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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1) 원문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也.
지이영지, 불여기이. 췌이예지, 불가장보. 금옥만당, 막지능수. 부귀이교, 자유기구. 공수신퇴, 천지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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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持) : 가지다. 지니다. 지키다, 보전하다. 보존하다. 유지하다.
영(盈) : 찰. 차다. 채우다. 그릇에 가득 차다. 가득 차 넘치다. 퍼지다.
기(其) : 그(지시대명사). 의(관형격조사). 그(감탄, 강세조사)
이(已) : 이미. 말다. 그만두다. 버리다. 벌써. 너무. 뿐. 따름. 반드시.
췌(揣) : 재다. 생각하다. 헤아리다. 갈다. 불리다. 단련하다. 때리다.
예(銳) : 날카롭다. 예민하다. 예리하다. 창끝.
보(保) : 지키다. 편안하게 하다. 돕다. 보존하다.
막(莫) : 없다. 저물다, 저녁. 고요하다. 말다.
수(守) : 지키다. 직무. 직책. 지조. 정조.
부(富) : 부유하다. 재물이 많고 넉넉하다. 풍성하다.
교(驕) : 교만. 교만하다. 무례하다. 버릇없다. 잘난체하다. 속이다.
유(遺) : 남기다. 따르다, 끼치다. 후세에 전하다. 잃다.
구(咎) : 허물. 재앙. 근심거리. 책망하다.
수(遂) : 이르다. 이루다. 성취하다. 마치다. 미치다. 다하다.
신(身) : 몸. 신체. 나 자신. 신분. 줄기. 몸소.
퇴(退) : 물러나다. 그만두다. 피하다. 겸양하다. 뉘우치다.
천(天) : 하늘. 천체. 천체의 운행.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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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채우려고 하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같지 않다). 갈아서 날카롭게 된 것은 오래 보존하기가 어렵다. 금과 옥 같은 보물이 집에 가득하면 이를 지킬 수가 없다. 부유하고 귀한 신분이 되어 교만해지면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을 이루고 나서 (그 혜택에 머물지 말고) 몸을 물리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3) 해설
9장은 초나라 무덤에서 발견된 죽간본(竹簡本)에 전문(全文)이 나오기 때문에 보다 빠른 시기에 지어져서 도덕경에 삽입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장은 우리들이 공을 이루고 살면서 어느 선에서 멈추고 물러서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장이다. 이러한 맥락은 여러 장에서 다양한 언어로 거듭 표현되고 있지만, 9장에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비유를 들어 다른 장보다 비교적 더 잘 설명하고 있다.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채우려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같지 않다). 갈아서 날카롭게 된 것은 오래 보존하기가 어렵다.”(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노자가 한 이 말을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過猶不及 ; 지나침은 부족한 것과 같다)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두 문장이 ‘지나침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는 비슷하지만, ‘부족함이 좋지 않다’는 말에는 차이가 있다. 공자는 지나침과 부족함이 모두 좋지 않다는 중용(中庸)을 강조하고 있고, 노자는 현재 가진 것에 부족함을 느끼기보다 그것에 만족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릇에 물을 담아서 이동 할 때 물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덜 채우는 것이 지니기에 낫다. 그리고 칼을 갈아서 지나치게 날카로운 것은 쉽게 무디게 되니 보관하기 어렵다. 그래서 노자는 사물에 빈 공간이 많을수록 쓰기에 좋고, 통나무처럼 투박할수록 좋게 여긴다. 즉 그릇에 물이 적고, 칼의 날이 무딘 상태로 있어도 충분히 만족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노자가 만족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삶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좋은가? 노자는 현실의 삶(의식주가 해결되어 생존)에 지장이 없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노자는 12장의 위복불위목(爲腹不爲目 :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마라)과 24장의 여식췌행(餘食贅行 : 잔밥과 군더더기 행위)의 문장을 통해, 배를 위하는 것 이상(以上) 추구하면, 그것은 남의 눈을 의식함이며 잔밥과 군더더기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자는 이것을 자신이 지닌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채우려는 행위로 보고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고 말한다.
현실의 삶을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물품이나 기술을 지니고 있고,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을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미래를 위해 저축해 두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미래도 있지만, 자식이나 손자 등 후손의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둘째는 남과 비교해서 자신이 앞서 있다는 것을 굳이 나타내고자 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비교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첫째의 이유로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경우는,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고 있지 못하면 불안초조하면서 어둡고 힘든 현재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있다고 해도 후손의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 :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음)의 마음으로 채울 수 있는 데까지 채우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족을 모르고 채우고자 하는 욕망의 노예가 된다. 둘째의 이유로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경우는, 내보다 더 많이 가진 자가 없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채우는 행위를 하게 된다. 만약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많이 가진 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는 미치지 못하니 불만족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있기 때문에 비교할 상대 없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일시적인 만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한 자신이 늙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지속적으로 자신의 것을 지닐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불만족스럽다.
“금과 옥 같은 보물이 집에 가득하면 이를 지킬 수가 없다. 부유하고 귀한 신분이 되어 교만해지면 허물을 남기게 된다.”(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자신이 지닌 재산과 지위 등에 만족할 수 없어서 더욱 많이 지니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을 지킬 수가 없다. 자신의 그릇보다 그것에 담긴 내용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때의 그릇은 사람의 능력을 의미하고, 내용물은 재산과 지위 등을 말한다.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까지 위태롭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지위가 높으면 밑에 있는 사람이 말을 듣지 않아 없는 권위로 누르려고 하니 더욱 허물이 많이 드러나면서 무시당하게 된다. 세상에는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무난하게 잘 지켜내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자신의 그릇보다 조금 조금 적게 내용물(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을 담고 있으면 무리 없이 그 내용물을 지닐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능력이 있으면서 내용물을 적게 담는 사람인가? 이것에 대한 대답이 이번 장의 마지막 문장이다. “공을 이루고 나서 (그 혜택에 머물지 말고) 몸을 물리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功遂身退 天之道也) 이 사람은 ‘하늘의 도를 아는 사람’이다. ‘하늘의 도’는 공을 이루고 나서 그 혜택으로 주어지는 내용물(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을 챙기려고 하지 않고 물러나는 것이다. 공을 이루는 과정에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 정도의 힘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내용물(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일이 끝나고(공을 이루고) 나면, 내용물(권력, 지위, 명예, 재산 등)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비해 그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필연적으로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다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태로워 목숨을 잃게 되거나, 지금 지니고 있는 것조차 지닐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많다. 멈춤을 아는 사람이 소요유(逍遙遊, 어슬렁 어슬렁 노님) 할 수 있다.
(4) 문제제기
1. 공을 이루고 물러난다면 공을 이루는 이유가 무엇인가?
2. ‘하늘의 도’를 자연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는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