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와 대화편(요양원)
2022년 4월 8일(금)
진소에서 *주님 방실이 고추밭갈이. 진소교회 임천환목사님과 같이 돕는다.
죽기살기로 일하신 우리 숨목사님 외에 성심을 다해 일하시는 목자는 진소교회 임목사님이 처음이다.
형님의 관리기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비닐피복을 씨우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 혀를 차신다.
못쓰겄다고 다시 해야겠다고 열불이나시는 듯 하시다.
나는 어머님께 말씀을 붙이기를"어머니! 유치원생농부 형님을 박사학위 따는 박사농부처럼 생각하시면 안돼요.
초짜농부는 저렇게 삐툴 빼툴 이랑을 만드는 게 정상이에요.
아마 어쩌면, 저 삐트러진 이랑에서 더 많은 고추가 열리고 병충해도 안걸리고 결실을 잘 맺을 겁니다."
오후 네 시경 사람을 그리는 아버지의 부름에 따라 황등 신기촌 본가에 갔다.
마을 어귀를 다다르니 산 아래서 아버지 어머니 함께 일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고랑에 흙을 파서 이랑을 덮은 검은비닐피복 양가장자리 비닐 위와 피복 가운데 부분에 에 흙을 덮고
어머니는 검은비닐피복을 풀어 이랑을 덮고 계신다.
나는 부랴부랴 진소에서 *주님이 만든 부추전에 떡 몇개, 캔커피 하나, 물 한병을 싸서 새참을 나른다.
그 옛날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귀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나마 새참으로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나는 장폴사르트르가 "사람은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우리 가족이 모두 잘 사는 것은 모두 다 아버지의 수고 어머니의 사랑 덕분이며,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렇게 아버지 어머니가 손발을 움직여 일 하시니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이라고 말씀드린다.
여러 말씀을 귀담아 듣고 말을 하는 가운데 돌연 아버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고령이 되어 자식들이 힘들게 되면
요양원에 들어가야하고 아버지도 그렇게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께 제가 죽기 전에는 아버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맹세했다.
노인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 아닌가?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기 어려워지면 돈 몇푼 주고 노인요양원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나를 이세상에 낳고 기르시던 부모님에게 못할 일이다.
그리고 요양원에 계시다는 것은 점점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과 마음을 굳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곳에 계시는 아머지 어머니가 무슨 살 맛이 나겠는가?
내 맹세가 숱하게 어긋났지만 부모님 앞에서 한 이번 맹세는 반드시 지키고 싶다.
*주님의 아버지 소천을 앞두고 나는 만약 형님들이 아버지를 모시기 힘들어 요양원을 생각한다면
아버지는 내가 전주에서 모시겠다고 *주님께 천명한 바 있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가 저 기다란 밭이랑처럼 120살 오래 살기 바란다.
만일 이것이 불가하다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내 품에서 계시다가 잘 익은 영혼이 되어
하나님께서 불러주실때 맨 마지막에 그 혼을 보내드리고 싶다.
아들된 자의 내 꿈이다. 소망이다.
2022년 4월 9일. 씨알 구인회