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날 / 캔버스에 유채 / 96x161.4cm / 1934
아리랑고개 / 종이에 수채 / 57.5x77.8cm / 1934
모자쓴자화상 / 나무에 유채 / 25.5x22.2cm / 1950
카이유 / 수채 / 78x57.5cm / 1932
여름 실내에서 / 캔버스에 유채 / 71x89.5cm / 1934
이인성탄생 100주년 기념展 _ 덕수궁미술관
2012.05.26 - 08.26
근대 중심의 미술관을 표방하며 새롭게 문을 연 덕수궁미술관의 이번 여름 전시는 한국근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이인성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새로 발굴한 16점을 포함한 75점의 회화와 드로잉, 200여 점의 자료가 선보인다.
이인성(1912~1950)은 1930년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6회를 특선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조선미전은 3.1운동처럼 한국 국민들의 식민정치에 대한 반발을 문화정책으로 회유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다분히 심사기준과 목적성은 지배자의 이익과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외피적이고 이국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1922년에 첫 조선미전이 열린 이래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근 2000년대까지도 국전, 미전 등 일제 시대 잔재와 구태의연을 그대로 답습하여 운영상의 폐쇄성과 보수성을 걷어내지 못하며 화단의 오랜 병폐로
자리매김 해왔다.
고루한 아카데미의 기준에 매여 있다보면 기운생동하는 충실한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와 빛을 볼 기회는 줄거나 없어 질 수 밖에 없다.
1910-20년대는 일본화한 서양화와 일본화한 서양의 조형방법을 수용하는 시대였다. 이전까지 기술의 답습만 있었다면 1930년대에는 일단 그 단계에서 조금은 벗어난 시기였다. 인상파의 토착화와 향토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그 중심에 있던 작가 이인성을 조명해 보는 것은 한국 근대미술을 재조명하는데 의미있는 시도다.
우선 이인성은 어떤 화풍이나 기법면에서 단정지을 수 없는 다각적인 매력과 입지를 가지고 있던 작가였다.
일본 관전에 주로 출품한 경력으로 아카데미 진영의 작가로도 볼 수 있으나 그의 화풍은 인상파를 기조로 하고 있어
전통적인 학제풍은 아니다. 소재면에서는 향토적이고, 기법은 인상파적인 구사를 하고 있어 회화이념 자체를
인상파로 하고 있는 오지호, 김주경과는 또 다른 견지에 이른다.
작품 중에는 수채화 작품이 다수로 유화 제작 이후에도 밝고 투명하면서도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수채와를
계속 제작하였다. 전시 포스터의 작품인 ‘가을 어느 날’을 보면 생명력 넘치는 전형적인 고갱의 화풍이다.
푸른 하늘과 붉은 대지가 대비되며 구릿빛 반라의 처녀를 등장시키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마른 땅 위에 눈에 띄게 큰 황금빛 해바라기는 제 한몸 가누기도 버거운 듯 고개를 숙이고, 옥수수와 사과나무,
누런 벼들이 뒤엉켜 나 있다. 의복으로 보면 여름인데 벼를 보면 가을이다.
언 듯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나 바구니 처녀 옆 고개숙인 소년의 시선과 시든 해바라기는 태양을 빼앗기고
웃음을 잃은 우리 민족의 슬픔과 눈물을 대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보인다.
이번 전시를 보며 관객들은 작가의 정물화, 인물화, 동양화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보며 한 사람의 작품이
맞는가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일본을 통해 들어 온 서양화의 다양한 사조들을 받아 들이는 시기였으니
그것을 답습하며 자기화 하는 과정이라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30년대 이인성만큼 큰 스케일에 조형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은 드물다.
천재 화가로도 불리웠던 이인성을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 당시 주요 상을 차지했다는 것 말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색채대비, 구성, 화면분할 등 인상파, 표현주의의 유럽미술의 그것들을 녹여내어
체질화 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는 해부학, 건축학 등 그림 기법 외적인 면에서의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던 노력형 천재였다. 허나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조선의 색채와 정서를 체화했다고는 하나 일제 강점기 관전을 휩쓸었던 전적으로 보건대
피지배자의 패배주의적 굴종과 타락한 향토색의 구현에 머물러 있었다는 비판도 있다.
혹자는 일본이 원하는 조선적, 반도적, 향토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지배자의 연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물로 전략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가족의 계속적인 죽음을 경험하며 개인적으로도 불운한 삶을 살았으나 그런 경험과 정서적인
부분을 그림에 담아내기 보다는 회화적인 감각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화풍에서도 대표적인
서양 인상파 작가인 고흐, 고갱, 보나르, 세잔 등 그들의 것을 뛰어 넘었다고 보기 힘들다.
그의 고유한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기 전에 단명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국을 잃은 비운의 시대를 거쳐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역사를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왜 없었겠느냐마는
예술가는 예술로 말할 뿐 판단은 보는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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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덕수궁미술관 공간 3층에서는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등 한국근대미술전이 동시에 개막했다.
한국근대미술 : 꿈과 시 _덕수궁미술관
2012.05.26 - 12.02
이번 전시는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일제시대, 해방, 전쟁 등의 고단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안중식, 고희동, 이상범, 이종우, 주경, 오지호, 구본웅,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 50여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햇빛 쏟아지는 남향집을 배경으로 딸의 모습을 그려
한국적 인상파를 보여 준 오지호의 ‘남향집’(1939년),
우울한 표정과 어두운 색채로 천재시인 이상을 그린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1935년),
빠른 운필과 경쾌한 동감으로 조선의 향토적 정서를 구현했다고 평 받는 김종태의 노랑저고리(1929년)등
주목해 볼 만한 작품들이다.
첫댓글 교과서에 있는 그림들이라선지 반갑더군요.. 저는 오지호 그림이 의외로 괜찮아 보였고
키다리 구본웅이 난장이 이상 친구 그림도 그려줘서 고맙더군요^^
이상범도 직접 보니 더 괜찮고~~ 글 내용 감사합니다...
오지호의 그림 좋지요^^
김중현 작품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번 전시에선 이종우의 작품과 김종태의 '노랑저고리' 꼭 챙겨봐야할 작품요^^
이종우 김종태 땜에 한번 더 갔어요^^
참~ 잘하셨어요^^ 저도 끝나기전에 함 더 가보려구요
1930년대 우리나라에 대단한 화가분이 계셨네요~~ 덕분에 인상적인 그림 잘 보았습니다~~
그 당시 생전엔 잘나갔지만 사후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지요. 천재였지만 그만큼 평가받지 못했고 일제치하에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이 딜레마였겠구요,
지금이야 박수근 이중섭 그런 분들이 훨씬 높게 평가받고 있지요. 사람일은 모르는거 같아요
저도 낼 정모에서 보려는데 올리신 글이 많은 도움됐어요! 정말 단명하셨군요 ㅠ
그니까요 천재였고 아깝죠, 어이없이 죽었으니. 뭉크도 그렇고 렘브란트도 그렇고 가족의 죽음을 연속으로 경험했던 작가들이 참 많아요. 이인성은 그걸 녹여내지 못했던 점에서 덜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해요
역시 박하님!
글 잘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해요.^^
요즘 핫한 아니타님 ~~
밥도 안먹고 먼저 가시더니 멋진 글 올려주셔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안 읽었어요...........ㅡ.ㅡ;;;
여보세요 읽고 얘기하삼, 자리 비켜준건데
잘 읽었음......ㅎ 언제나 좋은 글 적어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굳이 자리 비켜줄 이유가........ㅡ.ㅡ;;;
일본을 거친 유럽의 인상파, 후기인상, 야수, 상징, 표현주의계열의 그림들을 훌륭한 스킬로 표현했던 초기 한국 서양화단의 재목이었죠. 일본풍이냐 조선풍이냐 하는 보수적 국수주의 관점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건 그가 남긴 작품들이 소중한 자료이자 자산이라는것, 아쉬운건 그가 오래 생존하며 완숙한 자기세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것.
샤갈이나 피카소처럼 장수하는 작가가 회화사에서는 축복인듯,,작가 자신에게도~ ^^
참,,작가가 그린 수채화종이의 재질이 특이했어요..한번 잘 살펴들 보시길요~ㅎ
그의 그림속에는 세잔, 고갱, 마티스, 피사로등이 숨어있는듯~ㅋ
종이가 특이했다고 하셨는데 좀 더 설명부탁드립니다. 두번이나 봤으니 다시 관람할 것 같지도 않고, 사실 다시 본다고 해도 인지하지 못할 게 뻔해서요.
전시 관람중에 도슨트님의 설명과 버금갈 정도로 해박하신 박하님의 리뷰에 눈이 쫑긋하네요~ㅎㅎ
다시금 한번 올려주신 리뷰를 보니 작품 관람했을때에는 미쳐 깊이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수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습니다..전체적으로 알찬 리뷰올려주셔서 잘 보았고요 감사드립니다..^^
전시 볼 떄 도슨트의 안내가 도움이 될 떄도 있고 작품을 볼 때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편차들이 있으니 취향에 따라 판단하시면 될거 같구요. 이번 전시 관련해서 전에 스터디에서 공부했던 내용이라 반갑습니다
저도 내일 정모에 참석할 예정인데 잘 읽고~ 잘 보고 오겠습니다^^
그러셔요 근데 꽃을 옆에 두고 그림이 들어오겠어, 노랑저고리 보러 한번 더 가볼까 생각 중
역쉬~ 박하님 리뷰는 최고~ ^0^
사실,,,, 촌스런 그림들. 베낀 듯한 그림들.. 하고 폄하해서 생각했었는데,,
박하님 글 보니 조금 부끄러워지네욤.. ^-^;
음...촌스러운건 상대적인거니까, 사실 요즘에도 그런 것들 있어요
지금이야 글로벌한 시대지만 그때야 일본이 그 통로였으니 이해할만도.
계절 사람 실내의 느낌을 잘 살렸지만 그건 작가가 익히 경험한 느낌이고 인물 질감 식물은 작가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이국적인 소재들일텐데, 이 둘을 조화롭게 더구나 당대 최신 화풍을 반영하여 표현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1930년대의 상황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이;; 작가가 접한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경이롭네요;;
그렇게 느끼셨을수도, 위에 여름 실내에서 란 작품에 고무신 한켤레가 눈에 들어오죠, 빨간 마티스의 방같은 서구식 실내인테리어에 녹색 고무신의 대비가 이채로워요. 창문 바깥과 실내를 구분하여 예전 17세기 네델란드의 정물 알레고리도 보이는데, 나라를 잃은 민족에게 창문 밖은 어떤 의미일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죠
아는만큼 보인다고... 오늘 마침 정모 가는데, 가기 전에 좋은 해설 보게 되서 감사합니다. 도움 될 거 같아요. ^^
그냥 보면서 오늘 가장 맘에 드는 그림 한두점 담아오셔요^^ 특히 지금여기 나의 마음에 유독 들어오는 녀석이 있을거예요
이녀석 찾아 계시옵니까? 박하마님...ㅠ.ㅜ
뉴욕은 안녕하신가요,친구가 메트로에서 앤드류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를 찍어 보냈더라구요,넘 좋던데,
그나저나 한국오심 연락하셔요
미술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박하님의 친구답네요. 위성전송으로 감동을 전하시다니...참 부러운 우정입니다. 그런데 친구분이 혹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아니고 MoMA에서 보신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MoMA의 영구 콜렉션 중에도 주요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저도 그곳에서 봤거든요. 특별전에 대여했을 수도 있겠지만요./그러고보니 박하님 안 지도 꽤 되었네요. 존 미첼(Joan Mitchell) 전시리뷰였죠. 추상을 좋아하되 몬드리안류 보다는 칸딘스키류에 더 끌린다셔서 호응하는 댓글로 이어진 게... 여러 잡지와 블로그에서 박하님의 깊이있는 미술평들을 관심 갖고 정독하고 있습니다.
네 메트로가 아니라 모마 맞아요, 만성 광우병인지 자꾸 깜빡합니다. 제가 추상을 좋아했더랬죠, 그런데 변하더라구요. 페북에서 테러당한것도 있고 이러저러해서 구상이 좋아요, 차갑고 우울하고 서늘한 구상들, 미쳴여사보다는 앤드류나 호퍼,발튀스같은.
같은 전시를 여러번 본 적이 거의 없는데..박하님이 이케 멋지게 리마인드 시켜 주시니..마음 약한 저는 또 갈 수 밖에
없겠어요..더운날 저리 노출은 어렵겠으나 빨간색이 확~ 다가오네요^^..더위 조심하시고**
나두 아무리 좋아도 전시2번 안보는데, 노랑저고리의 유혹이~~허미트의 글에 미셸님 답글 동감예요,
아 그리고 미셸님 머랭의 추억, 넘 달달하고 맛이 기특했어요^^(옥탑방 왕세자 버젼 ㅋㅋ)
박하님 감사^^ 담엔 달달하고 션한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