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잊지 못할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링킷 에디터들이 나섰습니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평범한 우리에게도 감동을 선사할법한 맛인지 말이죠. 미쉐린 가이드 맛집, 우리가 간다!
호로록 빨아올리는 매력으로 중독성이 강한 면 요리. 당면, 라면, 쫄면 등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리가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맛있는 건 뭐니뭐니해도 우동이 아닐까. 오동통한 면발의 쫄깃한 식감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촉촉함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러한 우동 면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350년 동안 제조 방법을 고수하는 맛집이 한국에 상륙했다. 바로 우동의 본고장, 일본에서 건너온 ‘이나니와 요스케’다.
TMI ) 서울 시청에 위치한 ‘이나니와 요스케’. 본격적인 방문에 앞서 에디터는 이 매장과 총 3번의 접선을 시도했다. 첫 방문에는 예약을 하지 않은 채로 갔다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다음을 기약하며 쓸쓸히 돌아섰다. 두 번째는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으나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고, 결국 방문 3일 전 전화로 예약을 하고서 방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로 점심식사는 넉넉히 3일 전 예약이 필수다.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기에 '얼마나 맛있나 보자!'라는 각오로 매장에 방문한 팀원들.
이곳의 우동은 냉면과 온면 두 가지로 나뉜다. 보통 우동을 떠올리면 따뜻한 국물을 호호 불어먹는 이미지가 대표적이지만 음식은 차갑게 먹을 때야말로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일명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다.
면 또한 마찬가지다. 면의 쫄깃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면을 뜨겁게 삶은 뒤 차가운 얼음물에 넣었다 빼는 작업이 필요하다. 뜨거운 요리의 경우 이 과정을 거친 뒤 재차 뜨거운 육수를 부어주기에 직전보다 탱탱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면은 차가운 상태에서 맛봐야 더욱더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에디터는 과거 일본에서 맛본 냉우동에 감격해 우동 또한 차갑게 먹는 것이 더 맛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강경 냉 우동파로 발길을 돌렸으나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요즘, 그 맛을 너무나도 그리워하고 있다. 그 기억을 되새겨 이곳에서도 냉 우동을 가장 먼저 맛봤다.
차가운 우동
이나니와 건우동은 면 하나를 위해 3일간의 공정을 거친다. 반죽을 손바닥으로 직접 빚어 모양을 만든 뒤 숙성시키고, 면을 한가닥씩 가다듬는 공정을 거친다. 그렇게 장인의 수작업이라고 불릴 만큼 정성을 들인 결과물이 탄생한다.
갓 삶아져 나온 면은 겉보기에도 차가운 기운을 유지하고 있었고, 엉킨 곳 하나 없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면 한올한올에선 찰진 윤기와 촉촉한 수분이 보였다. 이곳의 특이점은 우동치고 면이 얇고 납작해 입속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점인데, 이 특징이 바로 사람들이 이나니와 요스케를 찾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에디터는 얇은 면 굵기가 오히려 반감으로 다가왔다. 우동보다는 칼국수의 가까운 식감이었고 칼국수라기엔 함께 곁들여 먹을 건더기가 없으니, 아무리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았다. 한입 가득 차는 통통한 면발이 그리워...
반면에 면의 쫄깃함은 일품이었다. 우동면의 단단한 표면은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아냈고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유지됐다. 특히 무르거나 퍼지지 않아 입안에서도 쫄깃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냉 우동은 생면을 츠유에 직접 적셔 먹는 방식으로, 츠유의 종류는 간장과 참깨미소 두 가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츠유에서는 이나니와 요스케만의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수긍이 가능할 맛이었으며 간장츠유는 여러 가지 부재료를 첨가했음에도 맛이 삼삼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그나마 참깨미소를 추천한다.
따뜻한 우동
찬바람이 몰아닥치고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우동. 명색이 우동인데 따뜻한 국물은 먹어보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먼저 국물을 한 입 떠먹었다. 간장 외에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맛으로, 끝 맛이 깔끔해 만족스러웠다. 탱글탱글한 면발을 한입 넣고 짭조름한 국물을 호로록 들이켰더니 겨울의 추위는 어느새 가라앉았다.
하지만 간장 베이스의 우동 국물과 이나니와 면이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면이 너무나도 얇은 탓에 잔치국수를 먹는 기분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 결론적으로 이나니와 요스케만의 메뉴로는 충분히 매력 있는 메뉴지만 ‘우동’이라는 틀 안에 넣고 봤을 때는 우동 본연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컸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양이 아주 적었다. 성인 3명이 총 5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따로 면추가가 가능하니 양이 부족할 거 같은 사람들은 주문시 면추가를 잊지 말자.
‘이나니와 요스케’의 오랜 역사와 명성을 생각했을 때 평균 1만 원을 넘지 않는 우동의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우동을 먹기 위한 오랜 기다림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사진=최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