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 단풍, 수확, 결실, 가을비, 무지개, 천고마비, 탐스런 사과..,
수많은 수식어로 계절 가운데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뽐내던 가을도
11월을 맞이하며 또 한 시절의 추억으로 이름한 체 기억 저편으로 달아난다.
7일 입동(立冬)과 22일 소설(小雪)이 담겨있는 11월.
가을비 뿌려 갑작스레 싸늘해진 날씨를 두고 사무실 직원들도 생난리가 났다.
두툼한 겨울점퍼로 출근한 팀장부터 평소 추위에 약하다는 여직원은 벌써
에스키모인을 닮아 간다(^.^)
아직 9월 윤달이 돌고 있는 시간이라 하늘공원 억새로부터 여기저기 가을냄새가
완연하지만 그리하여도 11월 달력은 '나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안동댐
상류에 걸쳐있는 절집엔 이른 아침 살얼음들이 서릿발에 빛났다 한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된다.
요란하지 않고 정숙하게..,
제주지역과의 상품 공급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이른 새벽 농산물 공판장을
찾았다.
낙점해놓은 작목반 농업인의 상품이 타 지역 농산물과 대비하여 가격경쟁력은 갖추어져 있는지?
품질은 일등품으로 양호한지?
지속적인 납품체계는 잘 구비되어 있는지.., 최종점검을 게을리할 수 없음이라.
넘쳐나는 농산물을 소비시키기 위하여 전개되는 작금(昨今)의 유통망 신경전은
죽은 물소를 눈 앞에 두고 제 새끼를 살리기 위하여 하이에나와 동료와 맞서는
짝잃은 독수리의 애탐과 흡사하다.
성실한 일꾼으로 아버지의 농사가업을 이어받은 작목반 아들은 일상의 의식주가
농장에서 시작되고 인근 밭에서 종을 치니 그 알뜰함을 두고 그냥저냥 바라만
보기엔 장차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굳게 믿는 상생의 지인으로서 도리가 아님이라!
강화고구마와 더불어 바늘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유통정보와 함께
발품이 우선이니 살얼음인들, 추위인들, 11월인들..,
시장사람들과 매한가지로 소매를 걷어 부치며 11월의 새벽을 열었다.
사무소를 복귀하여 조간회의를 마치고 10월의 잔적들을 간략히 소탕하고서
일산으로 달린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 하지 않던가?
하늘과 땅과 바다 그리고 조화로움에 기대어 사는 더부살이 속에서 아주 가끔씩
우린 벽제(화장터)를 찾곤 한다.
천수(天壽)를 다하여 무음소(無音笑)로 동무의 아버지를 작별하던 곳.
친한 벗은 지천명을 만져보지도 않고 남은 식구들을 홀대하며 제맘대로 기어이
몸을 태웠다.
그곳에 서면 인간사 살아가는 와중에 허우적거리는 싸움들이 한낱 부질없는
연기로 이름하지 아니하던가?
일찌기 석용산스님은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에세이에서
"솔바람 한 줌 집어가라" 세인을 두고 망소(妄笑)하셨다.
좋은 시절들을 웃지 못하시고 -
단풍 앞에서도 애써 얼굴을 찡그리셨던 초로(初老) 붕우(朋友)의 화해(和解)를
위하여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였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소리"가 내일 쯤엔 두 분의 귓가에도 아름다움으로
자리할 것을 굳게 믿으며 양재에 소재한 급식업체를 방문하였다.
강원도에서 유기농 쌈채를 고집하는 농군의 정성이 만추 대봉시처럼 알뜰하여
씻지 않고 금방 먹어도 좋을 싱싱한 쌈채꾸러미를 시식 겸, 평가겸 면전에
내밀었다.
회사 식당으로부터 호텔까지 다양한 급수를 자랑하며 신흥 유통인으로 성장하는
지인에게 부담을 안겼나?
상품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값진 상품도 품세에 어울리는 곳에서 제 모냥으로
알뜰히 빛날 수 있도록 선자옥질(仙姿玉質) 사장에게 화이팅을 당부하였다.
채 7시도 되지 않아 반쪽 상현달빛에게 자리를 내어준 11월의 태양이
뚱보왕좌를 넘보는 큰세계^^ 김준현에게 요동치는 유민상을 닮았나..,
만추의 아름다움을 벗어버린 11월의 달빛은 태양을 대신하여 훤히 밝지만-
아이고~
시리고 시려라!
애써 권하는 저녁을 마다하고 딸래미 학교에 서둘러 도착하였다.
그러고보니 점심까지 챙겨주질 못했으니 '배' 란놈 "꼬르륵 꼬르륵"
군도(群盜) 민란(民亂)이 봉기(蜂起)되었다.
딸래미 좋아하는 순대국 한 그릇으로 난(亂)을 평정하려 한다.
덕분에 끄적거림의 여유가 주어졌다.
구름한 점 없는 11월 밤하늘에 상현(上弦)이 중천(中天)에 서고
삼삼오오 아이사랑 엄마 아빵들의 차량이 교문에 줄을 잇는다.
첫댓글 바쁜 시간을 보내시는군요..
아름 답습니다...
첫눈 내렸다지요^^ 여유 가지시면서 일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