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찬바람에 옷깃을 다시금 여미게 되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이면 길가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 따끈한 오뎅국물과 꼬치오뎅. 추운 날씨에 하얀 입김 호호 불면서 먹는 꼬치오뎅도 나름대로의 맛과 멋이 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오뎅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였던 오뎅이 기존의 노점이나 주황색 포장마차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바’로 자리를 옮겼다. 오뎅이라는 저렴한 아이템과 주류가 만나 새로운 스타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오뎅바는 올 겨울 인기 업종으로 부각되면서 거리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철만 ‘반짝’하는 한철 장사?
 오뎅바가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의 오뎅바들은 손님이 매장에 마련된 바에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원하는 만큼 오뎅을 건져 먹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길거리에서 찬바람 맞아 가며 꺼내 먹던 오뎅들을 따뜻한 매장에서, 그것도 술과 함께 한다는 색다른 아이템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도 물론 매력적이었다. 또한 10~20평의 작은 공간에서도 창업이 가능하고 오뎅탕의 조리법 자체가 간단해 경험이 없는 소규모 창업자들에게도 접근성이 용이, 유망 창업업종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기도 잠시뿐. 지난해 여름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수많은 오뎅바들이 맥을 못추고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자 뜨거운 오뎅을 외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나오는 오뎅꼬치는 겨울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더운 여름철에는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더군다나 더운 날씨에 오뎅이 쉽게 불어 맛 또한 저하돼 손님들이 쉽게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뎅 외에 다른 대체메뉴를 준비하지 못했던 소규모 오뎅바들은 급격한 매출 하락과 함께 속속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모든 오뎅바들이 고전한 것은 아니다. 수제로 만든 질 좋은 오뎅을 사용하는 일부 고급 이자까야 형식의 오뎅바들은 지속적인 메뉴 업그레이드를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여전히 인기를 끌어 왔다. 반면 대부분의 일반 업소에서는 공장에서 만든 획일적인 오뎅을 사용, 맛의 차별화를 가져오지 못해 금세 손님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이렇게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줄로 알았던 오뎅바들이 서늘한 바람과 함께 다시금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 여름의 실패를 만회해 보고자 함일까? 올 겨울 새롭게 문을 연 오뎅바들은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만했던 곳들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평범함 거부하는 개성파 오뎅 등장 이번 겨울 새로이 선보이고 있는 오뎅바들의 달라진 모습은 오뎅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낸 저가 오뎅이 아닌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을 살린 오뎅을 사용하고 있는 것. (주)리치 푸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쉬&그릴」의 경우 손으로 만든 고급 가마보꼬 오뎅을 부산의 한 업체로부터 OEM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다. 현죽의 제 2브랜드 「오뎅사케」의 경우도 마찬가지. 엄선된 재료에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오뎅을 사용하고 있다. (주)P&C 프랜차이즈의 「오뎅사랑 구이사랑 5092」는 생선살 함유량이 일반 오뎅(5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오뎅(90%)을 개발, 사용하고 있으며 오뎅의 본고장 일본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안암동에 위치한 「이마시아」의 경우 오징어오뎅, 야채오뎅 등 퓨전 오뎅을 선보이고 있다. (주)리엔팩의 오뎅바 브랜드 「정겨운 오뎅집」은 치즈, 맛살, 만두, 버섯 등 퓨전오뎅과 문어, 가리비, 새우 등의 가마보코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오뎅들은 일반 오뎅에 비해 더욱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며 저마다 차별화를 선언, 푸석푸석한 일반 오뎅에 질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뎅뿐만 아니다. 오뎅 단일메뉴를 선보이던 기존의 업소들과 달리 최근 업그레이드 해 선보이는 오뎅바들은 오뎅 외에도 각종 꼬치구이와 생선구이 등 다양한 메뉴군을 선보이고 있다. 오뎅사케는 오뎅새우와 오뎅닭꼬치, 오징어오뎅순대 등을, 이마시아는 오뎅레몬소스볶음 등 오뎅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 선보이고 있다. 오뎅사케의 이신천 대표는 “오뎅바의 생명은 주 메뉴인 오뎅과 국물 맛일 것이다. 하지만 계절이나 여러 가지 요인을 놓고 봤을 때 단일 메뉴로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피쉬&그릴의 여영주 대표는 “솔직히 이제는 오뎅 한 가지 메뉴만으로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며 “끝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만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여름나기용 메뉴개발에 부심 아무리 오뎅이 좋아도 더운 여름철이 오면 오뎅 하나만으로는 매출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 이미 지난 여름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허물어져간 오뎅바들이 부지기수이다. 오뎅바들은 벌써부터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속속 여름을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여름 대비책으로는 오뎅을 이용해 여름에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 선보이고 있는 것. 정겨운 오뎅집은 차갑게 먹는 가마보코 요리를 개발, 선보이고 있으며 5092는 냉어묵 사라다, 김치말이 냉어묵 등 여름을 겨냥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오뎅사케는 여름을 대비해 차게 한 정종이나 맥주와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 선보일 계획이며 피쉬&그릴은 오뎅과 꼬치, 구이 메뉴 외에도 독일식 모듬소시지, 사천식 해물누들, 골뱅이무침, 도미 회무침 등의 메뉴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미 피쉬&그릴이나 5092 등의 업소들은 지난 여름에도 높은 매출을 올리는 등 영업력을 과시, 오뎅이 계절과 상관없는 메뉴 아이템임을 증명해 보였다. 실제로 피쉬&그릴 홍대점의 경우 오뎅바의 가장 비수기라는 8월에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1일 4.5회전의 좌석회전율을 기록하는 등 사시사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피쉬&그릴의 여영주 대표는 “과거 오뎅이 겨울에 먹는 길거리 음식이라는 개념이 강한 반면 요즘은 요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더운 여름철에는 찬 맥주 한잔과 함께 가마보꼬 같은 고급 오뎅을 이용한 요리를 즐기는 손님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5092의 이호풍 본부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뎅이라는 메뉴는 여름이 비수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맛이 뛰어나다면 오히려 계절적 요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뎅바들은 그간 뜨거운 오뎅 단일메뉴를 선보였으나 오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유망 창업 업종으로 급부상 올 겨울 오뎅바들은 창업 업종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평형대로 오픈이 가능하고 인건비, 주방설비 비용 등이 저렴해 소자본 유망 창업 업종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 오뎅바는 개인 업소를 중심으로 삼성동 테헤란로 일대, 신천, 종로 등 오피스가와 젊은층 유동인구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오뎅바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창업에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장 운영 및 메뉴개발 노하우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아 장사 경험이 없는 생계형 부부 창업자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5092는 오뎅과 구이를 결합한 컨셉으로 지난해 4월 런칭한 브랜드. 2004년 12월 현재 17개점이 영업중이며 오뎅과 원적외선구이기를 이용한 구이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다. 개설비용은 가맹비, 인테리어, 주방집기를 포함해 4천만원 선이다. 오뎅사케는 기존의 오뎅바들이 보여줬던 선술집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탈피, 고급스런 주류 바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오뎅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으로 교대점을 비롯 3개 가맹점이 운영중이다. 10평 기준 초기 창업비용은 임대료를 제외한 3천500만원(가맹비 포함) 선이며 순이익은 매출의 40% 정도이다. 정겨운 오뎅집은 지난 2003년 1호점인 역삼점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업체. 나무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미닫이문 등 60~70년대 선술집 컨셉과 현대적 세련미가 접목된 인테리어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임대료를 제외한 창업비용은 총 4천만원 미만이다. 이 업체는 향후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개편해 나가고 점주와 고객의 거리감이 짧다는 매장 특성을 살려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코드로 고객서비스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피쉬&그릴은 퓨전포차를 표방, 원목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오뎅, 꼬치·생선구이 외에도 20여 종의 메뉴를 선보이는 곳. 현재 14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3년 내 500개의 가맹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평 기준 초기창업비용은 가맹비 포함 5천100만원원이며 20평의 경우 일 100만원, 30평의 경우 일 평균 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초기 오뎅바들의 특징은 대개 일본식 인테리어로 일본 색채를 띠고 있었다. 특히 고급 오뎅바일수록 일본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워오고 식재료를 공수해 오는 등 일본식 오뎅바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들 업소에서 선보이는 오뎅은 때때로 우리 입맛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손님들에게 외면 받아 온 경우가 종종 있다. 이유가 뭘까? 일본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워 왔다는 한 업주는 “일본식 오뎅바가 초기에 외면 받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오뎅 즐기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오뎅과 국물을 함께 즐기는 반면 일본은 사실 국물을 거의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무, 오뎅, 두부, 익힌 달걀, 다시마, 해산물 등 온갖 재료를 더해 다양하게 씹히는 맛을 즐긴다. 지역색에 따라 오뎅 종류만도 20여 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들의 오뎅 즐기는 법을 알 것도 같다. 허기를 달래고 씹는 맛을 즐기기 위한 일본 오뎅과 생선살 위주의 오뎅이 함께 우려진 국물을 즐기는 한국 오뎅의 차이를 모르고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 일본식 오뎅바들이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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