 잡았어요. 그것을 준비해 간 큰 물통에 주워 담았죠. 곧 물통이 가득 찼지요.”
“카지노 꿈입니다. 황금빛은 돈을 뜻하지요. 물통은 카지노에서 쓰는 돈 통을 말하고요. 딴 동전을 거기에 담아 지폐로 바꾸지요…….”
“난, 그런 것, 절대 안합니다.
“그래야지요. 아니, 그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됩니다. 원수가 있으면 카지노에 데리고 가라는 말도 있어요.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생겼겠어요. 하여튼 현진건의 소설은 역설이죠. 운수 좋은 날이, 가장 운수 나빴다는…….”
“그만 둬요. 지금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강원도 길로 접어듭니다. 벌써 어둠이 구렁이처럼 저 산기슭으로부터 서서히 감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보름이오. 보름달이 저 준봉들 속에 숨어 있을 겁니다. 곧 산을 박차고 제 모습을 보일 겁니다. 오히려 운치가 있을 테지요.”
“그런가요?”
“난, 사실 아침부터 걸렀지요. 곧 영월인데, 거기서 속에 뭔가 채웁시다. 밥은 내가 사겠소. 그리고 보름달이 뜨면, 그것을 벗 삼아 갑시다.”
“그래야겠군요.”
“영월 시내로 들어갑시다.”
“알겠습니다.”
(10)
“차 형, 뭘 들겠어요.”
“손 형이 좋은 걸로.”
“여기 한우가 좋은데.”
“얻어먹는 주제에 뭘…….”
“아주머니, 여기 소불고기 2인분하고, 공깃밥 둘, 소주 한 병.”
“…….”
(11)
“차 형, 어때요? 육질이?”
“좋군요.”
“여기 염소도 괜찮아요.”
“들었어요.”
“한잔하겠소?”
“운전을 해야 되잖아요”
“내 경험에 의하면, 여기서부터 카지노까지는 검문이 없어요.”
“강원도 밤길이잖아요.”
“한두 잔쯤이야…….”
“손 형, 딱, 한 잔만…….”
“하면, 받아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꼭, 여행을 온 기분이군요.”
“한 잔 걸치고, 아까 말한 대로, 보름달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삼아…….”
“술맛도 괜찮군요. 자, 제 잔을 받지요. 그런데 그 선글라스 답답하지 않아요. 밤에, 그것도 식당에서, 술까지 마시면서 딱히…….”
“차 형, 꼭 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
“아니, 그냥…….”
“내 눈을 보면, 밥맛과 술맛, 모두 달아날 텐데…….”
“그럼, 그만 둬요.”
“자, 봐요.”
“아……!”
“흉하지요?
“왼쪽 눈이 없고, 그 자리에서, 고름마저 나오는군요.”
“처음 이 차를 탔을 때, 내가 빠져나간 부분들이 많다고 했지요.”
“어쩌다…….”
“내 몸에서 움직이는 데, 아니 노름을 하는 데, 별 이상이 없는 것들은 다 팔아 치웠죠. 이제 나에게서 더 이상 처분 할 것은 없어요.”
“얻어먹어서는 안 될 것을, 얻어먹는군요. 여기 음식 값은 내가 지불하겠어요. 헌데 그 몸으로, 술을 마셔도 되겠어요?”
“여기는 내가 오자고 했어요. 그리고 난 이제 갈 데까지 간 사람이오.”
“아이들이 있잖아요.”
“난 그들에게 짐만 될 뿐이오.”
“그렇지 않아요. 부친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있어야 할 사람은 없고, 없어야 할 사람만…….”
“이제부터라도 몸 관리를 해요. 둘 다 없어 봐요. 아이들의 결혼식 날…….”
“……이 선글라스는 제 자리에 가는 게 낳겠지요?”
“알아서 해요…….”
“그럼, 원위치로.”
“…….”
(12)
“차 형, 살진 보름달이 산꼭대기에 걸렸네요.”
“참으로, 오랜만에 달을 보는군요.”
“나도 그래요. 하늘에 달과 별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죠.”
“뭐에 그리도 바빴는지, 원…….”
“조물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어요.”
“그래요. 손 형, 이쯤에서 차를 평택으로 돌릴까요?”
“그건 안 되오.”
“왜죠?”
“역시 오기랄까…….”
“술이 오르는군요.”
“빈속에, 반병이나 마셨잖소.”
“손 형도 식사는 않고, 한 병 반이나 자셨으면서.”
“혹 내 눈 때문에, 식사를 안 한 건 아니오?”
“손 형의 한쪽 없어진 눈을 보고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소. 그리고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았나? 난 그저 운전이나 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평생을 다했으니…… 사나이 불알 차고 태어나, 이렇게만 살아야만 했었나? 난…… 사실 어떤 면에서, 손 형의 그 엉터리 같은 용기까지도, 부럽소. 아마 손 형은 죽어도 후회는 없을 거요…….”
“괴변은 집어치워요. 술과 안주를 좀 샀다고, 날 위로할 생각도 말고…….”
“오늘 하루만 기계를 만져 볼까……? 딱 한 번만……?”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그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했잖소.”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요. 가족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참 많은 것들을 버리고 살았죠. 시도 그래서, 버린 것이고요.”
“그럼, 시나 다시 시작해요.”
“머리가 굳어서…….”
“내 어떤 스님 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스님들 속에서는, 누구 하면, 대개가 아는 분입지요. 월(月) 자 돌림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님이니까요. 그분이 만년에 깨우친 바 있어, 하산을 했지요. 뭔지 알아요?”
“어떤?”
“홀로 남은 어머니 봉양 하나 못하는 내가, 법문이 무슨 소용이냐고.”
“…….”
“차 형은 큰일을 하고 있는 거지요. 차 형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 어떤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꼴값을 떨 수 있고, 하여 이 나라가 버티어 가는 겁니다. 더구나 나 같은 인간말종에 비하면, 차 형이야….”
“술 좀 같이 해줬다고 아부가 심하군요. 그거야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에 도달한 사람이 갖는 자만 같은 게 아닐까요. 그 누구의 노래처럼, 난 참 바보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산다는 게 그렇지요…… 무슨 정답이 있겠어요.”
“어, 빌어먹을 놈에 보름달, 참 환장하게도 밝군.”
“허허, 그놈에 보름달, 꼭 내 여편네 연애 시절, 그 얼굴이네…….”
“그만 울어요. 술에, 눈물에, 망가진 눈, 더 탈나겠소.”
“…….”
(13)
“손 형, 차창을 열까요?”
“취기를 날려 보내려면…….”
“가도 가도 여기저기 먹물 같은 산 그림자만…….”
“아가리를 쫙 벌리고 음험하게 버티고 있다, 이 말씀이군.”
“정말 그래요.”
“인가가 없으니까.”
“이 척박한 산중에 무슨 뿌리를 박아 살 게 있다고…….”
“태백이나 정선 등은 채탄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지요. 한때는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대요. 한국 최대의 환락가이기도 했고요. 인생 막장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날 벌면 그날로 썼던 까닭이죠. 채탄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폐촌이나 다름없이 변해 갔지요.”
“카지노를, 그래서, 이곳에 유치한 것이 아니던가요?”
“차 형, 위정자들이 하는 일 중에 도대체 진정으로 서민, 특히 뿌리 뽑힌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럼, 아니란, 말인가요?”
“참 순진도 하시군. 여태까지 기사 생활 헛했네요.”
“흐흐. 말을 그렇게 받아야, 손님들이 의기양양해져, 더 많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더라고요. 흐흐흐…….”
“손님을 가지고 놀고 있군요. 어쨌든 차 형, 어디나 그렇잖아요. 여기에 카지노가 들어오기 전, 힘 있고 돈 가진 자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먼저 들어와, 요지를 장악했지요. 부동산을 처분 해 얼마간 돈이 생긴 주민들은, 기계에 모두 쏟아 붓고, 가정이 풍비박산 나 떠났고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지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썰렁해요.”
“여기 경제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단 말이군요.”
“처음엔 뭔가 되는 것도 같았죠. 헌데 카지노에서 모두 흡수해 버렸어요. 카지노에 온 사람들은, 먹고 자는 것을 모두 거기서 해결하고, 이동도 택시를 타지 않고 거의 카지노 버스를 이용하죠.”
“정부에서 하는 일이란 게, 정말 그렇군요.”
“주민들은 이제야 아차, 한 거죠. 처음엔 대통령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치하하는 현수막도 많이 걸렸었는데…….”
“모두 전설 속에 묻혀 버렸다, 이 말씀이군요.”
“그래요.”
“문을 더 열어요.”
“열이 받친다, 이 말……?”
“그렇지요….”
“…….”
(14)
“손 형, 불빛이 아주 밝은 마을도 있군요.”
“카지노에 거의 다와 간다는 뜻이지요.”
“여긴 어딥니까?”
“백두산의 다른 이름 시루산, 즉 증산(甑山)입니다. 카지노와 가깝고, 여기서 정선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지요. 정선 5일장이 티브이 등에 소개되면서, 여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다음이 카지노가 있는 정선군 사북읍이고요.”
“……”
“차 형,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요?”
“혹 아리랑에 대해 알고 있소?”
“글쎄요. 대원군 경복궁 증축 때,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곤궁해져 생겼다는 내용을 어디서 언뜻, 읽은 기억이 나지만…… 아이농(我耳聾), 내 귀가 멀었다는 뜻으로 불렀던……백성들의 한탄…….”
“맞아요. 아리랑은 우리 민초들의 한이지요.”
“뜬금없이 왜 그런 것은 물어요?”
“경상도 아리랑은 그래도 좀 경쾌한 느낌이 있어요. 전라도의 것은 어딘지 한이 서린 것 같고, 그렇다면 강원도 여기 정선 아리랑은 어떤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기엔, 한숨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그래요 민초들이 삶의 질곡에서 나오는 한숨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그런 소리…….”
“잘 봤어요. 현실적인 삶의 고통을,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날려 보내는 소리일 겁니다. 아마도 여기서 또 다른 아리랑이, 저 카지노 때문에, 생겨날 것만 같군요. 바람결에 날리는 아주 애절한 한숨으로…….”
“허허, 그렇군요.”
“…….”
(15)
“저 앞 굴다리 보이죠. 우회전하여, 그 안을 통과해요.”
“알았습니다.”
“이 길을 따라 죽 올라가요.”
“카지노가 산 위쪽에 있는 모양이죠.”
“여기는 700미터가 넘는 고원이죠. 카지노는 800미터 정도에 있어요.”
“왜 그렇게, 높은 곳에…….”
“고립시키는 거죠.”
“고립?”
“한번 올라가면 다 털리기 전에는 못 내려오게. 또한 고원 지대는 귀가 멍멍하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고 다 터는 거지요.”
“손 형은 유머 감각이 있어요.”
“유머가 아니라, 세티어라 했잖소.”
“아, 그렇지요.”
“카지노의 구조도 묘하게 되어 있어요. 백화점처럼 출구가 잘 보이지 않죠. 그곳을 찾으러 헤매다가 부지불식간에, 기계에 돈을 다 빨리고 마는 거죠.”
“미로와 같다…….”
“음악도 그래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률들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여 기분을 들뜨게 하지요. 로고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것들을 변형했어요. 그러니까 카지노를 내려와 길거리를 걷는다거나 어디에 들어가면, 흔히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로 되어 있어요. 한 번 카지노에 들린 사람은 어디서나 그와 비슷한 음향이나 도안들의 환청, 환각으로, 카지노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죠.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는 당첨 확률이 49 : 51입니다. 그것도 조금만 계속하면 마이너스가 나오겠죠. 라스베이거스는 어쨌든 확률 2%를 가지고 운영이 되지요. 여기는 얼마인 줄 알아요?”
“글쎄요. 얼마나 될까요?”
“15 : 85입니다. 그걸 하루만 계속해 봐요.”
“몇 천만 원은 좋이…….”
“가능한 일예요. 한국인은 거 뭐든가, 승부 근성인지 오기인지, 그런 것이 있어서, 기계 몇 대에 성냥 등을 꼽아, 자동으로 돌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거기에다 입장료 5000원씩을 챙기고. 당첨금이 500만원을 넘으면 22%씩 원천 징수해요. 정부의 지분이 반을 넘기니까, 사실 정부에서 하는 허가 낸 노름판인데, 정부에서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수작이죠. 그러니 5000원 짜리 주식이 20만원이 넘은 적도 있지 않겠어요.”
“한마디로 강도 같은…….”
“총이나 칼만 안 든 날강도 같은 놈들이죠.”
“안 가면 되잖아요.”
“노름의 속성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소. 정부는 그걸 이용한 거죠.”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이유가 그런 데 있었군요.”
“한 이유가 되겠지요.”
“단 하나의 이유뿐이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저 산 위에 불빛이 보이는군요.”
“저 파란 불빛에 빛나는 카지노 건물, 꼭 뭐 같아요?”
“손 형의 말을 들어선지 아주 음흉스럽게 보이는군요.”
“마귀의 성, 악마의 성, 그렇게 보면 돼요.”
“……손 형에게 내 끝으로 묻겠소. 차를 평택으로……?”
“안되오!”
“지금까지 손 형의 말로 미루어, 저곳은 절대 가서는 안 될 곳이라는 것을, 자신도 빤히 알면서, 왜 가지요?”
“역시, 갈 데까지 갔다는, 그놈의 오기 때문에…….”
“기사야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모셔다 주면 되지만, 내, 원, 참…….”
“이제 다 왔잖아요.”
“…….”
(16)
“얼마 드리면 되지요?”
“15만원만 내요. 술도 얻어 마셨고…….”
“받아요. 20만원입니다.”
“왜 그렇게 많이…….”
“어차피 내려올 때는 제로니까. 차 형 덕분에 마음에 맺힌 것을 많이 풀었어요. 고마워서…… 차 형은, 참, 좋은 사람일 것 같군요…….”
“손 형도…….”
“그런 사람이 이런 델 들락거리겠어요.”
“별개의 문제죠.”
“차를 카지노 정문 앞에 대요.”
“…….”
“아니, 왜, 주차장으로 들어가지요?”
“젠장, 여기까지 온 김에, 나도 구경 한 번 합시다.”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여긴 뭐, 거시기에, 금테 두른 사람만 오나…….”
“어, 차 형, 화까지 낼 건 없잖소.”
“술을 얻어 마신 대신, 손 형의 입장료는 내가 내지요.”
“그럼, 안되는데…….”
“고원이라 춥군요. 자, 그만, 들어갑시다!”
“…….”
(17)
“수많은 기계, 인파, 소음…… 정말 어지럽군요.”
“처음 오면 다 그래요. 아니, 누구나, 언제든, 그렇죠.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죠.”
“여자들도 꽤 있군요.”
“그들이 문제가 더 많아요.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 한 곳에 빠지면 잘 헤어나지 못하죠. 프로이트라는 정신 분석 학자인지 성 분석 학자인지 모를 서양의 어느 친구가 지껄였죠. 여자는 성기가 안에 있으므로 해서, 근본적으로, 모두 내성적 성격에 속한다고. 따라서 여자가 노름에 미치면 남자보다 더해요.”
“그렇겠군요.”
“더구나 요즘은 여자가 가정의 경제 주체죠. 그런 여자들이 하루에 몇 백만 원씩 같다 잃고는, 여기저기 계원 등 아는 사람에게 온라인으로 돈을 빌려 다 털리고, 사색이 되어 새벽에 퇴근하는 모습이라니…….”
“결국 가산 탕진하고…….”
“가정 깨고, 목숨 던지기 십상이죠.”
“나서서 말려야 할 이런 곳을, 왜 정부가…….”
“음성, 양성, 여러 종류의 돈이 필요하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자, 차 형. 구경했으니 그만 나가요.”
“딱 한 번만 해보고 싶군요.”
“내 뭐라고 했소. 여기에 오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니까…….”
“손 형, 딱 한 번만이오.”
“…….”
(18)
“내 이제 모르겠으니, 차 형 꼴리는 대로 해요.”
“손 형의 어감에도 감정이 묻어나네요.”
“차 형이 잘못되면 내 책임이잖소. 괜히 카지노 이야기는 주절거려서…….”
“나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했잖소.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거지 뭐. 그런데 손 형, 왜 자리에 앉지 않고, 빙빙 돌기만 하나요?”
“잘되는 기계가 따로 있는데…… 헌데, 그런 것이…… 아, 여기 비슷한 자리가 비어있군. 여기 앉아야겠어.”
“나도 손 형 옆에 자리를 잡겠소..”
“알아서 하라고 했잖소. 넨장맞을…….”
“돈은 저 입에 넣고, 이 배꼽을 누르면 되겠군. 맞죠?”
“허허…….”
“아니, 손 형, 이게 뭐요?”
“터졌군요.”
“얼마나 돼요?”
“90만원쯤…… 헌데 그것은 미끼일 겁니다. 우리가 입장할 때 주민등록증을 제시했죠. 어쩌면 그것이 컴퓨터에 입력되어, 중앙 관제탑에서 처음 온 차 형을, 계속 추적하는지도 몰라요. 노련한 노름꾼은 상대방에게 한번쯤 따게도 해준다고 했죠. 차 형, 오늘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요.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황금빛 붕어를 물통 가득 잡았다고 했죠.”
“허허, 참…….”
“손 형만 오기가 있는 줄 아쇼?”
“…….”
(19)
“차 형, 어디에 있었소?”
“밖에 잠깐…….”
“난 모두 털리고, 화가 치밀어 그냥 갔을 줄…….”
“틀린 말은 아니지요. 내려가다가 다시 오기가 치밀어…….”
“그래서?”
“차를 전당포에…… 기름 값마저 날렸으니…….”
“내 연료비는 줄 테니, 그만 내려가요.”
“적어도 잃은 것은…….”
“여기에 있는 돈이 모두 내 돈 같아도, 실제로 해보면 결국 기계의 돈이지요.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순 없다고 했잖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기계는 냉정하니까요. 더구나 한 번 누를 때마다 15 : 85의 확률인데…… 차 형, 안 그렇소?”
“나도 손 형처럼 그놈의 오기 때문이오.”
“허허, 자정이 훨씬 지났으니, 돈들을 다 털려 빈 기계가 많겠군. 이제 진작부터 내가 가고 싶었던 자리로 가 봐야겠네요.”
“난 내 돈을 갉아먹은 이놈과 결판을 내겠소.”
“결코 기계를 이기지 못하는 건데…….”
“…….”
(20)
“차 형, 기계한테 승리했소?”
“아니오.”
“내 뭐라고 했소. 나도 이 손에 남은 돈, 삼만 원이면 끝이오. 여기에 오면 손 형이나 나, 신이나 짐승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이 꼴이 되는 겁니다. 이 돈마저 털리면, 내일 아침도 굶어야 할 판이오. 이제 팔아먹을 것은, 모두 팔았으니…….”
“그럼, 내려갑시다.”
“이미 늦었어요.”
“자…… 삼만 원 모두 넣고…… 마지막 한 번 놀아 볼까……?”
“아니, 손 형, 그게, 뭐요!”
“빌어먹을, 이제야 터졌네.”
“얼마요?”
“1억 4천이 조금 넘네. 원천 징수하면 1억 1천쯤이나…….”
“축하합니다!”
“내가 이런 데서 털린 돈이 얼만지나 아쇼?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오.”
“그래도…….”
“하여튼 일단 한은 푼 셈이오. 조금 있다가 이 카지노 홍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별 꼴값을 다 떨어 준 다음에, 돈을 찾아 바로 내려갑시다. 내 차 형의 차를 찾아 드리리다. 그래서 동해로 갑시다. 내 여비는 충분히 주겠소.”
“할 말이 없소.”
“…….”
(21)
“차 형, 그만 일어나요. 뭔 잠이 그리도 많소.”
“며칠 잠을 못 잤더니…… 아함,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요?”
“기억 안나요? 여기는 삼척 촛대 바위 근처 모텔이죠. 우리는 카지노에서 내려와, 차를 찾아 바로 여기에 와서, 싱싱한 회와 소주에 꼭지가 확 돌았었죠.”
“여기는 정초에 해맞이를 하러 전국에서 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요. 모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잠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요.”
“술맛은, 참, 아무튼, 내 생애 최고였는데…….”
“그랬을 겁니다. 손 형, 다시 축하드려요. 헌데, 지금 몇 시나 됐나요?”
“정오를 조금 넘기고 있군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도 얼마 못 잤지요.”
“그렇군요. 손 형은 벌써 어디에 다녀온 모양인데…….”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죠. 우리 애들 도장 파고, 통장 만들고, 오천만 원씩 넣어 주고, 장문의 편지 쓰고, 그것들을 따로따로 우송하고, 끝으로 남은 천만 원 수표는 만 원 권으로 바꾸고, 참 바빴죠. 이승에서 남은 피붙이에게, 아무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괜찮은 일 같아…… 마음이 들떠서…….”
“왜 그런 말씀을…….”
“이 나이에, 이런 몸과 정신으로,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소.”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힘을 내세요.
“…….”
“손 형, 평택으로?”
“삼척항 정라진으로 가요. 우선 뭘 좀 먹어야지요. 곡기를 구경한 지가…… 영월에서도 술과 안주만 먹었으니…… 정라진 물곰탕이 일품이죠. 서해에서는 장뱅이, 또는 물메기라고도 하는 데, 동해의 것이 육질도 단단하고 상품이죠. 물곰탕 한 그릇이면 속이 확 풀려요.”
“갑시다. 내가 살 테니.”
“그렇게 해요. 대신 여기까지 동행해준 값으로 백만 원을 내겠소.”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찾아 준 찻값만 해도…….”
“내가 돈을 딴 것은 아마도 차 형 덕이 아닌가 싶소. 원래 꿈 이야기를 하면, 상대편에게 그 꿈이 넘어가는 것 아니겠소.”
“히히, 무슨 그런 괴변을…… 손 형은 참 좋은 사람이오.”
“쓸데없는 소리 작작해요. 그리고 차 형, 다시는 카지노에 가지 마시오.”
“꿈에라도 보일까 두렵소. 헌데, 손 형.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평택?”
“아니오. 혼자 가요. 난 여기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시 카지노로 갈려고요? 하여, 만 원권으로 바꾼 것은 아닌가요?”
“……빨리 정라진으로 가서 물곰탕이나 먹읍시다.”
“평택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소.”
“그럴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예?”
“사람의 일이란…….”
“…….”
(22)
“오늘 참으로 술을 많이 마셨군. 대낮부터 혼자, 자정에 이르는, 이 시간까지…… 그러며, 결심을 굳혔지…… 바다는 모든 생물의 고향이라고 했던가. 바다를 영어에서는 여성 대명사 She로 받지…… 한자의 바다 해(海)에도 어미 모(母)가 들어 있어…… 그래, 난 지금 대지의 자궁 앞에 와 서 있는 거야…… 몸에 하나도 걸친 것 없이…… 처음 이 세상에 올 때처럼 벌거벗고, 바닷가 절벽에…… 왠지, 하나도 춥지가 않군. 오히려 몸이 뜨거워…… 흠흠, 냄새도 꼭 산실(産室)에서 맡던 그것이군. 지금 다시, 나는, 태시(太始)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야…… 저 소금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처음 온 그 자리로…….”
“아빠, 제 결혼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아버지 전, 내일이 입대인데…….”
“내가 너희들에게 돌아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빤히 보이잖니. 노름이란 목숨을 끊어야 안하는 거란다. 아니 저승 대신이나 용왕의 신하와 한판 붙자고 달려들었다,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고 쫓겨날지도 모른 게, 그것이란다. 너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행성이 있는 곳에는 기웃거리지도 마라. 아무튼 나는 귀가하여, 한 며칠 자숙하는 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술에 취해 통장을 빼앗아…… 그리고 나는 너희들의 기생충이 되어, 평생을…… 나는 이제야 분명히 깨달았다…… 카지노, 아니 노름판에 가는 길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아빠, 그래도 괜찮아요. 제발 살아만…….”
“…….”
“네가 평생 한 일 중에, 가장 괜찮은 일은…….”
“아버지시군요.”
“술에 취해 밤늦게, 바닷가 달동네를 돌며, 은행에서 바꾼 백만 원 다발을 여러 집에 던진 일이야. 내 생전에 그런 마음만 있었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아버님, 다 지난 일이 아니겠습니까요.”
“여보, 그런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요.”
“아, 당신에겐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했어…….”
“아비야, 며느리 말을 따라라.”
“어머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지노 아니, 노름판에 가는 길은, 바로 죽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곧 만나 뵙고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얘야…….”
“어머니, 저 대지의 어머니가, 절 부르는군요.”
“안 된다…….”
“여보, 제발…….”
“…….” ■
* <월간문학> 2004년 8월호.
* 한국비평문학회 '2005년을 대표하는 문제소설' 선정.
* <한국문화사> '2005년을 대표하는 문제소설집' 출간.
* KBS FM 라디오 극화 방송.
* 한국문학방송 작품선집 제5집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