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김담희
제목 : 작은 영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주제문 : 나무는 작은 영감을 가지고 극단으로 몰아간 결과다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하기도 했지만 정말 술술 읽혔다. 위에 작성한 소설 말고도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을 읽을 때 처음에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움직이는 말하는 주전자를 상상하며 읽다가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인간마저 진정으로 살아있지 않는다는 않고 로봇이었다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바캉스>는 과거 시대를 여행한다는 것과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대의 모습들과 반전들이 재밌었다. 또, <냄새>, <황혼의 반란>, <수의 신비>, <암흑> 등 많은 소설들이 내가 상상해보지 못했던,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뭔가 유치원생 때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을 극단의 상황으로 끌어갔을 때의 결과가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다.
위에 쓴 소설 말고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황혼의 반란>이었다. 점점 노인을 배척하는 운동이 노골적으로 생겨나고 여론과 정부도 노인들을 배척하자 노인들에게 주어지던 지원들은 사라지고 노년의 이미지는 점차 부정적 요소와 결합되었다. 결국 자녀들마저 부모를 버리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 부모를 데리러 오는 CDPD를 피해 노인들은 숲속 동굴에 모이게 되고, 그 안에서 노인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내용이다. 결국 결말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 안에서 주는 메시지들이 인상적이었다. “추억을 자꾸 되새기는 일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이제 현재 속에서 살기로 합시다. 젊음을 숭배하는 시대 조류에 우리 자식들이 세뇌되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렇게 몸을 가꾸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들은 바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의 젊음이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참으로 큰 착각이죠” 사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겉모습을 중요하게 내세우며 이렇게 보이는 것만 뒤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투명 피부> 같은 내용도 재미있고 신박하긴 했지만 뭔가 진짜 일어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깊게 와닿지 않았다면 않았는데 <황혼의 반란>은 작가가 어떤 양로원을 방문하고 난 뒤에 쓴 만큼 정말 언젠가는 저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너무 극단의 상황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점차 이런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책은 오랜만에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에서 그 이야기들의 영감,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고 나서 책을 읽으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조그만 영감을 가지고서 상상을 더해서 이런 이야기로 부풀리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2학기를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니 좋습니다. 흥미로운 소재가 많았죠? 작가의 아이디어가 반전과 함께 생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지는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기뻐하는님도 <황혼의 반란>처럼 인간의 가치를 무엇으로 매길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주제의 작품을 쓰게 되길 바랍니다. 수고했어요.
슬기로운 민시은
제목 : 소설을 준비하며
주제문 : 바른 생각을 가진 소설을 쓰자.
내게 가장 쓰기 힘든 글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소설을 꼽을 것 같다. 기본과정 때, 소설을 쓰는 창작과정 언니 오빠들이 너무나도 멋있고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창작과정이 된다면 이런 소설을 쓰겠다고 혼자서 상상하고 다짐해보곤 했다. 월드리더스쿨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며 같이 남아있던 에스더 이은율과 동화랍시고 글을 직접 쓴 적도 많다. 그 당시 나에게 창작을 하는 것은 내가 직접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설계하는, 나를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창작과정에 올라와 첫 번째,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하면서 창작과정이 되어서야 소설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책 한 권, 소설 한 편을 내는 작가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고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등장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마치 신의 영역과도 같아서 그만한 책임감이 필요한 건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질 정도로 상상도 못 할 소재와 이야기가 끝도 없이 쏟아졌고 내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그 모든 것들을 일상에서의 관찰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 꿈 등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 내겐 다가갈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번 소설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소설을 잘 쓰고 싶다기보다는 소설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하나의 놀이로, 게임으로 생각하며 다시 한번 어렸을 때의 내가 그랬듯 즐겁게 소설을 쓰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들을 읽으며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결말이 어딘가 찝찝한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가치관의 차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을 통해 작가가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글을 쓰는지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난 결과물보다 더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소설을 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위해서 먼저 세상을 올바른 가치관으로,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책을 읽으며 소설 창작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니 훌륭합니다. 놀이처럼 재미있는 <나무>의 여러 단편 중에서 슬기로운님이 가치관의 차이를 느낀 작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이, 혹은 어떤 결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서술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슬기로운님이 올해 풀어낼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불기둥 이윤규
이번 책 제목이 나무길래 무슨 나무에 대한 내용이 나올줄 알았는데 내용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재미를 떠나서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문장과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곧 이런 시대와 이런 사람이 나올 거 같아서 살짝 무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바캉스>였다. 시대 배경은 시간여행이 대중화가 된 시대가 왔다. 그리고 여행 보험이 중요했다. 하지만 돈이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주인공은 보험을 들이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관광을 즐기다가 다시 돌아가는 장치를 도둑맞아서 어쩔 줄 모르다가 여관을 찾아 들어가서 어찌저찌 하다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마법사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감옥으로 끌려가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러다가 보험을 중요시 여기던 (중요하게 여기던, 중요시하던) 직원을 만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주인공은 맹세한 뒤 다시 돌아와... 뭐 비성수기에 간다면서 성수기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끝난다. 여기서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안 하겠다고 하며 주님 앞에서는 또 죄를 짓는 내가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나를 계속 용서해 주시는 주님이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다시 소설이 재미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 마음속에 소설을 읽고 싶은 감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불기둥님은 요즘 모든 일을 하나님 앞에서 바라보고 있군요. 소설을 읽으면서도 자신을 발견하고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고자 애쓰는 모습이 귀합니다. 책이 예상과 달리(?) 흥미로웠죠? 감상문 서두에 쓴 불기둥님을 고민하게 한 문장이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서술했으면 좋았겠습니다. 2학기에는 조금 더 책 읽기에 집중하여 좋은 창작물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려하는 김예은
제목 생각을 유도하는 소설
주제문 소설 창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좋은 소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창작과정으로서 세 번째로 맞이하는 2학기이다. 이번 2학기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소설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학기인 만큼 좋은 소설을 써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며, 지난 2년 동안 쓴 소설의 분량과 퀄리티가 꽤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을 하는 내내 소설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고, 정말 사소한 것마저도 기록을 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았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2학기와 소설 창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평소에 익히 들어온 작가였다. 많은 사람의 예찬을 받고 있는 작가이며, 책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읽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작가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큰 기대를 하고 책을 폈다. 그리고 역시나 책의 내용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내용들과 내 머리를 한 대 치는 것 같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은 나를 책 속으로 끌어당겼다.
책은 짧은 단편들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너무 신선했고, 색달랐다. 다음 단편은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책이었다. 또한, 작가는 그저 재미나 흥미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를테면 ‘투명 피부’의 ‘인간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싶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조종’의 ‘우리는 어떤 것이 없어서 아쉬움을 느낄 때라야 비로소 그것이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 ‘가능성의 나무’의 ‘가능성의 나무는 최소 폭력의 길을 찾아내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가올 세대에게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그들과 정치적 협정을 맺게 해줄 것이다.’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고, 책은 계속해서 나에게 상상을 요구하였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써낼 수 있지? 이런 생각은 어디서 하는 거지?‘ 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물론 작가만큼 뛰어난 이야기를 구상해낼 수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도 없겠지만, 이번 소설은 정말 최선을 다해 써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의미 있는 소설을 써내고 싶다.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고, 그 울림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독자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은 배려하는님의 열망에 박수를 보냅니다. 벌써 세 번째 소설을 쓰는군요. 세 번째이니만큼 더 좋은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력 넘치는 소설이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밑줄 친 문장 뒤에 예로 든 구절들이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켰는지 궁금하네요. 올해는 배려하는님도 독자가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작품을 쓰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