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중고등동기 등산모임인 '삼맥산우회 시산제'를 청계산 매봉아래에서 올리고
화요일 아침 강의 슬라이드(진단서 작성이란)를 만드느라 일요일 새벽까지 낑낑대고서는
일요일 '중앙대병원 시산제'에 가기위하여 7시 40분경 차를 몰고 나왔다.
미리 축문과 정상주 알마냑을 보내어 놓은 터라 제수로 유과와 안주 조금을 챙겨 다른 종이백에 넣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친한 환자입원실을 들렀다가 버스는 8시 15분에 병원을 출발.
차가 올림픽대로로 들어서자 말자 밀려오는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니 널미재로 넘어간다.
아마 코스를 설악쪽으로 잡은 듯하다.
이어 모곡유원지 가는 길 표시가 보이고 군데군데 들어선 펜션과 식당들.
어느 목좋은 곳의 식당은 세를 준다고 부쳐 놓았다.
내리기 전 산악회 회장으로 인사말을 하고 즐거운 산행을 부탁한다.
오르는 계곡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이고
비정규등산로라 낙엽이 많이 쌓여 오르는데 힘이 든다.
털퍼덕 주저앉아 쉬는 원무과의 남모씨.
오른쪽에 보이는 저길 넘어야 한다.
낙엽을 헤치니 아래는 그대로 얼음.
후미로 오르는데 언제 오느냐고 성화이다.
알고 본즉 우리 팀이 정상주를 가지고 있으니 천천히 가도 되겠다.
이런 길을 조마조마하며 오른다.
바위 틈사이로 보이는 아래의 조망.
정상 직전 쉬고 있으니까 젊은 친구가 올라오더니 나를 보고는 '유교수님' 하며 반가워서 부른다.
나도 안면이 많아 '너 누구지' 하였더니 '종근당의 최창식이예요'
한 이십년도 더 되었나? 종근당 우리병원 담당자로 친하게 지내 같이
치악산 국향사에서 올라 남대봉으로 해서 상원사거쳐 신림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회사를 나와 의료도매업을 한다며.
'그런데 왜 머리는 하얘' 하니 '교수님 저도 이제 나이가 쉰셋이예요'
조만간 이 친구 후임인 유태연과같이 저녁을 하기로 약속한다.
그래 유태연은 결혼식을 할 때 내가 미국출장을 가서 처가 대신 축의금을 전 하였었지.
지금은 개인 사업, 역시 의료도매업의 상무를 하고 있다고 며칠전에 들었었다.
서로 등산도 같이 다니고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다.
양평의 '산사랑산악회 시산제'로 버스 4대가 함께 왔다 한다.
소리산 정상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
정상주는 한 모금이면 족하다.
술이 취하면 무슨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내가 가져온 알마냑 최고급 브랜디.
작년 정상주는 내가 가져온 죠니워커 블루이었지.
마개를 따다가 코르크가 떨어져 나와 전계장이 스크류로 조심조심 코르크를 떼어 낸다.
'그럼 넣을 때나 뺄 때도 살살 하여야지.'
'미쓰 포토'의 권양이 안주를 먹고 있다.
단체촬영을 하고 하산하기 시작한다.
가다보이는 멋진 바위와 이에 어울리는 소나무.
저건 아마 벼락맞은 나무일꺼야. 로 결론을 내리고
중앙관 11층의 수간호사 권양과 기념촬영.
낙엽이 수북히 깔린 길은 걷기도 좋다.
저 돌더미에 돌하나 올리려다 그것도 쉽게 되지 않는다.
한걸음 뒤로는 절벽이다. 가정간호사 김양.
제발 이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찍는다.
봄안개속의 먼 산들은 조는 듯 자리잡고,
어디서인가 들리는 저 청아한 새소리는 박새소리인가?.
연륜이 있는 소나무는 모양도 근사해.
이 코스를 거꾸로 오르다 고생한 이야기를 원부장이 말하고
내려가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으로 전에 사고난 일도 있었다.
마치 북한산 향로봉처럼 오를 때는 눈높이에 홀더가 보여 쉬우나
내려갈 때는 눈아래 스탠스가 보이질 않으니.
수리산은 별로 높지는 않으나 이쪽 저쪽 오르는 약 5킬로의 산행로가 급한 경사이다.
그러니 힘이 더 들지요.
내려오는 계곡물은 어름이 풀린 곳도, 아직 어름이 얼어있는 곳도.
정말 조심하여 내려온다.
자그마한 폭포도 보인다.
우리 시산제는 이런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에서 치렀다.
정성껏 마련한 제수와 술.
작년보다 플라스틱돼지가 더 커지고, 색도 붉은 색에서 옥색으로 바뀌고 돼지코도 더 넓어 졌다.
의례에 따라 시산제는 이루어지고 회장인 내가 제일 먼저 절을 하며 저금통에 노란색의 돈을 넣는다.
이날 읽은 축문은 내가 쓴 것이다.
축 문
중앙대 의료원 산악회 일동은 계사년 봄 소리산 시산제를 거행함에 앞서 천지신명과 소리산신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우리 산악회에서 해마다 시산제를 올리는 이 산은 주변의 경관과 지세가 수려하여 우리가 좋아하는 산입니다.
작년 우리 산악회는 봄철의 화려한 고려산 진달래산행과 초여름 시원한 서해안의 무의도 호룡곡산과 여름철 뜻 깊은 울릉도와 독도 탐방, 가을철 단풍이 울긋불긋한 북한산 우이령 둘레길 등을 다녀왔습니다.
회원 모두가 철따라 아름다운 산행을 즐겁고 탈 없이 지낸 걸 감사드리며, 혹 산행 중 일어난 잘못된 점들을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산악회 회원의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했사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소서.
아무쪼록 올 한해도 중앙대 의료원 산악회의 무사한 산행과 저희들 회원과 그 가족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모든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늘 보살펴 주옵소서.
천지신명이시어.
이 한잔 술을 받아 주옵소서.
단기 4346년 2월 6일
중앙대의료원 산악회
시산제는 끝나고 음복후 내가 선창으로 '위하여'를 세번 외친다.
작년보다 약간 더 싹혀 내 입에는 맞는 홍어와 갖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집에서 담아 온 김치, 입에 찰싹 들어붙는 막걸리는 양평 지평막걸리로 3대가 내려오는 양조장이란다.
라면을 가져다 주는데 살찔까봐 무서워 요건 사양을 한다.
맺음말로 산악회회장으로 마지막 시산제이나 내년에도 불러주면 기꺼이 참석하겠다며.
'준비하신 분들 정말 수고가 많았어요.'
옆에 있는 직원이 나를 끝까지 에스코트하며 준비해온 새콤달콤한 오미자차를 틈틈이 주어 편하게 왔다.
노래방에 가면 방방 뛰며 끝내게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이다.
네마리 새끼를 낳은 작년에 본 그 개는 우리가 가져다 준 돼지고기를 연신 꼬리를 흔들며 허겁지겁먹고 있다.
새끼들 젖주려면 아무렴 많이 먹어야지.
버스가 내려온 길아래 펜션이 있다.
여기 응달에는 아직 녹지도 않은 눈들이 쌓여있다.
흐르는 물에 이산행대장이 무얼하고 있나.
돌아오는 등산 배낭에는 시산제의 시루떡과
등산조끼에는 시산제 기념선물인 가벼운 등산용 상품권이 들어있다.
버스는 다시 온 길을 달려 대부분의 꿈속을 헤맨다.
눈을 떠보니까 버스는 올림픽도로를 달리고 파릇파릇 봄이오는 한강변 고수부지에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대만원.
한시간 반만에 병원도착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다.
'중앙대병원 산악회, 만만세.'
첫댓글 시산제 하면, 마음이 편해 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