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이폰 3GS가 출시된 후 스마트폰의 성장세만큼 두드러진 제품이 이어폰/헤드폰이다. 과거에는 MP3 플레이어에 동봉된 번들 이어폰 사용자가 절대 다수였다면 요즘에는 몇만 원부터 몇십 만원에 달하는 헤드폰이나 이어폰 사용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인지도 있는 해외 헤드폰/이어폰 브랜드의 국내 론칭도 쉼 없이 이어졌다.
이런 시장 변화에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LG전자는 번들 이어폰의 품질을 크게 높인 ‘쿼드비트’ 이어폰으로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다. 번들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구매하는 이가 줄을 잇자, LG전자는 옵티머스 G프로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음질을 개선한 쿼드비트2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번들 이어폰은 중소기업 제품을 납품받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LG전자는 쿼드비트부터 제품 기획과 유닛 설계에도 참여하며 ‘LG표’ 이어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 쿼드비트2에 이어 LG전자가 공개한 프리미엄급 이어폰, GS100
LG전자는 쿼드비트2에 이은 3번째 이어폰으로 GS100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LG전자 내부에서도 유닛 설계에 직접 가담하며 공을 쏟은 제품이다. 한 LG전자 MC연구소 선행상품연구소 관계자는 9월 중 “쿼드비트를 뛰어 넘는 깜작 놀랄만한 이어폰을 준비 중”이라며 “프리미엄 폰의 번들 이어폰으로 포함될 지, 별매용으로 출시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LG 로고가 박혀 있는 고가의 이어폰이 시장에서 먹힐 지 예측하기 힘들어 내부에서도 꽤 오랫동안 고민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 이어폰은 번들로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 판매 제품으로 출시하기로 결정돼 10월부터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GS100의 소비자 가격은 3만 4900원. 더블 인젝션 실리콘 이어팁과 알루미늄 하우징,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플랫 케이블, 통화 기능 지원 등 가격대를 상회하는 만듦새와 디자인, 성능으로 이미 이어폰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번들 이어폰이 아닌 ‘하이파이’ 이어폰 3종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SHE-D10/D20/D30 등 세 종류의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소비자 가격도 D10이 1만 9000원, D20이 2만 9000원, D30이 5만 9000원으로 저렴하며, D30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이노다이징된 하우징과 밸런스드 아머쳐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해 번들 이어폰의 한계로 지적 받던 해상력과 밀도감, 소리의 질감을 향상시켰다.
▲ 삼성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SHE-D30 이어폰. 5만 원대의 소비자 가격에 BA 유닛을 채용해 눈길을 끈다.
아쉽게도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이어폰에는 리모컨 기능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 가격대의 수입 브랜드보다 스펙 면에서 우수해 삼성전자 이어폰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자체 브랜드 이어폰을 출시하기 시작하자 중소 이어폰 제조사들은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이미 수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해 있어 시장 규모는 커졌어도 영업이익이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 실제 판매량이 많은 중저가 시장을 대기업이 접수하려 한다며 불안해하는 곳도 있다.
이와 달리 중고가 수입 브랜드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어폰 시장 진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AKG 헤드폰/이어폰을 수입하는 테크데이타 용기훈 영업과장은 “시장이 다르다. 이어폰/헤드폰 시장도 하이파이 시장처럼 마니아 시장이 형성됐다. 그리고 가격대와 품질 면에서 가전사 제품은 AKG의 경쟁 상대가 안 된다. 마니아들은 삼성이나 LG가 새겨진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