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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의 지배자、』
아르웬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약 일주일동안 침상을 지켰다.
그녀가 깨어남을 알고 로엔이 곁을 지키려 했지만, 아르웬은 한사코 거절하고 그를 내보냈다.
아직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언제 앓았냐는 듯 벌떡 일어나 지금까지 밀린 업무를 차례차례 끝내버렸다.
렌을 비롯한 반란무리들에 대한 처리도 깔끔했고, 그 후의 모습도 평상시와 다를바 없었다.
어차피 별다른 상처랄것도 없었다. 로엔이 치료를 제대로 마쳤으니.
단지 갑작스럽게 떠오른 과거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을뿐이었다.
아르웬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면서, 기억을 잃은 시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8살때인가, 9살때인가.
크게 열병을 앓은적이 있었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일년정도 외가에서 요양까지 했었다.
예상컨데 무리하게 로엔에게 능력을 전이하는 바람에 생긴 여파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후 로엔에 대한건 싹 다 잊어버린듯 했다.
자신이 9살때. 그리고 로엔이 13살무렵에 첫만남을 가졌다고 생각했던걸 보니 말이다.
가신들이야 둘의 사이가 나빠지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니 입에 자크를 채웠고,
오히려 로엔을 미워하도록 충동질까지 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잃었다는건 알았지만 그녀가 로엔을 미워하는게 전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은것이다.
“쯧, 의외로 멍청했었나 보군 나도. 아버지는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었는데.”
그놈의 아버지가 뭐라고 그렇게나 로엔을 미워 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금발에 금안을 가졌지만 정작 능력은 로엔에게 있다는 것도 증오했던 이유중 하나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꿈에서 이따금씩 등장하던 로엔을 아버지로 착각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가주야 옛날부터 조금 모자르긴 했잖습니까.”
“…너도 반역죄로 목이 잘리고 싶은게냐? 칼.”
“―조용히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가주.”
아르웬은 그제야 옆에 칼이 있었음을 떠올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보라색머리카락에 자색빛 눈동자를 가진 그는 생글생글 웃는 낯짝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제일 위험하다 경계했던 작자가 의외로 아르웬을 도와 반란군을 진압했다.
처음엔 그게 굉장히 수상쩍었다.
그래서 아르웬은 반란자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그를 불러 들여 얼떨떨한 얼굴로 무슨 의도였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그는 별걸 다 묻는다는 얼굴로 답했더랬다.
[그야 전 쉘른가의 가신이 아닙니까? 가주에게 충성을 받치는 일이야 당연한 일이지요.]
이걸 믿어야해. 말아야해.
하지만 렌의 배신은 여러모로 큰 타격이었다. 일단 영지의 행정업무 자체에 혼선이 빚어질 정도였다.
아르웬과 로엔이 그것을 대신하기엔 어느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르웬은 그의 진심을 반신반의 하면서도 궁여지책으로,
혹은 임시직으로 자신의 주위에서 가장 능력있는 칼을 보좌관자리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뿐이지 솔직히 일처리에 있어서는 렌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으로 유능한 인재였으니 말이다.
칼의 가문에서는 그간 아르웬의 무관심으로 마음 졸였던 탓에 쌍수들고 환영했지만,
정작 칼 본인은 이 자리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 일을 하기는 하는 모양새다만.
역시 이유라 함은.
-똑똑.
“가주. 로엔님이십니다.”
“드시라고 해라.”
그녀의 이복형제인 로엔때문이었다.
달칵 하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싱글벙글인 칼이 흠칫하고 석고상마냥 딱딱히 굳었다.
동시에 손에 들고있던 깃펜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르웬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를 훑어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칼이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것은 로엔이 가주가 되는것이 두려워서가 아닐까?
솔직히 충성이고 뭐고 듣기 좋은 이유는 그의 성격과 매치가 되지 않는다.
칼은 로엔보다 자신을 더 만만히 생각하니까 일리없는 추측도 아니다.
“가주. 몸은 좀 어떠십니까?”
“이제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후작에게 제 서찰은 잘 전해주었겠죠?”
“물론입니다.”
멍청이 있던 칼은 로엔에게 꾸벅- 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깃펜을 들었다.
애써 서류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가상하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굉장히 부자연스러워보였다.
로엔은 칼이 있다는걸 인지한순간 강렬한 적의를 내뿜었다.
이글이글.
금방이라도 사람 하나를 태워버릴것 같은 뜨거운 눈길에 칼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가주, 혹여 칼이 또 무례를 저지르진 않았습니까?”
“…글쎄요.”
일부러 말끝을 흐리자 로엔의 눈초리가 더욱 험악해졌고
칼은 그에 울상을 지으며 아르웬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제발 말좀 잘해서 살려달라는 눈빛이다.
이틀전인가.
칼은 로엔의 귀신같은 접근을 모른채 아르웬과 단 둘이 있을때마냥 너스레를 떨다, 그대로 세상을 하직할뻔 했었다.
보좌가 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조심성이 줄어든 탓이다.
목에 감겨져 있는 붕대가 이틀전 사건의 결과물이었다.
로엔의 기세가 점점 심상치 않아지자 아르웬은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자 싶어 입을 열었다.
칼이 마음에 안 드는건 여전하지만 그건 성격차이 때문이지 인간자체가 싫다는건 아니었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투닥투닥 거리던 사이다보니 미운정이 들어버린 타입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일단 반성은 했는지, 그 후엔 굉장히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칼?”
“예? 예. 무, 물론이고 말고요 가주님!! 부디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쉘른가를 이끄실 고귀하고 위대하신 가주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몸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어이 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간신배가 되어버린 칼이었다.
깍듯하게 돌변한건 둘째치고 마음에도 없는 찬양에다 무려 가주‘님’이란다. 참네, 웃기지도 않아서.
아르웬은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로엔이 자연스레 따르자 칼은 살았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정원으로 나가자 풀을 뜯고 놀던 샤가 폴짝폴짝 뛰며 아르웬의 주위를 서성였다.
샤는 마취향에 취해 제 주인을 지키지 못한걸 자책하고 한동안 식음까지 전폐했다.
그 나름대로 충성심은 대단하지만 결과적으로 위급할때는 영 쓸모가 없었다.
그나마 충성심이라도 없었다면 진작에 내다 버렸다.
뭐 그래도 신수는 신수라고, 지금껏 렌과 사이가 나쁜게 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니었나보다.
제 나름대로는 경계였던것 같은데-. 역시 살의를 품지 않은 존재에 대해선 너무 무른것 같다.
아르웬은 호수뒤에 푸르른 잔디에 앉은 다음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로엔이 고개를 갸웃한다.
“앉아요.”
“예? …하지만.”
평소 가신과 그 주인의 차를 엄격히 구분하던 아르웬이기에, 로엔은 조금 껄끄러운듯 사양했다.
하지만 곧 앉으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그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로엔이 옆에 앉자 아르웬은 새삼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검은 흑발에, 우수에 젖은 푸른 눈동자.
섬세한 턱선과 마치 과일향이 묻어날것처럼 붉으스름한 입술.
“어느 집 자제인지, 참 잘 생겼네요 로엔경. 부인 될 사람은 좋겠어요.”
“가주도 아름다우십니다. 하지만 전 아직 혼인생각은 없습니다.”
“흠.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얼마전에 제 목숨을 구해주신것도 치하할겸,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뭐 원하시는거라도?”
“…저어, 가주. 이런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예.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아르웬은 친절하게도 생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종내엔 빳빳하게 굳은 로엔이 확정적인 어투로 묻는다.
“혹 … 점심에 이상한 음식이라도 드셨습니까?”
“…….”
진지하게 묻는 로엔의 얼굴에 아르웬은 참을인자를 수십번을 새겼다.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잘해주자고 다짐했잖아 아르웬.
작심삼일도 아니고. 이정도에 무너져서야 쓰나.
아르웬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온화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그간 로엔경에게 너무 무심했던것 같아, 이제라도 신경을 써볼까합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무섭습니다 가주.”
“…….”
갑작스러운 변화는 그에게 돌연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르웬도 그것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닌지라 화가 나면서도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간 못씁짓을 했던 전적이 있으니까.
로엔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었지만 아르웬이 계속해서 채근을 하자 주저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불쾌하지 않으시다면 한번만 더 웃어주시겠습니까?”
“제 웃음은 비쌉니다. 아까 웃어줬으니 그걸로 끝내죠.”
“……그런겁…니까.”
“하지만 로엔경이 웃어준다면, 답례로 웃어드릴 생각은 있습니다만?”
새침떼기 마냥 눈을 흘기며 이야기하자 로엔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가주께선 제가 웃는걸 싫어하셨잖습니까.”
“―명령입니다. 웃으세요.”
아르웬은 몇년간 몸에 익은 버릇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강압적으로 말해버렸다.
닥치고 그냥 웃어-. 라는 투로.
그녀 스스로 쑥쓰러운 이유도 있었지만, 역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해도 갑작스럽게 사람이 바뀌는건 무리인가 보다.
로엔은 명령이라니 또 흠칫하면서도 애써 입꼬리를 끌어 당겼다.
물론 억지웃음이란게 다분히 보여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아르웬의 눈에는 그게 또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증오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선지 그에 대한 감정자체가 변해 버리다 못해, 이젠 뭘 해도 그저 사랑스러웠다.
그대로 와락 끌어안고 부비적 거리고싶어 손이 근질근질 거렸다.
기억과 함께 예전에 씌였던 콩깍지마저도 되살아난 모양이었다.
물론 이를 인정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넘게 걸렸지만 말이다.
“푸훗. 잡아먹지 않으니 편히 있으세요 로엔경.”
타악.
옆에 끌어 앉히려고 손목을 잡자 로엔이 화들짝 놀라 아르웬의 손을 뿌리쳤다.
순간 웃고있던 아르웬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에 로엔은 안절부절 못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그러니까 -. 전 가주가 아픈게 싫습니다.”
“그게 내 손을 뿌리친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제 손이 닿으면 살갗을 벗기고 싶다고… 일전에 그러셨습니다.”
그랬…었지.
아르웬은 반사적으로 지었던 불쾌한 표정을 지워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 경우 또한 자신이 화낼처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취소 취소. 앞으론 좋을대로 하십시오. 또한 웃고 싶으시면 웃고, 울고 싶으시면 우세요.
제 말에 얽메여 일부러 감정을 누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부턴 자유롭게, 원하시는대로 행동하셔도 괜찮습니다.”
“역시 점심에…”
“-상한 음식따윈 들지 않았습니다.”
쓸데없는 말이 나올듯 했기때문에 급히 끊고 아르웬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그리곤 덩달아 일어나는 로엔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무도회장에서 호감이 있는 이성에게 춤을 권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로엔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 살며시 고양이가 주인에게 손을 올리듯, 그녀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살며시 얹었다.
아르웬은 그 손을 꼭 감싸쥐며 낭랑하게 말했다.
“갑시다 로엔경.”
“예? 어딜….”
“외곽으로 나가죠. 쉘른영지와 가장 가까운 벤타이 후작의 영지로 가는게 좋겠습니다.
그곳에 있는 카룬항은 타 제국과 해상거래가 활발하니 아무래도 볼게 많을겁니다.
제국의 유서깊은 유산물들 때문에 관광지로 유명하기도 하고요.
좌표는 알고 있을테니, 텔레포트로 가죠.”
*
언제나 저택 아니면, 유리엘의 숲만 오가는 아르웬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외출이 아닐 수 없었다.
아르웬은 후드로 자신의 머리칼을 감춘뒤에 로엔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시내는 역시 수 많은 인파들과 상인들로 복작복작했다.
“헤에, 정말 볼게 많네. 로엔경. 이건 어떤가요?”
아르웬이 어린아이들이나 할법한 장신구를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대며 묻자 로엔은 침묵을 지켰다.
“왜요? 이상한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됩니까?”
“…아뇨. 내려놓죠.”
로엔의 솔직한 감상은 그다지 듣고싶지 않아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러자 옆에서 로엔이 아쉽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잘 어울리셨는데.”
얼굴이 확 닳아 올랐다.
동시에 입꼬리까지 허물어지려는 바람에, 아르웬은 자신의 표정을 유지하는데에 안간힘을 써야만했다.
자칫하면 헤실헤실 웃는 바보같은 얼굴로 로엔을 마주할뻔 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로엔에게 어울리는 선물도 하나 샀다.
보석이 자잘이 박힌 꽤나 값나가는 물건이었지만, 아르웬에게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려 제국의 고위귀족중 하나인 공작이 아닌가.
로엔은 아르웬이 선물을 하자 처음에는 얼떨떨해다가, 곧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어린 표정이 되어버렸다.
물론 표정은 평소와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행동만봐도 그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 후엔, 함께 식사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이렇게 마주보고 식사를 한적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안 먹습니까?”
자신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로엔의 모습에 의아해서 묻자, 그가 무뚝뚝하게 답했다.
“저는 이렇게 가주를 바라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그 가주라는 호칭말입니다. 그냥… 아니, 아닙니다.
그러고 있지 말고 한번 먹어보세요. 평민들이 이용하는 곳 치고는 괜찮네요. 자, 아~.”
로엔은 말 잘듣는 강아지처럼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우물우물- 하고 음식을 씹자 볼의 근육이 움직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식기를 들고있는 손이 경련을 일으키듯 움찔움찔 거렸다.
아르웬은 그의 얼굴을 잡고 부비적거리고 싶은 충동을 참기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젓가락으로 사정없이 찔렀다.
로엔이 음식을 다 먹자 아르웬은 또 다시 식기를 움직였다.
“이것도 먹어봐요.”
또 우물우물.
아르웬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맛있냐고 묻자 냉큼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너, 너무 사랑스럽잖아!!!’
아르웬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재미가 들린듯 이번엔 다른 음식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러다보니 이번엔 반대로 아르웬이 넋을 놓고 로엔의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후에도 여러곳을 돌아다녔다.
란카제국에서 들여온 물건들이 진열된 시장도 찾고, 연인들이 즐겨본다는 공연도 보았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는 한적한 초원에 앉아 벤타이영지에서 최고라 일컫어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퍼엉-. 펑!
하늘에 곱게 수놓아지는 아름다운 불꽃들.
아르웬은 기분좋게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나무아래 드넓게 펼쳐진 꽃과 녹색의 풀들도, 바스스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오늘 하루 재미있었죠?”
“…예. 그렇긴 합니다만.”
“역시 이곳엔 바이엘이 많군요. 받아요 로엔경.”
근처에 있는 바이엘을 한아름 꺾어 로엔에게 내밀었다.
전의 보답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눈을 새초롬히 휘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이 허공을 선회하며 마치 꽃잎이 흩뿌려지듯 둘의 주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로엔은 꽃을 받아들고 한참동안 아르웬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이상합니다. 가주….”
“그래서 싫습니까?”
“아니오. 그런건 아니지만, 어딘가 아프신건 아닌가 걱정됩니다. 아! 혹시 머리를 크게 다치셨다거나?”
“…….”
이 인간이 진짜….
하지만 진짜로 불안한 얼굴을 하는 로엔을 보니 화도 낼 수 없었다.
뭐 별수없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색하다 못해 낯부끄러울 정도로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여버렸으니까.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잘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함께 할수 있는것도 마지막이 될테니까.
비록 이것으로 자신이 해왔던 악행과 맞바꿀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만 그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그녀가 해줄수 있는것은 이제 단 하나였다.
아르웬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내며 그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했다.
막상 생각한 바를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르웬은 슬프게 일그러진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침묵을 고수했다.
두가지의 고민이 충돌했다. 마음은 여전히 그를 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는 그러지 말라며 아우성친다.
그렇게나 10여년동안 괴롭혀왔으면 됐지. 뭘 더 어떻게 하려고….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초조해하는 로엔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를 그렇게 만든것은 다름아닌 아르웬 자신이었다.
…그래. 그만두자. 이제 욕심따윈 부리지 않기로 했잖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추스리며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로엔경.”
“말씀하십시오 가주.”
“그간 철딱서니 없는 제 뒷수습을 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습지도 않은 치기에 원치 않는일도 많이 하셨을테고, 여러모로 상처도 받았을겁니다.
그에 대해선 저도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지난날의 속죄.
그리고 보상.
아르웬은 발돋움을 한채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로엔이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반항은 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뺨을 두어번 어루만지고 그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놀란 로엔의 눈이 둥글게 떠졌을때 눈이 부실정도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벌꿀빛의 선명한 금색의 머리칼이 광채에 휩싸여 공중으로 나부꼈다.
아르웬은 온 몸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듬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약 10여년이 넘어서야 로엔에게 주었던 능력을 다시 되찾은 것이었다.
아르웬은 허탈한듯 입꼬리를 힘없이 허물어트렸다.
…이렇게 쉬운것을. 단지 원하기만 했다면 돌아왔을 힘인데….
능력은 막연히 ‘돌아와 달라’고 바랐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단번에 주인에게 돌아왔다.
하기사 원래부터가 가주만이 다룰수 있는 능력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지금까지는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그 능력이 로엔에게 있기를 바랐으니 그를 통해 힘을 발휘했을 뿐이었다.
사실상 능력의 사용만 해도 아르웬의 허가하에 가능 하지 않았는가.
로엔이 가주의 능력이 아르웬의 것이라 말했던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그가 자신의 곁에 있는것을 바라지 않는다.
서서히 입술이 떨어졌다.
아르웬은 로엔과 어느정도 거리를 벌린후 핏줄이 도드라져 나올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로엔을 구속하고 있던 검은색의 문신, 즉 족쇄는 사라졌다.
“이제 놓아드리겠습니다.”
“예?”
자신의 집착에서, 욕심에서.
이제는 로엔의 행복을 위해 아르웬은 그를 붙잡은 손을 내려놓기로 했다.
길지 않았는가. 그도 자신을 벗어나 자유로울 자격이 있었다.
혼처를 물색해 두었다. 상대는 후작가의 영양으로 공작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만큼 견고한 권력을 쌓은 가문이다.
듣기론 성격도 참하고 꽤나 미인이라고 하니, 로엔과 잘 어울릴 것이다.
23살이면 이미 혼인을 하고도 남았을 나이인데 그동안 잘도 붙들어 뒀다 싶었다.
아마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평생 자신의 호위로 이유모를 증오를 떠안고 괴롭게 죽어갔겠지.
본래 쉘른가의 직계혈통들은 가문을 떠나지 못한다.
즉 가주를 위해 한 평생 가문에 묶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인을 하게 되면 그 예외로, 가문을 벗어나 일가를 이룰 수 있었다.
여태껏 책임감 하나로 자신을 위해 희생한 로엔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건 이것밖에 없었다.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로엔을 보며 아르웬은 그에게 가주로서 마지막이 될 명령을 내렸다.
“빠른 시일내에, 쉘른가를 떠나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로엔의 무표정한 얼굴이 산산조각나며 깨어져나갔다.
안되요ㅠ
이제 막 달달해지는데!!!?
안되ㅜㅜㅜㅜㅜ왜떠나라하는거야ㅜㅜ그냥둘이서알공달콩살아가면안되는거야?ㅜㅜ
내속이답답하다진짜
아로엔귀여웟..> <그런데쉘른가를떠나라니ㅠㅠ로엔이랑결혼하면안대나ㅠㅠ
네? 어째서요?? 아르웬도 로엔을 좋아하고있잖아요!! 능력까지 되찾고 좋아하는데 떠나라니...
아르웬 너무 잔인한거 같아요ㅠㅠ
으아아아 왜 떠나라고 하는데 ㅠㅠㅠㅠ
ㅠㅠㅠ 정말 답답... 크윽.. 속이 터질거같애요 ㅠㅠ 내가 그속으로 들어가서 도와주고 시픔..
로웬이 자길 좋아하고 있다는 걸 왜 모르니... 아르웬..ㅠㅠㅠ
떠나지마ㅠㅠ아진짜,,,ㅠ
헐;; 놓지마....
답답해요 ㅜㅜ
ㅎ 잘 보고 가요
떠나면안되 ....!
헤어지지안았으면 좋겠어여ㅠㅠ
로엔. 쿨하게 거절해. 명령이야.. 아니면..황금의 지배자 안볼거야 쳇.
나,나는 알고있다 아르웬이랑 로엔이랑 이어지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오랜만의 정주행이라고 슬퍼하믄 안돼! ㅠㅠㅠ
뭐야!!!ㅠㅠㅜ초반은 달달달 하더니...ㅜㅜ왜 그래ㅠㅠㅜ
ㅇ..안되!!!!!!
안돼~!!!!!우어
안돼안돼안돼!!!
아르웬아ㅠ_ㅠ슬프구너..
ㅠㅠ재밌어요
왜이렇게되는걸까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절대안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