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이면 전 명절 하루 전날 아침 일찍 김포 큰 집에 도착해
하루종일 기름 냄새 맡으며 각종 전을 채반 가득 부치는 둘째 며느리역활에 아주 충실했답니다.
명절 당일 새벽에 올라오시는 시아버님에 맞춰 형님과 함께 차례상 차리길 30년..
시아버님 돌아가시자 큰집에서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차례예배로 바꾸니 명절 음식 장만하는 일에서 해방된지 3년쯤 되는군요..
게다가 형님댁도 며느리,사위얻고 손자,손녀 얻으니 우리 식구는 자연히 후순위(?)...
요즘은 명절 당일 날 새벽에 형님댁에 가서 차례예배보고 큰집 식구들과 놀다 밤 늦게 집에 오는게 관례가 되었지요.
뒤돌아보면 쉽지 않은 세월이었지만 그래도 전 명절에 일이 많다고 불평하거나 꾀를 부린 적은 한번도 없었답니다...
식구들이 모이는게 좋았고 맛난 음식 장만해 여럿이 나눠 먹으며 즐거워하는게 정이고 행복이라 여겼거든요..
작은 며느리인 전 늘 맏동서인 형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착한 동서이길 자청하며 형님을 돕곤 했지요.
그렇게 명절때마다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TV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명절연휴에 해외 나가고
혹은 여행가서 합동차례를 지낸다는 뉴스와 화면이 나올 때마다 저 사람들은 어느나라 사람인가? 생각될 정도로
저와는 동떨어진 사람들의 얘기로만 알았지요.^*^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도 올핸 그런 명절이 되었답니다..
추석연휴 일주일을 속초와 제주에서 멋드러지게 보냈으니 남의 얘기가 곧 제 얘기가 된 셈이지요...
처음에 전 추석차례를 지내고 이어진 연휴에 막내시누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2~3일 여행하다가
막내시누이를 김천집에 내려주고 올라오는 소박한 꿈을 꾸었답니다.
그런데 큰집에서 이번 추석은 속초 대명콘도에서 모여 지내자고 하시며 그것도 20일에 차례예배를 보자고 하시데요.
졸지에 이틀이나 시간을 벌었으니 더 길어진 황금연휴...그때부터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지요^*^.
애초에 막내 시누이를 배려한 이번 여행을 이왕이면 아가씨에게 좀 더 큰 선물을 안기자고 작정하니 여행지로 떠오른 `제주도'..
곰곰 생각하니 우리 아가씨 신혼여행도 경주로 갔으니 제주도 한번 못 간건 물론 비행기도 못 타 봤겠다는 생각이 든겁니다...
이번처럼 하늘이 주신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 여기저기 여행사에 전화하니 이미 예약만료라는 대답 뿐..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제주행 비행기 티켓구하랴 콘도,렌트카 예약하랴 며칠을 고생끝에 드디어 제주행 티켓을 예매하고
아가씨한테 전화하니 자기도 제주도 한번 가는게 소원이었다며 너무도 좋아하니 제 마음도 좋을 수 밖에요..이심전심인거지요..
올해 51살이 된 막내 시누이...
고3 때 엄마 돌아 가신 후 새어머니 밑에서 주눅들어 기 한번 펴 보지 못하고
시집가서는 겨우 10년 애 둘 낳고 살다가 호랑이 시어머니한테 시름시름 아프다는 이유로 강제 이혼당해 혼자 사는 시누이..
아이들과도 생이별 당해 십여년을 외롭게 사니 늘 여기 저기가 아프다고 하소연
처녀땐 허리가 32인치라 너무 뚱뚱해서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55사이즈도 크다니 볼 때마다 안쓰러운데
서로 사는 거리가 멀다보니 일년에 몇번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서 만나는게 고작이라 해 줄게 별로 없었지요..
애 둘 낳았을 때 제가 산간호해주고 친정엄마 없는 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애는 썼지만
부모복,남편복 없이 험한 세상 오로지 믿음만으로 외로이 살아가는 그 삶이 가여워 늘 마음이 쓰이다가
이번에 함께 여행하면서 행복을 선사하고픈 마음에 감행한 제주여행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행복과 감동을 안겨 주었답니다.
속초에서 2박 3일 큰집식구들을 포함 대가족이 차례지내고 설악산 케이블카 탄 후
정동진에서 바다의 진미를 맛보고 양양 솔비치에 들러 그 아름다움에 반했으니 1차 여행도 즐거움이요..
제주행 비행기 타러 서울 오는데 물폭탄이 떨어지더니 22일 새벽비행기 타는 데는 아무 지장없어 제주도로 출발도 OK..
제주 도착하니 상큼한 가을 하늘 밝은 태양이 우리를 반기는데 3박4일 내내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더 이상 좋을 순 없더군요..
아침 7시 반에 제주 도착해 렌트한 차로 첫날은 해안도로따라 제주 일주..
달리다보니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지인 불란지 펜션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어 우리도 들여다보는 호사(?)를 누렸지요..
저녁나절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숲으로 둘러싸인 펜션이 한폭의 그림같아 여행의 감흥이 더 깊어지더군요..
이튿날은 우리 두 아들들은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 백록담 정복에 나서고(왕복 8시간 코스)
나와 우리 아가씬 영실코스로 윗새오름에 오르니 이 또한 감동의 도가니...
등산이라면 겁부터 내는 엄마를 위해 현섭이가 선택해준 코스는 왕복 7.4KM인 영실코스..
과연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저를 이끌어 윗새오름에 오르니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지더군요.
이래서 죽을 고생하고 정상에 오르는 구나..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카메라를 가져가 윗새오름에 오른 인증샷을 할 수 없었음이에요^*^..
세째날도 성산 일출봉에 오르고 우도를 한바퀴 도니 그야말로 제주를 섭렵한 듯..
올레길은 조금씩 몇군데 입맛만 다셨으니 아쉬운 점 없지 않지만 이는 나중에 다시한번 제주를 탐방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사흘 내내 에메랄드 바다를 바라보며 푸르른 녹음속에서 바람과 햇빛을 벗하며 자유를 구가했으니 무엇이 부러우리요?
삶에 짖눌리고 상처가 많아 늘 아프고 힘이 없던 우리 막내 시누이..
제주 여행 내내 저보다 더 잘 산에 오르고 잘 먹으니 정말 딴 사람이 된 듯 다람쥐처럼 날아 다니더라구요...
아..마음의 병이 이렇게 무섭구나...혼자 살면서 병만 키운 듯 늘 아프다기에 속으론 이번 여행에서 아프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염려가 무색하게 우리 아가씨 그리 약골이 아니란 걸 깨달았으니 앞으론 가끔 여행을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름다운 자연의 치유력을 경험했기 때문이지요..
좋은 풍경 보고 맛난 음식 실컷 먹고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여행감동의 여운이 오래오래 우리 가슴에 남아
저와 아이들 우리 아가씨..이 가을을 더 열심히 살리라...믿음이 더해집니다.^*^
첫댓글 오홀~~~~~ 그니까 여행 다니면 아픈 허리와 다리를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어디론가 떠나야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