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트남 출사는 남부 싸이공(호치민시)에서 북부 하노이까지 대략 2,0000 Km를 8일 동안에 종주하는 강행군 여행이다.
우리는 베트남의 동해안을 따라 남북을 잇는 1번 국도로 북상하면서 아름다운 열대 해변을 차곡차곡 담으려 했는데
웬걸, 우려했던 비가 온다.
베트남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구분 되는데
그 시기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지역 건기로 일정을 잡을 수는 없지만 중부지방이 우기에 들어 바다 사진은 글러버린 것 같다
무이네 에서 출발하여 백마부대가 주둔하였던 뚜이호아로 오는 내내 비가 오거나 잔뜩 흐린 날씨를 보인다.
화가가 바다를 그린다면
제일 먼저 수평선 구도를 잡고 파란 하늘에는 구름, 태양, 새, 비행기를 넣을 것이고
넘실대는 바다에는 배와, 어부, 투명한 바다 물결, 파도 이런 것을 그려 넣을 것이다.
사진가도 이런 그림, 특히 열대 바다에 기대하는 것은
야자수가 파도에 머리를 감을 것처럼 수평선을 향해 길게 뻗어 있거나 금방 바닷물에 잠길 듯한 열대 숲,
돗대가 높고 뾰족한 요트나 열대 카누 같은 부재에 얼굴 검은 현지인의 순박한 모습을 넣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서 있는 이 남국의 바다는 음숭한 바람과 우중충한 잿빛 하늘 외에 아무 것도 없다
뚜이호아에 도착해서 지금은 비가 오더라도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는 열대 날씨의 변덕스러움을 믿고
혹시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디 쯤이 포인트가 될까하고 정찰을 한 다음 밤을 새우다시피 하늘만 세어 보았는데
다행히 아침이 밝고 구름 사이로 하늘의 파란 속살도 보이고 반가운 햇살이 얼굴을 내민다.
이 사진들은 뚜이호아 해변에서 하늘이 맘 변하기 전에 후다닥 몇 컷 촬영한 것 들이다.
뚜이호아에서 맹호부대가 주둔하였던 퀴논으로 오는 길도 역시 오락가락 우기성 비가 계속 내린다.
야자수 숲이 좋은 쏭카우 해변도, 퀴논에서 가장 아름답고 한적한 문둥이촌 해변도 빵점이다.
나는 아예 카메라를 열지도 않았다.
바닷가 리조트에서 밤을 묵으며 또 내일 아침 뚜이호아에서와 같이 기적같은 하늘을 기대해 볼 수 밖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치는 아침 아주 잠깐 빼곰히 내미는 하늘을 담아보려 했지만 절대 맘에 차지 않는다.
아름다운 고급 리조트도 시커먼 파도 속에 파뭍여 영 아니다. 아무리 찍어봐도 성이 차지 않지만 별 수가 없다.
사이공에서부터 데려온 모델 미쓰 연(Van)에게 수영복을 입혀 촬영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다음 여정을 나선다.
국내선 비행기로 달려간 베트남 북부는 중부와 달리 지금이 건기이고 하롱베이는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시다.
하롱베이는 잘 알다싶이 세계적인 비경이고 온 바다에 기기묘묘한 섬들이 물위에 떠 있는 듯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사진가에게는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황포 돗대를 단 배들이 유유자적하고
바다에서 회를 떠서 파는 수상 식당과 관광객을 쫒차다니는 상인들의 작은 배들이 재미 있었는데
이 하롱베이가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등제 된 다음부터 환경을 오염 시킨다는 이유로 당국에서 엄격히 통제하게 되어
자주 오가는 관광객 수송선 외에 그럴듯한 소제가 모두 사라져버려 이젠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사진가에게는 아름다운 풍광만이 전부는 아니며 어쩌면 날씨 탓을 하는 것도 핑게일 수 있다.
여행사진 특히 해외 여행사진에 있어서
그 곳만이 가진 색다른 풍광과 독특한 문화를 사진가 자신의 감각과 예술성으로 녹여 자신만의 그림으로 창작해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 생각하니 여행 기간 내내 날씨 탓과 하늘만 바라 본 것 같아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나의 작가 정신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풍경사진이 뭐 대수라고 뒷맛이 매우 씁쓸하다.
어디 출사를 가면 맨날 오메가 만나고 예쁜 구름이 그대를 기다리던가
그래도 사막이 아름답고, 바다 일출을 두 번이나 보았으며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으니
이만하면 됐네 하고 위안을 삼아야지
첫댓글 수고하신 작품 잘 보았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