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묘한 인연
/ 정목스님
결제 후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
조실스님이 강원 학인들이 강의를 받기 전에
예불을 드리는 상강례 시간에 오시어 특별한 말씀을 하시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큰스님께서 몸소 전체 학인들을 대상으로
염불 강의를 맡으신다는 것이었다.
그 후 염불 시간이 다가 온 날, 조실스님의 간곡한 말씀이 있으셨다.
여러분들이 치문, 사집을 배우고, 독경하는 것은
모두 출가하여 견성(見性)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출가생활을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의식에 염불을 행합니다.
그러므로 기초부터 똑바로 배워야 합니다.
출가자는 견성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과 다름없는 염불을 잘 익혀야 신심을 잃지 않습니다.
염불은 불교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저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에게깨달아야 한다견성해야한다는
말만으로는 신심을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불자들이 신심을 일으키게 하는 데는 청아한 음성으로 염불을 가르치고,
염불법문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오늘부터 차근차근 잘 익히시기 바랍니다.
이곳 쌍계사는 신라 말 진감국사(774~850)가 중국에서 범패를 배워와
절을 창건하고 주석하며 많은 국창(國唱: 나라에서 제일가는 범패 염불인)을
배출한 역사 깊은 염불도량입니다.
여러분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실스님은 매우 진지한 어조로 말씀을 마치시고,
예불의식부터 감동적으로 하나하나 세심히 가르쳐 주셨다.
염불은 부처님께 몸과 마음으로 귀의하여 진실한 믿음을 일으키고,
호흡을 고르게 하여 큰소리로 하라 하셨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 폭포수 아래서 고성염불로 득력한 수행담을 들려주시면서
업장(業障)을 소멸하고 득력(得力)하는 데는
고성염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셨다.
목에서 피가 나오도록 해야 맑은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고도 하셨다.
진지하고 뜻 깊은 염불강의 시간이었다.
나는 강원에서 쉬는 시간이면 자주 뒷산 계곡에 올라가
염불시간에 배운 대로 호흡을 고르고 큰소리로 염불하였다.
종성, 예불, 장엄염불 등을 아무 생각 없이 고성으로 하고 나면
가슴이 후련하고 잡념도 사라지며
조사어록도 이해가 잘 되어 신심이 절로 일어났다.
사시 마지(부처님께 올리는 공양) 올리는 시간에는
지장전에서 예전보다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염불을 할 수 있었고,
재(齋) 때에는 조실스님이 법주(法主: 요령을 들고 재를 집전함)로서
집전하시면 바라지(목탁을 들고 법주를 도와 염불함)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염불과 독경을 병행한 동안거 결제였다.
동안거 해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강주스님께서 급히 찾는다는 전갈을 받고 부랴부랴 갔더니
방에는 총무스님도 함께 계셨다.
아랫마을 신도 집에 초상이 났으니 내가 가서 시다림을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죽은 사람을 천도하기 위해 염불하는 일이었다.
그날이 출상일이기 때문에 산소까지 다녀와야 한다고 하셨다.
한 번 내려진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산천과 들판은 온통 눈 세상이 된 날,
나는 예기치 않은 거사를 치러야 했다.
내가 상가 집 부근에 이르자 커다란 꽃상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도록 춥기까지 한 날,
사방이 트인 시골집 마루에서 그것도 혼자 염불하기는 처음이었다.
목소리는 얼어붙어 떨고 있었지만,
떠드는 소리와 목탁 소리에 염불 음성은 묻혀버리고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발인제를 마치고 상여꾼들에게 들린 꽃상여가 천천히 움직였다.
묘소는 동네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겨울 보리는 밟아야 한다면서
눈 덮이고 미끄러운 보리 논밭을 가로 질러 갔다.
내가 상여 앞에서 요령을 흔들며 조심스럽게 걷고 있을 때 한 노인이,
상여꾼이 힘드니 스님이 염불을 좀 하시오 하였다.
그러자 상여꾼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옳소~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는 듯하였고 그 순간 춥다는 생각마저 달아나 버렸다.
나는 시골의 상엿소리인 만가(挽歌)는 모르는 터라 용기를 내어,
그럼, 불교식으로 하시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
어떻게 하는 거요?라고 큰 소리로 물었다.
먼저 한 구절 하면 후렴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십시오.라고 했더니,
다 함께 그럽시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요령을 흔들면서,
청산첩첩 미타굴 하고 불렀더니,
모두가 나무아미타불을 합창하였다.
나는 몇 번 하고는 감을 잡아
상여꾼들과 박자를 맞춰 힘차게 요령을 흔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원공법계 제중생~ 나무아미타불
동입미타 대원해~ 나무아미타불
진미래제 도중생~ 나무아미타불
자타일시 성불도~ 나무아미타불
꽃상여 염불소리가 제법 곡조를 맞춰 온통 흰 눈으로 덮인
겨울 산천에 울려 퍼져 메아리치자 동네 사람들은 떠날 줄 모르고
길가에서 상여가 멀어질 때가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참으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장례를 잘 마치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수고했다는 박수와 인사를 받으면서
저녁노을 드리운 들길을 따라 절로 돌아왔다.
그런데 총무스님이 종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큰 소리로,
목 수좌! 무슨 염불했어? 상가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굉장했다 그러네!하시자,
나는 그때서야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내가 경전을 배우러 찾아 간 곳이 역사 깊은 염불도량이었고,
나는 조실스님으로부터 직접 염불을 배웠다.
그리고 삭발염의하고 처음 시다림을 나간 상가 집에서는 보기 드문 꽃상여를 준비했고,
나는 그 꽃상여 앞에서 서툴지만,
저 착한 시골 사람들과 어울려 겨울 산천이 놀라도록
고성염불 타령으로나무아미타불을 불렀다.
나에게 다시는 기회가 없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꿈같이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마음속 깊은 자리에 염불의 씨앗이 심어졌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참으로 묘한 인연이었다.
-신앙의 빛-
曲 : 水晶琴佛曲精選 / 淸風入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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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멋지십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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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그렇수도 있겠네요......너무 독특하고 장관이었겠습니다....영가도 춤을 추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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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