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라도." <- 로리콘 (ロリコン): 로리타 컴플렉스 (lolita complex) 의 준말.
「로리컴」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이렇게 됩니다. 원래는 자기보다 한
참 연하의 여성을 연애 대상으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일본에서
는 어린 여자아이까지 기준이 내려간다는... -.-i
조금 심하면 그런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서 인식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지만, 보통 「귀여운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런
상태를 말하는 말로 거의 뜻이 굳어가는 것 같군요.
혹시...여러분도 로리콘...? -.-i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유난히 귀엽거나 어린 캐릭터만을 고집하시는
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 굳이 나쁜 건 아니죠. 「최악의
상황」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참,「어린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걸로는 「쇼타콘」이라는 것도 있
죠. 무슨 말의 약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운티드 정션」에서의 그 여
자(풀잎이던가...?) 처럼...-.-i
"누가 로리콘이라는 건가?"
시게루와 마코토의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하며 차분한 목소리다.
"후, 후유츠키 선생님."
"뭘 하고 있는 건가, 자네들은."
여기는 신 토쿄 대학·형이상 생물학 교수 후유츠키 코우조우 씨의 연구실.
20타타미정도 넓이의 어수선한 인상의 방이다.
<- 타타미 (疊): 일본식 가옥에서 바닥에 까는...아시죠? 닌자들이 수리검을
막을 때 자주 쓰는 그... -.-i
그거 20개정도의 넓이 라는 것이겠죠. 아마...
마코토와 시게루는 대학원생으로 여기에 들어박혀 살고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이다.
"아, 조, 조조조좋은 아침입니다."
입술 끝이 흠칫거린다.
"응, 뭔가. 그것은."
마코토의 손에 한 장의 사진이 쥐어져 있다. 들여다보고, 이번에는 후유츠키가 당황
했다.
"이, 이걸 어디서."
말하고 나서, 겉옷의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다. 훌훌 페이지를 넘겼지만 찾는 물
건은 나오지 않았다.
"돌려다오. 내 거다."
낚아채듯이 되찾고는 수첩에 끼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어흠."
한 번 헛기침 같은 걸 해 본다.
"그 사람 누구죠?"
시게루의 질문에
"누구라도 상관없잖나."
명백하게 동요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평상시, 당황이나 초조함 같은 단어와는 인연이 없는 엄숙한 사람이 지금 명백하게
동요하고 있다.
이런 찬스는 없다.
시게루와 마코토는 시선으로 말을 주고받고는 공세에 나섰다.
"누구죠? 선생님. 가르쳐 주세요."
시게루가 말하자
"관계없지 않나."
하고 무정한 대답.
"그런 말씀하셔도, 우리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뒤가 구∼린 관계의 사람이라던가."
마코토.
"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수상해. 그렇지, 시게루."
"노골적으로 수상해요. 선생님. 서, 설마하니..."
"뭐, 뭔가."
"아뇨, 말씀드릴 수 없어요. 설마 후유츠키 선생님이 로리콘이었다고는."
"무슨 말 하고 있는 건가, 자네들은!"
격분하는 후유츠키.
그 옆에서는
"이야∼, 하지만 정말로 귀여워∼"
하며 아까전의 사진을 보면서 마코토가 절실히 감상을 늘어놓고 있었다.
"아, 어느새."
다시 낚아채는 후유츠키.
"휴우가군, 웬만하면 그 나쁜 손버릇 좀 고치지 그러나?"
"아니∼, 버릇이라서요."
머리를 긁적이는 마코토.
"그래서, 누구죠?"
말을 돌리려고 하는 후유츠키의 작전은 시게루에 의해 저지당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궁지에 몰린 후유츠키가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그 때,
"저기∼, 형이상 생물학 연구소란게, 여기가 맞나요?"
하며 매우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세 남자의 고막을 두드렸다.
"마, 마야."
"어, 아버지. 그럼, 여기가 맞구나."
밤색 머리를 짧게 깎은 여자애가 웃었다.
"아, 아버지!!"
시게루와 마코토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유츠키가 있었다.
「해 버렸다∼」라는 이름의 동상처럼 그는 내내 서 있었다.
"내 딸인 마야다."
5분후, 이대로 놔두면 젊은이 둘이 꼬시기 시작할 것 같은 기세였기 때문에 마지못
해 소개했다.
"이부키 마야(伊吹マヤ)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여자애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이부키라니, 성이 다르잖아요. 게다가 선생님은 독신이..."
마코토의 물음에는 마야가 대답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하고 계세요. 저는 어머니쪽의 성을 쓰고 있구요."
<- 일본에서는 보통 결혼을 하면 남자쪽 성으로 바꾸는 거 알고 계시죠?
가끔 그냥 원래대로 성을 쓰는 경우나 여자쪽의 성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카리 겐도우처럼...
『감상란-국내외 작품에 대한 짧은 느낌들 (go ANC)』 15566번
제 목:[번역] EVA 「Genesis Q 제4화 Part.B」
올린이:홍군 (홍승표 ) 97/12/12 19:42 읽음:578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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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GENESIS EVANGELION
「Genesis Q (제 4 화 Part.B)」
학교에 도착한 신지와 레이는 우선 아스카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의 책상에는 가방도 본인의 모습도 없었다.
"어, 이상한데∼."
평소와 다른 아스카의 행동 방식에 당황하는 신지.
뭔가가 이상하다.
문득, 오늘 아침에 들은 겐도우의 목소리가 머리에 떠오른다.
"너·는·미·움·받·게·된·거·란·말·이·다!!"
"그, 그런 바보 같은."
그런 일은 일어날 리 없다.
이 시점에서는 신지는 그렇게 생각하는 일에 먼지 만큼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어, 신지. 어떻게 된 거야. 소오류는?"
토우지가 물어도
"글쎄, 같이 오지 않았어."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의외라는 듯한 얼굴의 토우지가 켄스케를 본다.
"이런 일, 전에도 있었던가?"
"아니,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그런 사례는 없었어."
"그렇다면, 이건 일과성의 현상일까?"
"어떨지. 아직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명백하게
상황이 달라. 신지와 소오류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 확실해."
"라고 하는 것은."
"바보들이 활기를 띠겠군. 지금이야말로 찬스라면서."
"그래, 이 정보는 비싸게 팔리겠는데."
"하지만 신빙성이 없어. 쉽게 먹혀들까?"
"녀석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신빙성이 아니야. 자기가 소오류에게 도전할 계기라
구. 지금까지는 신지라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너졌을 때 녀
석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과연. 녀석들은 평소 쌓일대로 쌓인 충동의 배출구를 원한다는 거로군."
"맞아, 우리들이 미끼를 내던지면, 덥썩 물 거야."
"자네도 나쁜 사람이구먼, 스즈하라군."
"아뇨아뇨, 대관님께는 못 당하겠는걸요."
"케케케케케케케케."
마지막으로 둘이서 악당의 웃음을 선보이고는 조속히 행동으로 옮겼다.
●
소오류 아스카에게 관심이 있는 남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건 너에게만 가르쳐 주는 최고 기밀인데 말야. 소오류 아스카에 관한 일이지."
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 쓰이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여자애
가 얽혀 있다.
"뭐라고."
"너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면서 유익한 정보지. 그러므로 공짜로 말해줄 수는 없
지만 말야."
"어째서 나에게 가르쳐 주는 거지?"
"평소 사진을 잘 사 가잖아. 감사의 표시란 말이지."
"그러면 어째서 돈을 받는 거냐?"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어떻게 할래? 사지 않겠다면 딴 사람을 알아 봐야겠는데."
"좋아. 사겠어."
"매번 고마워라. 실은 소오류와 이카리 신지가 다퉈서 위기적 상황인 모양이야."
"저, 정말이냐?"
"그래, 그 증거로 오늘 아침, 소오류와 이카리는 함께 등교하지 않았어. 이게 얼마
나 중요한 일인지 너라면 알 거야."
"아아."
"그럼, 서비스다.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의 정보에 의하면 어제 이카리와 말다툼하
는 소오류의 모습을 본 사람이 있는 모양이야. 그 때, 소오류는 이카리를 때리고
있었지."
"응응."
"더군다나 어제 집에 돌아갈 때, 이카리는 아야나미라는 전학생과 함께 돌아가고,
소오류와는 함께 가지 않았어."
"그, 그렇군."
"지금이 찬스."
"아무쪼록 다른 녀석에게 가르쳐줘선 안 돼."
"알았어. 고마워."
라는 식의 대화가 오전 중에만 56번 되풀이되어, 토우지와 켄스케의 호주머니는
아주 넉넉해졌다.
●
시간은 조금 되돌아가, 수업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아스카는 교실에 나타났다.
그 왼손에 하얀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이 신지는 신경이 쓰였다.
"어떻게 된 거야? 아스카."
"아, 이거, 조금 말야."
그렇게 말하고 눈을 딴데로 돌렸다.
뭔가 있다.
신지가 그렇게 확신한 것은 이 순간이었다.
"아스카,"
계속해서 말을 걸려고 했을 때, 미사토가 나타나서 H.R이 시작되었다.
신지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신지를 오직 물끄러미 바라보는 레이가 있었다.
●
쉬는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아스카는 없어졌다.
신지가 말을 걸려고 하자
"아, 미안."
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사라져 버린다.
외면당하고 있다.
둔감한 신지도 그렇게 깨닫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어째서.
정말로 그런 일로 아스카는 화난 것일까.
겐도우가 떠올랐다.
"먹을 것의 무서움을 모른단 말이냐!"
아니, 아스카는 그런 일을 다음날까지 질질 끌지는 않는다.
언제나 따귀로 해결하지 않았던가.
어제도 착실하게 따귀를 맞았다. 괜찮아. 괜찮다구.
하지만 아스카는 어째서 나를 피하는 걸까.
어째서.
"너·는·미·움·받·게·된·거·란·말·이·다!!"
겐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 거짓말이야.
그런 일은 없어.
하지만...
신지는 자기가 만들어 낸 미로 속에서 스스로 폭주하고 있었다.
아스카에게 분명하게 물어보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점이 신지답다.
하긴 싫어하게 된 거냐, 라고 본인에게 캐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최악의 답만이 보인다.
나는 미움 받게 된 걸까.
나는 아스카에게 미움 받게 된 걸까.
나는 아스카에게
"너·는·미·움·받·게·된·거·란·말·이·다!!!"
신지의 머리 속에서 악마의 모습을 한 겐도우가 마구 춤을 추고 있었다.
「너는 미움 받게 된 거란 말이다」의 테마를 부르면서.
이카리 신지는 미움 받았다.
이∼카리 신지는 미움 받았다.
튀김을 먹고 미움 받았다.
먹을 걸 밝혀서 미움 받았다.
이젠 그 애는 뒤돌아보지 않아.
일생동안 말을 안 해줄 거야.
이카리 신지는 미움 받았다.
소오류 아스카에게 미·움·받·았·다!!
그 애는 두 번 다시 미소 짓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이카리 신지는 끝없이 낙하하는 듯한 손실
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소시지로 해둘 걸 그랬나 봐."
착실하게 멍청을 놓으면서.
●
"뭐하고 있어? 아스카."
체육관 뒤에 있는 화단을 몰래 훔쳐보고 있던 아스카에게 말을 건 것은 아야나미 레
이였다.
"레, 레이."
놀라는 아스카. 명백하게 당황하고 있다.
"거기에 뭐∼가 있는 걸까."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어린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레이가 목을 내민다.
"아, 안 돼."
새빨개져서 막는 아스카. 뭔가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더 보고 싶어지는 거 있지∼"
"안 된다면 안 돼."
아스카는 붕붕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레이 앞에 서서 길을 막아선다.
"조금만 보여줘."
"안 돼. 조금만이라도 안 돼."
"그럼 가르쳐 줘. 뭐가 있는 거니? 안 볼 테니까."
"우, 그, 그건."
"뭔데뭔데."
"응∼, 예쁜 화단이 있어. 거기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어서, 그것을 용무원이..."
"아, 저기서 용무원이 코로 우동을 먹으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어."
"뭐, 어디어디?"
아스카의 주의가 흐트러진 틈을 타서, 재빨리 레이가 돌아 들어간다.
"저기, 레이, 어디에 카지 씨가 있는 거야?"
아직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 아스카는 레이가 가리킨 쪽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편, 레이는 화단에 꽃 모종을 심는 남자를 봤다.
"흐응∼, 카지 씨라고 하는구나. 저 사람."
"헤,"
그 말을 들은 아스카가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화단을 바라보는 레이의 모습이 있었
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해 왔다.
"속, 속였구나."
귀까지 새빨개져서 으르렁거리는 아스카.
"어∼머, 남이 듣고 오해하겠어. 조금 걸려들게 한 것 뿐이야."
"뭐라고∼!"
지금이라도 덤벼들 기세로 아스카가 바싹 다가선다.
"아, 아냐. 농담이야, 농담."
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뒤로 물러서는 레이.
"너희들, 뭐하고 있는 거니?"
레이와 아스카가 동시에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작업복 차림의 카지가 수건으로 얼굴
을 닦으면서 서 있었다.
"저, 저기."
그 순간, 다른 의미로 빨개지는 아스카.
"아, 넌 어제의, 응∼, 아스카짱이지?"
"네!"
어지간히 이름을 외우고 있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다.
"손은 괜찮아?"
"네,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구나, 다행이네."
사람을 감싸면서 안심시키는 듯한 웃음이 카지의 얼굴을 빛냈다.
"너는,"
"저, 저는 아스카와 같은 반인 아야나미 레이예요."
"레이짱이라. 잘 부탁해."
"..네..."
애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답지 않은 반응이다.
"그럼 이만. 난 점심을 먹어야 되거든."
그렇게 말하고 카지는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아스카.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으
고 있다.
"멋진 사람이네."
레이가 말하자
"그치그치."
자기 생각과 같다는 걸 알고 아스카가 레이를 돌아본다.
"정말로 멋있는 거 있지. 뭘 해도 멋있는데다, 상냥하고, 듬직하고, 어른이고, 게다
가..."
"게다가?"
"붕대를 잘 감아."
아스카는 자기의 왼손을 감고 있는 하얀 천을 소중한 듯이 바라보았다.
"흐응∼, 저 사람이 오늘 나랑 신짱을 깨워주러 오지 않았던 이유구나."
그 말에 아스카의 달콤한 시간은 깨어졌다.
"신지에게는 말하지 말아 줘."
"에,"
"부탁이야. 신지에게는 입 다물고 있어 줘."
아스카에게 있어서는 드물게 상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말했다.
얼굴을 돌린 채로 레이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
"기한부라면 좋아."
"기한부?"
"언제까지나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 그래. 그래도 괜찮아."
그리고 겨우 레이를 쳐다보았다.
레이의 눈동자가 슬픈 빛을 띄고 있어도 지금의 아스카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럼, 나도 점심 먹으러 갈게."
레이를 남겨둔 채, 아스카도 달려갔다.
혼자 남겨진 레이는 화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서는 방금 심어진 모종을 만졌다.
"그래, 너도 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혼자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말야,"
그 눈동자에 슬픈 빛이 더해간다.
"하지만 저 사람, 피냄새가 난단다."
그것은 슬픈 목소리였다.
●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결국 신지는 아스카와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은 드물게 혼자였다.
아스카는 주번이었고, 레이는 도서실에 간다고 했었다.
혼자서 걸어가니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신지가 혼자 돌아가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막연한 불안이 그를 조금씩 조금씩
몰아넣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극단적으로 무겁다.
토우지와 켄스케가 게임 센터에 가자고 해도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스카, 왜 그러는 걸까."
오늘 몇 십번째인지 모를 중얼거림과 함께 몇 백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집까지는 멀었다.
●
레이는 혼자서 학교의 옥상에 서 있었다.
도서실에 간다고 말한 것은 신지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가 되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곳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는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도시를 전망하는 데는 절호의 장소였다.
시간은 해가 질 때까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부 활동은 아직도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다. <- 부 활동 (部活動): 서클 활동.
보통 방과후에 남아서 활동하는
부는 운동 관련이겠죠.
레이는 조용하게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직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최근에 알게 된 자신의 변화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선지 가슴이 답답하다. 쿡쿡 아파온다.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것들이 아주 조금이지만 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 답답함과 아픔이 어디서 오는 것인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도시를 보고 있었다.
"아야나미양, 무슨 일이니?"
옥상의 문을 잠그려고 온 모양인 미사토가 레이에게 말을 걸었다.
"서, 선생님."
"하하∼앙, 황혼을 감상하고 있었구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미사토가 다가왔다.
"그런 게, 아니예요."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다. 미사토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한 순간 보였지만, 다
시 한 번 미소지었다.
"말하고 싶으면 말해 봐. 그걸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편해질 거야."
레이의 왼쪽 바로 옆에 나란히 서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
그러나 레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입을 열지 않는다.
미사토는 쓴웃음을 짓고는 멋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때, 이 도시에는 익숙해졌어?"
"...네."
"학교는 어때, 친구는 생겼니?"
"..네."
"수업은 어떠니, 잘 따라오고 있어?"
"..네. 괜찮아요."
"그래, 그럼 이카리군과 가족분들이 상냥하게 대해주니?"
"........"
"흐응∼, 고민은 거기에 있다는 얘기로군."
레이가 확 미사토를 쳐다보았다.
"그런 거지?"
살며시 윙크 했다.
"..........잘, 모르겠어요."
레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구나."
미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직 입을 다물고, 함께 도시를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두 사람은 말없이 도시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조금씩 붉은 빛이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황혼의 붉은 빛이 레이와 미사토를 붉게 물들인다.
"...선생님..."
작은 목소리로 레이가 침묵을 깼다.
"왜?"
미사토의 목소리는 따스하며 부드러웠다.
"선생님은 병에 걸리거나 다치지 않았는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아파진 적이 있으세
요?"
"음∼. 있어."
"어떨 때 그러죠?"
레이가 기세 좋게 되물었다.
"그, 글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인가."
먼 곳을 바라보며 미사토는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요...?"
"그래,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렇게 되는 거야."
"그렇군요..."
그대로 레이는 침묵했다.
이미 석양은 산의 그림자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아야나미양,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멋진 일이야."
"...그런, 가요. ...잘 모르겠어요."
"사람을 좋아하게 된 적이 없니?"
"......그럴 지도 몰라요."
한층 더 작은 목소리로 레이가 대답했다.
그것을 부끄러워 하는 듯한 목소리다.
"그럼, 이게 첫사랑이구나."
그러나 미사토의 목소리는 따스했다.
"첫사랑."
"그래, 너도 훌륭한 여자애가 되는 거야."
그리고 웃었다.
아야나미 레이의 마음 속에 깊게 깊게 새겨질 것 같은 어른인 여성의 웃음이었다.
"저, 저는, 하지만, 그런."
"네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처음에는 당황하게 되지만
말야."
"그런 건가요?"
"그래, 어째서 그런 녀석이 신경쓰이는 걸까, 라면서 말야. 아야나미양의 상대는 다
른가? 나의 경우는 그랬었어."
"어떤 사람이었나요?"
"글쎄. 상냥했었어. 그리고 강했어. 몸도 마음도 말야. 그 사람 가까이에 있으면 신
기하게 안심이 돼. 평상시에는 그냥 잘생긴 것 뿐인 남자인 주제에, 비상시에는 누
구보다고 듬직했어. .....좋아했었지."
"....."
"아, 미안해. 멋대로 추억에 잠겨 버려서. 하지만 그런 게 아닐까.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게."
"...그런가요?"
"그래, 그리고 사람수 만큼 사랑의 수는 있는 거야. 너의 사랑이 멋진 사랑이기를
기원할게."
"네...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게 사랑이라면 제 사랑은 나쁜 사랑이에요."
"어째서?"
"제가 오고나서 지금까지 사이가 좋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저 때문에 이상해져 버렸
어요. 제가 그 사람을 신경쓰고 있는 게 나쁜 거예요. 더군다나 그 여자애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안심하고 있어. 친구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애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 보통이 아닌데, 그 애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안심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됐잖아."
살며시, 미사토가 레이를 안았다.
"그걸로 됐잖아."
다시 한 번 말했다. 레이 안에 흘러 들어오는 따스함과 부드러움. 한 순간 뭐가 들
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풍만한 미사토의 가슴이 레이의 볼 근처에 닿았다.
"자기를 나무랄 만한 일이 아니야. 당연한 생각이지. 네가 나쁜 게 아니야."
딱 잘라서 단정하는 말투였다.
레이가 올려다 보자 상냥한 미사토의 눈이 있었다.
"하지만, 용서 받지 못해요. 누구도 용서해 주지 않아요. 이런 걸 생각하는 건 나쁜
일인 거예요."
"용서할게."
"에,"
"내가 용서합니다. 당신의 담임교사 카츠라기 미사토가 용서합니다."
"...선생님."
"너는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여자애인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네 편
이야."
절대적인 긍정.
아야나미 레이에게 지금까지 누구도 준 적이 없는 것을 지금 미사토가 주었다.
"네가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는지는 선생님에게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뭐든지 자기 혼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만 둬. 자기가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만 두도록 해."
미사토의 목소리는 얼음을 깨고 흐르는 시냇물처럼 레이 안을 흘러간다.
"너는 훌륭한 여자애야. 선생님은 너를 좋아하는 걸."
미사토가 다시 한 번 웃었다.
레이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실에 깨달았다.
"그래, 전부 흘려버려."
그렇게 말하고 미사토는 힘껏 레이를 끌어안았다.
어머니와 만난 길 잃은 여자아이처럼 레이는 울었다.
5분정도 지나서 진정한 레이를 미사토가 놓았다.
"자, 이젠 돌아가자. 늦어지면 저녁밥을 먹지 못하게 되어버리겠어."
"네!"
명랑함과 힘이 솟았다.
레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울린다. 미사토는 그것을 확인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짧은 황혼은 밤의 어둠 저 편으로 사라졌다.
●
미사토가 차로 데려다 준 레이가 이카리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7시를 지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레이.
"천만에요. 내일 또 보자."
미사토도 정중하게 대답하고는 둘이서 웃었다.
갑작스럽게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어대는 소리를 내면서 미사토의 차는 달리기 시
작했다.
그 모습은 금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흥, 흥, 흥, 흐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활기차게 레이가 계단을 올라간다.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 것 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
"다녀왔습니다∼"
레이가 집에 돌아온 것을 알려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도 켜져 있지 않다.
"무슨 일이지?"
의아하게 생각한 레이가 거실까지 가자 테이블 위에 종이가 놓여 있었다.
한 번 찢은 것을 다시 맞춘 건지, 이곳저곳에 셀로판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종이는 가정용의 팩스에서 인쇄된 것인 모양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일 때문에 오늘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구나.
집에 있는 것을 적당히 먹도록 해.
뭔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는
찬장의 가운데 서랍에 카드가 있으니 그걸 쓰고.
미안해.
엄마로부터.
추신
신지, 어때, 채였냐?
아버지로부터.
레이는 한 번 쭉 읽고는 신지가 이것을 찢어서 버린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을 착실하게 맞춰서 붙여둔 점 등이 과연 신지 답다.
"신짱∼. 있는 거지∼?"
신지의 방문을 쿵쿵 두드린다.
"에∼∼"
안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연다∼"
레이가 문을 열자 신지의 방도 깜깜했다.
"왜 그래?"
말을 걸자 침대에서 목소리가 났다.
"조금, 기분이 나빠서."
보니까, 이불을 덮어쓴 신지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레이가 불을 켜 보니 그 얼굴은 창백하다.
"어,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신짱?"
다가가 보니
"괜찮지 않아."
라며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와 함께, 이상한 냄새가 레이의 코를 자극했다.
"술 냄새가 심해. 신짱."
"메슥거려∼"
신지는 완전히 취해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레이의 발 근처에 350ml의 맥주캔이 하나,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째서,"
"아스카가 나쁜 거야. 뭐야, 튀김 뺏아 먹은 것 정도로. 아버지도 아버지야. 아버지
가 그런 말씀 하시니까, 이상한 것만 생각나서, 제기랄∼."
투덜투덜 술취한 사람의 푸념이 계속된다.
"그래서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신거야?"
"뭐야∼, 엄∼청 맛없잖아∼. 누구야, 이런 걸 맛있다고 한 건∼. 맛없어서 단숨에
마셔버린 거야∼"
취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저항력이 없는 중학생이 350ml을 단숨에 마셔
서야.
"물이라도 마실래?"
"응."
레이는 서둘러서 부엌으로 향했다.
이렇게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형태로 가장 길고 위험한 밤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C)GAINAX 의 작품입니다.
* 「Genesis Q」는 成重貴幸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Genesis Q」에 연재중인 에반
『감상란-국내외 작품에 대한 짧은 느낌들 (go ANC)』 15721번
제 목:[번역] EVA 「Genesis Q 제4화 Part.C」
올린이:홍군 (홍승표 ) 97/12/15 19:13 읽음:538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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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GENESIS EVANGELION
「Genesis Q (제 4 화 Part.C)」
신지는 레이가 가져다 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취했다기 보다, 불쾌감의 덩어리가 몸의 깊은 속을 점령하고 놓아주지 않는다.
머리는 욱신거려서 아프고, 구토감이 가슴을 괴롭힌다.
"어때, 조금은 나아졌어?"
걱정스러운 듯한 레이의 눈동자가 사랑스럽다.
그러나 그것을 칭찬할 만한 여유가 신지에게는 없었다.
"조금, 누울게."
신지는 가까스로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결국, 무엇을 해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레이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자기방으로 사라졌다.
어제 도착한 제1중학교의 교복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러프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장농의 서랍을 연다.
흰색의 T셔츠와 오렌지색의 죠깅팬츠를 골라서 입었다.
T셔츠의 앞면에는 「펭펭」이라는 파란색 글씨가, 등에는 뒷모습을 한 펭귄의 그림
이 그려져 있다.
죠깅팬츠는 그녀의 날씬한 다리가 거의 드러날 정도로 짧았지만, 그런 만큼 움직이
기가 편해 마음에 들어 있었다.
신지의 방에 돌아가 얼굴을 들여다보니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다.
"신짱, 괜찮아?"
"...괜찮지 않아."
"뭔가 필요한 거 있어?"
"콜라랑 아이스크림이랑 세숫대야."
"기다리고 있어."
레이는 즉각 부엌으로 향해, 냉장고문을 열었다.
그러나 콜라도 아이스크림도 없었다. 보리차와 우유는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을 것이
다.
우선, 욕실에서 세숫대야 만을 들고가서 신지에게 건네준다.
"기다리고 있어. 콜라랑 아이스크림 사올게. 그 외에 필요한 건 없어? 가는 김에 사
와 버릴까 하는데."
"없어. 맡길게."
신지의 목소리에는 한 조각의 힘 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레이는 유이의 팩스대로 카드를 들고는 뛰쳐나가듯이 집을 나왔다.
걸어서 3분. 뛰어서 30초 걸리는 곳에 24시간 영업의 편의점이 있다.
거기서 레이가 1.5리터의 콜라와 바닐라맛·딸기맛의 아이스크림 4개를 장바구니
에 내던졌을 때, 가게에 아스카가 나타났다.
아스카는 주간지 코너 앞에서 오늘 발매된 여성주관지를 서서 읽고 갈까, 말까를 생
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신지의 일을 말해줘야할지 레이는 망설였다.
말해주는 편이 나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읽지 않기로 한 아스카가 레이를 발견했다.
"어머, 레이잖아."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서먹서먹하게 웃었다.
"뭐 하고 있어? 심부름?"
아스카가 다가왔다.
어떻게 할까. 말하는 편이 낫겠지?
"콜라에다 아이스크림이라, 그거라면 이쪽이 더 나아."
그렇게 말하며 바구니 속의 콜라와 아이스를 집어서 원래 장소로 되돌려 놓고 말았
다.
그리고, 좀 더 작은 사이즈의 펩시콜라와 아까와는 다른 상표의 아이스크림을 4개
가져왔다. 아이스크림은 바닐라맛과 초코쿠키이다.
"신지는 이쪽을 더 좋아하거든."
아스카의 별 뜻 없는 한 마디였지만 레이의 가슴에는 아팠다.
"하지만, 응석부리게 해서는 안 돼. 신지 보고 직접 오게 하면 될 텐데."
"누구 때문에 오지 못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실제로 신지가 만취해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신지의 책
임이지만,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아스카에게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신짱, 지금 움직이지를 못해."
극히 사양해서 그렇게 말했다.
"에, 어째서?"
안색이 바뀌는 아스카.
"몸이 좀 불편해. 뭔가 기분이 매우 나쁜 모양이라서."
심술부려서, 취했기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괜찮은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밤새도록 보살펴줄 테니까 괜찮아."
"내가 라니,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일 때문에 돌아오시지 못한대."
거기서 둘은 침묵했다.
서로 복잡한 표정으로 마주본다.
한 쪽은 당황과 불안을, 다른 한 쪽은 거짓과 빈정거림을 그 표정에 띄우고 있었다.
기나긴 침묵 뒤에 레이가 말했다.
"신짱이 걱정 돼?"
당연한 것을 물어 보았다. 물론 심술에서다.
".....별로."
말을 표정이 배신하고 있다.
"그래, 그럼, 난 돌아갈게. 신짱이 걱정되니까."
아스카의 허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고는, 레이는 등을 돌렸다.
"아,"
레이의 뜻밖의 반응에 아스카는 당황한다.
그리고 레이가 계산을 끝내고 가게를 나갈 때까지, 아스카는 한 마디도 말을 걸 수
가 없었다.
●
집에 돌아온 레이는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3개 넣고, 숟가락과 컵을 가지고 신지
의 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침대에는 신지의 모습이 없었다.
"어디에 가 버린 거지?"
허둥거리며 주위를 둘러볼 수 밖에 없는 레이.
"어, 아야나미."
갑자기 등 뒤에서 신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창백한 신지가 세숫대야를 팔에 안고 서 있었다.
"왜 그래?"
"화장실에서 토하고 왔어."
그것만 말하고는 휘청휘청 침대에 앉았다.
"자, 콜라랑 아이스크림."
콜라를 컵에 따라서 건네주자 신지는 단숨에 들이켰다.
컵을 받고, 대신 아이스크림을 건네준다.
2·3입 먹었지만, 금새 레이에게 돌려줬다.
"미안,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다시 누웠다.
지금, 레이가 취해야 할 가장 좋은 방법은 신지를 베란다로 데려가 밤바람을 쐬게해
서 몸과 머리를 식혀주는 일과 물을 우선 마시게 하는 일, 입에 손을 넣어서 억지로
토하게 하는 일이지만, 취한 사람을 간호하는 방법 같은 것을 중학생이 알고 있을
리도 없었다.
레이는 무력감으로 가득 채워질 것만 같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제멋대로 술을 마셔서, 제멋대로 취하고, 제멋대로 괴로워하고있
는 신지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고 책임을 느낄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잠시동안 생각하고 나서 레이가 현관을 향한다.
인터폰의 화상을 보자 아스카가 있었다.
망설인 끝에 레이는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
아스카가 난처한 듯이 말했다.
"응."
레이는 그렇게 밖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저기, 신지는 괜찮아?"
"지금은 자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괴로워 보여. 아무 것도 먹고 싶지않은 모양이고.
나..."
레이가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었다.
"그래, 들어가도 되니?"
평소였다면 결코 말하지 않을 만한 일을 아스카는 입에 담았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로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는 핑크색에 무늬가 없는 탱크 톱과 검은 스패츠를 입고 있었다. 그
<- 탱크 톱 (tank top): 러닝 셔츠 비슷한, 목과 팔이 노출된 여름용 윗도리.
<- 스패츠 (spats): 신축성이 있는 옷으로 허리부터 복사뼈 부근까지의 살에
밀착해, 발에 거는 줄이 옷자락에 있는 타이츠.
손에는 편의점의 비닐봉지가 쥐어져 있다.
"신지, 어떻게 된 거야?"
신지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아스카는 성큼성큼 침대에 다가갔다.
"이 녀석, 신지!"
귓가에서 소리지른다.
레이에게는 결코 할 수 없는 행위일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만큼, 그것을 바라보
는 레이의 가슴은 아프다.
"아∼, 아스카∼"
창백한 얼굴로 신지가 아스카를 보았다.
"걱정되어서 와 준 거야. 고맙게 생각..."
"아스카다∼!!"
아스카의 말을 가로막고 신지가 외쳤다.
동시에 아스카의 양겨드랑이에 손을 돌리고 부둥켜 안았다.
"꺄, 뭐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일에 빨개지는 아스카.
"아스카∼"
그러나, 신지는 그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아스카를 안은 채 들어올리고는 자기
가 자고 있었던 침대에 밀어 넘어뜨렸다.
경악하는 레이와 아스카.
도움을 요청하듯이 레이를 본 아스카였으나, 레이는 입가에 손을 대며 얼어붙어 있
었다.
"아스카∼"
아스카의 위에서 신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쭈뼛쭈뼛 쳐다 보니, 눈물로 가득찬 눈동자가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불안에 휩싸이는 아스카.
"미안해∼ 아스카∼. 내가 잘못했으니까 용서해줘∼"
그렇게 말하며 신지가 다시 한 번 부둥켜 안았다.
그 뒤로는 큰 소리로 울기만 한 뿐이다.
엉∼엉∼엉∼엉∼.....
그 모습을 보면, 신지가 아스카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서 부둥켜 안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지는 울면서 사과할 뿐이다.
그는 술에 취하면 우는 타입인 모양이다.
"잠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 녀석, 바보 신지. 놓으란 말야!"
신지의 머리를 꽉 누르는 아스카.
그러나,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으로 신지는 부둥켜 안고 놓
지 않는다.
"싫어∼, 놓으면 아스카는 또 어딘가로 가버릴 거야∼"
그 때가 되어서야 겨우, 신지에게서 술냄새가 난다는 것을 아스카는 깨달았다.
"혹시, 너. 취한 거야?"
본인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가 않아서, 레이에게 시선을 옮긴다.
이번에는 레이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 바보 신지, 놓으란 말야!"
아스카의 외침은 신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딱딱 머리를 때리는 아스카.
"잠깐, 레이. 도와줘."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하게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레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 그런."
"에,"
"신짱과 아스카가, 그, 그런."
"잠깐, 레이,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아스카∼, 가면 싫어∼!!"
더욱더 힘껏 신지가 부둥켜 안는다.
14살로서는 풍만한 아스카의 가슴에 신지는 얼굴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적당히 해두란 말야. 이 바보 신지!!"
귀까지 빨개져서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아스카가 외치자, 딱 하고 신지의 움직임이
멈췄다.
"시, 신지..."
아스카의 목소리에도 신지는 반응하지 않는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아스카의 가슴 위에서 신지는 죽은 듯이 멈춰 있었다.
그러나.
"우웨에엑~~~~~~~~~~~~~~~~~~~~~~~~~~~~~~~~~~"
"꺄아~~~~~~~~~~~~~~~~~~~~!!"
아스카의 비명이 이카리가에 메아리 쳤다...
●
"하여간, 저 바보 신지는∼"
이카리가의 욕실에서 싹싹 자기의 앞가슴을 씻는 아스카.
일단, 신지는 입고 있던 T셔츠를 벗기고 거실의 소파에 재워 두었다. 토해서 속이
편해졌는지 그는 숙면중이었다. 침대의 시트를 벗기고, 벗긴 T셔츠를 빨래바구니에
던져 넣는다.
그 뒤에 아스카는 이카기가의 욕실을 차지했다.
입고 있던 탱크 톱은 똑같이 빨래바구니 속이다. 서둘러 빨래를 하는 편이 나을 것
이다. 하는 김에 속옷도.
아스카가 투덜거리면서 몸을 씻는 것을 레이는 욕조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신지를 벗기거나, 옮기는 동안에 레이도 더러워졌기 때문에 사이좋게 욕실에 들어온
것이었, 으나.
아스카도 레이도 서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아스카는 혼자서 쓸데없이 말을 지껄이고, 레이는 침묵한다.
싹싹 온 몸이 거품 투성이가 된 아스카는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아직 앞가슴을 씻고
있다.
레이는 입에서부터 아래를 탕 안에 담그고, 부글부글 작은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
레이가 보았을 때, 아스카의 스타일은 반칙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부럽다.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14살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아스카가 보았을 때, 레이의 성격이 어쨌든 부럽다.
누구를 대해도 상냥하고 명랑하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스카에게는 그렇
게 보인다.
자기에게는 어떻게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서로가 너무나 부러운
것이다.
"저기, 아스카."
뜻을 굳힌 레이가 말을 걸었다.
"에, 왜?"
돌아보는 아스카. 머리카락을 빨간 타올로 올리고 있어서, 평상시와 조금 인상이 다
른 표정이다.
"미안해. 거짓말 해서."
작은 목소리다.
"....괜찮아. 그런 일."
아스카는 싹싹 문지르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아, 나에게 심술 부리고 싶어진 거였지?"
레이의 가슴이 따끔 아파왔다.
"...응. 미안."
솔직한 한 마디다. 탕에서 나와 있던 입가가 다시 한 번 물에 잠겼다.
"알아. 내가 제멋대로였어. 나도 레이와 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
아스카는 눈을 딴데로 돌린 채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말야, 알게 되었어."
"...뭐가?"
"나, 역시 신지를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
아스카가 얼마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레이는 호흡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어째선지 다리가 떨렸다.
"그, 그렇구나."
"응, 레이에게 신지가 쓰러졌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뭔가 매우 걱정이 되어서, 저
기, 잘은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 역시, 가장 걱정이 되는거야 라고."
손을 멈추고, 아스카는 고개를 숙이며
"알게 되었어, 그걸. 그래서 참지 못하고 와 버린 거야."
레이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자기는 두 사람의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잊혀졌을 생각이 레이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고, 무신경이며, 필요없는 존재인 것은 아닐까.
눈물이 어리었다.
나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고마워."
그 말의 뜻이 레이에게는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들자 아스카가 이쪽을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웃음일지도 모른다.
"고마워. 레이. 여기에 와 줘서. 정말 고마워."
레이는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카의 목소리가 천천히 레이 안을 에워 쌌다.
"자, 그렇게 오래동안 들어가 있으면 뻗어 버려. 씻어줄 테니까."
아스카가 거품 투성이의 왼손을 탕 속에 집어넣어, 레이의 왼손을 잡았다.
"아,"
레이가 일어서자 아스카가 앉아 있던 곳에 똑같이 앉힌다.
스폰지에 바디 샴푸를 「주륵」하고 짜내고는 비벼서 거품을 낸다.
체육앉기 자세처럼 앉아있는 레이의 등에 스폰지를 대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 체육앉기 (體育座り): 일본에서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이 앉을 때 취하는 전설(?)
의 앉기 자세. -.-i
양무릎을 모으고 가슴 높이 정도로 구부리면서 양손을
발목 부근에서 모으는...아, 에바 제5화...인가 에서
신지가 학교 옥상의 수영장에 앉아 있는 레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죠? 거기서 레이가 앉아 있는 자세가 이겁니다.
(만화책은 3권 35페이지 맨 윗칸...-.-i)
동성의 아스카가 보아도, 레이의 피부는 투명해 보일 정도로 하얗다.
그리고 상처 하나, 얼룩 하나 없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피부, 예쁘구나."
아스카가 말했다.
"그, 그런가? 그다지 남과 비교해 본 적이 없어서."
작은 목소리로 레이가 대답한다.
"흐응∼, 그렇구나. 하지만 부러운걸. 나 같은 경우는 어릴 적에 신지와 함께 위험
한 짓을 많이 해서 작은 상처들이 많거든."
부럽다...그 말이 레이 안에서 울렸다.
아스카가 나를...
"이것 좀 봐, 여기라던가, 여기."
아스카가 가리킨 곳은 왼쪽 무릎와 왼쪽 옆구리.
거품을 씻어내 보니 분명히 옛 상처가 있다.
그렇다. 그 어떤 미소녀라 하더라도, 많든 적든간에 상처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
그것이 집안에서만 자란 부잣집 따님이라면 몰라도, 레이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절대로.
"레이는 상처 같은 거 없어?"
신기하게 생각해서 물어본다.
"응, 별로 크게 다친 적이 없거든."
"흐응∼"
안 것 같은, 납득하지 못한 것 같은 대답으로 적당한 맞장구를 친다.
"자, 앞을 봐."
등을 다 씻은 아스카가 말했다.
그러나 레이는 새빨개져서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괜찮아."
"응?"
"내가 할 테니까, 괜찮아."
레이는 작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고작이다.
"뭐얼∼ 부끄러워 하는 거야. 여자끼리잖아."
"...그런 게 아닌걸."
"뭐가?"
"나, 아스카처럼 예쁘지 않은걸. 스타일도 좋지 않아!"
큰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놀란 아스카는 눈을 깜빡깜빡거린 뒤, 방긋 웃었다.
"내가 스타일이 좋은 게 부러운 거야?"
"....응."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우럇!"
아스카가 레이의 등을 부둥켜 안았다.
예전에 욕실에서 레이와 신지가 그랬던 것처럼.
"뭐, 뭐하는 거야."
레이가 저항하려 하지만, 아스카는 놓지 않는다.
"어때, 내 가슴이 닿고 있는 게 느껴져?"
우쭐거리듯이 아스카가 말했다.
레이는 이를 악물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응."
"하하하, 그럼 비긴 거네."
아스카는 밝게, 의식해서 밝게 웃었다.
"나도 레이도 부러워하고 있는 거구나. 서로가 부러워하고 있다고는 모르고 말야."
"에,"
고개를 든 레이가 아스카를 보았다.
"나는 말야, 분하지만 레이가 누구와도 즐겁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라던가, 정말로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 점 등이 부러웠거든. 하지만, 레이는 내가 스타일이 좋다는
점이나 그런 것이 부러운 거지?"
"으, 응."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
"결국은 없는 것을 갖고 싶어한 셈이네."
뭔가를 떨구어버리는 듯한 상쾌한 웃음이었다.
"자아∼, 부러워해라∼"
아스카가 등 뒤로부터 손을 돌려 레이의 가슴과 배, 다리를 쓰다듬으며 간지럽혔다.
"뭐, 뭐하는 거야."
당하는 쪽인 레이는 아스카의 손을 뿌리치는 것이 고작이다.
"정말,"
레이는 손을 뻗어서는 샤워기를 잡고 손잡이를 돌렸다.
내뿜기 시작한 샤워가 아스카를 덮친다.
"꺄,"
"먹어라앗!"
형세는 역전되어, 이번에는 아스카가 당할 차례다.
머리부터 샤워를 뒤집어쓴 아스카는 금세 거품도 씻겨져 내려, 레이 만큼은 아니지
만 하얀 피부을 드러냈다.
"어때, 아스카, 내 피부 깨끗하지? 부럽지?"
심술궂∼게 웃으며 레이가 말하자
"메∼롱, 내 가슴 크지?"
라며 말을 되받는다.
"아, 치사해∼. 난 아까 인정했잖아∼."
"벌써 잊었습니다∼."
혀를 내미는 아스카.
"뭐야, 에잇!"
또다시 레이의 샤워 공격. 그러나 아스카는 샤워기의 구멍들을 손바닥으로 막아, 내
뿜어지는 뜨거운 물을 흩어지게 하는 작전으로 나왔다.
갑자기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는 레이.
"했어∼"
레이도 지지 않고 샤워의 손잡이를 최대로 돌린다. 기세를 더한 샤워기를 아스카에
게서 잡아 떼고 또다시 공격 시작. 아스카는 재빨리 후퇴하고는 세숫대야를 들고 욕
조의 목욕물을 레이에게 뿌렸다.
서로 알몸으로 욕실에서 대소동.
두 명의 소녀는 어느덧 크게 웃으며, 뜨거운 물 뿌리기를 즐기고 있었다.
뭔가 하나,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생각해낼 만한 여유는 없
었다.
●
"이제 괜찮은 거야? 다쳤었잖아. 손."
대소동을 한동안 벌인 뒤에, 둘은 휴전동맹을 맺고 평화롭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
었다.
"응, 이제 괜찮아. 원래 가벼운 화상보다 나은 정도였으니까."
"까지 씨가 치료해 준 거야?"
"에, 어떻게 알았어?"
"붕대를 잘 감아∼, 라고 말했었잖아."
"에, 그, 그랬던가?"
"응, 그랬어. 사랑하는 소녀의 눈동자로."
풋∼ 하고 둘은 웃음 터뜨렸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어떤 거야?"
"카지 씨는 그, 그게, 멋있으니까, 도, 동경 같은 거야."
"그것뿐?"
"응, 그것뿐."
"호호오∼"
"뭐야, 그 의심에 가득 찬 눈은."
"신짱에게 양다리 걸친 줄 알았어."
따끔, 아스카의 가슴이 아파진다.
"흥∼이다. 신지 따위랑 비교하면 카지 씨에게 실례야."
"아, 그런 말 하는구나. 헤에∼ 그러면 신짱은 내가 가져 버릴까나∼"
말투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말한 쪽도 듣는 쪽도 몸이 굳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이는 탕 속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아스카는 양무릎이 조금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침묵.
"노, 농담이야∼. 아, 아하, 아하하하하핫하하하하."
<- 농담이야 (なんちゃって): 의역입니다. 아마 우리 나라 말로 직역하기 힘들듯.
즉, 앞에 했던 말을 취소하면서 농담이라는 것을
밝히는 말이죠. 주로 상대편을 놀릴 때 씁니다.
이 경우는 했던 말을 급하게 취소하는 경우...
침묵을 깬 것은 이것 또한 부자연스러운 레이의 웃음이었다. 입 끝이 떨리고 있다.
"...좋아해."
"에,"
"신지를 좋아해...?"
아스카의 목소리는 레이의 귀에 겨우 닿을 만큼 작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생각해. 이 느낌이 사랑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거
든."
마음 탓인지 가슴을 펴고 레이가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미안해. 나 같은 게 와 버려서. 아스카에게 폐가 되었지?"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철썩
아스카가 레이의 눈 앞의 목욕물을 손가락으로 튀겼다.
"왓."
"아직도 그런 말 하고 있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에,"
"레이가 와 줘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거짓말이 아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
고 있어."
아스카의 진지한 눈동자가 레이를 쏘아 맞췄다.
"레이가 없었다면, 와 주지 않았다면, 이런 마음이 들지 못했었는걸."
레이는 아스카가 자아내는 신기한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역시, 나도 신지를 좋아한다는 걸 겨우 알 수 있게 되었어. 레이가 와 주지 않았더
라면, 지금까지의 관계가 계속되었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그게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알게 된 거야. 그랬다면 신지를 정말로 좋아하는지 깨닫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아스카는 욕실 천정의 불빛을 올려다 보며 음미하듯이 말했다.
"그것이 말야. 레이가 와 주었기 때문에 알게 된 거야. 신지를 좋아한다는 걸."
아스카는 방긋 웃으며 레이를 보았다.
"그러니까, 고마워."
오길 잘 했어.
이곳에 오길 잘 했어.
여러가지로 불안했지만, 그 사람 말을 믿길 잘했어.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아야나미 레이는 마음 깊숙한 곳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차갑게 닫혀 있던 문이 조금이지만 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눈물이 잘 흐르는 날이다.
방긋 웃고 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C)GAINAX 의 작품입니다.
* 「Genesis Q」는 成重貴幸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Genesis Q」에 연재중인 에반
『감상란-국내외 작품에 대한 짧은 느낌들 (go ANC)』 15830번
제 목:[번역] EVA 「Genesis Q 제4화 Part.D」
올린이:홍군 (홍승표 ) 97/12/17 19:32 읽음:519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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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GENESIS EVANGELION
「Genesis Q (제 4 화 Part.D)」
"신짱, 일어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귀에 익지 않은 말을 내는 것을 신지는 들었다.
"신짱, 일어나라니까∼"
어딘가 어리광부리는 듯한 목소리다.
자기가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신지는 여느 때와는 달리 상쾌하게 잠을 깨려 하고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어렴풋이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아, 일어났다."
그 인물은 드러누운 신지의 눈 앞에 있었으며, 똑같이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똑같이 자고 있었던....
신지는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로 그 말을 되새겼다.
벌떡!
하고 기세 좋게 일어난다.
당황해서 시계를 보려고 했으나, 거기는 신지의 방이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방.....자택의 거실이다.
"잘·잤·어?"
귀에 입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하고 돌아보자 레이가 있었다.
볼이 살짝 붉고, 그 눈동자가 조금 촉촉히 젖어 있다.
"신짱, 기분은 어때?"
말을 듣고 알았지만 신지에게는 잠들기 전의 기억이 없었다.
자기에게 기억이 없다는 것은 무섭게 묘한 기분이다. 생각할수록 불안해진다.
"왜 그래? 신짱."
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어딘가 다른 목소리다.
"에, 아, 아니, 잠들기 전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
"에∼,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으, 응."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는 다시 한 번 자기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레이를 보았다.
놀랄 정도로 하얀 피부는 지금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조금 젖어 있어서 피부에 붙어 있다.
목부터 아래를 얇은 여름이불로 바싹 감추고 있다. 그러나 신지는 놓치지 않았다.
레이의 어깨가 드러나 있는 것을. 아니, 신지의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 것일뿐이지
레이의 어깨로부터 등에 걸쳐 드러나 있지 않은가.
꿀꺽
목구멍에서 크게 소리가 났다.
그런 신지를 바라보고, 레이가 가볍게 웃었다. 평소의 쾌활한 웃음은 아니었다.
"그렇구나, 기억하고 있지 않는구나."
신지가 들어본 적도 없는 듯한 목소리다.
"어제, 나와 아스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잊어버린 거야."
한 쪽 귀로 흘려버릴 수 없는 말이었다.
"나, 나, 무슨 짓 했어? 그리고 아스카라니, 아스카가 왔어?"
불안이 입 밖에 새어나왔다.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무섭다.
"그래, 아스카는 신짱이 걱정되어서 와 줬는데, 그런 짓을 했는걸."
"그런 짓이라니,"
식은땀이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안색이 바뀌어 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알고 싶어?"
어린 고양이의 웃음으로 레이가 말했다.
"...응."
"그럼, 옆에서 자고 있는 아스카에게 물어보지 그래?"
레이의 말은 작은 폭탄이 되어서 신지의 두개골의 중심에 내던져졌다.
"에,"
천천히 신지가 돌아보자, 그의 왼쪽 옆에는 행복해 보이는, 자는 얼굴이 귀여운 아
스카가 있었다.
"아, 아스카!"
뒤로 물러서자 레이에게 부딪혔다.
"아, 미안."
반사적으로 사과해 버리는 신지.
그러나, 레이는 그런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등에서 신지를 부둥켜 안았다.
신지의 목에 팔을 감아, 몸을 신지의 등에 기댄다.
두 사람 사이에 여름이불이 없었더라면, 신지는 레이의 가슴의 감촉을 느낄 수가 있
었을 것이다.
"아, 아야나미, 왜 그래?"
"지금, 현재부터 나를 부를 때는 레이라고 부릅시다."
"네?"
"결정입니다."
"왜 그러는 거야? 아야나미."
"....."
"저기, 아야나미."
"........"
"저어, 아야나미 양."
"............"
"저, 저기, 레이."
"왜 불러? 신짱∼"
"......아, 아니, 상관없지만 말야."
호오∼, 하고 한숨을 쉬는 신지.
"그것보다 어째서 아스카까지. 어떻게 된 거야?"
이야기를 본제로 돌리고 싶은 신지였으나, 레이는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는 듯하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우리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고 싶은 거지?"
레이의 하얗고 가는 집게손가락이 신지의 턱을 미끄러져 간다.
"에, 아, 응."
"가르쳐줄게."
귓가에서 귀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레이는 말했다.
간지러운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
"응. 키스 해준다면 말야."
이번의 미소는 작은 악마의 그것이었다.
이건 꿈이야.
신지는 확신했다. 너무나 당돌하고 형편이 잘 맞으며, 게다가 너무 맛있는 전개.
<- 맛있는 (おいしい): 먹는 것이 맛있다는 식으로 일이 잘 되어간다는 뜻.
예를 들어 어떤 일이 되어가는 양상이 A 라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때, A 라는 사람이 그것을 「맛있는 전개
(おいしい展開)」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예가 이상한
가...? 냐하. -.-i
사전에 쓰여진 대로 적자면, 「이익이 되는」정도로 해석
을...(역시 뉘앙∼스를 익히시길...-.-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