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제
'캘리포니아 주'에서 '유타 주'로 넘어간다.
한개의 주를 넘나드는 일은
다른 나라를 넘나드는 규모다
어제 저녁 헤어질 때
가이드가 라스베가스에서의 다음날 일정이 가장 걱정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영화 '깊고푸른 밤'의 장미희 남편같은 사람들이 많을까봐
모닝콜을 하면 수화기 그냥 내려놓지 말고
꼭 알았다는 멘트를 해달라는 부탁에 부탁을 한다.

유타주는 왠지 모르게 사막이 연상된다.
라스베가스보다 더 깊은 사막.
선인장, 멕시코인 등이 연상되는 묘한 느낌.
자이언 캐년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선인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날 보고
저 멋진 캐년의 바위들을 두고
왜 땅에 붙어있는 선인장에 관심을 갖지? 하는 표정들이다.

남성적인 자이언캐년은 딱히 관광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차로 이동하면서
웅장한 장관을 감상하는 형태다.


캐년을 관통하는 터널은
30년대의 대 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토목공사의 하나로
화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만 작업했다고 한다.
군데 군데 터널에도 창을 만들어 놓은게 재미있었다.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은데 못찾겠다.

자이언 캐년을 내려와 길 가의 작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허허벌판에 음식점 찾아내기도 힘들겠다
껍질 째 끓여내온 감자스프가 아주 맛나다
흙만 털어내고
뚝뚝 잘라 넣어 끓인 것 같은
투박함이 더 맛을 낸 것 같다.
우리 남편은 곧 아메리카와 사랑에 빠질 듯 하다
왜냐하면
유럽과 달리
건물 밖 어디에나 모두 흡연장소라서.....

좁고 답답한 식당을 나와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길건너에 작은 골프장이 있다
잔디밭만 보면 피크닉을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노 피크닉' 이란 표지판이 붙어있다
재밌는 건
구글번역기로 알아냈음직한 한글판이다
' 더 피크닉 없다'
혹시 한국사람들이 들어와
돗자리 펼치고 벌렁 누웠던거 아냐? ㅎ ㅎ

파3 홀이 마침 길 옆에 있다
가까이 가니 마침 두명이서 샷을 날리고 있다
한명의 공은 러프로 빠지고
한명의 공은 그린에 올리고
카트가 가까이 오길래
공이 빠진 러프의 위치를 알려주니
연신 땡큐를 외친다
그린에 올린 사람은 우리 앞에 위풍당당 걸어온다
"나이스 온. 버디찬스"
외쳐주니
손을 번쩍 들며 땡큐를 외친다.
퍼팅하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출발한다는 가이드의 외침이
운동회 날 불던 호각소리처럼 들린다.
혹시 버디했나 하는 궁금증에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브라이스 캐년이다.
쑥쑥 크고 있는 듯한 바위들의 오묘한 빛깔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가 자꾸만 나온다.


다음날 관람한 그랜드캐년은
너무 방대하고 거대해
코끼리 발톱만 만진 기분이라면
이 브라이스 캐년은
가까이 다가가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눈을 맞춘 기분이랄까.
안전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이 신비스런 광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게 매력이다.

하염없이 내려다보면
연한 핑크빛이 살짝살짝 들어있는 황토 돌기둥들이
오목한 그릇에
한가득 들어있는 느낌이다.
점점 자라서 더 다복하게 올라올 것만 같다.


어찌 이 아름답고 경외로운 장관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언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어
온 몸으로 표현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이 광경을 다 설명하기엔



그리고 가만히 또 바라본다
눈을 맞추고 손으로 쓰다듬듯
자꾸만 바라본다.
무어라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하고
자꾸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도 충분히 주어서
우린 일찌감치 산길을 걸어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중간에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위로 오르면 또다른 광경이 펼쳐지니 꼭 올라가 보시라고
오지랖도 떨어가며....

저 계곡 깊은 곳에서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좀전에 자이언 캐년의 바위산을 열심히 찍었는데
이 브라이스 캐년을 보니
그 사진들이 다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좀전에 어머어머~~~ 하던 호들갑이
너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자이언 미안해.
금방 배신해서......

오늘밤 묵게 될 숙소가 있는 작은 마을 이야기도 해야겠다
케납이라는 작은 마을인데
저녁 산책길에 돌아보니 아주 재미있다.
왜 아니겠는가
이 곳은 수많은 서부영화의 촬영지였었다고 한다.






이 곳은 아마도 악당들이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는
술집이었을 거야
이 곳은 아마도 투박한 사나이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는
동네 수줍은 처자가 살고 있는 집이었을거야
이 곳은
결투를 벌이려는 악당과 보안관이
시가를 물고 서로 노려보며 서 있던 큰 길이었을거야
상상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서부영화에 출연했던 영화배우들의 사진이
마을 곳곳에 세워져있다
유타주의 작은 헐리웃이라는 글귀와
영화배우 이름, 영화의 설명이 적혀있다
아는 배우가 혹시 있을까 살펴봤는데
게리쿠퍼나 진시몬즈 등의 배우는 안보인다.


동네 큰 길가엔
몰몬교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몰몬교의 본부가 있는
유타주 아니던가.
해 지고 어두워 질 때가지
동네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내일 가게 될
그랜드캐년과 앤탤롭 캐년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