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사제 설교 승천대축일 설교 2024년 5월 12일

[stephano]

승천대축일 설교 2024년 5월 12일

루가 24:44-53. 사도 1:1-11.

‘누구’인지를 묻는 것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간을 지상에서 지내셨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로 오르신 날을 기념하며 승천대축일로 지킵니다.

2020년 9월 27일 이곳에서 첫 성찬례를 드린 지 3년 반, 이제 마지막 성찬례를 드립니다.

그보다 먼저 대지 매각이 결정된 후 시작된 전교인 릴레이 건축 기도는 203주 차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은혜였음을 깊이 실감하며 오늘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지상에서 마지막을 보내신 주님께서 그곳을 떠나 당신이 계셨던 본래의 자리 즉 하늘로 가셨듯이, 우리도 임시 공간을 떠나 본래 우리의 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님 승천의 의미를 이보다 더 절실히 체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함께 바치는 이 성찬례의 의미가 얼마나 크고 귀한지 아실 겁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그 하늘이 그저 사전적 의미의 하늘이 아님을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원래 그분이 계셨고 계셔야 할 곳으로 가심으로써, 이제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찾고 물으며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그 본래의 모습을 찾도록 더욱 힘써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복음서나 신약 성서의 그 누구도 주님의 승천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직 루가만이 오늘 복음과 독서에서 승천 사건을 전합니다. 사도행전에서 예루살렘은 선교의 출발지이자 못자리였습니다. 주님의 부재 이후 절박함과 당혹스러움에 있던 제자들과 주님을 따르던 신도들은 성령을 체험하게 됩니다. 다음 주 새 성당의 첫 성찬례를 드리는 날이 성령강림대축일인 것도 놀라운 신비이고 감격입니다.

우리 교회가 주님의 보호하심 안에 축복받은 공동체임이 분명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주신 사명이 오늘 복음과 독서에 나옵니다.

그것은 회개와 용서(47절)입니다.

회개와 용서는 일찍이 세례자 요한이 세상에 나와 선포하고 외친 주제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게 살던 사람들에게 먼저 회개할 것을 요구했고, 하느님께로 돌아선 사람이 결단하면 용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소명이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을 뛰어넘어 모든 민족으로 그 사명을 확대하십니다.

제자들과 주님을 따르는 신도들은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서 것을 외치고 증언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전하고, 어렵고 눈물 많은 이들을 위로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회개와 용서의 하느님을 전하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기쁜 소식 즉 복음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고 하셨습니다.

보고 듣고 체험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리스도의 복음과 진리를 몸으로 사는 사람들이 되자는 말입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을 초대 교회 때부터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명을 맡기시기 전, 당신의 죽음과 부활은 성서에 기록되어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46절) 오늘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먼저 성서를 깨달아야 합니다. (45절)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성서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성서를 가까이하고,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성서의 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마침 토마스 머튼의 “성서를 열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목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가해한 세계 앞에서’라고 붙어 있습니다.

영성가로서 성서를 이해하는 방식을 담백하게 써 나갔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매우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승천 사건처럼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수많은 성서의 기록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과 마음이어야 할지에 대해 영적으로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저자는 성서의 이런 내용이 이상하다 못해 기이하다고까지 표현합니다.

그러한 모순으로 성서와 진리에 대한 애정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성서를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성서를 향해 묻기 시작하면 성서 역시 우리를 향해 묻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라고 묻기 전에 ‘이 책을 읽는 나는(우리는)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출발점은 이렇게 물음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함으로써 성서에 나타난 깊은 의미를 지금의 고백으로 가져오도록 해야 합니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성서는 모든 시대, 모든 인간이 품은 물음에 대해 그들이 응당 받아야 할 만큼의 답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구하면, 우리는 성서에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구할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우리 공동체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은 본래 우리가 머물러 있어야 했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떠날 것을 명령하셨고, 광야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셨습니다. 성서에서 전하는 말씀과 놀랍도록 같습니다. 성서 역시 인간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기에, 성서에서 말하는 진리와 경험의 말씀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서를 보며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지를 우리가 누구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새로운 선교의 비전과 해야 할 과제 앞에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우리는 누구인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합시다. 하느님 앞에 선 우리가 누구인지를 진심을 다해 묻고 또 물으면 하느님께서 대답해 주실 것이며,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승천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게 합니다. 그분이 올라가신 하늘이 무엇인지 묻고,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길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저절로]

임시공간 떠나 본래 자리로, 새성당 첫 성찬례 성령강림 대축일인 놀라운 신비 감격, 회개와 용서의 하느님을 전하는 기쁜소식 복음, 그리스도의 복음과 진리를 몸으로 사는 그리스도인, 성서를 꺠닫고 말씀에 귀기울이고, 성서를 읽는 나(우리)는 누구인가? 물음으로 시작, 지금의 고백으로 가져오고, 아는만큼 보이고 구할수 있음을 기억.
새 성당 새로운 시작의 우리 공동체, 본래 뭐물러야 했던 자리 떠나 광야에 머물게 하심이 성서 말씀 닮아, 본래자리로 돌아가는 새로운 선교의 비젼과 해야 할 과제를 받고 하느님 앞에선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것으로 시작, 응답하심,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실 것,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