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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엄청 긴 글*
옛날에 워마드 있었고 밀국 가기 직전에 맨날 읽었던 글이고 나한테 도움됐던 글이야. 워홀, 유학, 이민 등으로 밀국으로 갈까 고민중인 사람, 혹은 이미 밀국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나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옛날 메모장에서 긁어 옴.
이런 글 안되면 알려줘 바로 지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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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썼는데도 약간 아쉬움이 남아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쓴다. 이번글은 더 스압. 비슷한 얘기 주의. 의식의 흐름 주의.
저번글에 우울증련이 비댓달았는데 답글이 길어질것같아서 나중에 쓰려고 했더니 삭제됐더라. 여기다 쓰겠다.
내가 하는 얘기도 개인의 의견일 뿐이니 알아서 적당히 걸러들어라.
탈조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나은 삶'을 사는거라고 했는데, 이건 모든 사람의 본능 아니겠나.
결과적으로 탈조를 하든 안하든, 중요한건 삶의 질을 높이는거라고 생각한다.
이민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과정중 하나지, 그것이 삶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버리면 주객전도라고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가난하게 살거면 탈조선하지 마라'는 베스트 글에 공감을 했다.
노란장판이 노란카페트로 바뀐다고 삶이 나아질까.
웜련들이 가장 혐오하는 노란장판 삶의 반대는 존엄성을 잃지 않는 삶, 발전이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그냥 남자 만나 애낳고 인생은 다 이런거지 하며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빨간약을 먹은것 아닌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꿈대로 유명한 예술가가 되진 못할지라도, 취미로라도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가고 예술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수 있는 친구 한두명이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버지니아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말하고자 했던것처럼, 어느 시대든 어느 나라든, 여자가 자기 스스로 생각하며 목소리를 내는 삶을 살려면 어느정도의 돈과 자기만의 공간/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생존이 해결되고 나면 행복해지기 위해 안정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특히 '깨어있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실제 난민출신 사람들을 만나봤다면 알거다. 누구보다도 안좋은 환경에서 기본적 인권이 위협받던 상황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그들이 평생 과거의 환경과 비교하면서 선진국에서 아주 기본적인 생활수준에 머무르는것에 행복해할거라 생각한다면 틀렸다.
불행을 벗어났다고 행복해지는게 아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곧 새로운 이유로 불행해진다.
우리가 사는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이민했다고 해피엔딩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다음 구간이 이어지는것 뿐이다.
외국에서 사는 이상, 한국의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는거에 기뻐할게 아니라 아니라 현지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는게 더 중요하다.
한국기준으로 눈을 낮추지 말라.
잃을것 없는 흙수저들이 외국에서 고생할 각오를 다지는건 좋은데, 눈을 너무 낮추거나 탈조선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 외국 밑바닥에서 더 나은 삶 추구하기를 멈춰선 안된다.
밑바닥이어도 탈조선이 무조건 이득이던 시절은 옛날에 간호사,광부들이 독일로 돈벌러 가던 시절 이후로 막을 내렸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3세계도 아닌 어정쩡한 나라다.
한국사람들의 수준도 어정쩡하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개돼지'같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면에서는 기대치가 매우 높지만 그에 못미치는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들의 이민 만족도도 어정쩡한 경우가 많다.
첫번째 이유는 기회비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나라 출신일수록 이민이 이득이다. 3세계 출신이라면 불법으로 3d일 하다가 추방당해도 고향에 송금한 돈으로여유로울수 있다. 한국의 물가는 그정도 수준이 아니다.
그밖에 한국에서의 의료보험이라던가 교육수준, 편리성 등을 고려할때, 별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이상 이민하는것만으로 생활수준이 엄청 업그레이드 되진 않는다.
(그리고 흙수저들이 선진국의 '관대한' 복지제도에 혹하는데, 어차피 어린이,노인,장애인,싱글맘 등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지 않으면 특별히 혜택을 받는것도 없다. 복지는 최악의 경우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일 뿐이지 이민와서 복지에 의존할 정도로까지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질 일이 애초에 없어야 한다. 외국에서 아무리 약자 지원을 잘해줘도 애초에 약자가 안되는거랑 비교도 할 수 없다.)
얻는것과 잃는것이 어정쩡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한국적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반화이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독립심이 떨어지고 의존적인 성향이 흔한 편이다. (동아시아가 전체적으로 이런데 한국은 특히 남의식까지 해서 심한편)
선천적으로 독립적인 성향이거나, 이미 경험을 통해 독립심을 기른 웜련들도 있을거다. 축하한다.
아니라면 곱게 자라지 않았더라도 온실속의 화초같은 상태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독립심을 기르는게 좋다.
한국은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모부나 다른사람들의 간섭을 안받고 온전히 혼자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이 적은편이다.
사회 분위기도 새로운 길보다는 안정성을 더 추구하고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다보니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주저하며 남의 의견을 따른다. 교육과정도 교사가 시키는대로 공부하는것 말고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게 드물다. 또 혼자서 뭘 잘 안한다. 혼자 밥먹는것조차 특별한 일이라도 되는것마냥 '혼밥'이란 말까지 생겼다. 외국에선 웬만한건 혼자 스스로 해보는게 당연한데 한국은 스스로 뭔가를 해결한다던가 혼자 새로운 경험을 하는거에 자신감 없어한다.
이렇다 보니 많은 한국인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불안함을 느끼고 한인사회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타국에서 같은나라 사람들끼리 어울리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인끼리 의존하는게 심하다. (특히 한남이 압도적으로 많음)
어정쩡한 상태에서 어정쩡한 목표를 가지고 나가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
탈조선 목표를 세우기 위해선 내가 뭘 원하는지, 이민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어떤건 잃어도 되지만 어떤건 놓칠수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것보다 직접 적어보기를 추천한다. 더 객관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현재 나의 조건 외에도, 내가 어떤점이 강하고 어떤점이 약한지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는게 중요한데, 이미 유명하지만 MBTI 성격유형 테스트를 추천한다. 기존 성격테스트중에서 유일하게 신뢰할만한 테스트다. 어느 직종을 많이 선택하는지, 나라별로 어느 성향이 많은지도 알아볼 수 있다.
사실 나는 탈조선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보다 지금 현실이 불행하다 느껴서 변화를 주기 위해 막연히 탈조선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많다.
오직 환경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는건지, 내적인 이유도 포함 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후자는 환경이 바뀐다고 고쳐지지 않는다. 새 학교에 가면, 새 직장에 가면 내 인생이 달라질거라고 착각하는거랑 같다.
원래 당당한 성격인데 한국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아서 스트레스 받는거라면 한국사회를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원래 성격이 남 눈치를 보는 성격이라면 외국에 가서도 다른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정신적인 부분도 진짜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것 같다.
외국어를 배워도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마음가짐 하나로 느는 속도 차이가 난다.
탈조만 준비할게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내 마음속 문제들이 환경이 바뀌면 해결될거라 생각하며 미루거나 덮어놓지 말라.
인생은 탈조후 시작되는게 아니라 이미 태어났을때부터 시작됐다.
외국가서도 지금의 내 삶을 이어서 사는거다. 지금 삶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
물론 한계도 많다. 일단 스스로 바꿀수 있는것, 돈 안들이고도 할수 있는 것, 내적인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라는 얘기다.
물론 안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기란 어렵다. 그건 탈조선해도 마찬가지다.
마냥 불행하다고만 생각할게 아니라 작은 행복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평소에 불행하다고 자주 느낄수록 더 그래야 한다.
노란장판에 굴복하고 행복하다 자기세뇌하라는 말이 아니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지금부터 하라는 얘기다.
잘 살때까지 기다리는게 아니라, 지금부터 잘사는 연습을 해야 잘 살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확실한건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것이다.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고칠수 있는건 고치도록 해본다.
내 상황과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봐야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자신감이 없어서 불안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불안감의 근원을 찾아보고, 후려치기에서 비롯된거라면 그것에서 멀어지도록 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작은일부터 해가면서 성취감을 쌓는 등 노력을 해본다.
비관적인 사람이라면, 필요이상으로 부정적인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것을 받아들이고, 그 사실을 또 너무 비관하지 않고 대신 어쩔땐 장점이 될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려고 할때 너무 깊이 몰두하지 않고 다른 생각으로 전환시킨다던지의 노력을 해본다. 말이라도 긍정적으로 해본다던지. 야외활동을 너무 안하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있다면 가능하다면 변화를 주는것이 좋다. 새로운 건강한 취미를 가진다거나. 별것 아니어도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다 훨씬 낫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큰 변화도 만들 수 있다.
작은일에서 성취감을 느껴야 그런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 큰일을 할때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생긴다.
이래서 안될거야 저래서 안될거야 하다가 평생 발전이 없다.
돈이 없으면 힘든거지 불가능한게 아니다. 빨간약 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패배주의가 최대의 적이다.
변화를 주는것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유지시키는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의지는 남이 어떻게 해줄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생활습관을 들여놓는게 좋다.
오늘부터 공부를 미루지 않고, 자세를 꼿꼿하게 펴고, 조금 일찍일어나서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고, 틈틈히 책을 읽으며 생각을 키우고,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고, 지금 내 삶의 질을 조금씩 올리는것이 탈조선 준비다.
지금의 내 삶은 이민후의 삶과 이어진다.
탈조선해서 적응을 마치고 영주권 취득 한다고 끝이 아니다. 국적 취득해도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영주권 따도 딱히 직업을 바꾸거나 하지 않는 이상 경제적으로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
현실적으로 흙수저는 소수의 직종을 제외하고 탈조선 해서 경제활동을 해도 한계가 있다.
돈이 많진 않아도 구질구질하지는 않게, 노란장판이 아닌 발전이 있는 삶을 살려면, 결국 나머지 부분에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건강한 몸과 마음, 재충전하는 시간, 그럴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정적인 경제력으로 최대한 여유있게 살려면 비효율적이고 소비적인 취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하는 문화생활의 대부분은 티비시청이다. 술, 연애, 섹스, 음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경우도 흔하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환경이 안좋아서 등의 이유도 있지만, 아는게 그것밖에 없어서 라는 이유도 크다.
웜련들은 이미 돈은 없더라도 취향은 고급스럽게 유지하는데에 관심이 많은것 같다. 베스트에서 읽은 '가난해도 취향 업그레이드 시키는 법'이라는 글에서도 말했듯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건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여야 누릴수 있다. 그 글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검색해서 봐라.
순간의 짜릿함과 원초적인 욕구에 집중하면서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하면 안된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도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많은 지식을 쌓으면 스스로 발전하는것이 차차 느껴진다. 통찰력을 길러야 새로운 기회도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 줄이기를 권하고 싶다.
코르셋이 돌아오려 할때마다 웜에 와서 빨간약 재투약받고,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사실 우리가 인터넷하며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남는것이 없다. 할게 없고 무기력하면 인터넷을 하게 되고, 인터넷을 하다보면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현실에서 행동력을 높이는 대신에 인터넷 의견에 휩쓸리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만 얻고 적당히 끊어야 한다.
인터넷을 하더라도 한국웹에서 오락컨텐츠를 보거나 블로그를 구경하거나 커뮤를 하거나 SNS를 하며 시간 낭비하는 대신 해외웹에서 궁금한걸 검색해본다던지 (한국인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정보를 직접 얻는 연습이 되고, 하다보면 또다른 궁금증이 계속 생겨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게 되고, 외국어에 흥미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는것만 해라.
인터넷 하는 시간이 줄면 그시간에 뭐라도 하게 된다.
여가시간을 가지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중요하다.
바빠도 문제지만, 지루함을 견디는것도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한숨 놓이면 찾아오는것이 권태로움이다.
외국생활에서 심심함이 은근히 큰 복병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오면 심심하다 못해 외롭다고 느낄만한 나라들이 많다.
집에서 혼자 아무것도 안해도 행복한 체질도 있겠지만, 외국은 대부분 개인주의가 강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이미 서클을 이루고 있어서 생각보다 새로운 사람을 사귈만한 기회가 적고 인구밀도가 낮다보니 고립감이나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생활의 특성상 자의든 타의든 혼자 있는 시간이 한국보다 많아질텐데 그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줄 알아야 한다.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돈 별로 안드는 유익한 취미는 생각해볼수록 많다.
책읽기, 일기쓰기, 외국어배우기, 식물 가꾸기, 자원봉사 (꿘내 나는거 말고), 요가, 명상, 연주하기, 작곡하기, 그림그리기, 제한된 돈으로 영양가있는 요리 구상하고 만들기(이런거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재밌어 하는 사람도 있다) 등 자기한테 맞는거 찾아서 해라. 뭘 조립하거나 만들거나 고칠일 있으면 직접 해보는것도 좋다. (외국인들 혼자서 뭘 잘하는게 인건비가 비싸서 돈없으면 직접 할수밖에 없어서 그런것도 크다. 웬만한건 혼자 직접 해보는 습관을 지금부터 들여놔야 나중에 외국에서 생활할때도 막막하지 않음)
혼자 있더라도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는걸 추천한다. 바깥바람 쐬면 기분전환에 도움되고,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다. 어디 가서 물건이나 사람 구경하기, 이어폰 꼽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미세먼지 적은날 밖에 나가서 햇빛 받으며 걷는것도 강력 추천한다. 걷다보면 미적감각 재기한 동네에서도 나름 더 괜찮은 길을 발견하는 눈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나며 활력을 얻는 외향적인 성격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도 어느정도의 타인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외롭지 않을 정도의 가까움과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하다.
각자 자기 성향에 적합한 선 안에서 한계치를 조금씩 늘리면서 탈조선후 새롭게 생길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에 대비하는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건강한 취미생활 하면 운동만한것이 없다.
맨손운동, 홈트레이닝, 조깅 등 돈을 거의 안들이면서 운동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수영같은건 한국에서 미리 배워두는게 좋다.
서양은 웬만하면 자전거와 수영을 어릴때부터 기본으로 배워서 당연히 성인이면 할줄 알겠거니 함. 동양인들이 대부분 실내활동에 더 익숙한데 비해 서양인들은 대체적으로 자연을 좋아하고 기회만 생기면 야외활동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럴때 혼자 못끼는 상황을 막을수 있다.
그리고 이런걸 한국에서 배워놓는게 좋은게, 외국에서 배우려고 하면 커뮤니티 센터 같은곳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어린애들이나 노인들 취미반 외에 성인들을 위한 레슨이 별로 없고 수준도 너무 기초적이라 별 도움이 안된다. 성인이 기초이상으로 배우려면 비싼돈내고 아예 전문적으로 배우는수밖에 없다. 한국식 학원이 이럴땐 유용하다.
서양식 교육과 동양식 교육 다 장단점이 있다. 서양식은 장기적으로 보고 기초를 세워주는식이라서 자율성이 크기때문에 스스로 의지가 약하면 성과를 못보고, 동양식은 단기간에 확실한 성과를 낼수있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수 있다. 서양은 유도하는 식이고 한국은 떠먹이는 식이다. 둘다 장단점이 있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한국식으로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올려놓는게 효율적이다. 이미 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낸게 아니니 한국에 있을때 단기간에 따라잡을수 있는건 미리 해놓는게 좋다.
그외 배워두면 도움이 될만한 바리스타,컴퓨터,꽃꽂이같이 기술겸 취미로 할수 있는 것들은 한국에서 배우는게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 지원받을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까 잘 알아봐서 지원받고 배워라. 동네 문화센터라도 이용할 수 있는건 최대한 이용해라.
특히 도서관은 꼭 이용해라. 정말 좋다.
어렵지 않은 책은 기왕이면 공부할겸 원서로 읽는게 좋다. 하지만 내 외국어 수준을 올리는 것만큼 내 지적, 문화적 수준이 떨어지지않도록 하는것 또한 중요하다. 꾸준히 책을 읽어라. 아는게 많고 할말이 많아야 언어수준도 높아진다.
독서하는게 삶의 질을 올리는데 정말 많이 도움된다. 모든사람에게 추천하는 평생 취미 딱 두가지만 고르라면 독서와 운동을 선택할 것이다.
현실이 어두울지라도 책을 읽는동안은 꿈을 꿀수있고, 여러 사람의 사상과 배움이 농축되어 있는 책들을 많이 읽다보면 간접적인 경험으로 생각이 넓어진다.
일단 페미니즘 서적들 먼저 읽는걸 추천하고, 그다음에 인문학이든 뭐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부터 알아서 읽어라. 책추천이야 웜에서 검색만 해도 꽤 나온다. 웜에서 추천하는거 아니어도 읽을만한 책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베스트에 '읽지 말았어야 할 책' 댓글도 읽어보고 참고하는게 좋다. 알아서 걸러듣는거지만.
한국에서 누릴수 있는건 최대한 다 누리고 장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뽕을 뽑아라.
의료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가기전에 고칠수 있는건 한국에서 다 치료받아라.
그리고 우울증은 병이다. (그밖에 불안장애,섭식장애 등 다른 심리적인 문제들도)
뭘하든 먼저 병부터 고치는게 순서다.
그냥 우울끼가 있는게 아니라 병원에서 진단까지 받은 정도면 혼자서 보조제같은걸로 해결할수 있는게 아니니 치료를 멈추면 안된다. 되도록이면 한국에 있을때 완치를 하는게 좋지만 단기간에 고쳐지는게 아니니까 외국에 가서도 아직 우울증이 다 고쳐진게 아니라면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학생이라면 외국에서도 학교에서 학생보험을 사용할수 상담소를 운영하는 학교가 대부분일거다.
학생이 아니면 건강보험은 꼭 있는게 좋다. 직장에선 정신과 보험 안되는 경우가 많을거다.
정신건강 복지는 어느 나라를 가든 별 기대는 하지 말아라. 나라마다 다르지만 free or low cost treatment for depression같은거 검색해보면 정보가 좀 나오긴 하는데 외국인한테는 별로 도움 안되는 경우가 많음. 우울증 환자는 돈이 없으면 현지인도 힘들다.
그냥 내돈 들여서라도 제대로 치료 받아라. 방치하면 나중에 더 악화됨. 이래서 우울증 있는 사람은 우울증 먼저 고치고 외국 오는게 낫다. 특히 흙수저라면 더.
한인들한테서 우울증이 굉장이 많다. 그냥 짐작으로 하는말이 아니라 기사에서 읽은거다. 외국에서 살아도 한국사람들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이런 문제가 있으면 방치하거나 쉬쉬하기 때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가정불화가 제일 많고 다음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 예상가능한 결과.
우울증은 대부분 성향 자체가 우울한 기질이 있는 사람들한테 많이 나타나서 평생에 걸쳐 재발률도 높고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둘다 받아도 별 효과 없을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조절이 불가능한건 아니다. 겪다 보면 훈련이 되서 우울증이 돌아올것 같으면 최대한 막고우울증이 왔다는게 느껴지면 최대한 빨리 지나갈때까지 버티는 요령을 터득할수 있다. 그리고 다른것보다 우울증 안돌아오게 막는거/왔을때 치료하는거가 제일 중요하니까 여유를 가지는게 좋다. 다른것보다 그게 먼저다.
안좋은 생각을 너무 깊이 안하는 습관을 들이는것도 좋다. 운동이랑 취미생활 하는것도 중요.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답게 우울증도 스트레스와 아주 밀접한데 스트레스를 각자만의 방법으로 견뎌내는 훈련을 하는게 좋다.
이런정보는 정신과나 우울증 까페 같은데서 찾아보면 된다. 정신과에 돌팔이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아예 정신과를 안가진 말아라. 자기한테 맞는곳 알아서 찾아가라.
웜에 우울증있고 무기력한 웜련들을 위한 책추천글도 검색해보길.
그리고 이거 한국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쓰는듯 하지만 사실 진짜 중요한건데 되도록이면 일조량 많은 도시로 가라. 햇빛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된거다. 특히 무기력,우울하거나 예민한 성격은 기후와 계절에 민감한 체질이다. 하루에 15분이라도 햇빛을 쬐고 비타민D도 빼먹지 말고 챙겨먹길. 겨울엔 배로 늘려라.
그리고 저번글에서 말했듯이 이민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가 있다. 돈,신분,언어.
왜 이 순서대로 중요하다고 느끼는지, 왜 셋 다 중요한지 많은 예를 들을 수 있겠지만 내가 다른나라에 살았을때 경험을 들어보겠다.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였는데, 물론 여러모로 낙후되어 있어서 불편한점도 많지만 나는 본국과의 물가차이때문에 현지인들보다는 넉넉한 상황이어서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현지인과 같은 경제력을 가졌다면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기 힘들었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많은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살면서도 삶의 질은 여유로운편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한국에 비해 대부분 외국어를 잘하고 서구화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낙천적인 성향의 사람들이지만 살기 어렵다보니 외국나가려는 사람이 많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승무원같은 직업의 경쟁률이 엄청 높다. 더욱이 그곳은 정치적 경제적 위치때문에 외국 비자를 받기 어렵고 기회가 많이 제한되어 있다. 한국은 가장 자유롭게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국가중 하나다. (국뽕이 아니라 한국의 장점을 알고 있어야 최대한 이용할수 있다.)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도 많고, 워킹홀리데이 가능한 국가도 여럿이다. 마음만 먹고 잘 알아보면 해외경험을 해볼 기회가 많다. 해보기전엔 막연히 외국이 멀게 느껴지겠지만 해볼수록 쉽게 느껴질것이다.
그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기가 힘들지만, 일단 나가고 나면 한국사람들보다 수월하게 적응해서 잘산다. 그사람들에게는 언어와 문화차이의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분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취업의 기회도 더 많고 현지화 속도가 더 빠르다.
돈,신분,언어 중에서 스스로 노력한만큼의 결실을 얻는게 언어다.
흙수저라면 외국어공부는 진짜 꼭 해야한다. 외국어 정말 중요하다. 외국어를 할 줄 알면 기회의 폭이 다르다. 저번에도 강조했지만 외국에서 외국어를 잘하는건 기본이고 외국어를 못하면 마이너스다.
쉬운길만 찾으려다 이도저도 안된다. 어차피 흙수저에게 쉬운길은 없다
돈 신분 언어중에서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게 언어다. 공부라 생각하지말고 훈련이라고 생각해라.
꼭 외국어를 잘해야 탈조선 할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저냥 의사소통만 하면서 외국생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너무나 한계가 많은 삶이다. 많은 한인 이민1세대가 그렇게 산다. 외국어에 한계가 있으니 직업에도 한계가 있고 만날수 있는 사람에도 한계가 있고 누릴 수 있는 정보도 한계가 많다. 그래서 주중엔 외국어로 대화가 별로 필요없는 일을 하고 퇴근하면 즐길만한게 없으니 한국티비를 보고 주말엔 타향살이의 고충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현지화 안된 한인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서 한국음식 먹으며 다른 한인들 가십하다가 한국티비에서 본 한국얘기 하다가 최순실 욕하다가 한국의 어두운 현실에 자기위안하며 마무리한다. 아주 흔한 얘기.
작은것에 만족하는 것은 좋지만, 자기위안과 만족은 다르다.
자기위안은 비교에서 오는거고, 만족은 스스로 충분하다고 느끼는거다.
이제 외국에 왔으면 한국과 비교하며 한국식 마인드로 세상을 보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그런식의 자기위안은 발전이 없다.
몸은 탈조선했지만 마인드가 탈조선 못하면 무슨소용인가 싶다.
그러려고 힘들게 탈조선을 선택한건 아닐것이다.
어렸을때부터 해외경험 많이 하면 당연히 좋지만, 꼭 이민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시기'를 놓쳐버린건 아니다. 젊음은 장점이 많지만 20대나 30대를 넘겼다고 해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헛수고로 사라지는건 아니다. 20대부터 외국에서 살았어도 따로 공부할 여유가 없거나 항상 쓰는말만 써서 외국어가 별로 늘지 않은 사람도 정말 정말 많고, 한국에서부터 외국어공부를 꾸준히 해서 이민을 늦게 했어도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거 하나는 진짜 확실히 말할수 있다: 외국어실력과 외국에 산 기간은 비례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외국어 배우기가 수월하지만 어차피 성인이 되어서는 한계가 있다. 어린시절에 외국에서 산게 아닌이상 어차피 외국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때부터 공부를 얼마나 꾸준히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서 외국어실력이 달라진다. 보통 많이 착각하는게 외국에서 오래살면 외국어를 잘할것이다, 원어민 사이에서 있으면 외국어가 늘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외국어를 써야만하는 환경이면 외국어 연습이 되겠지만, 기존 실력 이상으로 늘리려면 따로 공부해야 된다. 외국어는 절대 '저절로' 늘지 않는다. 어차피 원어민이 아닌이상 언어는 평생공부다. 외국에서 전공공부나 일을 하면서 동시에 언어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될수있으면 한국에서 최대한 외국어 실력을 높히고 오라는거다. 한국의 학원문화가 이럴때는 장점이다. 어학연수보다 한국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는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방학에 한국와서 어학원 다니거나 괴외받는 유학생들도 많다. 한국이 가르치기는 더 잘가르친다. 원어민과 있는 시간은 '배우는'시간이라기 보단 '연습하는'시간이라고 하는게 더 맞는것 같다.
나이가 어릴수록 경력이나 자금이 없어서 대부분 취업이민을 노리는데, 회사에 달린거니 미래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좀더 늦게가더라도 더 준비해서 사업이민이나 경력을 인정받아 기술직으로 이민하는등 다른 길도 있다.
갈수록 이민 경쟁이 심해지고 있지만 옛날보다 나은점도 있다. 정보가 비교도 안되게 많다는거다.
40대에 이민하는 사람도 많다. 내 모부도 40대에 탈조했고 오래걸렸지만 국적취득도 했다. 그런데 40대이민의 대부분은 자녀교육 때문이다. 내 삶을 위한 이민과 자식을 위한 이민은 다르다. 후자는 희생이 크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 많은걸 버리고 이민해도 자식이 고마워하거나 행복할거란 보장도 없다. 같은 나이라도 비혼 비출산하고 나만을 위해 살면 외국으로 떠나기 더 쉽다. 비혼 비출산하면 내가 버는돈은 오로지 나를 위해 투자하거나 모을 수 있고, 시간도 많아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경력을 계속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더 키울수 있다.
저번글에도 강조했던게 '해외경험은 많이 할수록 좋지만 이민은 신중하게 생각하라'다.
해외경험이 아예 없거나 자기가 이민하고 싶은 도시에 다녀온 경험이 없다면 꼭 직접 가보고 흙수저 이민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어차피 예산을 최대한 적게 잡을거라 몇달 아르바이트만 해도 경비를 마련할수있다. 딱히 가고싶은 곳이 없다면 꼭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다만 반드시 혼자 준비하고 혼자 간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받는만큼 자율성이 줄어든다.
한 도시를 정해서 거기에만 오래있는다. 당연히 한인민박의 말고 외국 숙소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현지 호스텔을 검색한다. 남의 집에 공짜로 묵는건 절대 안된다. 꼭 자기돈으로 해결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호스텔 고를때 절대 커뮤같은데 가서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글 올려서 222333 많이 받은 곳으로 가지 말고, 혼자 스스로 정한다. 조건이 좋은곳은 예약이 다 찼거나 안좋은 방만 있고, 싼곳은 장소가 안좋고, 샤워실이 좋으면 침대가 안좋고, 1인실은 비싸고 6인실은 싸다.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것과 포기해도 되는걸 결정해서 골라라. 나중에 외국가서 살집 직접 구하는것에 비교할수없이 쉽다. 돈이 몇푼 더 있으면 공항에서 호스텔까지 픽업서비스를 받거나 택시를 탈텐데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짐을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힘들게 찾아가서 체크인을 하고 도시 구경을 한다. 처음이라 신기한 것이 많을거다. 초반에는 관광을 하며 보내고 그러다 보면 점점 도시가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편리한점도 생기지만 슬슬 할게 없어진다. 남자들 와꾸도 처음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그럴싸해 보여도 다시보면 잘생긴놈이 하나도 없다. 날씨가 안좋은 날은 밖에도 못나가고 호스텔에서 시간을 보낸다. 돈이 없으니 요리로 유명한 곳에서도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대신 호스텔 주방에서 유통기한 임박한 소스로 파스타 만들어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이나 보다가 잠들게 된다. 처음에는 그런것도 재밌겠지만 계속되면 곧 허무해진다.호스텔은 혼자있고 싶을땐 거슬리지만, 딱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 유쾌한 사람들도 만나고 불쾌한 사람들도 만난다. 변수가 생겨 자물쇠가 고장이 나기도 하고 손가방을 도둑맞기도 한다. 갑자기 호스텔에서 오버부킹 되었다며 나가야 한단다. 새 숙소를 찾았더니 한남이 있다. 같이 다니자고 쿰척댄다. 거절하고 밖에 나간다. 어쩔때 보면 좋고 어쩔때 보면 별로인 도시를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귀국일이 돌아오면 고생을 했어도 한국 돌아가기 싫은 사람이 있겠고, 순조로워도 여행 초반부터 집생각만 나는 사람도 있을거다. 어떻게 보냈든 아쉬운 점이 많을거다. 그래도 아예 안 가본것과는 확 다르다는걸 느낄수 있다. 다음에 또 온다면 뭘 더 준비해야 할지 내가 어떤 타입인지 조금은 감이 잡힐거다.
그리고 이런거는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냥 알아두는거도 나쁘진 않다.
서양인들은 서구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딱히 차별적인 사람은 아니어도 '비서구화=비문명화'라는 의식이 은연중에 깔려있기 때문에 서구식 매너가 없으면 미개하게 봄. 미개함 느끼는게 꼭 혐오감 그런건 아닌데 그냥 나보다 '낮은' 사람들 보듯이 우월감 느끼면서 동정심 갖는 그런거. 아무튼 미개함을 느끼는 부분은 정말 별거 아닌 사소한것들이다.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안하는거, 손안닦는거, 음식먹을때 쩝쩝소리나는거, 형식적인 양보 안하는거, 식기나 물건같은거 용도 구분해서 사용 안하는거, 요리 냄비째 먹는거 등등...(모든 한남이 다 하는거네) 그래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겉으로는 티 안내도 속으로는 미개한 나라로 간주함. 나라나 그룹마다 융통성이나 디테일은 다른데 기본적인건 비슷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냥 자연스럽게 피하는 행동이 있듯이 얘네도 사소하지만 암묵적인 규칙같은게 있는데 서양문화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사람은 잘 모를수 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그러면 모르니까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데 얘네도 겉으론 그렇게 넘어가면서 속으로 미개함 느낌. 동양인이라서 더 선입견 가지는것도 있음. 서양인들 모순적이게도 위생개념 떨어지는 부분 많으면서 어떤부분에서는 자기들 방식으로 깔끔을 떠는데 그걸 벗어나면 미개하다 생각함. 뭐 서구사회에선 서양식을 따를수밖에. 중국 신흥 부자 자식들이 외국 명문고,명문대 유학 가기 전에 받는 예절교육의 대부분도 별거 아니고 그냥 저런 사소한 서양식 기본 에티켓 배우는거다. 별거 아닌데 몰라서.
아무튼 서양식 에티켓이 일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서 자기도 모르게 저런 습관이 있을수 있는데, 습관은 빨리 바뀌지 않기때문에 한국에서부터 고쳐가는게 좋다.
또 당연한 얘기지만 세상의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예외는 하나, 남자. 남자는 단점 밖에 없다.
혹시라도 웜에서 티는 안내고 있지만 남자가 있다면 정리하고 혼자 올 계획을 세워라. 외국에서 탈혼하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양남먹버를 은근히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 솔직히 많은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남자랑 엮여봐야 좋을게 없다. 양남도 남자다. 한남기준으로 올려치기 하지 말라. 양남이 쓸모있어 보이는건 아직도 니 마인드가 노란장판이라서 그렇다. 이렇게 말리는데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남자 만날 생각 없어도 비혼결심이 확고하지 않은 이상 꼭 흔들린다.
여기는 개인주의기도 하지만 매우 가족중심적이기도 하다. 가족의 형태가 한국보다 조금 더 다양할뿐. 그래서 현지인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느 나이대 이상 되면 대부분 결혼했거나 사실혼상태거나 결혼한 경험이 있다. 차이점은 한국보다 탈혼한 사람이나 싱글맘이 더 많은거. 거의 대부분 먹버 아니고 연애해서 결혼한 케이스다. (그만큼 먹버성결혼 성사율이 낮다는 얘기도 된다.) 열심히 살다가 다들 자기 가정이 있는데 혼자있으면 외로워지는 순간이 오고 나 혼자만 뭔가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때 옆에서 잘해주는 남자가 생기면 이 나이에 가정을 꾸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결혼하게 된거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중 하나도 가족이다. 그래서 혼자 타국살이 하다보면 흔들리기 쉽다. 이때 넘어가면 빨간약 먹은거 도루묵이다. 외국도 비혼동호회는 거의 없는데 (결혼상대 찾으려는) 싱글동호회는 엄청 많다. 비혼친구를 사귀기 힘들면 취미생활이라도 있어야 혼자서 외로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부터 비혼으로 잘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잘산다는게 꼭 경제적으로 풍족한것만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는거다. 혼자서도 완전하다는 사실에 의심을 가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음식이랑 외국어 팁도 조금 썼었는데 생략한다.
어쨌든 탈조선 하고싶은 웜련들이 확실한 목표외에도 준비해야 할것은
탈조선에 인생의 모든 희망을 거는게 아니라, 난 어딜가도 잘될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이다.
한국에선 안될사람이 외국가서 되는게 아니라, 한국에서도 될사람이 외국가서 더 잘되는거다.
탈조선하기 전에 내 마인드부터 탈노란장판 하는게 먼저다.
삶의 질 힘조!
첫댓글 워홀 가려고 연어하다 좋은 글 발견해서 ㄲㅇ
이런 글 나한테 꼭 필요했어 고마워 여시!
꼭 읽어봐..
좋은글 올려줘서 너무고마워 잘읽었어
진짜 좋은 글이다 고마유ㅓ
진짜 좋은글이다 고마워! 난 이민 생각은 없지만 나를 더 알기위해서라도 한국 커뮤나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않고 혼자 있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홀로 선다는게 쉬운거 같으면서도 정말 어려운거 같아
좋은글 고마워!!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에 봤었는데 또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99절절 맞는말...
연어왔는 다시 잘 읽어봐야겠다
띵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